기초과학의 힘을 믿고,도전과 인내를 통해내일의 가능성을함께 만들어가길 바랍니다(2025년 7월호)
- 洪均 梁
- 6월 28일
- 6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1일

7월호 『화학세계가 만난 화학자』에서는 성균관대학교 화학/에너지학과 교수이자, 기초과학연구원(IBS) 2차원 양자 헤테로구조체 연구단 단장으로 계신 신현석 교수님을 모셨습니다. 신 교수님은 최근 2025년 대한화학회 ‘한만정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신 교수님은 그래핀을 비롯한 2차원 물질과 나노소재의 합성 및 특성 연구에 있어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독창적인 연구를 통해 한국의 소재 과학 연구를 세계 무대에 올려놓는 데 큰 기여를 해 오셨습니다. 특히 2차원 재료 간의 새로운 조합을 통한 양자적 특성과 기능의 발현을 탐구하는 연구는 차세대 반도체, 양자소자 등 다양한 미래 기술과 연결되어 있어 국내외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모더레이터: 이현수 교수(서강대학교 화학과)]
1. 먼저, 한만정학술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과 함께, 그동안의 어떤 연구 성과들이 수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아직 가야할 길이 먼 제가 한만정학술상이라는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고 감사한 마음 입니다. 이 상은 저 혼자만의 성과라기보다는, 함께 공동연구를 해 온 동료 연구자들과 열심히 실험을 했던 제자들, 그리고 늘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준 가족 덕분에 받을 수 있었던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상에 기여한 연구 성과로는 2차원 물질, 특히 육방정계 질화붕소(hexagonal boron nitride, hBN) 및 비정질 질화붕소(amorphous boron nitride, aBN)의 합성과 특성을 밝힌 연구가 꼽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교수님께서는 현재 기초과학연구원(IBS)의 2차원 양자 헤테로구조체 연구단 단장을 맡고 계십니다. IBS 연구단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고, 연구단에서 주로 수행하고 계신 연구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십시오.
IBS ‘2차원 양자 헤테로구조체 연구단’은 2024년에 3월에 신설된 연구단으로, 2차원 소재를 기반으로 새로운 양자 현상을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연구단에서 수행하는 연구에 대해 설명드리기 전에, 2차원 양자 헤테로구조체 연구단이라는 연구단 명칭이 좀 생소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2차원 양자 헤테로구조체가 뭔지를 먼저 설명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좀 쉽게 설명하기 위해, 2차원, 양자(quantum), 헤테로구 조체(heterostructures)로 나눠서 설명하면 이해하기 조금 쉬울 것 같습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래핀 을 알고 있는데, 그래핀과 같은 원자 층 두께의 소재를 통틀어 2차원 소재라고 합니다. 그래핀 외에도 전이금속칼코젠 화합물, 육방정계 질화붕소 등 많은 2차원 소재가 연구되고 있습니다. 헤테로구조체는 이종 구조 혹은 이종접합 구조로 번역될 수 있는데, 서로 다른 2차원 소재를 수직으로 쌓거나(A4 용지 묶음처럼), 2차원 소 재 한 층에서 서로 다른 종류의 소재가 결합되어 있으면(레고 블록을 위로 쌓지 않고 옆으로 연결할 때, 서로 다른 레고 블록을 연결한 것처럼), 이를 각각 수직 혹은 수평 헤테로구조체라고 합니다. 이런 헤테로구조체에 서는 다양한 물리적인 현상이 일어납니다. 저희들은 특히 양자 현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2차원 양자헤 테로구조체는 양자 현상이 일어나는 2차원 헤테로구조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희 연구단의 궁극적인 목적은 양자 컴퓨터, 양자 통신, 양자 센싱 등 양자 기술에 응용을 하기 위한 기초 연구를 수행합니다. 저희 연구단의 차별성은, 새로운 2차원 양자 소재를 위한 다양한 전구체를 설계 및 합성하는 데에서 시작해서, 이 소재들의 양자 물리 현상(양자 광원, 스핀 큐빗 등등)을 연구하고, 양자 기술 응용을 위한 탐색 연구를 하는 등 전주기적 연구를 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연구단은 물리, 화학, 재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긴밀히 협력하는 융합연구단입니다. 연구단에서는 2차원 양자 소재 설계 및 합성, 양자 물리 현상 연구, 양자 기술 응용 탐색 등 전주기적 연구를 3가지의 소재로 나누어 각 소재별로 연구 프로그램을 확립하여 연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붕소(B), 탄소(C), 질소(N) 세 원소로 이루어진 새로운 2차원 BCN 구조체입니다. 둘째는 전이금속 칼코젠 화합물 TMDs(transition metal dichalcogenides) 인데, 특히 위상 절연체(topological insulator) 및 위상준금속(topological semimetal)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셋째는 질화붕소 소재인데, hBN 및 aBN 합성, hBN의 기능화, 탄소가 도핑된 hBN 연구입니다.

3. 그래핀과 같은 2D 소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관련 연구의 중요성과 연구 동향에 대해서 설명해 주십시오.
2차원 소재는 원자 수준의 두께를 가지면서도 전기적, 광학적, 기계적 특성이 뛰어나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지닌 차세대 소재입니다. 그래핀은 높은 전자 이동도와 기계적 강도, 열전도성을 가지고 있으며, 육방 정질 질화붕소(hBN)는 뛰어난 절연성과 화학적 안정성을 갖춘 소재로, 전자소자에서의 기판 및 게이트 절연체로 매우 유용합니다. 전이금속 칼코겐화물(TMDs)과 같은 반도체형 2차원 소재는 밴드갭을 가지면서도 정전기적 게이트 제어가 용이해, 트랜지스터, 광검출기, 메모리 소자 등 차세대 반도체 소자의 기본 구성 요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양자 광원, 스핀 큐빗 등 양자 정보기술로 응용하기 위한 기초 연구도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화학적으로는 이러한 2차원 소재를 원자 수준에서 제어된 방식으로 합성하고, 표면 및 계면의 결함 상태, 도핑, 이종 접합 등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즉, 전통적인 합성화학과 표면화학, 계면화학, 물리화학이 총동원되는 영역입니다. 소재의 품질과 물성은 결국 원자 간 결합, 구조적 정렬, 불순물 제 어 등 화학적 요소들에 의해 결정되며, 이는 응용 분야에서의 성능으로 직결됩니다. 따라서 2차원 소재 연구는 물리학, 재료과학뿐 아니라 화학의 중심적인 역할이 필요한 다학제적 분야이며, 화학자들이 선도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4. 교수님께서는 포스텍 화학과, 그리고 캠브리지 대학 등 여러 연구팀에서 연구 경험을 쌓으셨습니다. 독립된 연구를 시작하시기 전에 어떤 연구 경험을 하셨는지, 그리고 그 연구 경험 중에 현재 교수님 의 연구 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연구 분야는 어떤 것인지 소개해 주십시오.
경북대학교 화학교육과를 졸업하고, 포스텍 화학과 대학원으로 진학해서 적외선 및 라만 분광법을 이용한 분광분석을 공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재료화학 시스템을 다루었던 것이 현재 연구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조립 단분자층을 분석하기 위해 표면에서 FTIR 스펙트럼을 얻는 연구, FTIR을 이용해 고분자 박막의 전이 온도 측정 방법 개발, 은 나노입자 합성 및 표면 강화 라만 산란 연구 등을 통해 표 면화학 및 나노입자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하는 동안에는 금 나노입자에서 surface-initiated polymerization 및 전자소자 응용을 연구하였는데,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포스텍 화학과로 돌아와 UNIST에 자리잡을 때까지 최희철 교수님 실험실에서 풀러렌 분자의 자기조립 구조체, 탄소나노튜브 기능화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이 때 탄소 나노소재의 연구 경험이 현재 연구 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UNIST에서 독립적인 연구를 시작할 때, 그래핀 및 산화 그래핀의 연구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2차원 소재에 대한 연구로 확장되었습니다.

5. 교수님께서는 연구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계십니다.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지도하시는 과정에서의 철학이나 노하우가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철학이나 노하우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그룹 멤버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도전적인 연구를 수행하다 보면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아, 어떤 멤버들은 쉽게 실망하거나 열정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제가 도와주어야 하는데, 특별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늘 멤버들에게 ‘일희일비하지 말고, 무던히 앞으로 가자’고 말합니다. 그리고, 어떤 한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깊이 있는 긴 호흡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6. 교수님께서는 IBS 연구단을 이끄시면서 많은 연구 성과를 이루고 계신데요. 학위과정부터 지금 까지의 수많은 연구 결과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거나 애착이 가는 연구 성과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질화붕소와 관련된 몇몇 연구 결과들이 개인적으로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하나만 소개하면 비정질 질화붕소(aBN)에 대한 것입니다. 비정질 질화붕소에 대한 첫 논문이 나오고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고(뒤에 8번에서 하나의 에피소드 소개함), 추가적인 심화 연구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구리 배선 구조에서 비정질 질화붕소를 저유전 소재로 응용하기 위한 연구를 지난 4, 5년 동안 진행하고 있는 데, 계속 실패하고 있습니다. 실패를 계속하니 오기도 생깁니다. 더불어, 비정질 구조의 특성을 이용해 차세대 배터리의 안정성과 수명을 크게 향상시키는 연구로 비정질 질화붕소 응용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기초 연구가 실용적 기술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계속 실패하고 있어서 기억에 많이 남고 애착이 가는 것 같습니다.
7. 한국 화학계를 이끄시는 리더로서 국내 화학의 발전을 위해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과학 정책이나, 연구 인프라, 인재 양성 등 국내에서 연구를 하시면서 생각해 오셨던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기초과학의 경쟁력은 시간과 인내, 그리고 지속 가능한 투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초과학에서 당장 어떤 쓸모가 있는지를 묻고 요구하는 문화는 지양되어야 합니다. 한국은 우수한 인재들이 많지만, 장기적인 안목의 정책과 연구 지원, 그리고 기초연구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더 필요합니다. 특히, 도전적인 주제를 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실패를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가 뿌리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한국에서 기초과학이 토대를 잡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실용적인 산업기술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8. 교수님께서는 2008년에 UNIST에 부임하신 이후로 꾸준히 높은 수준의 연구 성과를 이루고 계십니다. 연구를 추진하시는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힘들었던 일이나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최근에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2020년 6월에 비정질 질화붕소(amorphous boron nitride) 박막이 유전상수 2.0 이하의 초저유전 소재로 사용될 수 있음을 밝힌 논문을 Nature에 발표하였습니다. 반도체 산업에 사용될 수 있는 절연 소재로서 매우 유망한 물성을 보여준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이 온라인에 발표되고 며칠 뒤 IBM에서 어떤 연구원이 메일을 보냈습니다. 본인이 1980, 90년대 관련된 많은 실험을 하였지만, 우리와 같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뭔가 문제가 있다는 메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한 연구자는 Nature에 저희 논문에서 이상한 부분이 있다는 Matters Arising을 제출 하였습니다. 붕소, 질소 같은 경원소가 순순하게 sp2 결합을 이루며 그 결합들이 무작위로 배향되어 있는 구조에서 매우 낮은 유전상수 값을 나타내는 것이고, 저희들의 유전상수 측정에서 문제가 없음을 추가 실험 및 분석을 통해 밝혔습니다. 이를 논문 형식으로 만들어 Matters Arising에 대한 Reply로서 Nature 에 제출하고 논란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2020년 여름과 가을 대부분의 시간을 이 답변을 준비하는 데에 소모하였고, 혹시 우리가 놓친 부분이 있었는지에 대한 염려 때문에 노심초사 했었습니다. 저희가 실수나 오류가 있었다면 논문을 철회해야 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논문을 발표한 지 대략 1년 반이 지 난 후 대만 반도체 기업인 TSMC에서 관련된 내용으로 논문을 발표하여 완전히 이 문제에 종지부를 찍었 습니다.
9. 그 동안의 연구와 대학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 화학분야의 후배 연구자들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연구는 길고 외로운 여정입니다. 특히 연구비 지원 여부 및 규모에 따라 우리의 연구 진행이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힘들지만,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무던히 자신만의 연구 철학을 세워나가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정말 융합연구가 중요함을 깨닫습니다. 주변의 다른 연구자들과 잘 소통하시기 를 바랍니다.
10. 이미 많은 것을 이루셨고, IBS 연구단을 통해서 앞으로 이루어 가실 일들도 많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으로의 연구 기간 동안 이루고자 하시는 연구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IBS 연구단에서 계획한 기초연구를 수행하여, 제가 주도한 새로운 연구 분야를 열고 싶은 목표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 연구 결과가 20, 30년 후에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모셨던 총장님 한 분이 제게 ‘네이처, 사이언스 논문 쓴 다면, 그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이냐?’고 질문하셨습니다. 학생 때나 신진 연구자일 때는 좋은 논문을 써서 소위 임팩트 팩터가 높은 저널에 게재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로서 경험과 실적이 쌓이면서 계속 그 질문이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계속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보고 싶습니다.

Commen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