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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시대, 화학 교사로 환경을 교육하다

서론 


2021년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환경교육법)’이 국회에서 처음으로 제정되었다. 당시 학교 에서의 환경 교육 의무화 조항은 부칙에 의해 2년의 유예를 두었고, 드디어 2023학년도 3월부터 전국의 모든 초· 중·고등학교에서 환경 교육의 시행이 의무화되었다. 특히 2023학년도는 개인적으로 교직 인생에서 첫 부장 교사를 맡게 되었던 해이다. 수리과학 부장으로서 학교의 전체 과학교육과 더불어 생태환경 교육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행을 맡아야 하는 자리였기에, 환경 교육 의무화 첫해부터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 고에서는 짧은 교직 생활에서 화학 교사로서 환경과 관련된 이슈를 화학의 관점에서 교육과정 내에 녹여내려 고군분투해 왔던 몇 가지 사례들을 나누고자 한다. 이 사례들이 정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기후 위기 시대 과학 교 사로서 학생들과 환경 문제에 대해 어떻게 수업을 풀어 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동료 선생님께 조금의 도움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론 


1.    과학 독서와 환경 교육

 

어떤 교과든지 교육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바로 독 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신규 교사로 경기도 시흥시의 모 중학교에 발령받은 첫해부터 과학 수업 시간에 독서 교육을 수행평가로 실시해 왔다. 물론 당시 패기만 넘치던 신규 교사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훌륭한 독서 수업을 진행할 수는 없었지만, 같은 학년에 함께 들어가 는 선배 교사로부터 독서 수업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와 철학을 배울 수 있었다. 이로부터 용기를 얻어 신규 2년 차인 2017년도에는 환경과 관련된 새로운 독서 수행평가를 계획하게 되었다.

당시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중학교 2학년 ‘과학2’에서 는 일과 에너지 단원에서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보존’에 대한 내용이 있었고, 실제로 교과서에는 다양한 에너지의 종류, 발전 방식에 따른 에너지 사용과 전환의 개념과 더불어 신·재생 에너지에 관한 내용도 함께 실려 있었다. 이에 따라 화학 교사로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원자력발전 등의 핵에너지를 사용하고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것이 과연 우리 인류를 위해서 좋은 방향인가?’에 대해 독서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 학생들이 자신만의 관점을 논술 할 수 있도록 하는 과학 독서 논술 수행평가를 구상하게 되었다.


이전의 과학 독서 수업은 학생들이 과학 시간에 자신들이 읽고 싶은 과학책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수업 시간에 책을 읽으며 자기 생각을 정리하게 한 뒤, 이를 서평으로 작성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면, 이 수행평가에서는 교사가 선정한 핵에너지와 관련된 주요 책을 발췌독하여 모두가 함께 같은 텍스트를 읽고 생각을 나누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자 했다. 모든 학생에게 선정한 책을 학교 예산으로 사주면 좋겠지만, 학교에서는 같은 책을 30권이나 살수는 없다고 하여(사실 학교 도서관에 이러한 규정이 존재하는 지도 이때 처음 알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필자가 직접 책에서 발췌한 모든 부분을 읽기 자료 형식으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나누어 줄 수밖에 없었다.

책은 2가지를 선정하였는데, 핵에너지와 관련된 ‘탈핵학교(김익중 외)’와‘세상을 바꿀 미래 과학 설명서(이세연 외)’2가지였다. 핵에너지의 위험성과 환경오염을 주제로 하는 텍스트를 주로 ‘탈핵 학교’에서 발췌하였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들을 소개하는 글은 ‘세상을 바꿀 미래 과학 설명서’에서 발췌하였다. 학생들에게 읽기 자료를 제공하고 각자의 생각을 정리한 후서로 토론해 보는 활동지를 제작하였다.

2019학년도부터는 과학 중점학교인 시흥시의 모 고등학 교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과학 중점학교에서만 개설되는 과학융합 수업을 2021학년도부터 맡게 되었다. 교양수업 이고 과학 중점 학교에만 개설되는 과목이다 보니 마땅한 수업 자료나 아이디어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이 수업 시간에 어떤 수업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이전에 중학 교에서 근무하던 시절 해왔던 과학 독서 활동을 떠올리게 되었고. 위에서 언급한 핵에너지 사용과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된 수업을 고등학교에서도 이어서 하게 되었다. 그 러던 와중 2022년에 경기 혁신 교육을 전공으로 교육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2023년 1학기에 수강하게 된‘인권 과 민주주의’수업을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이 환경과 관련된 독서 수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수많은 수업 시간 환경과 기후 위기를 얘기해 왔지만, 한번도 환경 문제를 인간의 기본적 권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 수업에서 세계인권선언과 다양한 인권 의 관점을 학습하면서, 2021년 10월 8일 UN 인권이사회에서 ‘건강한 환경권’을 정식으로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인 ‘인권’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업을 이끄신 조효제 교수님께서 자신의 마지막 사명이 기후 위기와 인권의 문제를 해결하고 알리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을 정도로 수업의 많은 부분을 기후 위기와 기후 정의, 그리고 에코사이드 문제에 대해 집중하셨다. 이 수업을 수강한 이후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내가 받았던 충격만큼 ‘어떻게 하면 환경 문제를 인권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고, 학교 자율 교육 과정 주간에 비교적 평가에서 자유로운 교양수업인 ‘과학 융합’수업 시간을 활용해 책을 함께 발췌독하여 읽으며 서로 토론하고, 인권의 관점에서 환경을 논하여 서술하는 논술 수행평가를 구상하게 되었다.

 

2. 교육과정과 연계한 환경 프로젝트 수업 1 - 과학융합

 

위에서 얘기한 과학 독서 논술 수업과는 별개로 2021년 ‘과학융합’수업을 맡게 된 이후부터 꾸준히 한 학기 에 걸쳐 학생과 함께 환경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였다. 프로젝트 수업인 만큼 학생들이 스스로 환경과 관련된 주제를 선정하고, 프로젝트 계획을 세우며,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 결과를 포스터로 정리하여 발표하는 순서로 진행하였다. 이때 가장 핵심적으로 학생들에게 요구한 것은 주제의 참신성이나 진로 적합성보다는 ‘우리 주변의 실생활과 연계한 실질적 실천 방안’이었다.

매년 환경과 관련된 수업을 진행해 왔지만, 항상 고민이었던 지점은 ‘어떻게 하면 학생의 실제 생활과 수업을 연결 지을 수 있을까?’였다. 어느 순간 학생들의 활동지나 논술 수행평가지를 채점하면서 학생들이 과학 수업뿐 만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 많은 수업 시간에 ‘환경’과 관련된 수업을 경험하다 보니 교사가 듣기 좋은, 그리고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모범 답안’을 쓰고, 말하고 있다 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때론 수업 중간에 즉석에서 발표를 시켜 보아도 교사가 듣기 좋은 대답을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이 학생들은 정말 내면에서부터 진정 환경을 생각하고 보호하기 위한 의지를 가지고 이런 대답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좋은 점수를 받고 생기부에 좋은 내용을 남기기 위해서 교사가 ‘듣기 좋아할 만한’ 정답을 얘기하는 것인지 교사인 나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 끝에 프로젝트 수업을 구상하며 학생들에게 2가지 조건을 반드시 지키도록 요구하였는데, 첫 번째로 나의 생활과 밀접한 주제이어야 하며, 두 번째로는 반드시 스스로 직접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3.    교육과정과 연계한 환경 프로젝트 수업 2 - 화학Ⅱ

 

사실 ‘환경’이라는 주제는 과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목이 서로 뭉쳐 융합 수업을 진행하기에 편하고 무리가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 2023학년도 학교 자율 교육과정 주간에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떤 수업을 진행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마침 ‘과학Ⅱ’수업을 들어가는 모든 물, 화, 생, 지 선생님들이 함께 의기투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시도를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이때도 내가 과학부장으로서 선생님들께 당부했던 핵심 철학은 위에서도 서술했다시피 ① 학생들의 삶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주제이어야 하며, ② 학생들이 직접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주제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생명과학 선생님이 제안한 ‘우리 학교와 마을 주변의 생태환경맵핑’을 중심 주제로 하여 ‘물리Ⅱ’, ‘ 화학Ⅱ’, ‘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 그리고 ‘생활과 과학’ 및 ‘미적분’ 시간에 각각 진행할 수업을 구상하였다. 필자는 ‘화학Ⅱ’ 수업을 맡고 있었기에 ‘화학Ⅱ’ 교육과정 내용 요소인 다양한 농도 표현 방식을 가져와 ‘수질오염 분석’과 관련된 융합 수업을 구상하였다. 실제로 학교 안에 있는 인공 연못과 학교 바로 옆에 있는 하천의 물을 채취하여 학생들이 직접 BOD, DO, pH, 중금속 농도 등을 실험을 통해 측정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생명과학Ⅱ’ 에서는 학교와 마을 주변의 식물 생태계를, 방형구법을 통해 동정하여 이들의 식생을 설명하고 맵핑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지구과학Ⅱ’시간에는 ‘대기오염 분석’을 주제로 학교 바로 인근에 있는 산업단지에 직접 방문하여 대기의 유해 성분과 미세먼지 농도 등을 측정하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생활과 과학’시간에는 주로 문과 계열의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이 활동에 참여하였는데, 각 모둠별로 교내와 교외 마을에 위치하는 폐건전지 함의 위치, 폐약품 수거함의 위치, 우유곽 등의 분리수거함 위치 등을 찾아 기록하는 등 우리 학교와 마을의 다양한 생태환경 관련 정보들을 직접 찾아 맵핑하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전체 생태환경 지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마을 의 기본 지도를 만드는 것이 필요했는데, ‘물리Ⅱ’ 와 ‘미적분’ 시간에 학생들이 메타버스(가상현실) 플랫폼인 제프(ZEP)를 활용하여 직접 학교와 마을의 지도를 디자인하고, ‘화학Ⅱ’,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 ‘생활과 과학’ 시간에 찾아낸 다양한 정보들을 업로드하였고, 결과적으로 ‘우리 학교와 마을 주변의 생태환경’을 나타내는 지도를 완성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결론 


사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환경’ 교과목과 교육과정이 따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환경 교육만을 전담하는 환경 교사가 부재하다시피 한 것이 현실이다(가장 마지막으로 환경 교사를 신규 임용한 해는 2013학년도이고 이때 서울특별시 교육청에서 환경 과목의 교사를 단 1명 선발하였다. 경기도 교육청은 2010학년도에 환경 과목 교사를 1명 선발한 것이 마지막이다. 2013학년도 이후로는 전국 단위에서 환경 교사의 신규 채용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따라서 대부분 학교 현장에서 생태환경 교육은 사실상 과학 교사들이 전담하고 있다. 환경과 관련된 공문 역시 당연히 과학 교사가 처리해야 할 공문으로 치부되어 대 부분의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과학부로 배정된다. 그만큼 과학 교사로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자의 반 타의 반 환경 과 관련된 교육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전국의 많은 중·고등학교가 같은 환경 조건일 수 없고, 또한 대부분의 과학 교사가 같은 처지가 아니기에 이번에 소개한 사례들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학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이번 사례 나눔을 통해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동료 선생님들에게 작지만,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1. 2024 탄소중립 생태환경교육 추진 계획(안), 경기도 교육청, 1-4

2.  김익중 외. (2014). 탈핵 학교. 반비.

3.  이세연 외. (2017). 세상을 바꿀 미래 과학 설명서 2 (지속 가능한 사회와 에 너지). 다른.

4.  조효제. (2022).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 (환경위기는 곧 인권위기다!). 창비.






김 해 원 Kim Haewon


• 조선대학교 화학교육과, 학사(2006.3 - 2011.8)

• 성공회대학교 교육대학원 인문창의교육(경기혁신교육), 석사(2022.3-2024.2, 지도교수: 고병헌)

• 경기도 교육청 교사(2016.3 - 현재)

• 충현고등학교 화학 교사(2024.3 -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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