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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교육봉사활동과 과학교육

  • 작성자 사진: 성완 박
    성완 박
  • 6월 2일
  • 3분 분량

한재영 | 충북대학교 화학교육과, jyhannn@cbnu.ac.kr


작년 여름 대학생을 인솔하여 네팔로 교육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코로나 이후 개인이나 기업, 지자체나 정부에서 지원하는 해외 봉사활동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보통 남을 도울 때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지만, 해외 봉사활동에 대해서는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대한화학회에서도 해외 봉사활동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네팔 교육봉사에 대한 이야기로 조금 홍보해 보려고 한다. 


Q: 네팔에는 어떻게 가게 된 것인가? 

A: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지원하는 교원해외파견사업에 선정되어 해외 단기 교육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충북대는 2016년도부터 이 사업에 계속 선정되어,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인도네시아에 봉사단을 파견해 왔고, 작년에는 네팔에 가서 활동했다. 니카라과 봉사활동 이야기가 화학세계에 한번 소개되었다(한재영, 2017) 대학생, 현직 교사, 교직원 등 20명이 4주간 네팔의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에게 교육봉사를 하는 것이다. 


Q: 네팔에 가서 무엇을 했나? 

A: 과학, 수학, 환경, 한국 문화 등의 수업을 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초중등 공립학교 4곳에서 수업했는데, 학교의 시설이 너무나 열악했다. 과학실이나 과학 실험 기구가 거의 없어, 모든 수업 재료를 한국에서 가져가는데, 아쉽게도 화학 실험은 유리 기구나 시약을 비행기에 싣고 가기 어려워 많이 하지 못한다. 이번에 수업한 내용 중 몇 가지를 예로 들면, 스테인드 글라스 물감을 이용한 표면장력 실험, 크로마토그패피 책갈피 만들기, 편광필름 탐구, 미니 현미경 관찰, 부메랑 만들기, 홀로스펙스 명함 만들기, 업사이클링 양말목 공예, 단극 모터 만들기, 지구본 만들기 등이다. 


Q: 이번 봉사활동에서 새롭게 시도한 것은? 

A: 해외 봉사활동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활동으로 미니 과학관과 교사 하이브리드 세미나 두 가지가 있다. 미니과학관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개발한 싸이팝(Sci-POP) 이동 박스형 과학 원리 체험 콘텐츠 중에서 준비물이 간단한 것을 10가지 골라 가져가 현지 학교의 학생과 교사들이 체험하도록 하는 행사다. 그리고 네팔 과학교사협회와 한국의 과학교사모임인 ‘재미있는 과학수업 만들기’를 온라인으로 처음 연결하고, 미리 준비해 간 실험 재료를 가지고 하이브리드(온라인-오프라인 결합) 세미나를 진행한 것도 정말 뜻 깊었다. 앞으로 교사 교류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Q: 트리부반 대학에서 활동한 것은? 

A: 트리부반 대학은 네팔의 제1 국립대학이다. 이곳 화학교육과에 방문해서 대학생과 교수에게 세미나를 진행했다. 우선 화학 유머를 소개했다. 예로 오늘은 볼 수 없고 내일 볼 수 있는 원소는? 구리(Cu)나 우라늄(U)이다. See you tomorrow! 이니까. 그리고 화학 퀴즈도 냈다. Li.HBeH( )FHe 괄호 안에 들어갈 원소는? B이다. 3.141592 수에 해당하는 원소기호이니까. 한국 화학 교사가 제작한 원소기호가 적힌 칼레이도사이클도 함께 만들었다. 


Q: 대학생이면 스스로 알아서 하니 봉사활동 인솔이 쉽지 않나? 

A: 한 번이라도 대학생을 인솔해서 해외에 나가본 사람은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안다. 봉사단 전체를 관리하는 일은 끝이 없고 한 시도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일이다. 특히 교육봉사는 다른 문화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기 때문에 가기 전부터 많이 준비해야 한다. 현지에서 상황이 갑자기 변하는 경우가 많아, 처음 해외봉사를 나가는 대학생이 스스로 활동할 수 있게 되기까지 많은 지도가 필요하다. 


Q: 이번에는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A: 작년 여름 네팔에 홍수로 강이 범람하고 물이 오염되면서 고생이 심했다. 단원 3명이 병원에 입원하여 찾은 설사의 원인은 아메바성 이질, 개발도상국에서 발병하는 지독한 병이다. 50대 인솔자들 외에는 전원이 설사와 구토로 매우 힘들었다. 심지어 귀국 후까지 설사가 이어져, 앞으로 여름에는 네팔에 봉사활동을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Q: 그렇게 힘든 일을 왜 계속하나? 

A: 대학생 인솔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 심정은 ‘내가 미쳤지 이걸 하겠다고 하다니’였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일’로 바뀌었다. 가장 큰 이유는 대학 교수로 강의나 연구를 하면서는 보기 힘든 대학생이 크게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Q: 또 어떤 보람이 있나? 

A: 현지의 티 없이 맑은 학생들을 만나는 기쁨이 크다. 교육이 희망이라는 말을 다시 느낄 수 있다. 과테말라 소년의 집에는 중고등학교 5년간 기숙학교에서 기술을 배운 후 취업해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다. 그들의 반짝이는 눈을 보며 수업하는 기회는 너무나도 소중하다. 그리고 봉사단 인솔은 다른 사람의 꿈을 이뤄주는 경험이다. 해외봉사는 한국의 많은 대학생의 꿈이다. 한국인과 함께 춤추는 게 꿈이라는 엘살바도르 청년이 단원과 함께 추는 춤을 촬영해 주었다. 중미에서 봉사활동을 도와준 현지 대학생 2명이 졸업 후 한국정부장학금(GKS)을 받아 현재 한국에 와 있다. 봉사활동으로 인해 꿈이 만들어지고 실현되는 모습을 보는 기쁨이 크다. 



Q: 봉사활동에 추가로 어떤 후원을 많이 받았나? 

A: 다양한 곳에서 봉사활동 후원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충북대에서 매번 대응자금을 지원해 주는 것에 감사한다. 처음으로 카카오 같이가치 모금방을 만들어 현지에 기부할 수 있었다. 전국과학교사협회에서 기자재 구입비 지원, 바이오시스템공학과에서 수업 재료인 현미경 지원, 지리교육과에서 수업용 지도 지원, 사범대학과 대외협력부에서 MOU 체결 기념품 지원, 삼성가정의학과에서 비상약 지원, 이전 봉사활동 단원이 질 좋은 한국 문구류 지원, 수지침 전문가도 응급 치료 강의 지원, 그리고 개인 후원자가 현금, 독도 부채, 모기기피제, 접이식 대야 등을 지원해 주었다. 


Q: 네팔 봉사활동이 상을 받았다는데? 

A: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에서 작년에 개최한 대학 자체개발 우수 해외봉사 프로그램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아래는 저자가 2017년 화학세계에 한번 쓴 글이다(한재영, 2017). 다시 한번 봉사활동을 홍보하며 이 글을 마친다. 



혹시 화학세계 독자 중에 초중등 학교를 다니면서 실험실 장 안에 있는 신기한 과학 실험 기구를 보며 과학자로서 꿈을 키워 나간 사람은 없는지? (중략) 한국의 발전을 이끈 대한화학회는 이제 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나 세계의 화학 교육을 지원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참고자료: 한재영. 해외 봉사활동과 화학(교사) 교육. 2017, 57,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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