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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빛낸 화학자 29 (2025년 3월호)

故 이대운(李大云) 연세대학교 교수(1940~2022)


“감사한 일은 모래 위에 쓰고 원망과 섭섭함은 돌에 새

긴다” 즉, 감사한 일은 쉽게 잊어버리고 섭섭하고 원망스

런 일은 오래 간직한다는 인간의 한 단면에 대해서 말씀

해주셨던 선생님.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오셨다고 말씀하

시는 선생님. “그저 모든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 2006년 2월 연세대학교 캠퍼스에서 -


존경하는 스승, 이대운 선생님을 이제는 연말에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릴 수는 없게 되었지만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선생님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저희에게는

큰 영광이요 기쁨입니다.

우리나라 화학분야에 비교적 생소했던 분리분석화학

을 정립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신 분이 계시다면 단

연 이길상 선생님과 이대운 선생님이라는 것을 부인할

분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이대운 선생님은 1940년 11월 3일 서울에서 우리나라

초대 감리교 목사이신 이화춘 할아버지와 한의사이시며

교회 장로이셨던 이태산 아버지와 장로이신 김노순 어머

니의 2남 3녀의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감리교 학교인 배

재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화학과에 입학하

셨고 동 대학원에 진학하여 분석화학을 전공하면서 석사

와 박사학위를 모교에서 받으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학자로서의 학문적 열정, 교육자로서의 소명, 그리고 제자 사랑을 몸소 보여주신 화학계의 큰 별이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戰後 아직 기초과학의 교육환경이 척박했던 시기에 연세대학교 화학과에 입학하셔서 연세대학교의 박사 1호로 탄생하셨습니다. 그 후로도 계속 학문에 열중하셔서 분리분석화학계의 선구자로서 해외의 선진학문을 습득하시기 위하여 이스라엘과 독일에서 수학하셨습니다. 1969년 이후 37년간 연세대학교 화학과 교수로 재직하시면서 인재양성에 매진하셨고 우리나라 화학의 발전을 위하여 평생을 바치셨습니다.

지난 37년간 선생님의 명강의와 연구, 수많은 가르침으로부터 박사 학위자 22명, 석사 학위자 67명 등 90명 가까운 석박사가 배출되었고 교육대학원 학생들까지 합한다면 110여 명의 제자를 양성하였습니다. 제자들 모두가 학계, 재계, 교육계, 연구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당당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한국의 분석화학분야에서 연구활동이 미천하던 시절 연세대학교 분석화학 연구실의 기틀을 잡으셨음은 물론, 어려운 여건에서도 뛰어난 업적과 훌륭한 연구성과를 쏟아 내어저명한 국제학술지에 수십 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대부분의 과학자가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학위를 마쳤던 그 당시에 이대운 선생님은 국내학위를 마치게 된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길상 선생님 지도를 받던 석사 때 연구한 논문이 미국화학회에서 발간하는 세계최고의 분석화학회지 “Analytical Chemistry”에 1968년에 실렸습니다. 우리나라 화학분야에서 최초로 실린 것 입니다.

“Spectrophotometric Determination of Some Organic Acids with Ferric 5-Nitrosalicylate Complex”, Anal. Chem. 1968, 40(13), 2049-2052. Kil Sang Lee, Dai Woon Lee, Jae Young Whang

그 이후, 70년대 말까지 연달아 8편의 논문을 Anal. Chem.에 등재하셨습니다. 또한 제자를 교육하며 20년후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도입한 장-흐름 분획법 (Field-Flow Fractionation)을 이용한 환경입자 분석을 통해 제자 김원석 박사, 박영훈 박사, 신지영 박사, 이승호 박사와 함께 아래의 논문을 등재하였습니다.

“Size Determination of Diesel Soot Particles Using Flow and Sedimentation Field-Flow Fractionation”, Anal. Chem., 1999, 71(15), 3265-3272.

총 12편의 Anal. Chem. 논문을 쓸 정도로 이대운 선생님과 분리분석연구실의 연구개발 업적은 탁월했습니다.

총 연구 업적으로는 학술논문 159편을 내셨고 저서 6권을 출판하셨습니다.

학문적 업적 뿐 아니라 선생님께서는 학회와 협회활동에서도 많은 힘을 쏟으셨습니다. 대한화학회 회장, 아시아 분석과학학술회의 대한민국 대표, 한국화학관련학회연합회 부회장직을 비록한 수많은 임원직을 수행하시면서 학계의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하셨습니다. 교육과 화학 학문의 발전에 미치신 업적 못지않게 기억될 수 있는 것은 연세대학교 부총장을 비롯한 다양한 보직을 역임하시면서 연세대학교가 세계를 선도하는 초일류대학으로 거듭나게 하셨고 저희의 모교가 더욱 푸르고 싱싱한 향기를 뿜어내는 무성한 숲으로 발전되도록 혁혁한 공적을 이루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선생님의 인간적인 가르침은 저희 제자들 모두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짙게 남아있습니다. 언제나 성실하셨고 매사 기독교적 가르침을 따르셨으며 겸손하셨던 교수님은 항상 저희에게 귀감이 되셨습니다. 특별히 저희에게 온유함과 포용력, 그리고 중용의 미덕을 몸소 보이셨던 선생님의 모습은 훌륭한 인격자로 저희와 언제나 함께 할 것입니다.

이제 선생님은 여기에 안계시지만 영원한 저희의 스승으로 가르침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선생님의 사랑을 누구보다 많이 받았던 인산회* 회원들의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선생님께 바칩니다. 선생님께서 이루신 업적과 저희 제자들에게 베푸신 사랑에는 너무나도 못 미치지만 저희들의 마음을 살피시어 기쁘게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글 한남대학교 화학과 교수 이승호

서도비엔아이㈜ 대표이사 김원석



*이대운 선생님 제자들의 모임 “인산회”

이대운 선생님의 스승이신 故 이길상 선생님의 호를 따서 이대운 선생님 제자들의 모임인 “인산회”가 만들어진 것은 이

대운 선생님의 요청이자 우리나라 분리분석화학을 잘 계승하길 바라는 이대운 선생님의 큰 뜻이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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