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金東晧)연세대학교 교수(1957~)

김동호 교수님은 1957년 11월 1일 태어나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1980년에 졸업한 후 미국 워싱턴 대학교 화학
과에서 1984년 이학박사 학위를 받으셨다. 1985년까지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 활동 이후 1986년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표준과학기술연구원(이하 KRISS)
양자연구부의 선임 및 책임연구원으로 지내시고, 2000
년까지 분광연구그룹의 그룹리더로 활발한 연구를 수행
하셨다. 2000년부터 연세대학교 화학과의 교수로 부임
하시어 연구 및 교육에 매진하시고, 재직하시는 동안 수
많은 연구 업적과 함께 총 72명의 제자(대학 교수–16명,
국가연구소, 기업 및 기타–56명)를 양성하셨다. 재직 기
간 동안의 탁월한 연구 업적과 교육 성과를 인정받아
2023년 2월 연세대학교의‘연구트랙 명예특임교수’로 선
정되어 지금도 활발한 연구활동을 이어 나가고 계신다.
김동호 교수님은 KRISS 재직 당시 세계적 수준의 시
간 분해 레이저 분광 측정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여 많
은 국내외 연구자들과 공동연구와 학술활동을 수행하면
서 우리나라의 분광학이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하는데 기
여하였다. KRISS 재직 기간 동안의 탁월한 학술적 성과
와 기관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KRISS의 ‘우대연구원’(성과가 탁월한 연구원에게 의욕을 고취하고, 국제적
수준의 연구를 장려하기 위한 제도)으로 선정된 바 있고,
연세대학교에 부임하신 이후인 2006년에는‘자랑스런
KRISS 동문상’을 수상하셨다. 당시 불모지와 같았던 레이저 분광 분야를 세계적 수준까지 끌어올린 선구자이자 불굴의 과학자로써 한 지상파 9시 뉴스의 한 코너에 ‘하루에 두 번 출근하는 연구벌레’로도 소개되기도 하였다. 특히, 1997년 당시 최초로 신설된 창의적연구진흥사업에 선정되어 ‘초고속 광물성제어 연구단’의 단장으로도 활동하시었다. 김동호 교수님은 또한 지금까지 총 12회 개최된 Asian Conference on Ultrafast Phenomena(대만 타이베이에서 2025년 제13회 학회 개최 예정)의 제1회 학회를 2000년에 대전 KRISS에서 개최하셨으며, 아시아의 초고속 레이저 분광학 연구자들의 지속적인 교류의 장을 만드시는 데에 큰 기여를 하셨다.
김동호 교수님은 2000년 연세대학교 화학과 부임과 함께 창의적연구진흥사업 2단계를 시작하며, 초고속 레이저 분광 기술을 바탕으로 기능성 파이 전자 시스템의 광물성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이어 나가셨다. 또한, 2006-2009년에는 2단계 BK21 사업단(나노 바이오 분자 집합체 사업단), 2008 -2013년에는 WCU 연구 사업단(지능형 나노 복합체 사업단)의 사업단장을 역임하셨다.
지난 30여 년간의 초고속 레이저 분광 연구 분야에서 김동호 교수님께서 남기신 주요 발자취를 아래와 같이 요약해보았다.

1) 용액상 풀러렌(C60)의 발광 성질 규명 : 탄소 원자 60개가 축구공 모양처럼 결합된 풀러렌은 1985년 처음 발견되었으며, 1996년 노벨 화학상의 주제이기도 하였다. 최초 발견 이후, C60의 들뜬 상태 물성은 순간 흡수 분광으로만 연구되었을 뿐, 발광에 대한 특성은 보고되지 않았다. 1992년 김동호 교수님은 상온에서의 C60의 용액상 발광 스펙트럼 및 들뜬 상태 감쇠 신호를 세계 최초로 보고하셨다.(참조: J. Am. Chem. Soc. 1992, 114, 4429–4430)
2) 인공 광합성 모방 시스템–포피린(Porphyrin) 집합체에서의 에너지 및 전하 전달 및 엑시톤 결맞음 현상 연구: 포피린은 네 개의 피롤(pyrrole)고리가 연결된 대표적 킬레이트 화합물이며, 내부에 다양한 금속이 배위될 수 있어 그에 따른 물리/화학적 특성을 나타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포피린 유도체 중 하나는 마그네슘이 배위된 클로로필로써 자연계에서 빛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바꾸는 광합성 작용에서의 매우 중요한 발색단이며, 이들의 특별한 성질은 발색단의 공간적 배열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성을 모방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김동호 교수님은 포피린 계열 합성 분야의 전문가인 일본 교토대학교의 Atsuhiro Osuka 교수님에게 먼저 여러 형태의 분자 구조를 제안하여 공동연구를 시작하였다. 공동연구가 진행될수록 초기에 우려되었던 합성적 어려움은 해소되어 갔으며, 분광실험의 경험과 이해, 포피린
인공 광합성 시스템의 광학 특성에 대한 이해 또한 갈수록 깊어 갔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포피린 집합체에서의 에너지 및 전하 전달 현상 및 엑시톤(빛에 의해 생긴 정공-전자 쌍에 해당하는 준입자) 결맞음 현상 등을 초고속 레이저 분광 및 단분자 분광 기술을 통해 연구하시어 수많은 우수한 연구성과들을 발표하셨다.(참조 : Acc. Chem. Res. 2004, 37, 735–745.; Acc. Chem. Res. 2009, 42, 1922–1934.; Chem. Soc. Rev. 2012, 41, 4808–4826)
3) 확장 포피린에서의 방향성/반방향성에 대한 분광학적 연구 : 포피린보다 더 많은 피롤 단위체를 가지고 있는 화합물을 확장 포피린(expanded porphyrin)이라고 하며, 이들은 근적외선 염료, 광감응제, 이광자 흡수 등 다양한 응용성을 보이며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이끌고 있는 물질이다. 확장 포피린 시스템이 특히 주목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파이 공액 경로에 존재하는 파이 전자의 개수를 조절하여 고리형 분자의 방향성(aromaticity) 및 반방향성(antiaromaticity)을 조절하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즉, 같은 골격을 가지면서 파이 전자의 개수가 다른 분자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김동호 교수님은 (탈)양성자화, 전기/화학적 산화/환원 및 온도 조절 등과 같은 방법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셨다. 또한, 이전에는 이론적으로만 제시되었던 뫼비우스 방향성/반방향성을 가진 분자를 합성을 통해 구현하고 이들의 성질을 다양한 분광학적 방법을 통해 규명하셨으며, 그 이외에도 꼬인 휴켈 방향성/반방향성, 거대 확장
포피린에서의 방향성 및 이중 방향성에 대한 많은 연구결과들을 발표하셨다.(참조 : Chem. Commun. 2008, 3, 249–356; Nat. Chem. 2009, 1, 113–122; Chem. Soc. Rev. 2010, 39, 2751–2767; Chem. Rev. 2017, 117, 2257–2312; Nat. Chem. 2017, 9, 1243–1248)
4) 들뜬상태 방향성/반방향성 뒤집힘 가설에 대한 분광학적 증명 : 파이 공액 분자의 광물리적 성질은 대개 그 분자의 가장 단일항 들뜬 상태 (S1) 또는 삼중항 들뜬 상태(T1)에 의해 결정된다. 분자의 방향성/반방향성은 일반적으로 바닥상태에서 핵자기공명 분광법과 같은 접근법을 통해 많이 연구되었지만 들뜬 상태에서의 방향성/반방향성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였다. 특히, 삼중항 들뜬 상태에서는 바닥 상태의 방향성/반방향성이 역전된다는 베어드 법칙(콜린 베어드가 1972년에 제안)이 이론적으로 제안되었지만, 해당 이론에 대한 실험적 검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동호 교수님은 바닥 상태에 서의 전자 흡수 스펙트럼에 기반하여 분자의 방향성/반방향성을 유추한 본인의 선행 연구에 착안하여, 순간 흡수 분광법으로 측정한 들뜬 상태의 흡수 스펙트럼을 정확히 추출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하셨다. 이를 통해 삼중항 상태에서의 들뜬 상태 방향성 역전 현상을 2015년 세계 최초로 분광학적으로 규명하셨으며, 이어서 단일항 들뜬 상태에서의 방향성 역전 현상 및 시간 분해 진동 분광법을 통한 방향성 역전 현상을 성공적으로 밝혀내셨다.(참조: Nat. Chem. 2015, 7, 418–422; J. Am. Chem. Soc. 2015, 137, 11856–11859; Acc. Chem. Res. 2018, 51, 1349–1538)
5) 선형/고리형 공액 올리고머에서의 초고속 엑시톤 동역학 연구: 파이 공액 고분자는 저비용, 용액 공정성, 유연성 및 기능화의 다양성과 같은 장점으로 유기 광전자 소자의 기초 물질로 예로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고분자의 광물리적 성질은 일반적으로 국소적인 부분에서의 엑시톤의 거동에 의존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고분자의 특성상 매우 이질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구조-성질 상관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김동호 교수님은 구조적으로 잘 정의된 선형 및 고리형 공액 올리고싸이오펜을 초고속 레이저 분광법 및 단분자 분광법을 통해 연구하여 그 안에서 발생하는 엑시톤 비편재화/편재화 및 구조 변화 거동 등과 같은 복잡한 광물리 현상을 성공적으로 규명하셨고, 이를 통해 공액 고분자 시스템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성질 상관관계에 해당하는 중요한 기초 정보를 학계에 보고하셨다.(참조: Chem. Soc. Rev. 2018, 51, 4279–4294)
6) 페릴렌 비스이마이드 자가 조립체에서의 초고속 엑시톤 동역학 연구 : 분자 자가조립은 자연계 광포집 시스템뿐만 아니라, 분자 기반 나노 소자 등과 같은 분야의 기초가 되는 현상으로써, 적층 형태에 따라 발색단 사이의 엑시톤 상호작용이 달라지고 이로 인해 들뜬 상태의 포텐셜 에너지가 바뀌며 결과적으로 시스템의 광물리적 특성이 변한다. 특히, 발색단들이 마주보고 적층 되어있는 H-형(hypsochromic의 약자) 구조는 가장 낮은 들뜬 상태의 진동자 세기가 매우 작아 낮은 발광 특성을 보이며, 일반적으로 엑시머(excimer)에 해당하는 장파장 영역의 넓은 반치폭의 스펙트럼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당시에 H-형 적층 구조에서 발생하는 초고속 엑시톤 동역학을 발광 분광법의 형태로 분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김동호 교수님은 넓은 파장 영역대의 신호를 한 번에 관측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200 펨토초 미만의 시간 분해능을 가지는 광대역 형광 상위 전환(broadband fluorescence upconversion)
분광법을 활용하여 세계 최초로 페릴렌 비스이마이드 H-형 자가 조립체에서 발생하는 50 펨토초 영역의 결맞음 엑시톤 수송, 엑시톤 편재화 및 200 펨토초 영역의 엑시머 형성 동역학을 시간 분해 형광 스펙트럼을 통해 규명하셨다. 또한 페릴렌 비스이마이드 이합체 사이의 연결체를 조절하여 단일항 분열(singlet fission)이 발생할 수 있는 최적의 분자 구조를 제시하셨다. (참조: Nat. Commun. 2015, 6, 8646; J. Am. Chem. Soc.2018, 140, 4253–4258; J. Am. Chem. Soc. 2020, 142, 7845–7857)
7) 시간 분해 순간 유도 라만 분광 기술을 이용한 유기 분자체의 초고속 구조 변화 동역학 연구: 전자 전이(흡수 및 발광)에 근거한 일반적인 펨토초 시간 분해 분광 기술은 동역학의 속도를 재기엔 충분하지만, 해당 동역학에서 구조 변화가 수반되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김동호 교수님은 10 펨토초의 시간 분해능을 바탕으로 분자의 진동 결맞음 현상을 일으켜서 들뜬 상태 라만 스펙트럼을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시간 분해 순간 유도 라만 분광 기술을 세계 최초로 유기 파이전자 시스템에 접목하셨다. 전자 주개-받개 시스템에서의 전하 이동 현상, 페릴렌 비스이마이드 이합체에서의 엑시머 형성 구조 변화 동역학 등과 같이 기존의 분광 기법으로는 쉽게 밝혀내지 못하였던 구조 변화 동역학에 대한 자세한 메커니즘을 학계에 제시하셨다.(참조: Angew. Chem. Int. Ed. 2020, 59, 8571–8578; J. Am. Chem. Soc. 2020, 142, 1564–1573; Angew. Chem. Int. Ed. 2022, 61, e202114474)
김동호 교수님은 지금까지 약 600여 편의 SCI 논문을 발표하셨으며, 그 중 J. Am. Chem. Soc.는 112편, Angew. Chem. Int. Ed.는 77편에 이를 정도로 우수한 연구 결과를 많이 도출하셨다. 또한, Journal of Physical
Chemistry, Journal of Porphyrins and Phthalocyanine,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과 같은 국제 학술지의 편집위원 및 편집장을 역임하셨다. 이러한 업적들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김동호 교수님은 다음과 같은 국내외의 저명한 상들을 수상하셨다: 1995 제28회 과학의 날 기념 대통령표창(한국과학재단); 2002 한국과학기술 한림원 정회원 선출(한국과학기술한림원); 2006 초대 11인의 국가 석학 선정(교육인적자원부); 2007-2023 언더우드 특훈교수 선정(연세대학교, 5회연속 선정); 2009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교육과학기술부); 2017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미래창조과학부(순수기초·인프라분야 최우수성과로 선정); 2017 제4회 FILA 기초과학상(한국과학기술한림원); 2017 과학기술훈장(도약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7 Xingda Lectureship Award(Peking University); 2017 Emanuel-
Vogel-Lecture(Cologne University); 2018 제121회 대한화학회 학술상(대한화학회); 2019 The JPA Honda-
Fujishima Lectureship Award(The Japanese Photochemistry Association); 2020 Hans Fisher Award
(Society of Porphyrins & Phthalocyanines); 2020 제29회 수당상(기초과학부문, 수당재단); 2022 Toray Prize(도레이 과학기술상, 도레이과학진흥재단); 2023 The Masuhara Lectureship Award(Asian and Oceanian PhotochemistryAssociation); 2023 제68회 대한민국학술원상(기초과학부분, 대한민국학술원); 2024 Morino Lectureship Award(Morino Science Foundation); 2024 Porter Medal(Porter Medal Committee)
김동호 교수님은 또한 다양한 국제학회(ICPP-7, 7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Porphyrins and Phthalocyanines; ICORS 2018: The 26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Raman Spectroscopy; APC 2021:
The 11th Asian Photochemistry Conference)의 조직 위원장을 맡아 대형 국제학회들을 국내에서 개최하시고,
International Conference on Photochemistry, IUPAC Photochemistry, Asian Photochemistry Conference
등 여러 학회의 국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시어 우리나라의 초고속 분광 관련 연구 분야 국제화 수준에 대한 양자 도약을 이루어 내셨다. 뿐만 아니라, 1993년 대한화학회 화학세계 편집위원, 1994년 대한화학회 물리화학분과회 총무
간사, 2020-2022년 Bulletin of the Korean Chemical Society 국제편집자문위원, 2022년 대한화학회 물리화
학분과회 회장을 맡으시고, 대한화학회 및 물리화학분과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셨다.
김동호 교수님께서는 언제나 모든 일에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하셨다. 특히 교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자주 강조하셨던 말씀 중 가장 깊은 울림이 남는 말은,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시야를 넓혀라. 그리고 변화를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발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이다. 그러나 제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김동호 교수님은 단순히 최선을 다하는 것을 넘어, 연구를 진심으로 즐기시는 분이시다. 논어의 유명한 구절인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처럼, 교수님은 연구를 즐기는 자세로 진정한 열정과 몰입을 보여주셨다. 이러한 마음가짐 이야말로 김동호 교수님께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세계적인 연구자로 자리매김하신 비결이라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글 연세대학교 화학과 조교수 김우재
연세대학교 화학 및 의화학과 부교수 양재성
순천향대학교 화학과 조교수 오주원
조선대학교 화학과 교수 임종국
경북대학교 화학과 조교수 임종민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 교수 정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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