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빛낸 화학자 31 (2025년 4월호)
- 성완 박
- 3월 31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4월 1일
서세원(徐世源) 서울대학교 교수(1951~)

구조생물학의 개척자
1982년부터 2016년까지 34년간 서울대학교 화학부 교수로 재직하신 서세원 교수님은 한국 단백질 구조생물학의 기초를 세우고, 이 분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신 위대한 스승이자 연구자이십니다. 교수님께서는 연구실에서 끊임없이 이어진 불빛처럼 한결같은 열정으로 연구와 교육에 몰두하셨습니다. 그 기간 동안 24명의 박사와 59명의 석사를 배출하셨으며, 이들을 통해 한국의 구조생물학계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단백질 구조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연구 초창기에는 실험 및 측정장비와 환경의 부족으로 단백질 구조 연구를 수행하기 어려웠으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제자들과 함께 기반을 세우고 실험환경을 조성해 나가면서 세계적인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서세원 교수님께서는 실험실의 기반 확충 뿐 아니라 국가대형장비인 방사광 가속기의 설립과 운영시스템 구축에 열정적으로 공헌하심으로써, 가속기 시설이 하나도 없어 외국 출장을 통해서만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던 우리나라의 연구환경이 최고의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기여하셨습니다. 제자들을 비롯한 후배 연구자들의 연구인프라가 이때를 기준으로 큰 전환점을 맞아 폭발적인 연구성과를 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선도연구를 이끌어가는 계기가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연구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었지만, 교수님과 함께한 제자들의 공통된 기억은 ‘꾸준함’과 ‘철저함’일 것입니다. 단백질 결정샘플을 얻기 위해 늘 일정하게 유지되던 연구실의 온도와 습도만큼이나, 교수님께서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철저한 자기관리와 따라갈 수 없는 성실한 모습으로 몸소 제자들에게 그 가치를 배우게 하셨고 이 경험은 제자들의 연구 인생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학문적 발자취
서세원 교수님은 1951년에 태어나 1973년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셨고, 물리화학 전공으로 석사학위 과정을 받으셨습니다. 이후 UCLA에서 David Eisenberg 교수님 지도 아래 단백질결정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으며, 특히 RuBisCO에 대한 연구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박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NIH의 David Davies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후과정을 수행하며 항체 구조 등 생화학 연구의 깊이를 더하셨습니다. 1982년 서울대학교 화학과에 부임한 이후, 서 교수님은 2009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Thomas A. Steitz 교수님 연구실과 공동으로 Taq DNA polymerase를 비롯한 생체시스템의 근본적인 질문을 해결해 나가셨을 뿐만 아니라 병원성 세균의 독성 인자의 작용 원리를 밝혀나감으로써 항생제 개발을 위한 필수적인 기초정보를 제공하는데 열정을 쏟으셨습니다. 이는 단백질 결정학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로 이어져 220여 편의 SCI논문을 게재하셨으며, Protein Data Ban 대표적으로, 「Nature」, 「Nature Structural Biology」, 「Molecular Cell」과 같은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에 여러 차례 연구 결과를 발표하셨습니다. 이와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 한국생화학회 동헌생화학상, 금호문화재단의 금호생명과학상, 대한화학회 학술상, 제12회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연구대상, 제56회 대한민국학술원상 등을 수상하셨습니다.

연구실의 성장과 발전
서세원 교수님의 연구실은 국내 단백질 결정학 분야를 개척하였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연이어 발표하면서 결정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초기에 연구 유산이 없고 열악한 환경에서 실험실을 시작하였지만 연구에 대한 열정으로 서서히 단백질 생산과 결정학 연구를 위한 선진 장비와 기법을 도입하여 연구환경을 구축해 나갔고,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연구 규모는 점차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단백질 구조생화학 분야의 글로벌 선도연구실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연구 초기에 국내에는 가속기가 없어서 방사광을 이용한 연구를 못 했기 때문에 매년 여름 방학 때는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위치한 BNL NSLS(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 National Synchrotron Light Source)에서 방사광 실험을 하셨고, 이후 일본 쯔쿠바시에 있는 PF(Photon Factory)에서 실험을 하였습니다. 이때 교수님께서 직접 실험을 수행하셨고 이를 통해 포항 가속기 연구소가 설치되기 전에 많은 한국인들이 방사광 실험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셨습니다. 제자들을 비롯한 많은 한국의 구조생물학자들은 교수님의 선도적인 국제적인 네트워크에 많은 혜택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해외 방사광 가속기 인력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사광 X-선을 활용하여 고해상도 구조 연구를 진행하셨으며, 그 결과 많은 단백질의 기능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실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발전시켜 왔으며, 이러한 노력이 한국을 넘어 국제 결정학 연구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서세원 교수님의 연구실은 체계적이었고 철저한 연구 관리를 중요시하셨는데, 교수님은 실험 데이터를 꼼꼼하게 정리하고 여러 개 백업하게 하시는 것으로 유명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험 매뉴얼과 논문을 함께 정독하면서 스스럼없이 토론하길 즐겨 하셨고, 늘 최신 서적이나 웹사이트, 강연 동영상 등을 수집해 제자들과 공유해 주셨습니다. 이러한 연구실 문화는 제자들에게 깊이 뿌리내렸고, 그 결과 제자들은 각자의 연구 분야에서 또 다른 ‘리틀 서세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학계와의 연대와 국제적 위상
서세원 교수님은 연구실의 운영뿐 아니라 학술 발전을 위해서도 활발하게 활동하셨습니다. 교수님은 한국결정학회 회장, 대한화학회 생명화학분과회 회장을 역임하셨고, 아시아결정학회(AsCA) 학술위원장, 부회장, 회장으로도 활동하시며 아시아 단백질구조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교류를 촉진하셨습니다. 특히 2010년에는 아시아결정학회를 최초로 한국에 유치하여 부산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하셨고, 이로 인해 한국의 결정학 분야가 국제적으로 더 주목받는 계기를 마련하셨습니다. 이와 같은 경험과 국제적 위상을 발판으로 2022년에는 제주도에서 두 번째 아시아결정학회(조직위원장: 제자 김경규 교수)가 성황리에 개최하는 성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은 국제결정학연합(IUCr)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아 한국이 국제 학계에서 인정받는 발판을 마련하셨습니다. IUCr Journal인 Acta Crystallographica Section F 및 Molecules and Cells, 대한화학회 Bulletin지의 편집위원을 역임하시며 학술지의 발전에도 기여하셨을 뿐만 아니라, 한국 결정학 분야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셨습니다. 서세원 교수님은 2000년대 초반에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Structural Genomics 연구도 시작을 하셨습니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여러 consortium 중 서 교수님은 Tuberculosis Structural Genomics Consortium에 참여하여 결핵균에 존재하는 많은 단백질의 구조-기능 관계를 밝혔습니다.

스승 그 이상의 가치
서세원 교수님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제자들을 향한 끊임없는 관심과 지도였습니다. 교수님은 석ᆞ박사 과정의 제자들에게 단순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철저한 연구 방법과 과학자로서의 윤리 및 겸손한 학문적 태도를 가르치셨습니다. 매년 제자들은 교수님을 찾아뵙고 있고, 교수님은 여전히 연구방향과 제자들의 일상에 관심을 가지고 제자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테니스를 즐기시고, 클래식 기타를 연습하시며, 스페인어도 새로 배우시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시는 교수님의 온화하지만 여전히 성실하신 모습은 늘 제자들을 웃음짓게 합니다. “Seeing is believing”이라는 말처럼, 서세원 교수님은 단백질 구조 연구뿐 아니라 제자들에게 학자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보여주신’ 학자의 모습은 우리에게 교과서와 같은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서세원 교수님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며,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글 서세원 교수님 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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