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빛낸 화학자 32 (2025년 4월호)
- 성완 박
- 3월 31일
- 4분 분량
이윤섭(李允燮) KAIST 교수 (1950~)

이윤섭(李允燮, Yoon Sup Lee) 교수님은 1950년 서울에서 태어나 1969년 서울대학교 화학과에 입학하셨다가 미국으로 유학하여 1973년에 드루(Drew)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셨고, 1977년 캘리포니아(California)대학교 버컬리(Berkeley) 캠퍼스에서 피쳐(Pitzer) 교수님의 지도하에 상대성 유효중심 포텐셜 방법을 개발하고 간단한 원자나 분자에 응용하는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셨다. 1979년까지 동대학교의 로렌스 버클리 랩(Lawrence Berkeley Lab.) 연구소에서 후속 연구를 하셨고, 1982년까지 시카고(Chicago) 대학교 제임스-프랭크(James-Frank) 연구소의 프리드(Freed) 교수님 연구실에서 다체섭동론의 일종인 유효 해밀토니안(Effective Hamiltonian) 관련 연구를 하셨고, 1983년까지 게인즈빌(Gainsville) 소재 플로리다(Florida) 대학교 양자이론프로젝트(Quantum Theory Project) 연구소의 바틀렛(Bartlett) 교수님 연구실에서 연결뭉치이론(Coupled Cluster Theory)을 연구하셔서 CCSD-T1계산방법을 개발하셨는데, 이는 삼중들뜸(triple excitation)이 포함된 최초의 연결뭉치이론방법이다. 1983년도에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에 조교수로 부임하여, 부교수와 정교수를 거쳐, 2016년 정년퇴임하셨다.
교수님의 연구는 원자나 분자 등의 화학종을 대상으로 상대성 효과를 포함한 전자구조 계산방법의 개발과 응용을 치중하셨는데, 그 내용을 소개하기 위하여, 먼저 상대성 효과가 포함되지 않는 계산방법을 설명한 후, 상대성효과가 포함된 계산방법을 소개하겠다.

기체상태의 원자나 분자에 대한 슐레딩거 파동방정식을 풀이하면, 분자의 기하구조, 총에너지와 여러 가지 성질들을 계산할 수 있다. 이런 성질들에는 열역학적 성질들과 분광학적인 성질들도 포함된다. 계산결과의 정확도가 실험결과의 정확도와 비슷하거나 혹은 정확도는 조금 떨어져도 실험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면 원자나 분자의 특성을 예측할 수 있고, 실험연구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계산의 정확도가 충분한 슐레딩거 파동방정식의 풀이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전자가 2개 이상인 원자나 분자에 대한 슐레딩거 파동방정식을 정확하게 풀이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근사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전자들이 독립적으로 움직인다고 가정하고, 각각의 오비탈에 전자들을 배치하는 경우의 수가 한가지인 경우나 여러 가지인 경우를 대상으로 파동방정식을 자기일치장 방법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전자를 하트리-폭(Hartree-Fock, 앞으로 HF라고 함) 방법이라고 하고 후자를 다중배치 자기일치장(Multiconfigurational Self-Consistent Field, 앞으로 MCSCF 혹 은 CASSCF라고 함) 방법이라고 한다. 이들 방법으로 얻은 계산결과에는 전자상관성이 무시되어 있다. 이를 포함시키기 위해서 섭동이론(Perturbation Theory), 배치상호작용(Configuration Interaction) 방법, 연결뭉치(Coupled Cluster) 방법을 이용한다. 이런 상관성 효과가 포함된 계산방법을 실행하면 계산시간이 많이 소모된다. 계산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여 내부전자 고정 근사(Frozen Core Approximation)를 사용할 수 있다. 이 근사는 원자나 분자의 화학적인 성질은 원자가 전자(valence electron)들에 의존하며, 원자의 내부전자(core electron)는 고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근사를 이용하면 원자의 내부전자가 원자가 전자들에 미치는 효과를 포텐셜로 치환할 수 있는데, 이를 비상대성 유효중심포텐셜(Nonrelativistic effective core potential, 앞으로 NREP 라고 함)이라고 하며 하트리-폭(HF) 수준에서 계산한다. 원자번호가 20 이상인 원자의 경우에 이 근사를 이용하면 계산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

이제부터 상대성 효과가 포함된 계산방법을 소개한다. 무거운 원자가 포함된 화학종의 경우에는 슐레딩거 파동방정식을 풀이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상대성 효과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원자나 분자에 상대성 효과를 포함하는 해밀토니안을 구성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자유전자를 디랙(Dirac) 연산자로 표현하고, 전자간 상호작용은 쿨롬(Coulomb) 연산자로 표시하고 이들 연산자의 합으로 구성된 디랙-쿨롬(Dirac-Coulomb) 해밀토니안을 이용한 파동방정식을 풀이하는 것이다. 이 파동방정식을 독립전자근사의 방법(Dirac-Fock 방법)로 풀이하면, 오비탈에 해당하는 스피너(Spinor)가 나오는데, 이것은 4가지의 성분(2개의 큰 성분, 2개의 작은 성분)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상대성 효과가 포함된 전자구조계산을 수행하는 것은 비상대성계산의 경우보다 매우 큰 컴퓨터의 자원과 긴 계산시간이 필요하다 (예로써 1985년경에2주기의 이원자분자가 특정한 결합길이를 가지는 경우에 KIST에 있던 대형 IBM 컴퓨터에서 한 달간 계산을 수행하여도 파동함수가 수렴되지 않았다. 아마도 수렴된 결과를 얻으려면 수개월의 계산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따라서 상대성 효과가 포함된 전자구조 계산에는 계산의 정확도가 유지되면서도 효율적인 계산방법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윤섭 교수님은 박사과정생일 때, NREP를 계산하는 방법을 상대성 효과가 포함되는 경우로 확장하셨다. 이때 생성되는 유효중심포텐셜을 상대성 유효중심포텐셜(relativistic ECP, 앞으로 REP라고 함)이라 한다. 또한 스피너의 4성분중에서 2개의 큰 성분만을 유지하고, 2개의 작은 성분을 생략하여도 정확도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밝혔다. 앞으로 언급할 REP를 활용한 계산의 스피너는 2개의 큰 성분만 가진다. REP를 이용한 계산의 스피너들은 시간반전대칭성(Time reversal symmetry) 혹은 크래머스 대칭(Kramers’ symmetry)을 가진다. REP를 이용하여 원자와 이원자분자 등에 응용하는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유효중심포텐셜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을 개발하였는데, 이를 오비탈 모양일치(shape-consistent) 유효중심포텐셜라고 한다. 이 방법은 유효중심포텐셜을 계산하는 방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REP에서 스핀-오비트(Spin-Orbit) 상호작용(앞으로 SOREP이라고 함) 부분을 제거하면, 평균적인 REP(average REP, 앞으로 AREP라고 함)이 되는데, 스칼라 상대성효과만을 포함한다. AREP의 수학적인 표현형태가 NREP와 동일하여, AREP는 비상대성 전자구조 계산에도 활용할 수가 있다. 원자번호가 30번 이상인 원자를 포함하는 분자를 계산할 때는 AREP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상대성 효과가 포함된 전자구조를 계산할 때 HF단계에서부터는 REP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HF단계에서는 AREP를 이용하고 전자상관성 효과를 포함시킬 때 SOREP를 추가로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원에 부임한 이후에, 이윤섭 교수 연구진은 REP를 이용하여 상대성효과가 포함된 전자구조 계산방법들을 개발하였다. 가장 먼저 HF수준에서 크래머스 대칭성을 따르는 파동함수를 얻는 크래머스 대칭 제한 하트리-폭(Kramers’ Symmetry Restricted HF, 앞으로 KRHF이라고 함)과 KRHF 결과에 2차 몰러-플러셋(Moller-Plesset) 섭동을 포함하는 KRMP2을 개발하였다. 이 방법은 상관성 효과를 포함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또한 열린 껍질의 분자를 간단하게 취급하기 위하여 크래머스 대칭성을 따르지 않는 파동함수를 얻는 크래머스 대칭 비제한 하트리-폭(Kramers’ Symmetry Unrestricted HF, 앞으로 KUHF이라고 함) 방법과 KUHF 결과에 2차 몰러-플러셋 섭동이론을 적용한 KUMP2을 개발하였다. 여러 개의 전자배치를 포함하는 파동함수를 이용하는 KRCASSCF를 개발하고, KRCASSCF 파동함수에 2차섭동을 포함하는 KRCASPT2를 개발하였다. 이런 계산방법을 이용하여 분자의 기하구조 최적화하는 방법과 동적반응좌표를 구하는 연구도 수행하였다. 또한 해외의 다른 연구진이 개발한 프로그램에 REP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조하여, KRCCSD(T)의 계산도 가능하도록 하였다.

또한 DC 해밀토니안을 이용한 파동방정식을 풀이하는 계산방법을 열린 껍질의 분자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확장하였으며, 또한 전자간 상호작용을 표현하기 위하여 쿨롬연산자뿐만 아니라 브라이트(Breit) 연산자를 포함하도록 확장하기도 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스피너의 큰 성분들과 작은 성분들을 나타내는 기저함수들 사이에 특정한 조건(Relativistic kinetic balance라고 함)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처럼 이윤섭 교수님은 순이론적 양자화학 계산방법의 개발 연구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 일련의 상대성 효과를 포함하는 전자구조 계산방법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지금까지 214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하셨고, 석사 31명과 박사 24명을 양성하셨다. 졸업생들은 대학교수, 대기업의 연구원과 임원, 변리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학술 업적으로 대한화학회의 입재물리화학상(2001)과 이태규 학술상(2004)을 수상하셨다. 이윤섭 교수님은 대한화학회와 물리화학분과회의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하셨다. 「Bulletin of the Korean Chemical Society」의 편집위원(1996-1997), 편집장(2008-2012)을 역임하였고, 물리화학분과회장(2007)도 역임하였으며, 국내 물리화학 분야 연구활동의 국제화에도 기여하셨다. 교수님은 IUPAC의 물리분과위원이셨고, 1992년과 2007년에 한국-일본 물리화학 학술회의를 조직하셨고, 1997년과 1999년에 한국-프랑스 물리화학학술회의를 조직하셨고, 2014년 APCTCC 2014(Asia Pacific Conference of Theoretical and Computational Chemistry 2014)를 김광수 교수님과 공동으로 조직하셨다.
글 경북대학교 응용화학과 교수 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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