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빛낸 화학자35(2025년 6월호)
- 성완 박
- 6월 2일
- 3분 분량
진정일(陳政一) 고려대학교 교수(1942~)

진정일 교수는 서울대학교 문리대 화학과에서 학사(1964년) 및 석사(1966년) 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1969년 뉴욕시립대학교에서 고분자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취득 후, Stauffer Chemical Company의 Eastern Research Center에서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1974년부터 고려대학교 화학과 및 융합대학원에서 후학을 양성하였다. 현재는 한국과학문화교육단체연합 이사장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로 펠로, 영국왕립화학회 및 아시아화학연합회의 펠로, 미국 ACS PMSE 펠로, 중국 길림대 및 북경화공대 명예교수,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진정일 교수는 고려대학교 화학과 부임 이후로 두 개 이상의 메소겐(mesogen)을 갖는 액정 화합물 분야의 세계적 개척자로서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하였다. 전도성 고분자, 전계발광 고분자 및 생체 고분자 중의 하나인 DNA의 재료과학 등의 연구에서 400여 편 이상의 논문을 세계적 학술지에 발표하였고, 많은 학술회에 연사로 참여하였으며 130여 명의 석박사학위 연구자를 배출하는 등 고분자과학 연구와 교육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공로로 고려대학교 학술상(1986), 고분자학회 학술상(1988), 세종문화상(1998), Flory 상(2005), 수당상(2006), 중국 우의장(2010), 과학기술훈장 창조장(1등급, 2013), 나노과학 나노기술 발전 유네스코 메달(2016) 등을 수상하였다.


진정일 교수는 대한화학회장, 한국고분자학회장, 한국과학기술학회장, 한국과학편집인협회장, 아시아고분자연합회(FAPS) 창립회장, 영국왕립화학회(RSC) 석학회원, 미국화학회(ACS) 석학회원, 아시아화학연합회 석학회원, 한국과학문화진흥회 회장,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부회장, 한국과학재단 부이사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사 및 종신회원, 고려대학교 대학원장 및 고려대학교 부총장(권한대행), KU-KIST 융합대학원 초대원장 및 KU-KIST 융합대학원 석좌교수 등을 역임하였으며,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회(IUPAC)의 고분자화학분과회장(2006‧2007) 및 회장(2008‧2009년)을 역임하였고, 2020년 IUPAC 명예 석학회원으로 추대되었다. 아울러 진정일 교수는 아시아고분자연합회(FAPS) 및 아시아 과학기술 편집자 협회(CASE)를 창립하였다. 그는 한국 고분자화학의 대부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다.
진정일 교수는 활발한 국제적 활동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외국 과학자들과 많은 협력을 통해 우리 나라 과학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 과학자다.
진정일 교수의 주요연구 분야와 업적은 아래와 같다.
1. 액정성 주사슬 폴리에스테르에 관한 연구

진정일 교수는 우리 나라에 액정 고분자라는 술어와 개념을 최초로 소개하였다. 액정 고분자의 세계적 선구자로 액정성 폴리에스테르 고분자의 구조와 액정 특성 간의 상관 관계를 밝히고, 수많은 논문을 세계적인 고분자 학술지에 발표하였다. 곁사슬 액정 고분자보다 늦은 1970년대 중반부터 세계적 관심을 끌기 시작한 주사슬 액정고분자 중 방향족 액정 폴리에스테르류가 진정일 교수의 주 연구 테마였다. 진정일 교수와 연구진은 방향족 고리 구조, 주사슬에 유연 격자의 유무, 종류, 길이 등을 체계적으로 변화시켜 이들 구조적 변수가 주는 액정성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해 세계 주사슬 액정고분자 분야 연구를 이끌었다. Advanced Polymer Science지에 소개된 논문은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이 되었다. 해당 분야의 연구를 위해서 국내 여러 연구진 뿐만 아니라, 해외 과학자들과도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2. 다메소겐(polymesogen) 액정 개발

액정은 결정을 형성할 수 있는 구조인 메소겐성 중심부(mesogenic core)와 유동성을 제공하는 말단 유연사슬(flexible chain)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인 액정 화합물은 하나의 메소겐이 유연사슬에 연결된 구조를 갖지만, 진정일 교수팀은 두 개 이상의 메소겐을 연결한 다메소겐 화합물을 개발하고 해당 화합물들의 액정 특성을 조사하였다. 무엇보다도, 도입된 두 개의 메소겐과 유연사슬 및 유연격자의 종류 및 길이를 체계적으로 변화시키면서 나타나는 액정 특성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다이메소겐(dimesogen) 액정 화합물 분야의 연구를 선도하였다. 그 중에서 진정일 교수팀이 개발한 KI5는 지금까지도 단일 화합물로는 가장 많은 상전이를 나타내는 물질로 보고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진정일 교수팀은 메소겐을 고분자 주사슬 및 곁사슬에 도입한 액정 고분자에 관한 연구에서도 괄목할만한 연구성과를 발표하였다.
3. 전기 발광용 고분자 개발

1990년 Nature지에 poly(p-phenylene vinylene) (PPV) 를 전기발광 고분자 물질로 사용된 예가 보고된 이후, 전기발광용 고분자 개발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PPV 자체의 낮은 용해도로 인해 고분자의 성형 및 물성 조절이 힘들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진정일 교수는 고분자 주사슬에 다양한 치환체가 도입된 신규 PPV 기반 고분자의 전기발광 특성에 관한 연구 성과를 발표하였다. 특히, 페닐렌 골격에 다양한 전기적 특성을 갖는 치환체가 도입된 PPV 유도체를 개발하고 이들 고분자의 전기발광 특성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다이페닐안트라센(diphenylanthracene) 골격을 알콕시 링커를 이용해 고분자 주사슬에 연결한 고분자는 도입된 치환체와 고분자 주사슬 사이의 에너지 전달을 통한 가시광선의 전 영역에서 발광하는 전기발광적 특성을 나타내었으며, 해당 결과를 Advanced Materials지에 발표하였다. 그 이외에도 다양한 치환체가 PPV 주사슬에 직접 또는 링커를 통해서 연결된 고분자들을 개발하는 등 PLED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그룹으로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고분자의 발광 특성을 조율하기 위해서 다수의 공중합체 기반 PLED를 개발하였고 이들의 전기발광적 특성을 발표하였다.
4. 화학 기상 중합법을 이용한 공액고분자 나노구조 합성

화학 기상 중합법{CVD(chemical vapor deposition) polymerization}은 기체 상태의 전구체를 고체 표면에서 화학 반응시켜 균일하고 고품질의 고분자 필름을 용매 없이 합성하는 공정이다. PPV의 낮은 용해도로 인한 고분자의 성형 및 물성 조절이 힘들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진정일 교수팀은 고상의 PPV 단위체를 기상으로 변환시킨 후 높은 온도에서 PPV 전구체로 변환시켜 고체표면에서 탈수소화염소 반응을 통해서 PPV를 합성하는 신규 합성법을 개발하였고, 해당 결과는 Nano Letters지에 발표하였다. 특히, 이 공정을 이용해 고분자의 radius of gyration(회전반경)으로 인해 용액공정에서는 불가능했던 나노스케일 템플레이트 안에서 공액고분자의 코팅을 가능하게 하였으며 벌크에서 관찰할 수 없었던 공액고분자 나노구조체의 독특한 광전기적 특성을 구현하였다. 뿐만 아니라, 해당 고분자의 탈수소화 반응을 통해서 낮은 온도에서 그래핀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하였다.
5. 과학 대중화

진정일 교수는 과학 대중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전국 초중고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 강연을 통해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고자 노력하였다. 뿐만 아니라, 프로야구 왜 나무 방망이 쓰나(동아일보사, 1998), 詩에게 과학을 묻다(궁리, 2012), 과학자는 이렇게 태어난다(궁리, 2017), 소설에게 과학을 묻다(궁리, 2018), 진정일의 화학카페(페이퍼앤북, 2024) 등 일반 대중을 위한 다수의 과학 도서를 집필하여 과학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글 이화여자대학교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김경곤
UNIST 화학과 교수 박영석
고려대학교 화학과 교수 천철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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