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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없다(2025년 11월호)

  • 작성자 사진: 洪均 梁
    洪均 梁
  • 2일 전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1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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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발전의 계기는 새로움에 대한 발견이자 혁신의 발명이기도 하지만, 앞을 틀어막고 있는 난관과 문제에 대한 해결과 극복이기도 하다. 도무지 해결되지 못할 것 같은 문제도 인류가 마주한 지식의 영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문제와 미궁에 빠져 있는 가장 쉬운 질문 사이의 간격을 좁혀 나가며 비로소 실마리를 찾게 된다. 납을 금으로 바꾸는 수천 년 동안의 불가능도 실효성이 없다 한들 이제 가능함은 입증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상이 화학자들에게 기대하는 문제의 해결은 이제 완전히 새로운 원소의 발견이나 혁신적인 신소재의 개발보다는 인류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직접적인 대상인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인류 거주 가능 환경을 유지 할 수 있는 최고이자 최후의 수단이 화학인 셈이다.


우리가 직면해 온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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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필자도 이전보다는세상 흐름에 관심을 더 갖게 된 것일지, 자연스레 불거져 나오는 문제가 예전보다 많아진 것인지 모르겠으나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우리 모두는 최근까지 직면해 온 문제들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 속 시작은 미세먼지에 대한 경고였다. 갑작스럽게 보도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에 대한 위험성 이 후 다양한 날씨 및 기후예보 시스템은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매우 드물게 맑거나 양호한 날이 있었고 대부분은 약간 혹은 매우 나쁜 경우였다. 심심찮게 최악이라는 경고와 함께 방독면을 쓰고 있는 아이콘이 공포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자연스레 공기 질이 나쁘니 외출을 삼가기도 하고, 부모님들은 자녀에게 마스크를 쓰고 외출할 것을 당부했다. 외부에서 시간을 보내고 귀가하면 막연히 목이 칼칼하고 따가운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곧 COVID-19 시대가 시작되며 미세먼지는 종 을 감추기도 관심에서 멀어지기도 했다. 마스크의 착용이 다른 이유로 필수가 된 이상 굳이 매일 수치를 찾아볼 필요도 없었고, 격리로 인해 공장 가동률이 감소하니 실제로 미세먼지 발생량이 급격히 감소하기도 했다. 흥미롭 게도 COVID-19의 충격은 지나가며 풍토병과 다름없이 여겨져 또다시 호흡기 감염증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하지 않게 되었으며, 산업은 복구되었지만 이제 우리는 미세먼지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신 새롭게 등장한 또 다른 경고가 있으니 미세플라스틱이다.

작은 미세플라스틱이 암을 비롯한 질병을 유발하며, 뇌에 유입되기까지해 기억 및 인지 장애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들은 두려움을 가중한다. 플라스틱의 유용함만큼이나 환경 및 보건 문제가 되어 지구 온난화와 맞물려가고 있다. 완벽하게 해결된 바 없지만 최근 10여 년 내 파도처럼 몰려든 이 문제들이 어려울지언정 인류가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영원의 화학물질

 

하지만 조금 더 은밀하고 다루기 어려운 문제가 또다시 나타나기 시작했으니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는 화학적 강인함으로 환경에 잔여하며 계속해서 누적되는 영원의 화학물질(Forever chemical)이다. 플라스틱의 모든 장점은 물리화학적 내구성에서 유래하며, 플라스틱의 모든 문제 역시 같은 곳에 기인한다고 했던가. 과불화 화합물(Perfluoroalkyl substance, PFAS)라는 이 영원의 화학 물질 역시 뛰어난 물성으로 인해 끝내 버티고 버텨 문제로 연결되는 역설적인 운명을 타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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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그대로 탄소가 골격을 이루는 유기물이 기본이나 보편적인 수소 대신 모두가 플루오린(F)으로 교체되어 과도한 양의 불소(플루오린)로 이루어진 물질이라 과불화 화합물이라 불린다. 시작은 미국의 거대 화학 및 섬유 기업 듀퐁(DuPont)에서 이루어진다. 새로운 냉매를 개발 하기 위해 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Tetrafluoroethylene) 기체를 연구하던 중, 실린더에 보관한 이 기체가 다음날 모두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용기의 중량은 변하지 않았기에 의아함 속에 잘라보니 내벽이 미끄럽고 왁스 같은 흰 물질로 뒤덮여 있었다. 바로 테플론(Teflon)의 탄생이었다. 열과 화학물질에 대해 극도로 높은 안정성을 보이던 테플론은 곧이어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우라늄 농축을 위해 사용된 부식성의 육플루오린화 우라늄UF6 의 제어에 사용된다. 세계대전 이후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눌어붙지 않는 조리기구의 코팅, 섬유 형태로 가공되어 선택적인 수분 배출과 방수가 가능한 고어텍스(Gore- Tex)를 만드는 데도 쓰이고 있다.

문제는 사용이 반복되며 미세하게나마 벗겨져 나가 하수를 타고 배출된 과불화 화합물들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 지이다. 소화기나 조리도구, 의류, 화장품을 비롯해 내구성과 내산성이 요구되는 모든 분야에서 과불화 화합물은 코팅 물질로 사용되고 있으며, 조금씩 벗겨져 나와 환경을 떠돌다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에 유입된다. 이미 밝혀진 사실들로 체내에서 면역 반응이나 갑상선 기능 이상, 지질 대사 문제로 인한 당뇨와 비만의 유발, 간 질환과 암, 그리고 생식 기능 이상을 종합적으로 발생시킨다는 심각한 위험성이 있다. 이미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도시 환경 에서는 유해 수준으로 농축되어 있기도 하다.



규제, 대체, 제거

 

특정한 화학 물질군이 지속적인 문제를 일으킴이 명백하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과거 오존층을 파괴해 인류는 피부암으로 고통받게 될 것이라는 프레온 가스의 위협도 사용 규제와 새로운 냉매 기술의 도입으로 극복되었다. 이미 대부분의 오존층이 복구되었으며 몇십 년 후에는 먼 과거와 같이 완벽한 복원이 가능한 것으로 시뮬레이션 된다. 영원한 화학물질 역시 같은 대응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사용에 대한 규제, 새롭고 안전한 물질로의 대체, 그리고 유출된 오염에 대한 제거가 이루어진다면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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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발빠르게 적용되는 것은 규제다. 세계적으로 테플론을 비롯한 플루오린 기반 물질들의 사용을 감축하거나 금지하는 방향으로 국가와 기업들은 의결하고 있다. 코팅 및 접착 분야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자 포스트-잇으로 유명한 3M 역시 2025년 말부터 과물화화합물을 만들고 적용하는 것을 중지하기로 발표한 지 오래다. 모두가 사용을 줄이거나 멈춘다니 걱정은 다소 줄어들지만, 반대로 또 다른 자그마한 걱정이 고개를 들이 민다. 다른 대안이 있는 것일까? 모두 이제껏 누려온 편리함을 과감히 포기할 준비가 된 것일까?

의외의 해결책은 ‘모두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는 관 점에서 시작된다. 플루오린이 연결된 탄소 사슬의 길이가 길면 길수록 더 큰 액체 반발성을 보여 기능이 뛰어나지 만, 독성이 높고 생물 축적율도 함께 증가한다. 오히려 짧은 사슬은 단순한 화학 분자로 인식되어 인체가 장내 미생물의 힘을 빌어 배출할 수 있으며 독성도 덜하다. 실제로 규제 논의에서도 탄소 8개 이상의 사슬은 사용 금지, 4~6개는 제한적으로 사용되며 그 이하 길이에 대해서는 문제없다. 현재 제안되는 새로운 방식은 기존의 고분자 물질의 말단에 매우 짧은 CF3 사슬을 여러 개 붙여 같은 효과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새로운 기술은 최소화된 환경 위험성과 더불어 기존 등급 기준에 따르면 기존 과불화 화합물 코팅과 동등한 6등급으로 평가되어 다양한 분 야에서 대체 가능하다.

영원한 화학물질의 영원성에 대한 화학적 분쇄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 최근에는 라디칼 반응을 비롯해 환경에 유출된 과불화 화합물의 분해 기술이 다각도에서 연구되고 있으며, 가장 뜨거운 환경 분야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대응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마 영원한 화학물질은 머지않은 시점에 더 이상 영원할 수 없을 것이며, 과거 영원할 것으로 여겨지던 물질이 존재했던 시대가 있었다는 소설적인 문구로 불리는 날이 현실이 될듯싶다. 그때를 맞이한다면 화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없다는 이야기를 마음속으로 되뇌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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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홍제 Hongje Jang


• KAIST 화학과, 학사(2004.3-2008.2)

• KAIST 화학과, 박사(2008.3-2013.8, 지도교수 : 한상우)

• 서울대학교 화학과 박사후 연구원(2013.9 -2015.1, 지도교수 : 민달희)

• 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Department of Chemistry and Biochemistry 박사후 연구원 (2015.1-2016.1, 지도교수 : Mostafa A. El-Sayed)

• 광운대학교 화학과 부교수(2016.3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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