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실험실은요…
저희 연구실은 2010년부터 서강대학교 화학과에서 시작했으며, 지금은 이현수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박사과정 1명, 석사과정 6명, 학부 연구생 2명이 함께 유전 코드 확장 기술을 이용한 단백질 변형 및 설계를 통한 단백질 신약 개발 및 저분자 센서 단백질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생명체 내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단백질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20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매우 단순한 작용기로 구성된 20개의 아미노산으로 단백질을 생명체 내의 매우 복잡한 생화학적 과정들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개의 아미노산의 기능적 단순함은 우리가 단백질을 연구하고, 활용하는데 많은 제약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한계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단백질을 변형하려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백질 변형 방법의 하나가 유전 코드 확장 (genetic code expansion) 기술입니다.
현재 저희 그룹은 세포 내의 단백질 합성 시스템을 변형하여 20개의 아미노산이 아닌 21개 또는 그 이상의 아미노산을 단백질 합성에 사용하도록 하여 추가적인 아미노산을 단백질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형된 번역 시스템을 가지는 세포를 이용하여 아자이드, 알카인, 케톤, 형광체 등을 포함한 비천연 아미노산을 단백질에 도입하여 단백질 표지와 센서 디자인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항체에 약물을 표 지한 항체-약물 접합체 합성과 혈액 속의 저분자 물질을 검출 하는 센서 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연구자의 길로 ‘대학원생은 단순히 주어진 실험을 수행하는 수동적 인력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찾고, 데이터를 논리적으로 분석하여 자체적으로 연구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주체’라는 교수님의 말씀대로, 연구실에 들어오는 신입생들은 바로 실험에 참여하기 보단 프로젝트에 관련된 논문을 읽고 정보를 수집하며 해당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갈 지식과 논문 작성 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축적합니다. 그러고 난 후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프로젝 트를 맡아 연구자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개인 프로젝트는 교수님과 상담 후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골라 진행할 수 있으며, 교수님께서 유기합성과 생화학을 모두 전공하셨기에 원한다면 연구에 필요한 유기합성도 직접 해보며 폭넓은 연구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특색이 있습니다.
한편 저희는 비정기적으로 교수님께서 골라 주신 논문 중 하나를 읽고 설명하는 논문 리딩 미팅을 진행합니다. 교수님께 서는 마치 미술관의 큐레이터처럼, 저희가 발표하는 중간에 이 연구는 어떤 부분에서 흥미로운 연구인지나 요즘 연구의 트렌드는 어떠한지, 어떤 논문 데이터가 잘 짜인 데이터인지 등을 언급하시며 나중에 논문을 쓸 때 참고할 만한 조언을 해 주심과 동시에 연구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 주십니다.
연구실 생활
많은 사람들이 대학원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듯, 저 또한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에는‘실험실이 너무 딱딱한 분위기여서 하루 종일 한 마디 말도 못 꺼내고 집에 가는 건 아닐까?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면 무조건 주말에도 출근해야 한다는데 그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했었습니 다. 그러나 연구실에 들어오고 나니 그런 걱정은 멀끔히 사라 졌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히 여기셔서, 저희에게 종종 “실험실에 늦게 남아 있는다고 해서 항상 좋은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과 시간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고 충분한 휴식이 있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 잘 떠오를 수 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저희 연구실에 서는 일과 시간 동안 열심히 연구하고, 오후 6시면 누구든 눈치보지 않고 편안하게 퇴근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 있습니다.
또한 현 박사과정 선배는 자신이 신입생 때 선배들의 실험에 방해가 될까 편하게 질문하지 못했던 경험을 후배들은 느끼지 않도록 실험실 분위기를 차차 바꾸려 노력했고, 현재 저희 연구실은 여러모로 자유롭고 화목한 분위기로 연구에 임하고 있습니다. 연구실 선후배들 간 평등한 분위기 속에서, 비단 실험뿐만 아니라 대학원 강의, 조교 활동 등 대학원 생활에서 생기는 갖가지 어려움이나 궁금증에 대해 조언을 주고받곤 합니다. 덕분에 서로가 그저 연구실을 같이 쓰는 사람이 아닌, 연구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난관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동지 의 관계로 끈끈하게 맺어졌습니다. 그리고 거의 매일 점심식사도 함께하며, 누구든 연구실 식구로 금방 적응하고 모두와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연구에 대한 얘기도 자주 나누지만, 식사를 하며 나누는 가벼운 대화들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도 화목한 가운데서 연구의 길에 정진하는 우리 단백질화학 연구실 식구들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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