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gno di Volare - 하늘을 나는 꿈
티 없이 맑은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새의 날갯 짓을 보고 있노라면, 하늘을 날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날갯짓 한 번으로 여섯 달 동안 날 수 있는 대붕(大鵬)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흰꼬리수리와 같이 큰 날개를 활짝 펼친채 6 분, 아니 6 초만이라도 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늘을 날고 싶은‘꿈꾸는 몽상가(夢想家)’들의 상상은 대개 이쯤에서 멈춘다. 하지만 일부‘눈뜬 공상가(空想家)’들은 상상에 머무르지 않았고, 비행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을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도 그랬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행 연구
“단 한번이라도 하늘을 날아 보았다면, 대지를 거니는 눈은 창공을 향할 것이다.
그곳에 머무른 적이 있기에, 그곳에 돌아가길 염원하기에.”
- 레오나르도 다빈치
레오나르도는 인간의 비행을 꿈꾸며, 새가 어떻게 날아 오르고, 비행하며, 내려 앉는지를 오랫동안 관찰하고 꼼꼼히 기록했다. 그가 남긴 비행에 대한 연구서『새들의 비행(Codex sur le vol des oiseaux)』에는 새가 오르내리거나 방향을 바꿀 때, 바람의 방향에 따라 날개와 꼬리를 어떻게 다르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제작하려는‘비행 기계’가 새와 같이 날기 위해서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고 움직여야 하는지를 중력과 무게 중심 등의 개념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이러한 새의 비행에 대한 꾸준한 관찰과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레오나르도는 박쥐 모양의 날개를 가진 비행 장치인‘우첼로(Uccello, 거대한 새)’를 제작하였다. 이윽고 1496년 1월, 이태리 피렌체 근처의 체체리 산에서 그는 시험 비행에 나섰다. 비행에 필요한 동력을 얻기 위해 열심히 우첼로의 페달을 돌렸지만 하늘을 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에도 수 년간 레오나르도는 새의 날갯짓을 모방한 비행 시험을 이어 갔지만, 끝내 성공하지는 못했다. 인간의 힘만으로는 비행에 필요한 충분한 양력을 만들어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계속되는 실패에도 굴하지 않았다. 레오나르도는 생을 다할 때까지 새의 신체 구조와는 다른 형태로 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했고, 나사의 원리에 착안하여 나선형 날개를 회전시켜 하늘을 나는 오늘날의‘헬리콥터’형태를 고안하기도 했다
하늘을 나는 도전
사실 하늘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인간은 땅의 주인 이고, 하늘의 주인은 신이다. 따라서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은 신의 세계를 침범하는 불경스러운 일이다. 아버지 다이달로스(Daedalus)의 충고를 어기고 하늘을 나는 매력에 취해 태양에 더 가까이 가고자 했던 이카루스(Icarus)는 결국 날개를 떨어뜨리고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이차원의 대지를 벗어나 삼차원의 하늘로 도약하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진정으로 하늘을 나는 것은 높은 곳에서 출발해서 떨어지는 추락이 아니라, 땅에서 공중으로 몸을 날려 힘차게 뛰어오르는 도약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나 거대한 돌덩어리 지구가 끌어 당기는 중력을 이겨 내기는 쉽지 않았다. 아무리 빠른 걸음으로 땅을 박차고 하늘을 향해 뛰어 날아올라도, 중력은 곧 바로 인간을 원래의 땅으로 되돌려 보냈다. 마치 산꼭대기 까지 열심히 밀어 올려 보지만, 번번히 다시 원래 자리로 굴러 내려오는 시지프스(Sisyphus)의 큰 바위처럼. 하지만 결국 인류는 공기의 흐름에 대한 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열 기구를 만들어내고, 내연기관을 사용하여 양력에 필요한 동력을 얻음으로써, 천형(天刑)과도 같은 중력을 극복하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다.
아기새의 비행
사실 새도 날 수 있는 능력을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지는 않다. 아직 하늘을 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날개 근육이 발달하지 못한 아기새는 어미새의 날갯짓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하늘을 이리저리 나는 그림을 나름대로 그려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기새의 근육이 점차 늘어나면, 하늘을 날기 위한 여러 날갯짓들을‘시도(試圖)’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하지만 한 두번의 시도만으로는 새가 날 수 없다. 어미새의 멋진 비행을 그럴듯하게 따라하기 위해서는, 시도를 시도 때도 없이 꾸준히 해야 한다. 이렇게 여러 상황과 다른 조건에서의 수많은 시도들을 통해 경험이 넉넉히 쌓여야만, 아기새는 비로소 버둥거리는 날갯짓 에서 벗어나 어미새와 같은 우아한 비행에 도전해 볼 수 있다.
도전 정신
‘도전(挑戰)’은‘挑(돋울 도)’와‘戰(싸울 전)’이 결합된 단어로서 싸움을 돋우는 것, 즉 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거는 것을 의미한다. 도전을 통해 맞서 싸우고자 하는 대상은 여러가지가 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싸움 상대는‘나 자신’이다. 나 자신에게 도전한다는 말의 의미는‘기존의 나’ 에게 거는 싸움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나 자신에게‘n 번의 도전’을 하면, 내 안에‘n 개의 새로운 나’를 생성시킬 수 있다. 새로운 나에게 패배한 이전의 나는 사라지지 않고, 또 다른 나로서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 안에 서로 다른 내가 더 많이 존재할수록, 내가 도전하면서 맞닥뜨리는 실패에 대한 완충용량은 더욱 더 커지게 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새로움이 주는 낯섦은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게 만든다. 하지만 불안감과 불편함을 견딜 수 있어야 편안함과 익숙함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새로운 도전의 두려움과 낯섦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도전의 대상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자발적인 용기가 필요하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극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 안에서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용기이여만 지속적인 도전이 가능해진다. 도전을 하면서 겪게 되는 실패의 경험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하지만 실패를 거듭하면서 실패의 길은 줄어들게 되고, 성공의 길이 점점 뚜렷해진다.
연구와 도전 정신
도전 정신은 과학 연구를 수행하는데 있어 여러가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첫째, 도전 정신은 과학자들이 기존에 연구되지 않았던 분야를 개척하고, 쉽게 풀리지 않는 복잡한 문제에 뛰어들게 하는 원동력이다. 때로는 무모해 보이는 이러한 도전들을 통해 기대하지 않았던 획기적인 발견을 하기도 한다. 둘째, 도전 정신은 새로운 변화에 대해 능동적인 대처를 가능하게 한다. 연구자의 연구 주제와 내용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변화하며 진화한다. 새로운 도전에 준비된 연구자들은 연구가 진행되면서 마주치게 되는 연구 방법이나 방향의 변화에 쉽게 적응하여 대응할 수 있다. 셋째, 도전 정신은 연구 하면서 무수히 겪게 되는 실패와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연구를 수행할 때 실험이 번번히 실패하는 것은 전혀 드문 일이 아니다. 힘들고 어려운 실험을 할수록 실패의 빈도는 더 잦아질 수밖에 없다. 실패를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 것으로 간주하는 도전적인 연구자는 연구 중에 어려움에 처했을 때 연구를 포기할 가능성이 낮고, 해결책을 찾아 장애물을 극복해 낼 수 있다. 넷째, 도전 정신은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간에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데도 중요한 요소이다. 여러 학문 분야를 가로지르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학제적 연구에서는 연구자들의 유기적인 협업이 연구의 성패를 좌우 한다. 도전을 즐기는 연구자들은 다른 학문 분야에 대한 수용에 보다 적극적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더 투자하는 희생을 감수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끝으로, 도전 정신은 과학 연구자의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데 필수적이다. 과학 연구는 본질적으로 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이나 풀리지 않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도 전적인 연구자들의 특징인 호기심, 인내력, 꾸준함, 열린 마음, 긍정적 사고는 문제에 대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분석을 통해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 전략을 세우고, 이를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과학 연구의 역사는 무수한 도전의 역사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는 천동설에 도전했고,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시공간의 절대성에 도전했다. 이들은 당시에‘진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철옹성 같은 이론들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통해 과학의 영역을 넓혀왔다. 비록 한 연구자의 무모해 보이는 도전들이 결국 실패로 마무리 되더라도, 그 도전들을 통해 얻은 실패의 경험과 기록들은 다음 연구자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든든한 디딤돌이 되었다. 새처럼 하늘을 나는 것을 꿈꾸었던 인간은 이제 대기권을 벗어나 새들은 날아갈 수 없는 우주까지 날아가 우주의 시작과 끝의 증거를 찾고 있다.
김태영 Tae-Young Kim
•서울대학교 화학과, 학사(1993.3-1999.2)
•서울대학교 화학과, 석사(1999.3-2001.2, 지도교수 : 김희준)
•Indiana University 화학과, 박사(2002.1-2009.9, 지도교수 : James P. Reilly)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박사 후 연구원(2009.9-2010.9, 지도교수 : Jesse L. Beauchamp)
•University of California at Los Angeles 박사 후 연구원(2010.9-2012.2, 지도교수 : Peipei Ping)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조교수(2013.3-2016.2)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조교수, 부교수(2016.3-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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