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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빛낸 화학자 ⑫

윤웅찬(尹雄燦) 부산대학교 화학과 교수(1949~)



광화학 DNA를 가진 나의 멘토 윤웅찬 교수님

지난 30여 년간 국내 유기광화학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윤웅찬 교수님을 ‘한국을 빛낸 화학자’로서 소개할 수

있어, 윤 교수님의 제자로서 대단히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유기화학분과회 회원들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1994년 더운 여름 때문에 방학이 끝나는 아쉬움보다 새 학기 시작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2학년 가을학기 화

학과 첫 수업에 필자는 윤웅찬 교수를 처음 보았다. 큰

키에 마른 체형, 이마를 가린 머리카락, 약간 올라가보이

는 어깨, 작은 눈에 서글서글한 이미지가 윤웅찬 교수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당시 전공과목인 유기구조분석을 강

의하셨는데 손가락을 이리저리 사용하시며 차분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수업하시던 장면은 희미한 스냅샷처럼

여전히 머리 속에 남아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화학이란

게 책 속에 있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싶으셨던 건 아닐까? 아니면 학생들이 화학에 대한 흥미를 더가졌으면 하는 교수님의 바램이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필자에게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의 삶의 가장 큰 가치는 전달이라고 했다. 현재, 필자가 윤웅찬 교수의 가치를 이어받아 유기광화학관련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되어,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윤웅찬 교수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윤웅찬 교수는 부산에서 출생하여 초중고 과정을 부산에서 보냈으며, 고교졸업 후 상경하여 서울대 약학대학 제약학과에 입학하였다. 이후 약학사로 졸업 후 동대학 대학원에서 녹각 단백질의 성분분석에 관한 연구로 석사 학위(1974년)를 받았으며, 석사학위 후 서울대학교 생약연구소(현 천연물과학연구소)에서 인삼 사포닌 성분연구에 참여하였다.

특히 유기화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뉴욕의 Fordham대학교 화학과에서 유기광화학(organic photochemistry)을 전공하였으며‘, 광독성(phototoxicity)을 가진 항말라리아제(antimalarial agent)들이 나타내는 인체 광독성의 원인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로서 1981년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사 후 연구원(Post-

Doc.)으로 Maryland대학 화학과에서 Patrick Mariano 교수와 함께 전자전달 유기광화학반응에 대한 연구를 수

행하였으며, 1983년 부산대학교 화학과 교수로 부임하였다. 태어나고 자란 고향인 부산에 대한 애착이 많았던 윤

웅찬 교수는 고향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부산대학교 화학과에 근무하게 된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윤웅찬 교수는 프로야구가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 열렬한 롯데 자이언츠 야구팬이다.

부산대 화학과에서 지난 2014년 8월(정년퇴임)까지 32년간 재직하며, 유기화학자 및 광화학자로서, 박사 및

Post-Doc. 과정에서 공부한 전자전달 유기광화학반응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하였으며, 재직기간 중 화학

/유기화학 분야의 세계적인 논문인 J. Am. Chem. Soc., Acc. Chem. Res., J. Org. Chem., Tetrahedron 등에

1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그 연구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대단히 꼼꼼하였던 윤웅찬

교수는, 연구자의 자세 및 연구 과정에서 얻어지는 데이터의 중요성 등을 항상 강조하셨으며, 작은 데이터 에러

에도 대단히 엄격하였다. 이에, 필자를 포함하여 연구실 학생들이 고생을 많이 하였는데, 윤웅찬 교수로부터 배

웠던 연구자로서의 마음자세 그리고 연구 과정의 중요성을 필자 역시 본인 학생들에게 똑같이 전달하고 강조하

고 있다. 이렇듯, 꼼꼼하며 활발한 학술 활동을 바탕으로, 윤웅찬 교수는 50회 이상의 국제학회 및 국내 학회의 연

사로 초청되었으며 특히, 2005년에는 자유라디칼 반응분야의 Gordon Research Conference of Free Radical

Reactions에서 기조 강연자로(Plenary lecturer) 초청되기도 하였다.

유기화학/유기광화학 분야의 교육 및 연구 활성화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윤웅찬 교수는, 32년의 재직기간 동안 80명의 석사 및 20여 명의 박사학위 졸업자를 배출하였으며, 대한화학회, 한국광과학회, Asian & Oceanian

Photochemistry Association 등 국내외 학회의 주요 지도자로 활동을 하였다. 특히, 광화학연구자로서 국내 광과학회(Korean Society of Photoscience : KSP) 초기결성 멤버로 참여하여 한국광과학회 간사, 부회장, 회장 등의 직책을 맡으면서 한국광과학회 학술회지인 ‘Journal of Photoscience’ 및 ‘Rapid Communication in Photoscience’지의 발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국내 광화학연구의 활성화에 큰 공헌을 하였으며, 한국-일본 광화학연구자들간의 연구 및 인적교류의 활성화(Korea-Japan Frontier Photoscience, KJFP)에도 크게 이바지하였다(2008년에는 일본 후쿠오카대학 및 야마가타대학에서 광화학 관련 강의 교수로서 활동하기도 하였다).

윤웅찬 교수의 주 연구 주제는 빛 에너지(photon energy)에 의하여, 들뜬 상태(excited state)에 도달한 전자수용체(electron acceptor) 분자와 바닥 상태(ground state) 전자공여체(electron donor) 사이에 효율적으로 일어나는 단일 전자전달(Single Electron Transfer, SET) 과정을 이용한 광화학반응의 연구이다. 전자수용체로서는 이미드(imide), 엔온(enone), 카르보닐(carbonyl) 화합물들을, 전자 공급체로는 헤테로원자 전자공급체, 실릴키틴아세탈 등을 활용하여 이들계(system)에서 일어나는 전자전달유도 광첨가(SET-promoted photoaddition) 및 광고리화반응(SET-promoted photocyclization reaction) 연구를 통해, 다양한 기능성의 아민/에테르/티오에테르 유도체화합물들 및 헤테로 거대고리분자들을 합성할 수 있는 합성법을 개발하였다. 이러한 광화학 반응 연구와 함께, 2001년 전후부터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동경공업대학 및 오사카대학 등에서 수개월간 머무르면서 배우고 익힌 광화학기반의 에너지/전자재료분야 연구도 함께 수행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OLED용 짙은 청색 이리듐 인광물질에 대한 특허를 Belgium Solvay 로 이전하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국내 화학회 발전에도 관심을 가지셨던 윤웅찬 교수는, 2008년도에 유기화학분과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또한

대한화학회지(Journal of Korean Chemical Society)’ 편집위원장(2007~2010)과‘화학세계(Chemworld)’의

편집위원장(2011)직을 맡아 화학회의 발전에 기여를 하였다.

2014년 정년 후 평소 관심이 깊었던 불교와 중국어 공부를 통해 학문의 열정을 이어가고 계시며, 최근에는 하

모니카 악기도 배우고 계신다고 한다. 현재의 감염병 확산으로, 야외활동이 여의치 않은 지금, 하루 빨리 완화되

어 여행과 담소를 즐기시는 윤웅찬 교수께서 더욱더 건강하고 멋진 노년 생활을 보내시기 바란다.



글 영남대학교 화학과 조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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