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한치선(韓治善) 연세대학교 교수(1926~2009)
새해가 되면 전원 교향곡을 즐겨 들으셨던 선생님 , 전
국 교수 테니스 대회 챔피언이셨고 테니스코트에서는 나비처럼 날아오르셨던 선생님, 우리에게 훌륭한 화학자이기를 바라셨고 마음과 몸이 모두 건강하고 순수하기를 가르치셨던 선생님, 이제 한치선 교수님은 우리 곁을 떠나셨지만 선생님의 말씀과 행동과 생각과 업적들은 침전되고 승화되고 계승되어 우리 제자들과 후배들 가운데 남았습니다.
故 한치선 교수님은 1926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나셨으며 1950년 연희대학교 화학과 1회 졸업생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1954년에서 1958년까지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에 재직하시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셨습니다. 미국 신시내티대학교 화학과에서 1961년 박사학위를 받으신 후 1년간 미국 코넬대학교 화학과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연구하셨습니다.
1962년 3월 귀국하셔서 연세대학교 화학과 부교수로 부임하신 후 1991년 은퇴하실 때까지 연세대학교 화학과
에서 제자 양성과 연구에 몰두하셨습니다. 연세대학교 재직 중 자연과학연구소장, 이과대학 학장을 역임하였으며
과학기술처 장관상 (1968년), 제1회 연세대학교 학술상(1968년), 국무총리상 (1070년)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1960년대 초반 전란으로 피폐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한치선 교수님께서는 강의에 온 힘을 기울이셨으며 선진
국 못지않은 유기화학 연구를 수행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아무것도 없던 곳에 연구실을 만들고 연구 환경의 조
성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셨습니다. 황폐한 땅에서 유기화학 분야의 선구자로서 주야 불문의 열정과 불굴의 의
지를 후학들에게 잘 보여주셨습니다. 한치선 교수님께서는 강의 준비에 시간을 아끼지 않으셨으며, 영어 교재 도
입이 어려웠던 시절에도 일반화학 및 유기화학 강의를 위해 새로운 영어 교재를 수시로 도입하여 선진국에 뒤
지지 않는 강의가 되도록 노력하셨습니다. 학부 4학년 학생들을 위해서는 최신의 특별 주제에 관한 영어 교재
를 수시로 채택하여 유기화학의 첨단 연구에 관한 정보와 연구 방향에 눈을 뜨도록 해 주셨습니다. 학생들에게
화학지식을 전달하는 일과 함께 훌륭한 과학자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자극하고 격려하는데 노력과 정성을 아
끼지 않으셨습니다. 한치선 교수님께서는 곧고 강직한 성격과 연구 및 교육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재직기간 동
안 80여 명의 석박사 제자들을 배출하였으며 각지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쳐 왔습니다.
한치선 교수님께서는 부임 후에도 앞선 학문을 배우고 따라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1963년
미시간대학교 화학과에서 두 번째 박사 후 연구원으로 1년 간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1971년에는 초빙교수로 호주 모나쉬대학교에서 질량분석법에 대한 연구를, 1983년에는 미국 국무성 초청 풀브라이트 교수로 미국 샌디애고의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핵자기공명분광법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귀국하셨습니다. 1960년대의 어려운 환경에서
도 한치선 교수님은 매년 수 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셨으며, 대학원생의 석사논문을 바탕으로 1967년에Azoxybenzene과 그 유도체들의 Wallach Rearrangement에 관한 연구 결과를 J. Am. Chem. Soc.에 발표
한 바 있으며 이 논문은 아마도 국내 연구기관에서 한국인에 의해 수행된 최초의 J. Am. Chem. Soc. 논문이라
생각됩니다.
한치선 교수님은 기초 연구와 아울러 사회의 요구에 부응한 응용연구에도 기꺼이 참여하셨습니다. 과학기술
처의 의뢰를 받아 당시 수입에 의존하던 군복의 국방색 염료를 국산화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국방색 염료의 개
발에 관한 연구”를 1960년대 말에 수행하였으며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 그나마 풍부했던 것 중의 하나
인 흑연을 고부가가치의 물질로 전환시키기 위한 연구의 일환으로 “한국산 흑연을 이용한 공업원료 국산화에 관
한 연구” 및 “석탄분해물의 공업화 연구”를 1970년대 초에 수행하셨습니다.
연희대학교 화학과 1회 졸업생으로 피폐한 대한민국의 유기화학 발전을 위해, 후학의 양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
력해 오셨던 故 한치선교수님의 열정은 후학들의 귀감이 될 것이며, 전쟁을 겪은 대한민국의 1세대 과학자로서 대
한민국 유기화학사에 길이 기억되어야 할 것입니다.
글 연세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 김관수
연세대학교 화학과 교수 장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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