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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빛낸 화학자 24

이심성(李心星)경상대학교 교수(1955~)

이심성 교수는 1955년 수원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마친 후 인천중과 제물포고에서 수학하였다. 고려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김시중 교수의 지도하에 무기 및 분석화학 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

득하였다. 학위과정 중 성심여대(현 가톨릭대) 윤창주 교수(물리화학 및 NMR)로부터도 지도를 받았다. 1984년 경상대(현 경상국립대) 화학과 전임강사로 임용되어 2021년 퇴임 때까지 37년간 재직하였다. 그후 연구석좌 교수로 2년간 연구를 수행하였다. 재직 중에는 기초과학연구소장, 두뇌한국(BK)21 사업단장,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사업단장 및 기초연구실사업(BRL) 연구책임자 등 맡아 경상대 화학과의 연구를 국내 정상으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심성 교수는 1990년 미국 코넬대에서 유기리튬의 다핵 NMR 연구를 수행하였다. 1996년에는 호주 시드니대 L. F. 린도이 교수 연구실에서 거대고리 착물을 연구하였다. 귀국 후 혁신적인 거대고리 금속초분자와 배

위고분자의 개발 및 응용 연구에 집중하였다. 이 시기에 정종화 교수(젤 및 카이랄 초분자) 그리고 박기민 교수(초분자 결정학)와 실효성 있는 공동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였다. 대외적으로는 일본 토호대의 하바타 교수(유기 초분자), 호주 시드니대의 린도이 교수(거대고리 착물) 그리고 싱가포르대 비탈 교수(배위고분자의 결정공학)와 다양한 채널로 교류하며 공동연구를 진행하였다. 특히 토호대로부터 2년 임기의 초빙교수로 두 차례 임용되었으며, 10여년에 걸쳐 매년 대학원 초분자화학시리즈 특강을 하였다. 토호대와의 인연은 학과 레벨로 발전되어 전 구성원이 참여하는 인턴쉽, 그룹 특강, 세

미나, 공동연구, 공동 논문 심사/지도 및 정례 합동 심포지엄 등이 성사되었다. 이는 양 대학에서 모범적인 국제교류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심성 교수의 핵심 연구 분야는 금속초분자 또는 호스트-게스트 화학이다 (다음 그림 참조). 초분자화학은 피더슨, 크램 및 랑 교수가 “구조-특이적 고선택성 상호작용을 갖는 분자”를 발명 및 발전시킨 공으로 1987년 노벨화학상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016년에는 사베이지, 스토다트 및 페링가 교수가 “분자 기계의 디자인 및 합성”에 대한 기여로 초분자화학에서 두 번째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초분자는 비공유결합에 의한 분자집합체로 총칭되며 분자인식과 자기조립의 핵심 개념을 갖는다. 초분자의 구성단위 (Building block)는 광범위하나 그 핵심에는 크라운 에테르, 캘릭스아렌, 포피린, 쿠커비트릴, 필라아렌 및 그 복합체를 포함하는 거대고리형 호스트가 있다. 크라운 에테르의 경우 산소의 비공유 전자쌍이 고리 내 부를 향하고 있어 게스트인 크기가 적당한 (Size-fit 개념) 알칼리 금속이온 등이 고리 내부에 위치하면 열역학적으로 안정한 엔도-배위형 착물을 이룬다 (다음 그림 참조). 한편 산소 중 일부가 황으로 치환될 경우 (황-거 대고리) 예외적으로 금속이 고리 밖에서 황에 배위되는(엑소-배위) 사례가 이 교수 연구진 및 타 연구진에 의해 관찰되었다. 달리 말하면 황-거대고리는 수려한 거대

고리 초분자 가족 중 “미운 오리새끼” 인 셈이다.

한편 2000년을 즈음하여 무기 및 소재화학에서 배위고분자형 네트워크라 할 수 있는 금속-유기 골격체 (Metal-Organic Frameworks, MOFs) 연구가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단분자 보다는 고분자가 물성 및 공정 면에서 유리하다는 기존 개념과 더불어 골격체 내부의 나노-크기 공간을 반응자리, 기체저장 및 촉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MOFs 연구자의 관심은 이 교수 연구진에게 역발상의 기회가 되었다. 왜냐하면 황-거대고리는 무른 금속이온과 엑소-배위를 통해 고분자 네트워크를 만드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가설 때문이다 (앞 그림의 노란 마킹 참조).

이심성 교수 연구진에게 황-거대고리의 엑소-배위가 “미운 오리새끼”가 아니고“ 백조”인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 후 10년 정도의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가설이 입증되어 60여편의 “거대고리의 엑소-배위 네트워크”를 주제로 한 논문을 미국 및 영국화학회 학술지 등에 게재하였다. 그리고 연구성과를 정리하여 2012년 Acc. Chem. Res.에 황-거대고리의 네트워킹을 주제로 발표하였다. 그 후 추가적으로 누적된 성과를 Coord. Chem. Rev.에 총론으로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하였다. 엑소-배위 방식의 거대고리 네트워킹은 타 연구자에게 파급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고분자화에 의한 거대고리 수용체의 기능성 증폭 효과로 응용 연구도 증가 추세이다. 결과적으로 거대고리 초분자와 배위고분자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외에도 이심성 교수 연구진은 초분자 이성질화, 샌드위치형 금속초분자, 분자 얽힘, 카이랄 배위화학, 자기분류 (Self-sorting), 화학센서 및 나노-크기 금속캡슐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연구성과를 다수 발표하였다. 이 교수는 국제 학술지에 330여 편의 금속초분자 관련 논문 및 총설을 게재하여 국내 무기화학 및 초분자 연구를 국제 정상급으로 견인하는 데 기여를 하였다. 대표논문으로는 (앞 그림 참조) “캘릭스크라운 배위고분자의 나노-스위칭”(J. Am. Chem. Soc. 2008), “단결정간 구조변환-광발광 동시조절 초분자”(J. Am. Chem. Soc. 2008), “동일성분으로 실과 구슬을 만드는 폴리로탁세인”(J. Am. Chem. Soc. 2015), “금속초분자의 광반응에 의한 유기고분자 및 폴리로탁세인 제조” (Angew.

Chem. Int. Ed. 2014, 2014, 2015, 2019), “필라크라운의 금속이온-유도 카이랄 반전”(J. Am. Chem. Soc. 2018), “동일 게스트로 꿰임과 다리결합을 동시에 하는 필라아렌-기반 2D 폴리로탁세인”(Angew. Chem. Int. Ed. 2019), “케이지형 이온-삼중쌍 착물”(Chem. Comm. 2020) 등이 있다.

또한 단행본 및 총설 논문의 저술을 통해 관련 전문 연구자의 연구를 돕는 데도 기여하였다. 예를 들면 Wiley에 서 출 간 한 “Supramolecular Chemistry(2012), Vol 3, Molecular Recognition”의 Chapter 저자로 참여하였다. 2012년 Acc. Chem. Res.에 “Exo-배위 기반 거대고리 배위고분자” 그리고 2013년 베르너 노벨상 100주년 Chem. Soc. Rev. 기념호에 “거대고리 금속초분자” 주제의 총설을 각각 게재하였다. 그 외에 “혼합주개 거대고리 착물” (2009), “Exo-배위 거대고리의 금속고리” (2013), “황-거대고리 착물” (2014) 및 “후전이 헤테로금속 배위고분자” (2017)를 주제로 4편의 총설을 Coord. Chem. Rev.에 게재하였다.

이심성 교수는 그간의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대한화학회 무기화학 학술상(2006), 경상대학교 특별상(2006), 시그마-알드리치 화학자상(2008), 이달의 과학기술자상(2011), 경상남도 과학기술대상(2012), 대한화학회 학술상(2013), 에스-오일 우수학위논문상 대상(2015, 지도교수 부문), 과총 우수논문상(2016), 이태규 학술상(2017) 등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2011년에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정되었다.

대한화학회에서는 기획이사, 학술위원, 평이사, 대학화학회지 상임편집위원으로 학회 발전에 기여하였으며, 2012년에는 무기화학분과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그리고 최근까지 미국화학회 Inorganic Chemistry의 편집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심성 교수는 박사 11명을 포함해 50여 명의 대학원생과 5명의 박사 후 연구원을 지도하였다. 이들은 현재 대학교수 5명을 포함하여 정부 출연연구소 및 기업 연구소에서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으로 이심성 교수는 2013년 2학기 초에 뇌졸중으로 긴급하게 입원하게 되었다. 다행히 학기 중에 복귀를 하였으나 회복을 위해 2014년을 연구년으로 지냈다. 그러나 이 기간 중 신체 및 정신적으로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연구 성과를 다수 발표하였고 후학들에게도 끊임없는 영감을 주었다. 이러한 모습은 후학은 물론 이를 아는 연구자에게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또한 퇴임 후 2년간 연구석좌교수로 연구를 이어가면서 초안정성 세슘(I) 수용체, 분자 케이지 및 신개념 폴리로탁세인

등 불연속 및 연속형 금속초분자 논문을 다수 게재하는 열정을 보였다(위로부터 3번째 그림 참조). 이 시기에 유일한 연구원이었던 김슬기 박사는 코로나가 창궐한 가운데 대학과 학과의 배려에 대한 책임감과 연구자의 안전을 고심하는 이심성 교수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이심성 교수는 2024년 초여름 즈음 40년 동안의 진주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동심이 깃든 고향 수원으로 거처를 옮겼

다. 여전히 새 거처에서도 후학들과 연구의 난제들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 후학들에게 남은 숙제는 이 멋진

교훈을 오랫동안 기억하며 실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뿌린 연구의 씨앗은 화학 공동체에게 신선한 지표가 될 것이다.

끝으로 새 거처에서 행복하시길 바란다.


글 충남대학교 분석과학기술대학원 교수 박인혁

강릉원주대학교 화학신소재학과 교수 이은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선임연구원 주희영

충남대학교 분석과학기술연구소 박사 후 연구원 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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