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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교육/화학컬럼


새로운 원소들
화학칼럼 · 화학사 돌아보기 · Part. 32 최정모 | 부산대학교 화학과 부교수, jmchoi@pusan.ac.kr 화학의 역사를 훑는 한 가지 방법은 원소 발견의 역사를 훑는 것입니다.1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이 원소인가는 매우 명백한 문제로 보입니다. 현대 화학의 원자 및 분자 개념을 활용하면 홑원소물질과 화합물을 쉽게 정의할 수 있죠. 하지만 미지의 물질이 주어졌을 때 실험을 통해 그 물질이 원소인지 아닌지 밝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원소 X는 과학자 아무개에 의해 몇 년에 발견되었다”라는 표현을 자주 마주치지만, 사실 19세기 말까지도 무엇이 새로운 원소인지 증명하는 것은 그리 명백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원소 발견의 역사를 간단히 논의하고, 19세기 말에 일어난 사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원소의 발견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2 라부아지에는 원소의 본질에 관한 철학적 논의를 피하기 위해 원소를 “실험


화학을 이야기하는 화학자
화학교육 화학을 이야기하는 화학자 장홍제 | 광운대학교 화학과 교수, hjang@kw.ac.kr 나는 화학자다.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화학을 가르치고, 연구실에서는 여전히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가득한 물질과 성질을 연구한다. 이것만으로도 교수라는 본업의 상당 부분은 설명된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 내게는 조금 다른 종류의 일이 크게 늘었다. 책을 쓰고, 칼럼을 쓰고, 대중 강연을 하고, 방송에 출연하고, 유튜브 영상을 만든다. 처음에는 이런 일들을 연구와 교육의 바깥에 있는 대중 활동 정도로 생각했다. 시간이 남으면 하는 일, 혹은 화학자의 사회적 봉사에 가까운 무엇이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강의실에서 화학을 가르치는 일과 강의실 밖에서 화학을 이야기하는 일은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오히려 후자를 오래 해보면서 나는 전자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우리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사람들은 왜 화학을 어렵다고 생


특별원고-요산, 결정에서 질환으로:화학적 기원과 결정화, 관절 침착에 따른 통풍 병태생, 유전-환경 요인의 통합적 이해(2026년 10월호)
조성권 |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 교실 부교수, wontan@ajou.ac.kr 한때 통풍(痛風)은 ‘제왕의 병’으로 불렸다. 고기와 술을 풍족하게 즐기던 왕과 귀족에게 흔한 병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통풍, 이 병의 원인이 되는 물질은 탄소·수소·질소·산소로 이뤄진 요산(尿酸, uric acid)이다. 요산은 두 얼굴을 가진 분자다. 퓨린이 분해된 뒤 몸 밖으로 배출되는 대사산물이면서, 혈액 속에서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중요한 항산화물질로 작용한다. 그러나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결정으로 굳어 관절과 조직에 쌓이고, 반대로 지나치게 낮은 경우에도 특정 유전질환이나 합병증을 일으킨다. 요산의 화학 구조에서 출발해, 요산이 어떤 조건에서 결정으로 굳어 관절에 침착되는지 살펴본다. 이어 요산의 ‘들어옴과 나감’을 조절하는 저울, 곧 요산 항상성(urate dynamics)이 유전·환경·식이


고집 또는 긍지? 중국의 원소 이름(2026년 10월호)
들어가며 앞선 연재에서 살펴보았듯, 근대 화학의 기본인 원소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중국과 일본은 다른 선택을 했다. 한국은 두 나라 사이에서 양쪽 모두의 영향을 받다가, 결국 일본식 용어를 흡수하게 되었다. 일단 “원어 발음”을 살려 쓰는 데에 익숙해지자, 많은 한국인들은 한자를 새로 만들어 쓰는 중국식 원소 이름을 낯설고 어색하게 느끼기도 하였다. 하지만 중국의 원소 이름도 오랜 고민과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정착된 것이다. 새로 만든 한자 원소 이름들이 우리 눈에 낯설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한자들 도 주먹구구로 지어낸 것은 아니고 합리적인 체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익숙해지기 전에는 난해하고 기괴하게 보이지만, 일단 그 체계를 이해하고 나면 충분히 수긍할 만한 내적 정합성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연재에서 중국 원소 이름의 기본 원칙과 예 등을 단편적으로 소개한 적은 있지만, 그 전체적인 모습에 대해 설명할 기회는 없었다. 그


AI 시대, 화학교육이 그려야 할 다음 지도(2026년 10월호)
조예린 | Nvidia Applied Research Scientist, Digital Biology Team, choyl1998@gmail.com 서 론 중·고등학교 시절 화학 교과서에는 늘 비슷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어떤 과학자가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고, 물질의 성질을 밝혀내어 노벨화학상을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그때는 그저 교과서 한 귀퉁이에 실린, 나와는 상관없는 위인전의 한 페이지처럼 느껴졌다. 그 거리감을 깨뜨린 것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순간이었다. 고등학교 화학 실험실에서 손으로 세포를 세던 여름밤부터, 대학원에서 인공지능 단백질 구조 예측 프로그램인 알파폴드(AlphaFold)를 접하고 이를 개발한 존 점퍼(John Jumper) 박사와 실제로 연구를 논의하기까지, 그리고 이 분야의 대가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 교수 제자의 연구실에서 박사 학위를 마치기까지, 나의 경험은 인공지능


공상과학과 공상화학(2026년 9월호)
공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우리 생각보다 작다. 쥘 베른(Jules Verne)이 그려낸 달 여행과 잠수함은 한 세기가 지0나기도 전에 실현되었고,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e) 가 소설에 흘려 둔 정지궤도 통신위성은 지금 우리의 머리 위를 돌고 있다. 상상이 막연히 제안하고 기술이 뒤따르는,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온 과정을 우리는 과학소설, 즉 SF의 전통이라 부른다. 그런데 여기서 문득 궁금해진다. 우주, 심해, 로봇, 시간여행, 그리고 양자역학과 평행우주까지 그토록 풍성한 상상의 무대가 되었는데, 어째서 화학은 좀처럼 공상 속 주인공이 되지 못했을까. 시험관 속에서 벌어지는 반응은 SF가 되기에 너무 소박한 것일까. 음의 시간을 갖는 분자 되새겨 보면 대중문화 속 화학의 자리는 늘 좁았다. 과거의 연금술사는 광기에 휩싸인 채 실패하는 인물이며 현대의 화학자는 대개 폭발물을 만들거나 독약을 조제하는 조연으로 소비되었다. 우리가


선(線)의 세계(2026년 8월호)
“원자”는 어떤 존재일까요? 19세기 말의 화학자들은 원자를 그저 원자량, 원자가 등 몇 가지 성질을 가지고 있는 단순한 입자로 생각했습니다. 화합물의 변화무쌍한 세계를 설명하기에는 그 정도면 충분했죠. 하지만 20세기로 넘어오면서 원자의 기존 개념은 크게 뒤집히게 됩니다. 이 과정에는 이웃 학문인 물리학의 역할이 컸습니다. 19세기 말의 물리학자들에 의해 X선과 방사능이 발견되면서 원자의 내부 구조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고, 그에 따라 화학계 역시 큰 개념적 혁명을 겪어야 했죠. 오늘은 이 모든 일의 효시가 된 1890년대의 사건들을 다뤄보도록 하겠습 니다.[참고문헌 1]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19세기 초부 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프리즘으로 백색 빛을 분해하였을 때 붉은색 너머, 혹은 보라색 너머의 영역에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떤 작용을 할 수 있는 빛이 존재한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죠. 붉은색 너머의 빛은 열을 전달하기에


실패를 받아들이는 교육: 연구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2026년 8월호)
권정욱 | 울산과학기술원 화학과 조교수, jeongukkweon@unist.ac.kr 서 론 연구자로서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마주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최근 감사하게도 새로운 환경에서 연구를 이어가며 저는 이 질문을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꿈꾸던 과학자는 지금까지 밝혀진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그것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 내는 사람이었습니다. 어쩌면 저에게 과학자는 늘 정답만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처럼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대학원과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거치며 유기화학 연구를 경험한 뒤에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연구에서는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가 훨씬 더 자주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기대했던 만큼 나오지 않는 반응 수율, 원하지 않았던 부반응의 생성, 처음 생각했던 반응 메커니즘과 맞지 않는 실험적 증거들. 돌이켜보면 연구자로 살아가며 가장 자주 마주한 것은 성공의 순


근대 한국인이 접한 새로운 화학물질의 이름(2026년 7월호)
들어가며 지난 연재에서는 “소다” 또는 “나트륨”, 그리고 “포타시” 또는 “칼륨”의 사례를 중심으로, 화합물에 대한 인류의 지식이 축적되면서 그 이름이 어떻게 다듬어져 왔는지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이렇게 서양에서 다듬어진 원소와 화합물의 이름이 한국에 소개된 양상을 살펴보겠다.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 나라에서 전문적으로 화학을 연구할 토대는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 시기 원소와 화합물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는 학계보다는 산업계와 대중의 시점에서 풀어낼 것이다. 가성소다 또는 “양잿물” 개항 이후 서양 문물이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면서, 한반도의 대중들은 값싸고 신기한 새로운 물건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한발 앞서 산업화를 시작하고 상업을 진흥한 일본은 영국에서 수입한 면직물(일명“옥양목”), 그리고 자국에서 생산한 유리, 석유제품, 의약품, 장류, 주류, 성냥 등 다양한 소비재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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