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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교육/화학컬럼


잿물, 탄산수, 중조(2026년 4월호)
잿물, 탄산수, 중조 김태호 | 전북대학교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부교수, taehokim@jbnu.ac.kr 들어가며 산과 염기에 대한 이론이 확립되기 한참 전에도 인류는 여러 가지 산과 염기의 존재를 깨닫고 그 활용법을 익혔다. 식품을 보존하고, 신체나 도구를 깨끗이 하며, 의약품을 만들고, 금속이나 유기물을 녹이고, 유리나 도자기와 같은 귀한 기물을 만드는 데 첨가하고, 가죽을 무두질하며 염색과 같은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등 산과 염기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했다. 이 요긴한 물질을 만들고 보관하고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은 연금술사나 약사들의 살림 밑천이 되었고 귀중한 비밀로 조심스럽게 전승되었다. 염기성 수용액을 만드는 흔한 방법은 고체 상태의 염(salt, 鹽)을 물에 녹이는 것이었다. 사실 이 문장은 동어반복이다. 염기(base, 鹽基)라는 말이 “산과 중화반응을 일으켜 염과 물을 만드는 받침[基]이 되는 물질”이라는 뜻으로 고안된


화학교육과 연구의 두 무대: In Silico와 In Silica(2026년 4월호)
김홍기 | 순천향대학교 화학과 조교수, hongki@sch.ac.kr 서 론 화학은 물질의 성질, 조성, 구조, 그리고, 그 변화를 원자와 분자 스케일에서 탐구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화학교육의 중심에는 ‘실험’이 있었다. 실험 가운을 입고 비커와 시험관을 다루며, 용액의 색 변화나 기체의 발생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은 학생들에게는 강력한 학습 동기를 제공해 왔다. 더 나아가, 과학자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최적의 반응 조건을 찾아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의 사건들을 실험 결과를 통해, 입증해 왔다. 본 글에서는 유리를 상징하는 ‘실리카(Silica)’ 에 착안하여, 이러한 유리 초자 기반의 전통적인 실험실 환경을 ‘ In Silica ’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한편, 디지털 전환의 물결과 함께, 컴퓨터 및 컴퓨터와 관련된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고, 이는 화학 탐구의 무대를 근본적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교과서 밖의 유기화학(2026년 3월호)
학문을 파헤치는 방식은 다양하다. 대학교 공부와 같이 분야별로 한 과목씩 공부할 수도 있고, 시간과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며 선배 화학자들의 발자취를 연결하는 것도 흥미롭다. 하지만 오랜 공부는 우리를 지치게 만들며,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공부량을 해치우느라 미처 이야기하지 못하고 남겨지는 흔적들이 아쉽다. 우리는 이를 일화나 야사로 표현한다. 확실한 것은 언제 들어도 흥미롭다는 것. 그리고 화학 반응의 명칭 하나에 남겨진 마지막 흔적이 생각보다 더 거대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천재적인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동질감과 위안으로 한 걸음 더 공부를 이어갈 자신감을 건네주기도 한다는 점이다. 러시아 근대 화학 황금기 흔히 러시아는 현대 과학의 최전선이라는 이미지보다는 불곰, 보드카, 그리고 추운 날씨 정도로 연상된다. 하지만 19세기 러시아 제국은 의외로 화학 분야에서는 격렬한 격전지 중 한 곳으로 치열한 학문적 발전과 위대한 화학자들이


가르쳐지는 과학에서 소외된 것들(2026년 3월호)
한미영 | 대전과학고등학교 화학교사, imhmy123@gmail.com 서 론 ‘과학을 가르치다’라는 문장을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하 지 않기 위해서는 ‘과학’과 ‘가르치다’라는 단어를 이 글에서 어떤 의미로 쓰고 있는지 설명부터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두 단어를 설명하는 것은 과학교육에 대한 모든 논문을 다 인용해야 하는 방대한 일이고, 동시에 어떤 설명 없이도 소통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 글은 이 두 단어 중 ‘가르치다’를 수면에 띄워 논의 하고자 하는 글이 아니다. ‘가르치다’는 그저 ‘과학’을 수 식하는 형용사로 사용될 뿐이므로, 이 글에서는 각자가 자기 나름의 정의와 경험을 바탕으로 ‘가르치다’를 떠올리면 충분하다. 그럼 이제 남는 것은 가르쳐지는 ‘과학’이다. 다행스럽게도 앞에 ‘가르쳐지는’이라는 형용사가 있다. 이것마저 없었다면 또한 감당할 수 없는 주제가 될 뻔하였다. 과학 은 ‘과학’을...


공간을 인식하자 보인 것들(2026년 2월호)
오늘날 우리는 분자의 구조를 3차원 공간 속에서 이해 하는 데 익숙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1860년대에만 해도 “구조”라는 단어는 단순히 원자와 원자의 연결 관계를 가리킬 뿐, 실제 물리적 공간에서의 입체 구조를 의미하지 않았죠. 하지만 1874년 판트호프와 레벨이 탄소 주위의 원자들이 정사면체 구조를 이루어야 한다는 이론을 제시했고, 이후 이 개념에 기반하여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글에서 살펴본 피셔의 기하 이성질체 연구였죠. 이제 1890년경이 되면 탄소의 정사면체 구조는 화학계에서 확고하게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1890년대에는 이 개념을 확장하고 체계 화하려는 움직임들이 일어났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그 중 세 가지를 골라 살펴보려고 합니다.[참고문헌 1] 첫 번째 움직임은 유기화학의 명명법(nomenclature)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입니다. 1870년대와 1880년대를 거치면서 새로이 합성된 유기화합


실험 수업, 아이들의 과학을 깨우는 순간- 초등교사의 시선으로 본 과학 실험 수업의 의미와 미래-(2026년 2월호)
김선경 | 고창초등학교 교사, rlatjsru0916@nate.com 서 론 “선생님, 오늘도 실험해요?” 이 말은 초등학교 과학 시간의 마법 주문이다. 그 한마디에 교실의 공기가 달라진다. 아이들의 눈빛은 반짝이고, 평범한 교실은 단숨에 연구소로 변한다. 비커 대신 종이컵, 알코올램프 대신 손난로 가 등장해도 상관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직접 해 본다’ 는 것이다. 초등학교의 실험 수업은 아이들에게 과학을 손으로 배우는 학문으로 각인시키는 첫 경험이다. 본 론 1. 초임 시절, 종이컵 위에서 끓어오른 과학의 마법 교사로 첫 발령을 받고 과학 수업을 맡았던 해, 나는 물이 100℃에서 끓고 그 이상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종이컵에 물을 넣고 직접 끓여 보는 실험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약간 떨렸다. “이거… 종이컵에 불이 붙는 거 아니야?” 하며 불을 켰는데, 종이컵은 타지 않았다. 물은 부글부글 끓


연구실에서 교실로:종이 기반 바이오센서를 활용한 실험 교육의 제안
박선화 | 한국과학영재학교, 화학생물학부 교사, spark1122@ksa.kaist.ac.kr 서 론 화학교육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들이 과학적 탐구의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교실은 안전 문제, 장비와 재료 확보의 어려움, 수업 시간 부족 등 여러 제약으로 인해 실 험 수업을 충분히 운영하기 어렵다. 그 결과 학생들은 교과서 속 이론은 익히지만, 과학이 사회 문제 해결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전통적인 산·염기 적정이나 기체 발생 실험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기초 개념 학습에는 효과적이지만, 현재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최신 연구와 맞닿은 학습 경험을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대학 및 다양한 연구소의 연구실에서는 사회적 요구와 맞물린 다양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분석 화학과 생분석화학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센서 관련 연구도 그중 하나이다. 특히 종


초산을 만드는 원소, 질소(2026년 1월호)
들어가며 우리는 매일 수많은 물질과 접촉하고 그것들을 다루며 살아간다. 그래서 화학은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을 설명할 수 있는 학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마주치는 여러 가지 물질들 가운데는 근대 화학이 성립하기 한참 전부터 친숙하게 사용해 온 것들도 많이 있다. 근대 화학의 명명법에 따라 모든 물질의 이름을 정리할 수 있다면 이들을 인식하고 사용하는 데 혼동이 없겠지만,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도 먼 옛날부터 익숙하게 써 온 이름들을 과학자들 마음대로 하루아침에 바꾸도록 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한화학회에서 소듐과 포타슘 등 미국식으로 원소기호 이름을 바꿀 것을 권고한 지 꽤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 는 여전히 이름을 바꿀 기미가 안 보이고, “가리비료”는 가까스로 “칼륨비료”로 바꾸어 부르는 데까지는 이르렀으나, “포타슘 비료”라는 이름이 언제쯤 농민들의 입에 익을 지는 기약이 없다. 하지만 과학사의 대상으로서


공간의 화학(2025년 12월호)
최정모 | 부산대학교 화학과 부교수, jmchoi@pusan.ac.kr 19세기 후반의 화학은 구조 이론의 토대 위에 쌓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서 “구조”란 3차원 구조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원자와 원자의 연결 관계를 가리킵니다. 케쿨레는 1865년 탄소가 네 개의 손을 가지고 다른 원자들과 결합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제안했고, 이를 기반으로 유기화학자들은 많은 유기화합물을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구조”가 실제로 물리적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케쿨레를 비롯한 대부분의 화학자들이 말을 아꼈죠. 그 때 젊은 화학자 두 명이 등장해서 3차원 공간 에서 “구조”를 생각하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1874년, 판트호프와 레벨이 탄소가 주위 원자들과 결합하는 구조는 정사면체 구조를 이루어야 한다는 가정을 도입해 광학 활성을 설명한 것입니다. 13년 뒤인 1887년, 판트호프는 그간의 발전을 정리하면서 “공간의 화학”이 점차 자리를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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