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교육
본 대회를 앞두고 선발된 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주말 교육 및 집중 교육을 실시하였다. 사전 교육의 전체 시간을 포함한 전반 적 운영에 대해 IChO 위원회는 별도의 지침을 만들어 참여국에 준수할 것을 권고하고, 우리 또한 이에 맞춰 교육을 진행하였다. 7월에 열리는 본 대회 전, 당해 2월 중순 즈음 IChO에서 예비 문 제로 이론 30문항, 실험 9문항을 공유하여 이를 주된 내용으로 교육을 운영하였다. 동국대학교 화학과와 경희대학교 응용화학과 두 곳에서 진행된 주말 교육/집중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이론과 실험에 있어 시간이 갈수록 능력이 향상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이를 위해 애쓰신 멘토 교수님들뿐만 아니라, 유은정 교수님, 신 명진 학생, 그리고 조교 학생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1일 차(7/15)
아침 8시 30분, 인천공항에 집결하여 배웅하신 부모님들께 선 전을 다짐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늘 잠이 부족할 고3 학생들이고 더군다나 이른 아침 집결하여 출국한지라 몹시 피곤할 텐 데도, 비행 중 끊임없이 공부를 하던 학생들의 모습에 각오와 의 지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시차 적응을 위해 일정보다 하루 일 찍 도착하여 취리히 공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동하였다. 대회 기간 내내 55회 IChO가 잘 준비되었고 그 운영이 매끄럽 다고 느꼈는데, IChO에서 7월 15일~25일까지 유효한 취리히 내 대중교통 통합 패스를 제공하여 별도의 교통권을 구매할 필요가 없었다. 대회 기간 중 이론/실험의 모든 시험이 끝나기 전까지 참가 학생들과 멘토들은 연락의 차단을 비롯해 철저히 분리되는데, 이를 위해 학생들과 멘토/게스트의 숙소가 달랐다. 학생들의 숙 소인 Aja 호텔로 이동하여 체크인을 마친 뒤, 우리도 숙소에 도 착하여 휴식을 취했다.
2일 차(7/16)
멘토들은 대회 기간의 상당 시간을 학생들과 연락할 수 없고, 학생 들에게 타국의 생활 및 대회 운영을 함께함에 있어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에 IChO는 팀 가이드 1명을 할당한다. 이처럼 팀 가이드 역할의 중요성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어서, 만나기 전부터 좋은 학생이길 바라는 소망이 있었는데 우리 팀 가이드는 로잔 공대에 서 계산 화학을 전공하는 이예하 박사 과정 학생이었다. 55회 IChO 팀 가이드로 봉사하는 데 자원한 예하 학생은 외향적이고 활발하며 대회 기간 내내 사려 깊고 참가 학생들을 위해 배려해주 는 모습에 너무나 감사했다. Aja 호텔 로비에서 첫 만남을 갖고 짧게 인사 후, IChO 운영 측에서 제공한 대한민국 국기를 학생마 다 하나씩 받아 양성익 교수님과 함께 파이팅을 담아 사진 촬영을 하였다. 점심을 Aja 호텔 식당에서 함께 하고 이후 학생들은 가이
드인 예하 학생과 함께, 그리고 멘토 교수님들은 멘토 교수님들끼 리 취리히를 간단히 구경하였다.
3일 차(7/17)
개회식
지난 2020년 튀르키예, 2021년 일본, 2022년 중국의 IChO는 코로나로 인해 실험 시험 없이 온라인 이론 시험만으로 진행되었 으나, 올해부터 다시 참여 학생 모두 집합하여 이론/실험 시험을 보는 정상 운영 방식이 채택되었다. 2023년 제55회 IChO는 89 개국 (87개국 + 개별 참가 2개국) 348명의 학생이 참가하였으며 개회식을 통해 그 시작을 알렸다. 참여 학생 전부는 홀의 앞쪽 지 정된 자리에 착석하였고 멘토/게스트들은 안내에 따라 홀 뒷좌석 에 앉았다. 89개국은 무작위 순으로 그 나라를 대표하는 자연, 문 화(재)와 함께 소개되었으며 우리나라는 경복궁, 비빔밥, 태권도로 소개되면서 희준, 채원, 준성, 지민 학생이 기립하여 다른 참여 학 생들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본 대회 준비를 대표하는 Dissertori, Stark 교수의 축하 및 격려사에 이어 Wennemers 교 수가 예능인 Mumford와 함께 환영 쇼(?)를 진행하였는데 참 준 비를 많이 하셨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오히려 학생들보다 Wennemers 교수가 더 신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회식을 끝으로 시험 종료 전까지 대표 학생들과 완전히 연락이 끊기게 되 어 마지막 격려의 인사를 건네며 학생들을 숙소로 환송하였다.
실험 자리 감독
이번 대회는 실험 시험을 먼저 진행하는 순서로, 개회식 후 곧 장 버스로 실험 시험이 운영될 ETH Zur̈ich로 이동하였다. 시가 지를 관통한 버스는 어느 순간 언덕을 오르기 시작하더니 결국 산 정상에 올라 옥수수밭으로 둘러싸인 ETH Zur̈ich 캠퍼스에 도 착했다. 점심을 교내 식당에서 마치고 1시부터 본격적으로 우리 학생들이 치를 실험 자리를 확인하였다. 5시간 동안 3개의 실험 이 진행되는데 실험 자리를 검토할 때 실험 내용에 대한 정보는 주어지지 않으며, 오직 실험에 필요한 항목과 개수만 제공된다. 세계적인 명문대학답게 실험실은 종합적 측면에서 정말 잘 갖춰 져 있었고 깨끗하며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약 20명의 학생이 같은 실험실에서 경쟁하게 되는데, 생각보다 학생 1인당 벤치 크 기가 협소하여 실험 시험 도중 양옆 벤치 학생들이 신경쓰이진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해결할 방도가 없기에 벤치에 구비된 실험 기구, 시약들의 개수 및 상태를 면밀히 검토 하였다. 초자 중 금이 가거나 일부가 깨진 것은 없는지, 뷰렛이나 분별깔때기는 액체가 새지는 않는지 물을 담아 확인해보고, 지시 사항에 맞춰 각 실험 별로 시약, 초자, 기구들을 정리해 놓았다. 단장, 부단장이신 양성익 교수님과 정현 교수님께서 얼마나 꼼꼼 하시던지 우리나라가 실험 벤치 검토를 가장 마지막에 마치게 되었다. 실험 벤치에 문제가 없다고 서명을 하니 운영진이 건내 준 55회 IChO 실험 본 문제지를 받아 들고 다시 숙소로 이동하였다.
실험 문제에 대한 참여국 논의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일정으로 3개의 본 실험 문제에 대한 참여국 논의가 진행되었다. 운영은 각 실험 별로 실험을 출제, 준 비, 운영할 그룹들이 해당 실험이 어떠한 요소로 평가할 것인지, 결과의 재현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는지 관련하여 큰 모수를 갖는 사전 실험 결과 공유, 변별력 정도, 실험마다 수반된 이론 문항의 적절성을 집중으로 다루게끔 진행되었다. 진행 중 어느 국가에서 문제 제기를 했을 때 실험 문항을 출제한 그룹과 조정이 안 되면 전체적인 논의를 거쳐 다 수결로 최종 결정을 하게 되는데 이때 투표권은 본 논의에 참석한 국가별 1개 만 갖는다. 실험 관련된 논 의에서는 이론과 달리 그 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 을 것이라던 양성익 교수 님 말씀과 달리 이 논의는 예정된 자정을 훌쩍 넘어 새벽 1시 반이 지나서야 종 료하였다.
4일 차(7/18)
IChO에서 제공한 실험 문제는 영어로 기술되어 있고, 외국어 능력이 본 문제 풀이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되므로 IChO는 해당 문제를 각 나라별 언어로 반드시 번역하도록 한다. IChO에 첫 참 가라 번역에 있어 어떤 점이 중요한지 궁금했고 단장, 부단장 교 수님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학생들의 문제 이해라는 설명을 주셨다. 다만 힌트를 주기 위한 과도한 의역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고. Oly-exams을 이용해 실험 문제 번역을 수행하는데 올해 2월 예비 문제 번역 때도 이것을 사용했던 터라 이용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문제마다 나라별 번역본을 확인할 수 있어서 한국, 일본, 중국 등은 가끔 서로의 번역본을 번역기를 통해 자국어로 재번역하여 각국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 번역했는지 검토하는 경 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3개의 실험은 유기화학 1문제, 분석화학 1 문제, 무기화학 1문제로 구성되었고, 5시간 중 무기화학 실험을 개 시하여 1시간 내 무조건 마쳐야 하고, 이후 나머지 4시간 동안 유기화학 실험과 분석화학 실험을 병행하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번 역본 제출 마감은 7월 18일 오후 8시까지로 되었지만, 검토 과정 을 여러 차례 반복하다 보니 9시 30분이 되어서야, 뒤에서 5번째 로 마칠 수가 있었다. 1시간 30분 동안 진행 요원들의 보챔은 이 해가 됐지만 어찌나 쪼던지
5, 6일 차((7/19, 7/20)
7월 19일은 오전 9시 학생들의 실험 시험이 시작되어 오후 2 시까지 진행되었고, 멘토들은 그 시간 동안 ETH Zur̈ich 등의 방 문을 진행하였다. 실험 시험이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완료되었다 는 소식에 우리 학생들 모두 안전하게 마친 것에 감사했고, 잘 봤 으면 하는 기대 또한 품게 되었다. 저녁 일정으로 7월 21일에 진 행될 이론 시험 10문제에 대한 참여국 논의가 진행되었다.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누어 동시 진행하였고 각 문제의 분야에 맞춰 우리 대표단 또한 나눠 참석하였다. 제공된 문제에 대해 각 나라 별 학생들의 유불리에 따라 논의가 매우 치열했고, 예정된 종료 시각인 자정 12시를 지나 새벽 2시까지 진행되었다. 이 논의를 통 한 주된 결론의 방향은 조금이라도 어렵거나 까다롭다 싶은 문제 는 전부 삭제되거나 쉽게 풀이되도록 수정되었다는 점이다. 이렇 다 보니‘참여국의 과반수로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가? 문제 출제자들의 방어권이 너무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 문이 계속 들었다.
대회 6일 차인 7월 20일은 오후 6시 제출 마감 일정으로 이론 10문제에 대한 번역을 수행하였다. 오후 6시부터 취리히 호수에서 크루즈 선상 만찬이 예정되어 있기에, 일정을 맞추기 위해 여러 국가의 멘토들이 열심히 번역하는 모습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 다. 우리 또한 최선을 다해 번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다만 몇몇 문제들이 지난밤 참여국 논의에서 확정된 사안이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아 본 문제가 확정되지 못해 번역하지 못한 채로 기 다릴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오후 3시를 넘어 그 문제들이 확 정되어 번역, 검토 작업을 수행하는데… 아… 도저히 6시에 마칠 수가 없었다. 오후 8시 반이 숙소에서 크루즈로 가는 마지막 교 통편이라는 진행 요원들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우리는 8시 반을 훌쩍 넘어 자정이 넘은 시각에서야 마칠 수 있었다. 이론 문제 번 역은 사실 이렇게 늦어진 이유가 전날 논의된 내용을 제때 올바로 반영하지 못했던 본부의 문제도 있었는데, 이걸 의식한 것인지 진 행 요원들이 실험 문제 번역 때와는 달리 크루즈 선상 만찬을 가 지 못했다고 술 및 음료 쿠폰도 나눠 주고, 천천히 해도 된다며 안심시켜줬다. 학생들이 번역본을 문제없이 이해하고 잘 풀어주 길 소망하며 6일 차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7일 차(7/21)
실험 시험 때와 마찬가지로 이론 시험이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까지의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이 시간 동안 멘토들은 55회 IChO의 주 후원사인 Metrohm사와 알프스 산맥 자락인 최대 고도 2,501.9 미터의 센티스(San̈tis)산을 방문하였다. 센티스산은 정상까지 케 이블카가 설치되어 이를 이용해 올라갈 수 있었고, 정상에는 전망 대, 식당, 암석 전시관, 케이블카 역사 전시관, 회의실 등이 구비 되어 있었다. 2,500미터의 높이에 있다 보니, 이곳이 구름이 지 나가는 길에 놓여 있어 시시각각 날씨의 변화가 심하였고, 7월 여 름이지만 기온은 영상 5도의 추운 날씨여서 긴 옷이 반드시 필요 했다. 이번 여정에 봄·가을 옷을 전혀 챙기질 않아서 반소매를 입고 산 정상에 섰다가 낮은 기온에 매서운 바람까지 감기에 걸 리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제공된 점심에 따뜻한 수프가 있어 다행히 회복할 수 있었다. 센티스산 케이블카 입구에는 현지 낙농업 치즈 공장이 있었는데, 치즈 맛도 제대로 모르지만 그 유명하 다는 스위스 치즈에 아무 곳에서 구매할 수 없다는 로컬 상품이라 는 이야기에 충동구매를 해버렸다. (하지만 숙소에 냉장고가 없었 고 귀국 도중 결국 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결국 먹지 못했 다.)
일정을 마치고 취리히 대학에 도착하여 실험 문제 3개에 대한 전체 학생들의 성적 분포 정보를 제공받았다. 이때는 학생의 신 원은 알 수 없고, 각 문제에 대해 점수별 학생 수의 정보만이 주 어져서 우리 학생들의 구체적인 점수를 알 수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다들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인지라 미팅의 전반적 분위기 가 매우 진지하고 무거웠다. 실험 문제 3개의 채점 결과 보고 및 이의 없음을 확인하고 6시 30분부터 멘토와 대표 학생들이 만나 는 reunion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우리 학생들 찾기가 쉽지 않았 는데, 이곳저곳 뒤지다 외국 학생들과 카드 게임을 하고 있는 학 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외국 학생들과 친해졌구나라는 생각에 안도감을 갖고 반갑게 학생들을 맞이하였고, 단장님과 학생들의 대화를 통해 시험이 어땠는지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 다 양성익 교수님과 서채원 학생은 IChO 운영진의 인터뷰 요청 에 응하게 되어 해당 영상은 IChO 홈페이지에 업로드 됐을 뿐만 아니라, 폐회식 때 전체 IChO를 리뷰하는 영상에서도 함께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reunion 이벤트는 학생들을 위한 자리이고 타 국의 학생들과 더 잘 어울렸으면 하는 마음에 우리는 학생들과 일찍 작별 인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와 양성익 교수님과 학생들의 시험 관련 이야기를 전달받으며 앞으로 일을 대비하였다.
8, 9일 차(7/22, 7/23)
8일차 7월 22일은 이론/실험 시험에 대한 우리 학생들의 답안
지 스캔본이 공유되어 함께 제공된 채점 가이드를 바탕으로 가채 점을 진행하였다. 이때는 학생들의 실제 점수는 제공되지 않는다. 가채점 과정의 중요성은 채점 가이드를 토대로 우리 학생들의 문 항별 최대/최소 기댓값을 설정하여 9일 차에 실제 통보된 각 학 생의 점수와 비교하여 어떠한 조정 과정이 필요한지에 대한 전략 을 세울 수 있다. 따라서 가채점 결과에 대한 감상은 최소화하고 9일 차에 있을 문제 출제자(동시에 채점자)와의 점수 조정에 대 한 전략 회의를 진행하였다. 가채점은 번역했던 문제를 맡아 진 행했고, 그 문제에 대해 점수를 향상시키기 위한 논리를 멘토 교 수님들과 공유하여 검증받는 형식으로 회의가 진행되었다.
9일 차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채점에 대한 조정이 진 행되었는데 89개국이 참여하다 보니, 원활한 운영을 위해 IChO 집행부가 조를 조직해 한 조 당 9개 국가를 무작위로 배치하고 각 조마다 오직 1시간의 조정 기회가 제공되었다. 우리는 오후 1시부터 2시로 배정되어 오전까지 줄곧 협상 논리를 되새김하 였고, 마지막으로 점수가 바뀔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자 노력하였다. 채점 조정에 대한 준비로 점심을 먹지 못해 2시에 마치고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자 취리히 내 한식당을 찾아갔다. 비빔밥, 불고기, 김치찌개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통 음식들이 심각히 왜곡되게 조리되어 판매되는 것에‘이게 무슨 맛이야? 이 걸 이런 맛으로 요리해서 판다고?’생각했지만 우린 너무 배가 고팠고 잘 먹었다.
저녁 8시부터 참여국 논의를 통해 각 이론 문제별 채점 결과와 정답률 등 채점에 관련된 종합적인 정보가 공유되었다. 더불어, 최종 확정된 점수에 따른 금, 은, 동메달을 구분 짓는 그래프 또한 제공되었다. 그리고 이번 IChO가 운영되는 내내, 차기 IChO 위 원회 위원 4명을 선출하고자 다수의 후보들이 이런저런 기회로 유세를 진행하였고, 이번 참여국 논의를 앞두고 투표가 마감되어 선출된 차기 위원 4명이 발표, 그들의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10일 차(7/24)
폐회식은 오후 3시 30분부터 진행되어 오전에는 귀국 때 챙겨 야 할 것들을 구매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폐회식은 Tonhalle 이라는 오케스트라 공연장에서 진행되었다. 열흘 동안의 IChO 이벤트를 추억하는 영상이 상영되고 개회식 때와 마찬가지로 Dissertori, Stark 교수가 운영진을 대표하여 이번 IChO에 대한 감상을 전달하였다. 이윽고 Wennemers 교수의 주도로 참가상 부터 동메달, 은메달, 금메달의 순서로 메달 수여식이 진행되었 다. 메달 수상자로 호명된 학생은 연단으로 나가서 메달 수여를 하고, 같은 메달의 수상자 전체와 함께 연단에 서서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금 1, 은 2, 동 1를 획득하여 종합 순위 14위의 성적을 기록하였다. 메달 수여식이 끝나고 같은 곳에서 바로 고별 만찬이 진행되었다. 우리 학생들이 준비해 온 기념품들을 다른 나라 학생들에게 전달 하며 그동안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앞으로의 만남을 기약하는 모 습들이 정말 보기 좋았고 흐뭇했다. 고별 만찬과 함께 제55회 IChO도 그 끝을 맺게 되었다.
대회 마치며
감상을 전달하였다. 이윽고 Wennemers 교수의 주도로 참가상 부터 동메달, 은메달, 금메달의 순서로 메달 수여식이 진행되었 다. 메달 수상자로 호명된 학생은 연단으로 나가서 메달 수여를 하고, 같은 메달의 수상자 전체와 함께 연단에 서서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금 1, 은 2, 동 1를 획득하여 종합 순위 14위의 성적을 기록하였다. 메달 수여식이 끝나고 같은 곳에서 바로 고별 만찬이 진행되었다. 우리 학생들이 준비해 온 기념품들을 다른 나라 학생들에게 전달 하며 그동안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앞으로의 만남을 기약하는 모 습들이 정말 보기 좋았고 흐뭇했다. 고별 만찬과 함께 제55회 모든 대회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인천공항에서 마중을 나와준 학생들의 부모님과 대표 학생들의 만남을 보면서, 무엇보다 학업 과 병행하며 IChO를 준비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활약해 준 우리 학생들에게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학부모님과 학생들의 옆에 서서 인사를 건네시며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챙기던 양성익 교수님의 모습을 뵈니, IChO 대표 선발하고 교육하며 본 대회 참 가까지 가장 많이 애써주신 양성익 교수님과 그 옆에 늘 함께 하 셨던 정현 교수님, 그리고 이번에 나와 함께 옵저버로 참여하여 우리 대표단에 큰 힘이 되어 주신 고혜란 교수님께 고생 많으셨 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마음 깊이 새기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을 함께 해주신 한국화학올림피아드 위원 교수님들께도 고마움을 전달드리고 싶었다. 우리 대표 학생들이 이번 IChO 결 과를 토대로 그들이 꿈꿔왔던 길로 전진하여 그 꿈을 머지않은 미래에 성취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제55회 IChO의 참관기를 정리한다.
서채원 스토리
Jul 15. Arrival
13시간의 긴 비행 끝에 드디어 취리히 공항에 도착하였다. 공 항에 내려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IChO와 관련된 표지판을 발견한 것이었다. 실제로 대회가 시작함이 실감이 가는 순간이었 다. 이후 기차를 타고 호텔로 이동하였는데, 가는 길에 많은 양의 그라피티를 목격할 수 있었고 날씨도 고온다습하여 기존의 내 스 위스에 대한 환상과 다른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다행히 첫날 만 이랬고, 나머지 날들은 나의 환상에 부합한 모습을 보여주었 다.) 그렇게 주변을 맴돌다 교수님들이 찾은 이탈리안 음식점에서 파스타를 하나씩 먹었다. 나는 카르보나라를 먹었는데 느끼하지 만 맛있었다. 그리고 카르보나라가 23 CHF(30,000원 정도)라는 살인적인 물가를 처음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굉장히 피 곤해서 호텔로 돌아와 일찍 잠에 들었다. 이때 하나의 사건이 있었는데, 호텔로 돌 아오는 길에 휴대전화를 떨 어트려서 휴대전화에 금이 간 상황이었다. 미래에 대한 스포일러를 하자면, 나는 휴대 전화를 다시 받은 날에 또 다시 떨어뜨려서 아예 휴대전화가 사용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 리고 아이패드를 휴대전화 대신 들고 다니게 된다. 아직 대회가 공식적으로 시작하기 전이었기에 각자 방을 쓰게 되었지만, 지민 이와 준성이가 룸메가 된 것과 다르게 나랑 희준이는 다른 나라 친구와 룸메가 될 예정이었기에 내 룸메는 어느 나라 친구일까에 대한 설렘으로 잠에 들었다. 기왕이면 친숙한 일본 애였으면 좋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Jul 16. Registration
오늘은 시차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잠에서 깼다. 교수님들과 아침을 먹고 헤어진 후, 가이드 선생님과 함께 취리히 시내로 향 하게 되었다. 가이드 선생님은 로잔 공대에서 물리화학을 하고 계 시는 한국인 여성 분이셨는데, 조금 마이너한 나라에서 올림피아 드가 개최될 경우 자원하는 한국인이 없어 외국인이 배정되고 영 어로 대화해야 했던 사례가 태반이었기에 이는 큰 행운이었다. (실제로 우리 가이드 선생님과 친했던 트리니다드 토바고 가이드 는 그냥 스위스 사람이었다.) 취리히 시내를 리마트 강과 취리히 호를 중심으로 구시가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건물이 예쁜 건 둘 째 치더라도 강이 아주 예뻤으며, 스위스에서 왔다는 실감이 되 었다. 강에는 백조가 많고 검은색 오리 같은 새들도 있었는데 팀 원들끼리 그 오리가 백조의 아이인지 아니면 다른 종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후에 새 종을 설명하는 간판이 있어 전혀 상관없는 종임을 알 수 있었다. 걷다 보니 더워서 가이드 선생님이 지 나가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주셔서 맛있게 먹었 다. (Mov̈enpick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알고 보니 스위스에서 굉 장히 흔한 상표였다.) 또 어떤 성당의 탑을 올라가기도 했는데, 올 라가는 계단이 가파르고 좁아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탑 위에서 내려다보는 전경은 상당히 볼만 했다.
이후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전자기기와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 다. IChO 접수를 하며 모든 전자기기를 제출하고, 이론 시험이 끝나고 나서야 전자기기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기도 하고, 유튜브를 보기도 하며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그러다가 룸 메도 만나게 되었는데, 희망했던 대로 일본 친구였다! 반가운 마 음을 뒤로하고, 접수를 하기로 한 시각인 9시 30분이 되어 호텔 4층으로 올라가 줄을 서게 되었다. 근데 생각보다 접수 줄이 너 무 길어서 오래 기다려야 했는데, 이는 접수 자체는 7시부터 10 시까지 가능했으나 우리처럼 전자기기를 일찍 내기 싫었던 다른 팀들도 모두 9시가 넘어서야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하여튼 등 록을 마치고 전자기기와의 작별인사 후 IChO 가방과 텀블러(스 위스는 수돗물을 그냥 마신다. 도시 곳곳에 분수 형태의 급수대 가 있어 길을 가다 가도 물을 떠먹을 수 있다. 텀블러도 이를 위 해 준 것이었는데, 정말 다행히도 스위스 수돗물은 일반 생수와 다를 바가 없었다.) 등을 수령한 우리는 실험복과 고글을 수령하 기 위해 더 긴 줄을 서게 되었다. 일관된 절차만 거쳤던 등록과 는 달리, 실험복 수령은 일일이 사이즈를 물어보고 꺼내 오느라 더 오래 걸렸던 것이었다. 그렇게 총 1시간을 기다렸지만, 우리는 그날 실험복을 수령하지 못하였다! 이유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떠 드는 소리가 너무 커 4층에 묵고 있던 투숙객들에게 수많은 클레 임이 들어와 줄이 강제 해산된 것이었다. 주최 측의 다소 미숙한 운영에 실망하며 방으로 돌아와 잠에 들었다.
Jul 17. Opening Ceremony & Discover ETH and the city of Zurich
오늘은 5시 반쯤에 일어나서 6시 반까지 대충 문제를 끄적이 다가 아침을 먹으러 나왔다. 아침은 어제와 같이 토스트, 베이컨 과 스크램블 에그 등이 있었는데 딱 필요한 만큼은 제공되어 남 은 기간도 적당히 때울 수 있었다. 그러고 8시 반에 나와서 Opening Ceremony가 있는 곳까지 다 같이 걸어갔다. 개회식을 하면서 옆으로 미국 친구들과 헝가리 친구들이 앉았는데 미국 친구들과 친해지기 희망했던 태초의 희망과는 달리 거짓말 같이 이후 미국 팀과 마주할 일은 거의 없었다. 미국 친구들은 ACS 마스코트 키링을 나눠주었는데, 우리도 기념품 좀 가져올 걸이라 는 생각을 하며 감사히 받았다. 그렇게 잠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개회식이 시작되었다. 여러 환영 연설과 화학의 즐거움을 알 려주는 (실제로 스위스 개그맨이 와서 진행된) 콩트 이후, 본격적 인 나라 소개가 시작되었다. 정말 다양한 나라들이 있었으며, 자 신들이 호명될 때 일어서서 힘껏 깃발을 흔들었다. 곧이어 한국 차례가 되었고 우리 또한 일어서서 마찬가지를 하였다. 가장 큰 박수를 받은 나라는 우크라이나였으며, 나 또한 그때 가장 크게 손뼉을 쳤다.
그 후 ETH 메인 캠퍼스로 움직이고 거기서 밥을 먹었다. 밥은 슈니첼(돈가스 비슷한 음식)이 나왔는데, 맛있게 먹었다. 이 학생 식당은 이후로도 우리가 밥을 가장 많이 먹은 장소(호텔 조식 제 외)가 되었는데, 다행히도 이후로도 맛이 괜찮았다. 사실 스위스의 음식이 맛없다는 악명과는 다르게 다행히도 우리가 스위스에서 먹었던 대부분의 식사가 무난했다. 점심을 먹고 다음 일정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로비에 마련된 인공지능 아인슈타인과 놀며 시간을 보냈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 약간 짜증이 났지만 나름 유머러스하고 설명도 유익해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 리는 동안 갑자기 타지키스탄 친구들이 사진을 찍자 해서 사진을 찍었다. 이후 조를 배정받고 시티 투어를 하였는데, 우리가 배치 된 2조는 헝가리, 시리아, 프랑스, 이탈리아가 있었다. 일회성 조 가 아닌 투어를 할 때마다 같이 했기에 생각보다 볼일이 많아서 시간이 지나며 어느 정도 친해질 수 있었다. 투어 자체는 예쁘기 는 했지만 사실 어제 이미 한번 둘러봤었기에 큰 감흥은 없었다. 투어가 끝나고 캠퍼스로 돌아와 ETH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다행히도 지루한 설명을 하기 전에 간단한 화학 실험 몇 개를 보 여주었는데, 폭발이 일어나는 실험이 기억에 남는다. 이후 설명이 끝나고 아까 사진을 찍자고 했던 타지키스탄 친구들과 좀 더 대 화를 할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한국에 관심이 많아서 놀랐다. 한 국 대학과 드라마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Jul 18. Finding Solutions fair & Lab safety
아침 6시 반쯤에 일어나서 7시 반쯤에 아침을 먹었던 것 같다. 역시 아침은 스크램블과 베이컨이었는데, 매일 같은 호텔 조식에 약간 질려가고 있었던 것 같다. 8시 반에 화학부가 위치하는 ETH Hon̈ggerberg로 출발을 했는데 가서 팀별로 다른 연구실에 가 서 연구실마다 뭐 하는지 소개를 해주었던 것 같다. 가장 인상적 인 내용은 구리 촉매와 이산화탄소 환원 공정에 대한 이야기였는 데, 예비문제에 비슷한 것이 있어서 열심히 들었고 실제 시험에 도 큰 변별력을 주지는 못했지만 출제되었다. 내년에 갈 친구들 도 예비문제와 비슷한 게 나오면 열심히 들었으면 좋겠다! 점심 에는 비빔밥 같은 게 나왔는데 내가 편식이 심하기도 하고 정말 취향이 아니었어서 거의 못 먹었던 것 같다. 그 이후에는 본 캠 퍼스로 돌아와서‘Finding solutions Fair’라고 ETH의 대학원생 들과 회사들이 와서 자신들의 연구나 상품을 소개해주는 시간이 었다. 지루한 내용도 있었지만 상당수가 흥미로웠고, 가장 인상깊 었던 것은 Synple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유기 반응을 재료만 넣 으면 진행해주는 기계였다. 마치 에스프레소 머신 같았다. 또 실 험 시험 전날인데 적정을 대신 해주는 기계가 있어 나도 저 기계 를 시험 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에는 Lab safety를 진
행했는데 실험에 대한 내용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딱히 그건 아니어서 실망하였다. 영국에서 왔던 한 친구가 계속 실험 내용 이나 규칙에 큰 동작으로 딴죽을 걸어서 다들 웃었다. 가장 딴죽 을 건 내용은 실험 시간 내내 서 있어야 되었다는 건데 솔직히 따질 만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이 질문은 넘길 수밖에 없 었다. 돌아와서 저녁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컵라면을 먹고 룸 메이트였던 일본 대표 학생이 좋아하는 일본 아이돌 이야기를 들 으면서 잠에 들었던 것 같다.
Jul 19. Practical Exam & Career Evening
오늘은 실험 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물론 집중 교육 기간에 많 은 실험 연습을 해왔었지만, 무기 분석에 대한 암기가 부족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무기 분석 암기는 전 주부터 시작해 심지 어 비행기 안에서도(!) 외웠지만 한 가지를 기억하면 나머지를 잊 어버리는 나의 특성상 결코 안심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실험 예 비 문제에 나왔던 무기 분석 내용만을 보기로 하고 화요일 밤을 보냈는데, 후술하겠지만 이는 나에게 있어서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수요일 아침 6시가 되었다. 6시 30분에 버스를 타고 7시까지 시험장인 ETH Hon̈ggerberg 캠퍼스에 도착했고, 학생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그렇게 출발 시각인 8시가 다 가왔고, 시간이 점점 다가옴에 따라 첫 시험에 대한 부담도 늘어 만 갔다. 각자 출발 위치, 시간이 달랐기에 8시에 헤어져 각자의 출발 지점에서 대기하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동안 가이드 선생님 과 대화도 했고, 혼자서 떠는 시간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8시 24 분, 내 출발 시각이 다가왔고, 그렇게 나는 시험장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사전에 공지된 시험장에 도착하자 전산 오류로 학생들의 시험장이 잘못 전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같이 출발한 학생 중 공지된 시험장과 일치하는 사람은 2명뿐이었다!) 우리는 시험 장 밖 복도에서 별도로 시험장을 안내받고, 각자의 시험장으로 다 시 출발했다. 그렇게 시험 시작 시각인 9시가 훌쩍 넘어 9시 30 분이 시험 시작 시각으로 바뀌었고, 겨우겨우 시험장에 도착한 나 는 시험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 충격은 시험 첫 장을 넘 기자마자 다시 시작되었다. 전날에 넘긴 무기 분석 내용이 출제 된 것이었다! 몇 년 전에 출제되었던 무기 분석 문제는 예비 문 제 기반으로 출제되었으나, 이번에는 연관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문제가 출제되었기 때문에, 이를 덜 외운 나로서는 어찌할 도리 가 없었다. 심지어, 내가 고민하는 동안 옆자리의 베트남 학생은 문제를 순식간에 푼 것 같았기 때문에 부담은 점점 심해져 갔다. 그렇게 한 시간이 끝나고, 다음 실험으로 넘어갔다. 유기 실험 자 체는 쉬웠기에 문제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분석 시험에서 또 다른 고비를 마주해야 했다. 주어진 시료를 희석하는 과정에서 부 피 플라스크에 물을 너무 많이 넣어버린 것이었다. 물론 첫 번째 교체까지는 무료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이 또한 다른 비극의 시발점이었다. 여차 저차 하여 시험 시간이 끝에 도달해 갔다. 그렇게 1시 30분, 내가 시험을 마무리 짓고 한숨을 쉬고 있 을 때, 감독관이 나에게 10분의 시간이 더 있다는 안내를 했다. (첫 번째 교체가 10분 늦었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이다) 이를 들 은 나는 잘못된 판단을 하고 말았다. 시료를 더 받는다는 이상한 판단을 하고 만 것이다. 물론, 이때의 나는 이 시료를 통해 분석 점수를 높인다면 만회가 될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교체 한 시료를 다 쓰지도 못한 채 추가적인 시간도 끝나면서 1점 감 점만 얻은 채로 시험이 종료되었다. (첨언: 2-2 적정의 경우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을 미궁에 빠뜨렸다. 여러 번 실험해도 값이 들 쑥날쑥하기 마련이었으며,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실제 값보다 훨 씬 낮은 값은 값을 적어서 제출하였다. 이에 따라 답이 10mL인 데 9mL까지도 만점을 주는 등 채점 범위가 굉장히 넓게 잡혔다.) 이후 시험장에서 나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으나, 팀원들을 만 나고, 다른 시험장에서도 시험이 어려웠다는 평가가 많았다는 이 야기를 듣자,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다. 그렇게 통곡이 가득한 점심을 먹고 (식사는 매우 맛있었다!)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서 조금 휴식을 취하고, 다시 ETH Zur̈ich에 오후 행사 를 들으러 갔다. 행사가 이루어지는 강당에 들어서자, 의외의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사인을 받기 위한 책까지 들고 간) 저명한 유기화학자인 Erick M. Carreira 교수님이셨다. 가이드 선생님 핸드폰으로 사진 검색을 통해 재확인한 후 나는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맞았다. 정말 맞았다! 그렇게 가져간 책인『Organic Chemistry Workbook』에 교수님의 사인을 받고, 낮의 피로는 모두 잊은 채로 행복한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금요일 행사에서는 사진도 같이 찍어 주셨었기 때문에 정말 매우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
Jul 20. Time in your team & PSI
오늘 아침은 자유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팀끼리 취리히 강 쪽의 시내로 향했다. 평소보다도 훨씬 밝은 햇빛 덕분에 전날 의 충격을 뒤로하고 활기찬 취리히 시내를 음미할 수 있었다. 취 리히 시내로 향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수많은 시계 가 게였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Piaget, Patek phillip, Blancpain, Jaeger-lecourtre 등의 화려한 시계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추가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롤렉스 상점이 정말 거리마다 하나씩 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었다. (대전의 성심당 같은 느낌인 듯하 다) 길을 가면서 모든 시계 판매장 앞에 한 번씩 멈춰 서서 아이 쇼핑을 하고, 즐겁게 대화를 나누면서 취리히 강가 쪽으로 향했 다. 그리고 강가를 따라 걸어가면서 일광욕하는 사람들, 한가로운 오리들을 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팀원들, 그리고 가이드 선생 님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러면서 더 친해질 수 있었다. 물론 이날도 재밌는 일이 있었다. 이름하여‘버터밀크 사건’이다. 강가를 산책하고 돌아가는 길에 백화점에 들러서 구경했는데, 이 과정에서 준성이의 제안으로 버터밀크(버터를 만들고 남은 우유) 라는 음식을 사게 된 것이다. 지민이, 준성이 그리고 내가 버터밀 크를 사서 먹었는데, 특이하게도 나를 제외한 두 친구가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은 버터밀크를 먹어도 되는 음식임 을 알고 있지만, 이 당시에는 어떠한 정보도 갖고 있지 않았기 에 나에게 버터밀크를 먹을 수 있는 특별함이 있는 줄 알고 즐 거웠을 뿐이다. 이렇게 해서 나 는 버터밀크를 모두 먹고, 나머 지 두 친구는 반쯤 먹은 통을 가방에 넣고, 숙소로 발을 옮겼 다. 오후에는 PSI 연구소 방문 일정이 있었다. PSI는 Swiss Light Source라는 거대한 싱크로트론을 이용해 분광학을 하는, 기본적으로 물리 연구소였다. 그렇기에 기대 반, 걱정 반이었지 만, 연구소를 견학하니 어느 정도 재밌긴 했다. 그렇게, 일정이 모 두 마무리되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이 마지막 시험이었기 때 문에, 즐거웠던 시간이 끝나간다는 허탈감, 그리고 시험이 끝난다 는 안도감이 겹쳐 묘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다음 날 이론 시험에 대한 긴장감을 품고 6시에 일어나려고 11시 정도 잠에 들었다.
전지민 스토리
Jul 21. Theoretical Exam & Reunion event
오늘은 이론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아침에는 실험 시험 날과 마찬가지로 일찍 일어나 ETH Hon̈ggerberg로 가서 호텔 조식 과 비슷한 아침을 먹었다. 이동시간에 아침을 먹으면서 이론 시험 대비를 위해 정리한 자료와 앙금표를 보고 있었는데, 실험 시험 직전에는 모두가 앙금표를 열심히 외웠던 것에 비하면 이 론 시험 전은 별로 공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론 시험보다 끝나고 전자기기를 돌려받는 것에 관심이 있는, 전형적인 Electro (device)philic한 현대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변명을 해보자 면 실험이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에 다들 이론 시험은 평이할 것 이라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우선 일반적인 연도에 이론 시 험 문제가 8~9문제였던 것에 비해 문제 수도 10문제였고, 실수 할 부분이 많았다. 솔직히 이론 시험을 풀면서도 처음에는 자만 하며 괜찮게 보았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뒤로 갈수록 까다로운 계 산들이 많았고 결정적으로 유기도 특이한 스타일로 나왔다. 내 기 준에서 보자면 나는 전합성 문제에 강한 편이었는데, 평소 같은 스타일의 전통적인 전합성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악명이 높았던 7~5번 반응속도 문제, 우리 팀 중 아무도 완전히 풀지 못했고 심지어 나와 같은 교실에 있었던 중국 친구 도 마지막까지 펜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못 푼 것으로 추정 된다. 문제가 어려웠던 것도 있지만, 결정적인 패인은 자만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IChO를 대비하면서 이론 대비를 소홀히 한 감 이 없지 않다. 이 또한 자만일지 모르겠지만, 다시 6월로 돌아가 서 이론을 열심히 대비한다면 그래도 금메달은 받을 수 있지 않 을까 싶다. 실험은 다시 돌아가도 유의미하게 더 높은 점수를 받 기는 어려웠을 것 같지만, 내가 이론 시험을 망친 이유는 확실히 나의 자만에서 온 실패라고 생각한다. 이 경험으로 겸손을 배웠으며, 미래의 후배들은 절 대 자신의 실력에 자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시험 결과야 어떻게 되었든 간에, 우리의 시험은 이걸로 끝났다. 시험장에서 나와 가이드 선생님을 만났 고, 전자기기를 돌려받았다. (만세!) 어마어마하게 쌓인 연락과 나의 슬픈 3-1 내 신 성적을 확인하며 점심을 ETH Hon̈ggerberg에서 먹었고, 호텔로 돌아가서 쉬었다. (나는 이때 궁금증으로 버터밀크를 한 입 더 먹었다. 호텔에는 냉장고 가 없었고, 조금 더 시큼한 맛이 났다.) 1시간쯤 쉬다가 Reunion Party에 갔다. 나는 원래 Reunion Party라고 해서 신나는 분위 기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고 조용히 식사하고 친목을 나누 는 자리였다. 흥겨운 분위기는 폐회식 후에 있었다. 갔더니 교수 님들은 아직 안 오셔서 자리에 앉았고, 내가 준비했던 트럼프 카 드를 꺼냈다. 처음엔 아마 도둑잡기를 했던 것 같은데, 금방 질렸 다. 좀 지나서 프랑스 친구들이 와서 참가했는데, 그 친구들이 Liar라는 게임을 알려주었다. 이후 독일 친구 2명이 와서 덱 2개 를 섞어 게임을 하다 교수님들이 오셔서 교수님들과 합석했다. 우 선 교수님께 죄송하다고 하자, 생각보다 점수는 잘 나온다는 격 려 말씀을 들었다. 결과적으로는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 (죄송합 니다.) 곧 식사가 나왔고, 햄버거 줄이 매우 길어서 우선 볶음밥 을 먹고, 줄이 짧아지자 햄버거도 먹었다. 다 먹고 돌아다니다 정 현 교수님이 부르셔서 Lab Tour를 갔다. 시험이 끝나고 뭐 또 그런 걸 하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우리팀에게 인터뷰 요청이 왔는데, 우리는 모두 영어에 자신이 있어 인터뷰를 너무 하고 싶었지만, Lab Tour를 갑자기 너무 가고 싶 어졌기 때문에 Lab Tour에 참여하였다. 나, 희준이, 준성이, 그 리고 게스트로 동행한 2021, 2022년도 참가자 명진이와 다른 나 라(아마도 슬로바키아) 친구 1명, 이렇게 5명이 같은 조로 생화학 연구실 Lab Tour를 했는데, 내가 생각하던 생화학의 이미지와 달랐다. 뭔가 형형색색의 색깔들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돌아왔더 니 갑자기 베트남 가이드가 말을 걸었다. 일본 팀과 친목을 다지 고 싶으냐고 묻기에, 왜 베트남 가이드가?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렇다고 했고, 조금 기다리니 일본 팀이 왔다. 서투른 일본어로 일 본에 유명한 카드 게임이 있느냐고 물어보았고, 도둑잡기를 일본 팀 4명, 우리 팀 4명, 명진이까지 9명이 하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일본 친구들이 헤어질 때까지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왜 한국팀은 5명이지? 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도둑잡기는 금방 질려서 아 까 배운 Liar라는 게임을 알려줬고, 재미있게 하던 중 베트남 친 구들이 와서 13명이 Liar를 했다. 슬슬 하늘이 어두워질 무렵(오 후 9시 반) 외국 친구들과 헤어지고 호텔로 돌아갔다.
Jul 22. Excursion to Lonza and Bern
오늘은 Visp에 있는 회사 Lonza를 방문했고, 베른에 갔다. Lonza에 가서 회사에 관한 영상을 하나 보고, 미리 정해놓은 주 제대로 나누어서 방으로 갔다. 우리는 mRNA 관련을 골라 그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갑자기 문제를 풀라고 주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랐지만 첫 번째는 그래도 열심히 풀었다. 그런데 끝도 없 이 문제를 주길래 우리는 거의 놓았고, 가이드 선생님이 가장 열 심히 문제를 풀게 되었다. 끝나고 문제를 풀 때 사용했던 Lonza 라고 쓰여있는 볼펜을 가져가도 된다고 했는데, 가이드 선생님이 9일 중 가장 기분이 좋아 보이는 얼굴로 앗싸를 외치며 2개를 잽 싸게 가져가셨다. 이후에 처음에 영상을 보았던 장소로 돌아가 영 상을 하나 더 보았고, 밖으로 나왔다.
나왔는데 베른에 갈 때까지 시간이 빈다고 했고, 그래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에 앉아서 카드 게임이나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때 내가 서울과학고의 전통 놀이인 마이티를 전파했고, 남은 스 위스 여행 동안 마이티를 50판은 한 것 같다. 이후 베른에 갔는 데, 시험이 끝나고 편한 마음으로 제대로 된 관광을 하는 것이 베 른이 처음이라 이때 굉장히 행복했다. 스위스의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백문불여일견, 실제로 보는 것보단 못하지만 오늘의 이야기는 아래 사진으로 대체한다. 저녁으로는 베른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라클렛이라는 음식을 먹었는데, 치즈를 양초로 녹여 먹는 음식이었다. 나는 느끼함을 잘 느끼지 못하는 체질이라 매우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조교 쌤이 나의 음식 취 향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장준성 스토리
Jul 23. Excursion to Lucerne and Mount Rigi
우리는 아침부터 버스를 타고 루체른으로 향했다. 루체른은 인 구가 8만밖에 되지 않지만, 큰 도시가 없는 스위스에서는 나름 6 번째로 큰 도시였다. 루체른은 전날 갔던 베른보다는 취리히와 비 슷한 느낌의 도시였다. 우리는 루체른의 도심을 지나서 루체른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카펠교로 향하였다. 다리 사이사이 그림이 특징인 유럽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목조 다리였다. 하지만 유명 세에 비해 딱히 다리가 딱히 인상적이지는 않았던 기억이 난다. 차라리 다리를 지나간 곳에 있었던 루체른 예수회 교회가 더 기 억에 남는다. 교회는 흰색의 대리석을 바탕으로 여러 그림과 금 장식품들이 수놓아져 있어, 스위스에서 봤던 장소 중 가장 화려 한 장소이다. 그렇게 1시간 넘게 도시 관광을 하고 나니, 딱히 더 둘러볼 것이 없었지만 다음 일정까지 시간이 꽤 남아 있던 우리 는 다른 나라 친구들이 모여 있다는 공원으로 이동했다. 공원에 서는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다른 나라 친구들을 발견할 수 있었 다. 나름 호수 앞에 작은 모래사장도 있어서 바다 같은 느낌도 났 다. 출국 전부터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싶었던 나는 아침에 수영 복과 호텔 수건을 챙겨온 덕분에 운 좋게 수영을 할 수 있었다. 아 쉽게도 다른 친구들은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아 같이 입수하지는 못하였다. 물이 생각보다 차가워서 처음 들어 갔을 때는 오들오 들 떨었지만, 적응하고 나서는 물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 냈다.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나와 햇빛이 따스하게 비춰주고 있 는 잔디밭에 가서 누우니 행복이 별거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우리는 유람선을 타고 리기 산으로 이동하였다. 스위스의 물이 워낙 아름답다 보니 경치가 좋았지만, 스위스에서 도착한 지 1주일이 넘게 지났기에 그렇게까지 큰 감흥은 없었다. 그래서 우 리는 잠깐만 나가서 경치를 보고, 시간 대부분을 마이티를 하는 데 할애하였다. 리기 산에 도착하여서는 케이블 카를 타고 정상 으로 향하였다. 리기산 정상에서는 구시가지, 녹지, 호수가 어우 러진 절경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정상에 눈이 없다는 점에 아쉬 웠으나 그 점을 제외하면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정상에서 구 경을 끝낸 우리는 산 정상에서 20분 정도 하산하면 있는 오늘의 마지막 일정 장소로 이동하였다. 도착해보니 산 중턱에 수백 명 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의 천막이 처져 있었다. 천막 내에서 간 단한 저녁(토마토소스 미트볼과 밥)을 먹고 나서는 IUPAC 회장 의 연설이 있었다. 화학의 미래가 어디 있는가에 대한 유익한 연 설이었다. 이후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는 생각에 나랑 희준이는 챙겨온 다량의 기념품을 나눠주기 시작 했다. 원래 외국 친구들에게 말을 걸기 어려워했던 우리였지만, 기념품을 모두 털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거침없이 말을 걸며 기 념품을 나눠주었다. 기념품을 받기도 하였는데, 호주 애들로부터 귀여운 코알라, 캥거루 인형 키링을 받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일정을 맞춘 우리는 내일의 폐회식을 앞두고 호텔로 향했다. 호 텔에 도착해서는 희준이 방에서 일본 친구들과 놀았다. 처음에 간 단한 대화를 하며 간식을 먹다 금세 할 게 없어져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는데, 전원이 일본 문화에 정통한(…) 우리 팀이었기에 문제없이 일본 친구들과 돌아가며 일본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타나카와 지민이의 듀엣이 압권이었다.) 방에 돌아와서는 내가 도착한 첫날부터 그렇게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체스를 할 수 있었다. 다른 나라 가이드 분이 체스 보드를 빌려주셨기 때문 이었다. 로비에서 조지아 친구와 인도 친구, 베트남 가이드와 체 스를 두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복잡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Jul 24. Closing Ceremony
결국 폐회식 날이 오고 말았다. 하지만 일단 오후에 있을 폐회 식을 제쳐 두고 우리는 아침부터 Lindt 사의 초콜릿 박물관으로 향하였다.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가이드 선생님 이 어찌저찌 표를 구해주신 덕에 입장할 수 있었다. 우리는 가는 길에 만난 태국 친구들과 함께 박물관에 입장하였다. 박물관은 생 각보다 알찼다. 초콜릿의 역사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전시해 놓았었으며, 하이라이트는 초콜릿 테이스팅이었다. 액상의 초콜 릿, 다양한 맛이 첨가된 다크 초콜릿을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Lindt사의 트러플 초콜릿(트러플이 들어간 것 이 아니라 구형의 형태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을 종류별로 원하 는 만큼 먹을 수 있었다. 들어올 때 배낭을 반납하고 들어와야 했 는데, 이제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는 앞에서 힘을 빼서 많이 먹지는 못하였으나, 지민이가 초콜릿을 종류별로 하나 이상 씩 먹는 기염을 토해내며 관람료 이상의 초콜릿을 섭취하였다. 이 후 Lindt 초콜릿 매점에서 친구와 가족들에게 선물할 초콜릿을 구매하였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초콜릿을 샀으며, 지민이 가 가이드 선생님 선물로 딸기 초콜릿을 사드리고 희준이가 칠리 다크 초콜릿을 친구들한테 주겠다며 5개나 구매하였던 것이 기 억에 남는다. 아쉽게도 칠리 초콜릿의 정체는 단순한 예능이 아 닌, 다크 초콜릿에 약간의 매운 끝 맛이 있는 초콜릿이어서 살 짝 실망하였다. 그러나 훗날 다 크 초콜릿을 좋아하는 친구한 테 먹여보았을 때 맛있다고 한 걸로 봐서는 실제로 상품성이 있는 제품임을 깨닫게 되었다.
박물관 구경을 끝낸 우리는 호텔에서 옷을 갈아입고 폐회 식장으로 향하였다. 이때 까지만 해도 크게 떨리지는 않았다. 내가 이론과 실험을 모두 매우 잘 봤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대표팀에서 무난하게 본 편인 것 같았고, 전체적으로 나를 믿었기 때문이었다. 성적으 로는 중위권 금을 예상하고 있었다. 폐회식장으로 입장하기 전에 나는 지민이와 함께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인터뷰어 분이 물어 본 질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스위스는 어땠냐는 질문이 었다. 나는 스위스가 내가 가본 곳 중 단연 원탑이라 답하였다. 실제로 스위스에서의 시간은 너무 즐거웠고, 꿈만 같았었기에 마 음속 깊이서부터 우러나온 답변이었다. 폐회식은 파이프 오르간 이 있는 콘서트홀에서 진행되었다. 좋은 곳이었지만, 감탄할 정도 의 여유가 있지는 않았다. 폐회식이 시작되었고, 먼저 그동안의 여정에 대한 짧은 영상이 재생되었다. 이후, 그래프로 등수별로 점수를 보여주었고, 금 컷도 알려주었다. 금 컷은 72 정도였는데, 생각보다 낮아(물론 내 점수도 생각보다 낮았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특이한 점은 1 등의 점수가 혼자 압도적으로 높아 95 부근이었으며, 금 중상위 이하부터는 점수 간격이 매우 촘촘하다는 것이었다. 이후 이론 시 험의 점수별 분포에 대한 통계도 공개되었다. 은근히 분포가 뒤 죽박죽이었는데, 이번 시험이 난도가 높아 실수를 하기 쉽다 보 니 당연한 처사였다. 특히 어려웠던 효소 속도론 문제인 7번의 처 참한 분포가 공개되었을 때는 회장에 박수가 울려 퍼졌다. 이후 메달 시상이 시작되었다. HM(장려상)은 빠르게 한 번에 보여주고 넘어가고, 동상을 부르기 시작하였다. 계속해서 박수를 치긴 했지 만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유의 깊게 집중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반전은 동상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서채원 이름이 불렸다. 시험 을 잘 못 봤다고 상심했었는데 그래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내 결 과도 장담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며 긴장이 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동상 수상자들이 모두 단상에서 내려오고, 우리가 채원이 의 눈치를 살피는 와중에 은상 수상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은상 절반이 지나가도록 우리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그 사이 우리가 아는 이름들이 많이 불려 나갔다. 프랑스 친구들 중 가장 친하고 이론 시험도 뒷자리에 봤던 Matthieu의 이름도 그 중 하나였다. 시험을 망했다고 하더니 프랑스 1등을 한 그에게 진 심으로 박수를 쳐주었다. 그러던 중 헝가리 친구들 중 가장 친했 던 Da、niel Viczia、n의 이름이 불렸다. 기업 부스에서 NMR sig- nal을 보고 분자를 휙휙 맞췄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유기화학 고수인 친구여서 당연히 금메달을 받았을 줄 알았지만, 은 중위권에서 이름이 불려 놀랐다. 하지만 이에 대해 생각할 틈도 없이 곧 이후 지민이의 이름이 불려 나가며, 나랑 희준이 밖에 남지 않 게 되었다. 은상 하위권이 불려 나가며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던 마음이 다시 조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은상 상위권에서 희 준이의 이름이 불려 나오고 말았다. 나중에 알아본 결과, 금 컷과 1점도 차이가 나지 않아 아쉬운 수상이었으며, 그 1점도 충분히 깎이지 않을 수 있었던 점수였기에 친구로서 너무나도 아쉬웠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고가 마비되었던 기억밖에 안 난다. 이제 은 메달 수상자가 6명밖에 남지 않았었기에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불려 나갈 때마다 크게 박수 치며, 평소에 믿지도 않는 신에게 기 도했다. 그러던 중 은상 2등에서 같이 놀았던 일본 친구의 이름 이 불렸는데, 그 친구한테는 미안하지만 대신 은상을 받아 주어 아주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은상 시상은 우즈베키스탄 친구의 이름이 불리며 끝이 났다. 나는 뒤를 돌아 아직 생존한 뒷 자리의 태국 친구 1명과 미국 친구 2명과 같이 부둥켜안고서는 환호하였다. 우리 말고도 곳곳에서 환호가 이어졌다. 정말 금상을 받아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앞서 내 등수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 다. 금상 시상이 시작되고, 30등에서 내 이름이 불려 나갔다. (여 담: 독일어에서는 J를 Y로 발음한다. 따라서, 나는 윤성 양이, 지 민이는 이민 연이 되었다.) 당시 20등 대에만 받자는 생각을 하 고 있었기에 1초 동안 아쉬웠지만 단상에 올라서자 즐거운 마음이 앞섰다.
이번 대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한 나라는 4개의 금메달을 차지한 싱가포르와 3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을 달성한 베트 남, 그리고 높은 성장세를 보인 4개의 은메달을 기록한 사우디였 다. 희준이와 같이 실험한 베트남 친구가 앙금 문제를 쓱쓱 풀어 내어 충격이었다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는 7등을 하였다. 아무래도 그것이 싱가포르와 베트남의 비결인 것 같았다. 사우디 또한 내년에 IChO를 개최할 예정이다 보니 칼을 빼든 것 같았다. 작년에 1개 은메달 수상에 비해 괄목할만한 성적이었다. 제55회 IChO대망의 1등은 내가 실험 전에 만났던 중국 친구였다. 실험 전에 긴장되지 않는다고 발언하는 고수의 면모를 보여줬으며, 뭔 가 천재 같이 생겨 1등을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 실험, 이 론 모두 1등을 차지하며 2등이랑 5점 넘게 차이가 나는 가히 압 도적인 성적을 낸 것이었다. 얼마 전 체스를 두며 친해졌던 미국 친구와 단상에서 저것은 인간이 맞는가에 대한 논의를 하였다. 금 메달 시상을 맞추고 나자 파이프 오르간으로‘We are the champions’가 연주되었다. 시상대 위의 모두와 같이 노래를 부 르니 정말 이 순간만큼은 세상의 정상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폐회식이 끝나고, 금메달을 받을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교수 님들께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그러고는 폐회식 파티가 시 작되었다. 나는 희준이와 일어서서 돌아다니며 기념품을 나눠주 고, 친구들의 연락처를 받았다. 진짜 마지막이었다 보니 아무에게 나 말을 걸고 다녔는데, 진작에 이럴걸이라는 생각이 들며 후회 했다. 그래도 적어도 이 순간에는 후회가 없도록 하자는 생각으 로 파티를 즐겼다. 그러던 중 밖에서 소나기가 내리고 하늘이 개 며 무지개가 떴다. 굉장히 뚜렷하고 아름답게 무지개가 떴었기에 무지개를 보며 행복해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스위스의 마지막 밤 을 불태웠다.
Jul 25. Rhein fall and Departure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아침을 먹고, 우리는 교수님들과 라인 폭 포로 향하였다. 이는 지난 일주일간 함께한 가이드 선생님과 헤 어질 시간이라는 말이기도 했다. 이별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우 리는 기차를 타고 독일 국경지대에 있는 폭포에 도착했다. 우리는 배를 타고 폭포를 둘러보기 전에 잠시 폭포 앞의 기념품 가게 에서 기념품들을 구매하였다. 가격이 바가지일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오히려 취리히보다 싸서 놀랐다. 나는 소 목각 인형을, 희준 이는 카우벨을, 지민이는 퐁듀 세트를 사는 등 각자의 기념품을 구매하였다. 배에 타기 전에는 선착장 앞을 지나가는 백조들을 구 경했다. 새삼 스위스에서는 자연의 작은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 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를 타고 폭포를 둘러보는 것은 생각 대로 즐거웠다. 스위스의 물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계속 보아도 좋 기만 했다. 그러나 폭포 중간의 바위에 내려 사진을 찍던 중 사 건이 있었는데, 채원이의 발이 땅벌에 쏘인 것이었다! 어제 폐회 식장 계단에서도 굴렀고, 스위스에서 여러 불운한 일을 당해서 정 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전에 취리히 공대 기념품 가게에서 기념품을 사려고 Polybahn을 타고 캠퍼스로 뛰어갔다 왔다. 기념품 가게는 학생 식당 바로 옆에 있었는데, 솔직히 갈 수 있었던 수많은 기회 동 안 왜 가지 않았는지 자괴감이 조금 들었다. 그래도 정든 취리히 공대를 마지막으로 둘러보면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점심으로는 취리히 도심 식당의 시그니처 수세 소시지를 먹었다. 소시지는 맛있기는 했으나, 정말 큰 소시지 하나만 주어 배가 너무 고팠다. (같이 맛없는 감자 오이 샐러드를 주기는 했 다.) 그래서 우리는 교수님들이 시키신 햄버거와 같이 나온 감자 튀김을 열심히 먹어 가며 배를 채웠다. 지민이가 시킨 연어는 한 입 먹어봤는데 맛있었고, 양도 괜찮아 부러웠다.
점심을 먹은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 짐을 챙기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고는 공항으로 향하였다. 취리히 공항은 생각보다 커 다 양한 것들을 팔고 있었다. 공항을 둘러보며 치즈도 사고 Tobel- rone 초콜릿도 충동 구매하니 비행기 시간이 되었다. 이제 한국 으로 돌아가려니 좋으면서도 한국의 습한 무더위 생각에 끔찍했 다. 비행기는 별로 사람이 없을 줄 알았지만, 많은 수의 스위스 잼버리 참여자들과 같이 탑승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잼버리가 뭔 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친구들한테 너무 미안하다. 그렇 게 2시간의 연착 끝에 비행기가 출발하며 우리 4명의 평생 잊을 수 없는 여정은 막을 내렸다.
대회 이전
IChO 53, 54회에 참가하였으나 코로나로 인한 remote IChO 의 시행 탓에 개최지로 떠나지도 못하고, 국내에서 시험만 치렀 었는데, IChO 55회 대표단 교육 및 게스트로서 대회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받았었다. 본대회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던 나에게, 후배들을 직접 교육하면서 게스트로 IChO 진행 과정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었기에 고민하지 않고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론교육을 진행했는데, 솔직히 대회에 나가봤던 입장으로서 어떤 내용을 교육해야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었다. 선발되기까지 의 과정 동안 필요한 이론은 모두 공부했을 테니, 해봤자 예비문 제를 반복해서 풀고 관련된 내용을 마구잡이로 찾아보는(2번의 경험 모두를 통틀어 봤을 때, 매우 비효율적인 행위라서 추천하 지 않는다.) 것밖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은 예비문제 풀 이를 진행했고, 유기화학에 한해서만 일본, 중국 대회 및 예비문 제, 그리고 스위스 예비문제를 기반으로 한 유기화학 문제들을 제 작해 교육하였다. 학생들에게 본 문제를 푸는 데 있어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다.
멘토나 학생이 아닌 게스트였기에, 자유 시간이 상당히 많았다. 따라서 아래의 참관기를 작성하면서, 본 참관기는 IChO에 대한 참관기이므로 개인적인 시간에 대한 것은 제외하고 IChO의 공식적인 일정 또는 학생들과 함께한 일정만을 담으려 하였으며, 진 행되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느낀 감상을 작성하였다.
출국, 체크인
출국하는 날 공항에서 단복을 입은 학생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 을 보며,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단복을 맞추지 못한 경험을 떠올 리며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긴장한 학생들의 얼굴을 보고 웃으며 학생들이 원하는 결과를 가질 수 있길 바랐다.
스위스에 입국하자 공항에서부터 IChO 관련 환영 문이 있는 것을 보았다. 나도 가슴이 뛰었는데, 학생들은 더 설릐을 것이다. (사진까지 찍으러 달려갔을 정도니) 그렇게 학생들, 교수님들과 함께 식사를 마친 후 학생들은 학생들이 묵는 호텔, 교수님들과 나는 멘토와 게스트들이 묵는 호텔로 이동하였다.
1일 차: Opening Ceremony, ETH Hönggerberg
다음날 아침 교수님께 IChO packet을 받았다. 지금까지 받았 던 packet들은 다 대회가 끝나고 받았는데 첫날에 받으니 감흥 이 달랐다. IChO 티셔츠, 명찰, 노트, 펜, 연필, 물통, 메모지, 취 리히 관광 안내지, 일정표(게스트의 일정은 나와있지 않은), 그리 고 초콜릿이 들어 있었다.
이후 개회식 장소로 이동하였다. 개회식이 시작되자 참가국들이 하나씩 나오며 각 대표가 국기를 흔들고, 마지막에는 모두가 국 기를 흔드는 모습에서 마치 전 세계가 연결된 듯한(?) IChO만의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 ETH의 IChO committee 교 수님들의 축사가 이어졌고, 중간에는 교수님과 코미디언분이 함 께 진행했던 코미디가 있었는데, 개회식 중간마다 이런 코스를 끼 워 놔서 재밌게 즐길 수 있던 것 같다.
개회식이 끝나고 대표단들과 함께 촬영이 끝나고 ETH Hon̈g- gerberg로 이동해 식사를 하고, 교수님들은 실험 문제를 받으러 가시고 게스트는 따로 ETH 투어를 진행했는데, 약 30분 만에 끝 나서 투어라고 하기엔 부족한 느낌이 들었었다.
2일 차: Free-time
교수님들은 실험 문제를 번역하시고 학생들은 Program을 따 라가는 동안 게스트들은 자유시간을 보냈다. 밤에 호텔 로비로 내 려왔더니 교수님들께서 밤늦게까지 번역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 었다. 그동안의 두 대회 동안은 교수님들과 분리되어 있다 보니 (학생이므로) 교수님들이 번역 때문에 고생하신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조사 하나마다 다 신경 쓰시면서 굉장 히 공을 들이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확실히 학생 신분이 아닌 멘토(정확히는 게스트) 신분으로서 바라보는 것은 많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3일 차: Empa
학생들은 실험시험을 보고, 교수님들은 이론시험문제 출제에 대한 Jury meeting을 진행하시는 동안 게스트 및 몇몇 멘토들은 Empa 연구소로 이동해 몇몇 강연을 듣고 랩 투어를 진행했는데, 화학이나 물성과학과 크게 관련된 내용은 아니라 그런지 나를 포 함해 많은 멘토분들이 큰 관심을 보이시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건축을 위한 소재의 강도 연구라던지, 생활 소음을 구현하는 연 구를 하는 등 평소 접하지 않았던 연구들을 직접 하시는 분들을 보니 신기하기도 했다.
4일 차: Cruise
교수님들은 이론 번역을 하시 느라 참석하지 못하셨으나, 4일 차 밤에는 취리히 강에서의 크 루즈가 제공되었다. 크루즈에 서 많은 나라의 멘토, 옵저버, 게스트분들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다른 나라 분들은 한 국의 좋은 IChO 성적을 언급하 시며 어떻게 학생들이 공부하는 지를 여쭤 보셨지만, 직접 느껴 본 입장임에도 뭐라 정리해서 말할 길이 없어 단순히 전공서나 문제를 자주 보고 푼다 정도로 말했다.
솔직하게 나는 참가 학생들과 같은 나이대이기에 교수님들이 나 석·박사분들로 보이는 크루즈 탑승객분들과 조금의 거리감은 느껴졌다. 그래도 여러 나라의 화학 올림피아드뿐 아니라 언어학 얘기 등 (IChO 출신으로 교육학을 전공하시는 분도 있고, 상당히 다양한 분야의 분들이 계셨다.) 여러 신기한 관점을 얻을 수 있던 것 같다. 계속 제공되는 와인으로 서로 다들 재밌게 크루즈에서 커넥션을 만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5일 차: Metrohm, San̈tis, Cheese factory, Jury Meeting at UZH, Reunion and Lab tour
5일 차는 교수님들은 번역작업이 끝나셨고, 학생들은 이론 시 험을 보는 동안 멘토와 게스트는 Metrohm (스위스의 화학 기기 제작 업체), San̈tis 산, 산 밑의 치즈 공장을 둘러보고 UZH에서 실험 문제의 채점 방식과 결과에 대한 Jury meeting (지금까지 Jury meeting에 참석해본 적은 없지만 UZH로 따라가면서 얼떨 결에 참석하게 되었다.)을 진행했다.
Metrohm에선 Metrohm에서 제작하는 여러 분석 기기와 최초 의 pH 미터 등의 모형이 있는 작은 박물관, 그리고 분석 기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레이저 컷팅과 회로부터 최종 조립까지 둘러 볼 수 있었다. 잘 아는 분야가 아니라 실험 기기를 알아보진 못 했지만, 하나의 회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실험 기기를 모두 제 작하는 과정을 보면서 신기하다는 느낌과 실험 기기들이 비쌀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San̈tis 산으로 이동해 산의 정상으로 케이블카를 타고 올 라갔는데, 고도가 높아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매우
춥고 바람이 거셌다. (눈이 있는 곳도 있었다) 스 위스라는 명성답게, 산의 정상에서 내려다본 자연 의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이후 정상 에 있는 건물에서 여러 구경을 했는데, 얼음 결정 의 구조나 결정이 형성되는 과정의 홀로그램, San̈tis 산의 수많은 광물, San̈tis 산의 고기압 및 저기압, 전선 등으로 인한 기상 현상(San̈tis 산에 서는 어떤 부분에서 김이 나고 있었는데, 그러한 현상도 설명되어 있었다.) 등을 설명하는 그림과 글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화학 및 지구과학을 공부하며 배웠던 내용이 실제로 San̈tis 산과 관련해 설명되어 있으니 매우 감흥이 컸다. 내려와서는 치즈 공장에서 치즈가 제조되는 커다란 기기와 각종 치즈를 보았다. 개인적으로 치즈를 좋아하지는 않기에, 그 목장의 우유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젤라또를 사 먹는 것으로 그쳤다.
이후 UZH로 이동해 Jury meeting을 진행했다. Jury meet- ing은 학생들이 절대로 봐서는 안 되기에 지금까지 그 내용을 직 접 볼 수도 볼 일도 없었는데, 실험 Jury meeting은 각 문제의 평가 기준과 페널티 항목들, 실제로 관찰된 사례들, 학생들의 점 수 분포, 실험실별로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실험실별 통 계량의 비교 등을 보여주고 멘토들이 OK 할지, 이의를 제기할지 의견 수합을 하는 과정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IChO 문제 들은 더욱 정교하게 설계되고 채점되고 있으며, 검토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최 측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제시하며 문제 가 없었음을 보여 주었는데, 이를 사진으로 공개해도 되는지에 대 한 여부가 확실치 않아 첨부하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Jury meeting이 끝나자 이론 시험까지 끝난 학생들과 다시 만 나 밥을 먹었다. 일부러 시험과 관련해서는 묻지 않았다. 이후 랩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별생각 없었지만 학생들도 딱히 어딜 갈지 못 정하고 있었던 상황에 정현 교수님께서 내가 생화학을 전공하려 하니 효소 랩을 관광해 보라고 하셔서 학생들과 함께 enzyme engineering lab에서 Ni-NTA 컬럼으로 protein purification을 진행하고 이를 FRET으로 확인하는 실험을 했었 다. 바로 직전학기에 생화학 수업에서 배운 내용이라 더 흥미로 웠는데, 학생들도 그다지 관심 없던 생화학이 생각보다 재밌었다 고 말을 하는 것을 듣고 다들 만족스럽게 들은 것 같아서 안심 했다.
이후 학생들과 함께 다른 나라 대표단들과 카드게임을 했는데, 다들 카드게임에 열중해 끝까지 자기소개도 잊고 게임을 하던 것 을 보면, 역시 보드게임은 전혀 안 친한 사람들끼리 친해지는데 적절한 수단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다들 시험이 끝나 고 이제 정말 대회를 즐기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6일 차: Free-time
6일 차에는 교수님들께서는 학생들의 답안을 받아 이의제기를 하시고 게스트에게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7일 차: Closing ceremony
대회 마지막 날 Closing ceremony 때, 우리는 학생들 성적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폐회식 시작 당시 점수 분포와 메달 별 점수분포를 보여줘서, 그럼에도 커트라인 부분은 점수가 애매
모호해서 교수님들과 나도 숨을 죽이고 한 명 한 명씩 발표되는 결과를 기다렸다. 그때까지는 학생들의 긴장에 비할 바가 안 될 거로 생각했었는데, 둘 다 경험해본 입장에서 엄청나게 떨리는 건 매한가지인 것 같다.
그렇게 Closing ceremony가 끝나고 파티가 진행되었다. 결 과가 만족스러운 학생도, 불만족스러운 학생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모두 열심히 준비했다는 걸 교육에 참여했던 입장으로 서도, 예전에 직접 참가했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서라도 알고 있 기 때문에 그저 학생들이 마음을 잘 추스르고 자신에게 주어진 다음 일에 더 열중하길 바랄 뿐이다. IChO는 인생에서 그저 스 쳐가는 하나의 대회일 뿐이기 때문이다.
10. Rhine Fall, 귀국
대회가 끝나고 귀국하기 전, 학생들, 교수님들과 함께 Rhine 폭포에 다녀왔다. 학생들이 그동안의 대회를 마무리하며 모두 잊고 즐겁게 관광하였길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한창 입 시를 준비하고 있을 텐데, 다들 좋은 결과 있길 바라며, IChO 국 가대표가 될 만큼 굳은 의지로 노력하는 자세로 먼 미래에도 (이 는 나에게도 해당되지만) 다들 각자 위치에서 좋은 결과를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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