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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한국인이 접한 새로운 화학물질의 이름(2026년 7월호)
들어가며 지난 연재에서는 “소다” 또는 “나트륨”, 그리고 “포타시” 또는 “칼륨”의 사례를 중심으로, 화합물에 대한 인류의 지식이 축적되면서 그 이름이 어떻게 다듬어져 왔는지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이렇게 서양에서 다듬어진 원소와 화합물의 이름이 한국에 소개된 양상을 살펴보겠다.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 나라에서 전문적으로 화학을 연구할 토대는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 시기 원소와 화합물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는 학계보다는 산업계와 대중의 시점에서 풀어낼 것이다. 가성소다 또는 “양잿물” 개항 이후 서양 문물이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면서, 한반도의 대중들은 값싸고 신기한 새로운 물건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한발 앞서 산업화를 시작하고 상업을 진흥한 일본은 영국에서 수입한 면직물(일명“옥양목”), 그리고 자국에서 생산한 유리, 석유제품, 의약품, 장류, 주류, 성냥 등 다양한 소비재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왜 수은은 액체일까
과학은 호기심에서 시작된다고들 말한다. 언제나 ‘왜?’ 라는 궁금증을 이어가며 더 깊은 곳으로 파고들며 화학자 들은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물질과 변화를 해석하려 한다. 하지만 교육이나 육아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 구나 공감할 것이, 과도하게 이어지는 ‘왜?’라는 질문은 피로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당연한 사실임에도 명 확한 답변이 떠오르지 않는 순간 등골을 따라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체험이 생겨나기도 한다. 너무나 자연적이고 당 연한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당연하지만 풀어내 기 어려운 지식이 강요된다. 예를 들어 상온에서 유일한 액체 금속이라는 수은(Hg)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지만 도대체 왜 수은만이 액체인가 는 간단히 답변하기 어렵지 않은가? 상대성이론과 원자 수은은 원래 액체로 존재한다기에는 불편한 사실이 남 아있다.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단 두 가지 원소 는 17족의 브로민(Br


물질 없는 화학(2026년 5월호)
1890년대의 화학은 구조화학에 분자의 입체 구조까지 포함시키면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이 모든 이론의 기반에는 “원자” 개념이 있었습니다. 1860년대에만 해도 실재는 확인할 수 없지만 유용한 도구 정도로 취급받던 원자[참고문헌 1]는, 1880년대를 거치는 동안 그 공간적인 배치가 화학적 성질을 설명할 수 있음이 밝혀지면서 보다 실제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화학 한쪽 구석에서는 원자 개념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이 논쟁의 중심에는 탁월한 물리화학자 오스트발트가 있었죠. 그는 원자 개념을 거부하고 에너지를 중심으로 모든 화학을 다시 쓰고자 했습니다. 오스트발트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오늘 글에서는 그를 중심으로 1890년대의 논쟁을 살펴보고자 합니다.[참고문헌 2] 오스트발트가 처음부터 원자 개념에 의심을 품었던 것은 아닙니다. 1880년대 전반까지 그가 수행한 연구에서는 당시 화학계에서 받아


잿물, 탄산수, 중조(2026년 4월호)
잿물, 탄산수, 중조 김태호 | 전북대학교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부교수, taehokim@jbnu.ac.kr 들어가며 산과 염기에 대한 이론이 확립되기 한참 전에도 인류는 여러 가지 산과 염기의 존재를 깨닫고 그 활용법을 익혔다. 식품을 보존하고, 신체나 도구를 깨끗이 하며, 의약품을 만들고, 금속이나 유기물을 녹이고, 유리나 도자기와 같은 귀한 기물을 만드는 데 첨가하고, 가죽을 무두질하며 염색과 같은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등 산과 염기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했다. 이 요긴한 물질을 만들고 보관하고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은 연금술사나 약사들의 살림 밑천이 되었고 귀중한 비밀로 조심스럽게 전승되었다. 염기성 수용액을 만드는 흔한 방법은 고체 상태의 염(salt, 鹽)을 물에 녹이는 것이었다. 사실 이 문장은 동어반복이다. 염기(base, 鹽基)라는 말이 “산과 중화반응을 일으켜 염과 물을 만드는 받침[基]이 되는 물질”이라는 뜻으로 고안된


교과서 밖의 유기화학(2026년 3월호)
학문을 파헤치는 방식은 다양하다. 대학교 공부와 같이 분야별로 한 과목씩 공부할 수도 있고, 시간과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며 선배 화학자들의 발자취를 연결하는 것도 흥미롭다. 하지만 오랜 공부는 우리를 지치게 만들며,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공부량을 해치우느라 미처 이야기하지 못하고 남겨지는 흔적들이 아쉽다. 우리는 이를 일화나 야사로 표현한다. 확실한 것은 언제 들어도 흥미롭다는 것. 그리고 화학 반응의 명칭 하나에 남겨진 마지막 흔적이 생각보다 더 거대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천재적인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동질감과 위안으로 한 걸음 더 공부를 이어갈 자신감을 건네주기도 한다는 점이다. 러시아 근대 화학 황금기 흔히 러시아는 현대 과학의 최전선이라는 이미지보다는 불곰, 보드카, 그리고 추운 날씨 정도로 연상된다. 하지만 19세기 러시아 제국은 의외로 화학 분야에서는 격렬한 격전지 중 한 곳으로 치열한 학문적 발전과 위대한 화학자들이


공간을 인식하자 보인 것들(2026년 2월호)
오늘날 우리는 분자의 구조를 3차원 공간 속에서 이해 하는 데 익숙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1860년대에만 해도 “구조”라는 단어는 단순히 원자와 원자의 연결 관계를 가리킬 뿐, 실제 물리적 공간에서의 입체 구조를 의미하지 않았죠. 하지만 1874년 판트호프와 레벨이 탄소 주위의 원자들이 정사면체 구조를 이루어야 한다는 이론을 제시했고, 이후 이 개념에 기반하여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글에서 살펴본 피셔의 기하 이성질체 연구였죠. 이제 1890년경이 되면 탄소의 정사면체 구조는 화학계에서 확고하게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1890년대에는 이 개념을 확장하고 체계 화하려는 움직임들이 일어났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그 중 세 가지를 골라 살펴보려고 합니다.[참고문헌 1] 첫 번째 움직임은 유기화학의 명명법(nomenclature)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입니다. 1870년대와 1880년대를 거치면서 새로이 합성된 유기화합


초산을 만드는 원소, 질소(2026년 1월호)
들어가며 우리는 매일 수많은 물질과 접촉하고 그것들을 다루며 살아간다. 그래서 화학은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을 설명할 수 있는 학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마주치는 여러 가지 물질들 가운데는 근대 화학이 성립하기 한참 전부터 친숙하게 사용해 온 것들도 많이 있다. 근대 화학의 명명법에 따라 모든 물질의 이름을 정리할 수 있다면 이들을 인식하고 사용하는 데 혼동이 없겠지만,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도 먼 옛날부터 익숙하게 써 온 이름들을 과학자들 마음대로 하루아침에 바꾸도록 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한화학회에서 소듐과 포타슘 등 미국식으로 원소기호 이름을 바꿀 것을 권고한 지 꽤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 는 여전히 이름을 바꿀 기미가 안 보이고, “가리비료”는 가까스로 “칼륨비료”로 바꾸어 부르는 데까지는 이르렀으나, “포타슘 비료”라는 이름이 언제쯤 농민들의 입에 익을 지는 기약이 없다. 하지만 과학사의 대상으로서


공간의 화학(2025년 12월호)
최정모 | 부산대학교 화학과 부교수, jmchoi@pusan.ac.kr 19세기 후반의 화학은 구조 이론의 토대 위에 쌓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서 “구조”란 3차원 구조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원자와 원자의 연결 관계를 가리킵니다. 케쿨레는 1865년 탄소가 네 개의 손을 가지고 다른 원자들과 결합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제안했고, 이를 기반으로 유기화학자들은 많은 유기화합물을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구조”가 실제로 물리적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케쿨레를 비롯한 대부분의 화학자들이 말을 아꼈죠. 그 때 젊은 화학자 두 명이 등장해서 3차원 공간 에서 “구조”를 생각하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1874년, 판트호프와 레벨이 탄소가 주위 원자들과 결합하는 구조는 정사면체 구조를 이루어야 한다는 가정을 도입해 광학 활성을 설명한 것입니다. 13년 뒤인 1887년, 판트호프는 그간의 발전을 정리하면서 “공간의 화학”이 점차 자리를 잡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없다(2025년 11월호)
과학 발전의 계기는 새로움에 대한 발견이자 혁신의 발명이기도 하지만, 앞을 틀어막고 있는 난관과 문제에 대한 해결과 극복이기도 하다. 도무지 해결되지 못할 것 같은 문제도 인류가 마주한 지식의 영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문제와 미궁에 빠져 있는 가장 쉬운 질문 사이의 간격을 좁혀 나가며 비로소 실마리를 찾게 된다. 납을 금으로 바꾸는 수천 년 동안의 불가능도 실효성이 없다 한들 이제 가능함은 입증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상이 화학자들에게 기대하는 문제의 해결은 이제 완전히 새로운 원소의 발견이나 혁신적인 신소재의 개발보다는 인류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직접적인 대상인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인류 거주 가능 환경을 유지 할 수 있는 최고이자 최후의 수단이 화학인 셈이다. 우리가 직면해 온 문제들 어느덧 필자도 이전보다는세상 흐름에 관심을 더 갖게 된 것일지, 자연스레 불거져 나오는 문제가 예전보다...


생명의 화학(2025년 10월호)
지금까지 우리는 주류 화학의 역사를 살펴보았습니다. 19세기 후반에는 구조 이론의 발전과 더불어 유기화학이 압도적인 인기를 끌었고, 19세기가 끝나갈 무렵 물리화 학이 화학 내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정의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환각 없는 환각제는 약이 된다(2025년 9월호)
우리 몸에는 침묵의 장기라 불리는 것들이 있다. 종양 을 비롯해 손상이 발생하고 있는지 알아채기 어렵고 증상이 확인된 상황에서는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침묵만큼이나 두려운, 화학자들에게는 친숙한 단어인 비가역적...


새로운 물리화학(2)(2025년 8월호)
지난 글부터 우리는 1880년대에 등장한 “새로운” 물리 화학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구조 이론은 복잡한 유기 화합물의 구조를 성공적으로 설명해냈지만, 화학 반응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려주는 것이 많지 않았죠. 이 문제를 풀고자 도전했던 세 명의...


독이 된 인간의 피(2025년 7월호)
모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기후 이변 때문이지 다른 이유일지 모르겠지만 갈수록 여름이 길어지며 모기와 공동 거주하는 기간도 늘어나는 듯 싶다. 하지만 모기 연구자를 제외하고는 모기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 어쩌면 모기에게 자신의 피를...


새로운 물리화학(1)(2025년 6월호)
뉴턴 이후의 화학자들이 물리학을 바라보는 관점은 복잡미묘했습니다. 어떤 화학자들은 물리학을 모든 과학이 따라야 할 모범으로 보고 화학을 물리학처럼 만들고자 노력했고, 어떤 화학자들은 화학은 물리학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화학의 고유성을 강조했죠. ...
![[화학산책] 말(斗), 몰(mole), 물(H2O)의 관계(2025년 5월호)](https://static.wixstatic.com/media/f0f1aa_516aeec60d7640908b58eef20c636000~mv2.png/v1/fill/w_496,h_250,fp_0.50_0.50,lg_1,q_35,blur_30,enc_avif,quality_auto/f0f1aa_516aeec60d7640908b58eef20c636000~mv2.webp)
![[화학산책] 말(斗), 몰(mole), 물(H2O)의 관계(2025년 5월호)](https://static.wixstatic.com/media/f0f1aa_516aeec60d7640908b58eef20c636000~mv2.png/v1/fill/w_454,h_229,fp_0.50_0.50,q_95,enc_avif,quality_auto/f0f1aa_516aeec60d7640908b58eef20c636000~mv2.webp)
[화학산책] 말(斗), 몰(mole), 물(H2O)의 관계(2025년 5월호)
여인형 | 동국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 ihyeo@dgu.ac.kr 우리나라 속담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표현이 있다. 그것은 통상적으로 흔히 욕을 비롯한 나쁜 일을 상대에게 주면 훨씬 더 많은 나쁜 일을 받는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홉(荅),...


유해성은 화학의 원죄일까? (2025년 5월호)
서방기독교에는 원죄(原罪, Original sin)라는 개념이 존 재한다. 태초의 인간이 창조주와의 약속을 어기며 범하게 된 죄로 낙원에서 쫓겨나며 자손에게 이어지는 모든 죄의 시작이자 낙인과 같은 형태를 이야기한다. 물론 창조와...


결정, 빛, 생명, 그리고 탄소 (2025년 4월호)
원자와 분자의 개념을 명료화하고자 한 칼스루헤 회의 (1860년) 이후의 화학은 몇 가지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원소의 주기율에 대한 이해가 점점 깊어지면서 원소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되었고, 최초의 주기 율표가...


우주 탐사의 명암 (2025년 3월호)
인간은 미지를 갈망한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망망한 대해를 향해 떠나는 용기도 막연한 기대와 상상에 의존한 끝에 세상의 끝을 확장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깊은 땅속 지구의 내부나 강철도 압착되는 깊은 심해에는...


원자는 실재하는가 (2025년 2월호)
원자라는 개념은 돌턴 이후로 화학에서 핵심적인 역할 을 수행하였습니다. 19세기 후반에 들어서면, 단언컨대 원 자 개념의 유용성을의심하는 화학자는 없었습니다. 하지 만 원자가“실재”하는 존재인지에 대해서는 화학자들마다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원자...


시작과 끝에 대한 이야기 (2025년 1월호)
본 적 없는 시작과 끝을 갈망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 듯싶다. 되돌아갈 수 없는 장대한 시간 속에서 인간과 생명의 시작, 그리고 우주의 탄생 순간을 끝없이 밝혀내려 노력하며, 허락된 시간 바깥 너머에 있을 우주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하고 예측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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