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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대한화학회 화학 콘텐츠 공모전 및 화학도서 독후감 대회 수상작(2025년 12월호)

  • 2025년 12월 15일
  • 8분 분량





화학, 일상에 숨겨진 시(詩)를 발견하는 즐거움 

우리는 평생에 걸쳐 사물의 이름을 배우고, 그 이름을 호명함으로써 세계를 이해한다고 믿는다. ‘커피’, ‘눈물’, ‘노을’처럼 관습이 부여한 기호를 통해 안도하고, 분류하며, 길들인다. 그러나 만약 그 이름표 아래, 모든 존재를 관통하는 더 근원적인 문법, 존재의 최소 단위로 쓰인 장대한 서사시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야마구치 사토루의 책은 바로 그 원초적 언어로 우리를 초대하는 비밀스러운 지도와 같았다. C₈H₁₀N₄O₂(카페인)라는 기호가 단순한 화학식이 아니라, 한 잔의 커피가 품은 각성과 위안의 서사를 함축한 시어(詩語)임을 깨닫는 순간, 나의 익숙했던 세계는 더없이 낯설고 경이로운 모습으로 분해되고 재조립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지식을 주입하는 교과서가 아니라, 세상을 해독하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하는 철학서에 가깝다. 저자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의 사물들을 집요하게 분해하여 그 본질을 원소기호의 배열로 환원시킨다. 아침을 깨우는 커피 한 잔은 더 이상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다. 그것은 수백 가지 유기화합물이 어우러진 정교한 오케스트라이며, 로스팅 과정에서 일어나는 마이야르 반응은 단백질과 당이 열에너지 앞에서 펼치는 황홀한 갈색의 연금술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흘리는 눈물 한 방울(NaCl, 리소자임, 락토페린…)은 슬픔이라는 추상적 감정이 빚어낸 가장 물질적인 증거이며, 기쁨의 눈물과 성분상의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 앞에서 인간 감정의 복잡다단함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이렇듯 모든 것을 화학식으로 해체하는 과정은 세계를 메마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이름 뒤에 숨겨진 무한한 관계의 그물망을 드러내며 우리를 더 깊은 겸손으로 이끈다. 나와 저 아스팔트 위 잡초, 그리고 밤하늘의 먼 별이 결국 같은 탄소(C)와 수소(H)의 후예라는 사실을 상기할 때, 개별자로 존재한다는 오만은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린다. 

더 나아가, 책은 정적인 원소의 나열을 넘어 동적인 ‘반응’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며 화학이 품은 진정한 시적 아름다움을 펼쳐 보인다. 낡은 철문이 붉게 스러지는 현상은 단순한 부식이 아니라, 철(Fe)이 자신의 전자를 산소(O₂)에게 기꺼이 내어주며 본래의 안정된 상태(산화철)로 회귀하려는 장구한 시간의 드라마다. 한 줌의 흙에 떨어진 씨앗이 엽록소라는 무대 위에서 태양의 빛(에너지)과 이산화탄소(CO₂), 물(H₂O)을 재료 삼아 스스로 양분을 창조해내는 광합성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위대한 창조의 시다. 이 경이로운 반응들 앞에서 우리는 존재의 필연성과 변화의 아름다움을 목격한다. 모든 것은 홀로 존재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무언가와 관계 맺고 자신을 내어주며 변화하는 과정 속에 놓여있다. 화학 반응식의 화살표(→)는 그래서 단순한 방향 표시가 아니라, 한 존재가 다른 존재로 거듭나는 숭고한 변태(變態)의 과정을 상징하는 문학적 은유로 다가온다. 

이러한 화학적 사유는 비단 외부 세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내면의 풍경을 성찰하는 예리한 도구가 된다. 삶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모든 것은 무질서한 상태로 나아가려는 경향, 즉 ‘엔트로피(entropy)의 증가 법칙’은 얼마나 인간의 삶을 닮아있는가. 애써 정리한 서재가 먼지 쌓인 혼돈으로 돌아가고, 뜨거웠던 관계가 서서히 식어가는 것은 자연의 거스를 수 없는 법칙의 일부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법칙을 이해하는 것은 체념이 아닌 성숙한 수용을 낳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혼돈 속에서 잠시나마 질서를 부여하는 행위, 즉 사랑하고, 창조하고, 연대하는 모든 순간이 얼마나 기적적이고 소중한 ‘음의 엔트로피’ 활동인지를 깨닫게 된다. 또한,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반응을 촉진하는 ‘촉매(catalyst)’의 개념을 통해 내 인생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던 책 한 권, 스승의 한마디, 혹은 낯선 여행지에서의 우연한 만남의 의미를 재발견한다. 그들은 내 삶에 깊이 개입하여 나를 새로운 존재로 나아가게 했지만, 그들 자신은 소모되지 않고 또 다른 반응을 위해 존재한다. 이 얼마나 이타적이고 숭고한 역할인가. 

결국 ‘주변의 모든 것을 화학식으로 써 보는’ 행위는, 세상을 원소 단위로 해체하여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 이면에 흐르는 보편적 질서와 관계의 시학(詩學)을 발견하고, 궁극적으로는 세계와 나 자신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과 연대감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내가 내쉬는 숨결 속 이산화탄소가 길가의 플라타너스 잎사귀에 가닿아 새로운 생명을 위한 양분이 되고, 내 몸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아주 오래전 어느 초신성의 폭발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화학의 언어로 이해할 때, ‘나’라는 존재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세계와의 깊은 연결 감각이 깨어난다. 

독서를 마친 지금, 나는 더 이상 이름표만으로 세상을 판단하지 않는다.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에서 수소 결합이 빚어내는 강인한 표면장력, 그 작은 힘이 모여 강을 이루고 생명을 지탱하는 집단적 서사를 읽어낸다. 타오르는 모닥불을 보며 탄소 화합물이 머금었던 태양의 에너지를 격렬하게 되돌려주며 빛과 열로 자신을 해방하는 장엄한 축제를 목격한다. 그것은 소멸이 아니라, 가장 원초적인 원소로 돌아가는 환원이며, 순환의 일부가 되는 과정이다. 낡은 책장이 햇빛에 바래는 느린 산화 과정에서 시간의 물리적 무게를 느끼고,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기에서 아미노산과 당이 만들어내는 마이야르 반응의 축복을 경배한다. 이 모든 것은 그저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저마다의 운율과 리듬을 가진 살아있는 시구(詩句)들이다. 화학은 차가운 실험실에 갇힌 박제된 지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물질은 그 나름의 이야기가 있다”는 책 속의 문장처럼, 일상이라는 텍스트에 숨겨진 은유와 상징을 읽어내게 하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였다. 평범한 하루를 경이로운 순간들의 총합으로 바꿔놓는 지혜의 연금술이었다. 나는 이제 이 새로운 언어로 세상이라는 위대한 시를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다정하게 읽어나갈 준비가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 삶의 희로애락마저도 하나의 의미 있는 화학식으로 써 내려갈 수 있는 그런 성숙한 독자가 되고 싶다. 









생활 속 화학, 오해와 진실: 알면 보이고 믿으면 달라진다 

강상욱 저자의 『생활 속 화학, 오해와 진실』을 읽고 나니, 마치 안개가 걷히고 선명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개운함을 느낀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화학물질 속에서 살아가고, 화학은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의 단편적인 정보나 주변의 카더라 통신에 의존해 화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오해를 키워온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과학적 사실에 기반하여 화학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어려운 화학 개념을 우리 주변의 친숙한 사례와 연결하여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치약부터 시작해, 주방세제, 화장품, 음식 첨가물,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생활 속 다양한 제품들을 화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예를 들어, “천연 제품은 무조건 안전하고 화학 성분은 무조건 해롭다?”는 통념에 대해 저자는 “천연이라고 해서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니며, 독성을 지닌 천연물도 많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합성 화학물질도 인체에 유익하거나 무해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며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화학조미료(MSG)’에 대한 오해를 다룬 챕터였다. 어릴 적부터 MSG는 몸에 해로운 물질로 인식되어 왔다. 엄마는 항상 “MSG는 나쁜 거니까 음식에 넣지 마라”고 하셨고, 나 역시 MSG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왠지 모르게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이 책은 MSG가 다시마나 토마토 같은 천연 식재료에도 존재하는 글루탐산나트륨이며,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의 합동 식품첨가물 전문가 위원회(JECFA)에서 ‘평생 섭취해도 안전한 물질’로 분류했음을 명확히 알려준다. 오히려 MSG는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면서도 음식의 맛을 좋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충격이자 깨달음이었다. 그동안 아무런 과학적 근거 없이 MSG를 피했던 내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처럼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는 화학적 편견을 논리적인 설명과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깨뜨려준다. 

또 다른 흥미로운 내용은 ‘환경호르몬’에 대한 이야기였다. 플라스틱 용기에 뜨거운 음식을 담으면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늘 불안해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아이들 식기를 고를 때면 더욱 예민하게 반응했다. 저자는 환경호르몬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장된 부분이 많으며, 실제로는 극미량만이 배출될 뿐이고 우리 몸에는 이를 해독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조심하는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과도한 불안감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는 저자의 설명은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이처럼 화학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불필요한 공포감을 줄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는 단순히 화학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인터넷과 SNS에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나고, 때로는 특정 이익집단의 상업적인 목적으로 화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스스로 올바른 정보를 찾아내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내가 접하는 수많은 정보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어떤 정보를 접하든 “정말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과학적인 근거를 찾아보는 습관을 길러야겠다고 다짐했다. 

『생활 속 화학, 오해와 진실』은 화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전문 용어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또한, 흥미로운 그림과 도표를 적절히 활용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덕분에 지루함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었고, 어려운 개념도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책은 단순히 화학 지식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혀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화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더욱 깊이 있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에도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독특한 향과 맛을 만들어낸다. 옷을 만들고, 집을 짓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든 과정에 화학이 관여하고 있다. 화학은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며, 우리의 삶 그 자체임을 깨닫게 된다. 

책을 덮으며, 나는 더 이상 화학을 막연하게 두려워하거나 오해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화학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수많은 편리함과 이로움을 인정하고, 동시에 화학물질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이 책은 과학적 소양을 넓히고 싶은 사람,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생활 속 화학, 오해와 진실』은 우리 삶을 더 풍요롭고 안전하게 만들어 줄 지식의 보고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선사할 것이다. 이제 나에게 화학은 더 이상 멀고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우리 삶의 곳곳에 숨어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친구가 되었다.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가 일깨워 준 교사의 역할 

사범대 화학교육과를 졸업한 후 고등학교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실험을 통해 재미있게 화학을 가르쳐야지!”라는 당찬 다짐으로 시작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1시간 안에 실험을 마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결국 실험 수업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중 수업량 유연화의 일환으로 아세트아미노펜 합성 실험을 진행해 달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졸업 후 실험에 목말라 있던 나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제안이었다. 서랍 속 깊숙이 넣어 두었던 실험복을 꺼내 입고 오랜만에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증류수 10mL를 준비하라고 하자, 저울에 비커를 올리는 것이 아닌가. 순간 ‘헉… 무언가 잘못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2년, 무려 10년 동안 학생들이 눈금 실린더에 증류수를 담아 본 적조 차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일부 몇몇 친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생활기록부에 적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 일 이후 나는 지금까지의 과학 수업을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다. 단순히 ‘실험을 한다’는 행위 자체만으로는 아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학생들은 종종 나를 보며 “선생님은 화학 선생님처럼 안 생기셨는데, 왜 화학을 전공하셨어요?”라고 묻곤 한다. 이어 “화학은 너무 어렵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하는 과목 같아 선택하기 쉽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그럴 때 나는 대답 대신 질문을 던진다. 

“화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뭐니?”그러면 대부분 “화학 약품”, “원자 폭탄”, “분자”등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그래, 너희 몸도 전부 분자로 이루어져 있어!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입자 덩어리야. 너희들의 몸도 화학 그 자체야.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은 전부 화학이야!” 하지만 아이들은 그 말을 들으며 “오…” 하는 표정을 지을 뿐, 크게 와닿지는 않는 듯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화학을 더 친숙하고 재미있게 가르쳐줄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던 와중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이다. ‘어? 내가 항상 아이들한테 하는 말인데’ 이 책의 저자는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지 궁금하여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화학을 딱딱한 공식이나 어려운 용어가 아닌 일상 속에서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상황들을 통해 풀어낸다. 이는 학생들이 화학은 어렵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현실 속에서 내가 교육자로서 어떻게 접근을 해야하는지를 다시 일깨워 주었다. 

이 책에서 치약 이야기가 나온다. 통합과학1 교과서에도 효소 치약이 등장한다. 하지만 수업에서는 단순히 ‘탄수화물 분해 효소가 들어있다’라고만 나와 있거나 또한 ‘치아 건강에 도움이 된다’라는 사실만 간략히 다루고 지나갔다. 학생들에게도 큰 흥미를 끌지 못했고, 나 역시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한 채 넘어갔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룬 불소와 치약 이야기는 달랐다. 저자는 설탕을 좋아하는 우리들처럼 치아 속 박테리아도 좋아하는 설탕을 분해해 산을 만들어낸다는 재미있는 사실로부터 불화물이 치아의 법랑질에 스며들어 하이드록사이드를 대체하고 그 결과 더 단단한 플루오라파타이트층이 형성되어 충치를 예방한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치약의 사용이 충치 예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일상적인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상어의 치아가 거의 100% 플루오라파타이트로 이루어져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까지 곁들여져 읽는 재미를 더한다. 설탕에 상어까지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소재들이다. 교과서에서 한 줄로 끝나는 내용이 책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로 확장되어 있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내가 수업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았다. 단순히 효소 치약의 예시를 짧게 소개하는 대신 불소가 치아를 어떻게 단단하게 지켜 주는지, 상어의 치아가 왜 특별한지 이야기해 주었더라면 학생들은 훨씬 더 큰 흥미를 보였을 것이다. 설탕, 박테리아, 상어 같은 친숙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교실에서 이런 이야기로 수업을 했다면, 학생들은 화학이 단순히 어려운 과목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미있는 학문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진 않았을까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학생들이 화학을 재미없게 느꼈던 이유는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단순히 전달하고 지필 평가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던 나 자신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실험을 하더라도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고 교과서 예시 또한 몇 줄의 지식만 전하는데 그쳤다. 그러다 보니 화학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일상의 재미를 학생들과 나누지 못했다. 

이번 책을 읽으며 나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과학을 통해 학생들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는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켰다. 물론 일상생활 예시에만 집중하고 지식의 전달이나 실험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험을 통해서 학생들이 과학적 사실을 직접 발견하는, 과학자의 경험을 해본다면 이 또한 매우 의미있고 중요한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학생들이 실험을 통해서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이는 진행한 실험이 우리 일상과 분리된 학문으로 느껴졌기 때문은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학생들의 생활과 맞닿아 있는 일상생활 소재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거창한 실험보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친숙한 활동을 중심으로 수업을 구상하여 화학은 내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과목이라는 관점을 심어주고 싶다.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는 내가 예비 교사시절 늘상 생각했던, 지식 전달자가 아닌 친숙한 소재를 통해 학생들이 화학을 삶을 이해하는 도구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 시켜주었다. 앞으로 나는 교실에서 “세상은 온통 화학이다”라는 메시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하며, 아이들이 과학적 호기심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탐구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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