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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에서 화학이 하는일, 법화학


민지숙 | 전 국림과학수사연구원



Abstract


법과학은 범죄와 관련된 증거물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조사하여 수사의 단서를 제공하고 범행을 입증하는 학문이다. 감정 결과는 법정에서 판단의 근거로 사용되며 화학을 비롯하여, 의학, 약학, 공학, 생물학 등의 다양한 자연과학 분야로 이루어져 있다. 이때 사용되는 화학적 지식을 토대로 범죄와 관련된 증거물을 화학적인 방법으로 조사하여 수사의 단서를 제공하고 범행을 입증하는 학문을 법화학(forensic chemistry)이라 한다. 법화학의 분야는 분석업무를 기반으로 하며 다양한 화학적 지식이 요구된다. 최근 범죄수사관련 드라마 등이 소개되면서 법과학에 대한 관심이 대중화됨에 따라 현장에서 담당자들은 신속과 정확이라는 압박을 더욱 강하게 느끼고 있으나, 보람 또한 크다고 생각한다. 이에 정확한 정보를 소개하고 화학을 하는 많은 후배들이 법화학 분야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발전시켜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법화학 분야의 전반을 소개하고자 한다.


법화학에서는 미지 시료, 인화성 또는 폭발성 등의 유해화학 물질의 분석, 눈으로 식별되지 않는 작은 미세증거물의 분석, 동위원소 및 다원소 (화학적 지문)를 이용한 정밀 분석, 혈중 알코올 및 휘발성 등 생체 내 유해 물질의 분석 등을 수행하고 그 외에 냄새, 먼지 등 다양한 분석을 실시 하고 있다. 법화학분야에서 일하면서 느껴지는 것은 시료가, 증거물이 언제나 새로운 도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늘 초심자의 마음으로 일을 하게 된다. 도전이고 퍼즐 같은 사건 하나하나의 증거물은 피해자와 용의자, 진실 사이에서의 커다란 압박과 책임감이기도 하며 또한, 보람이기도 하다. 지면을 통해 소개하려는 법화학은 저자가 수행해 온 분야를 토대로 기술되며 제한된 지면으로 인해 모든 부분의 상세한 소개가 불가능하므로 간략하게 하고자 한다. 다음의 목차를 2회(10월호, 12월호)에 나누어 기술하고자 한다.



1. 법화학 증거물의 소개 및 화학적 지문(다원소 동위원소) 활용

2. 미지시료 및 유해화학물질(가스, 산알칼리, 인화성 및 폭발물질 등) 분석

3. 미세증거물(섬유, 페인트, 토양 등)의 분석

4. 음주 및 화학물질 사고 관련 생체시료 분석

5. 원산지 추적



1. 법화학 증거물의 소개 및 화학적 지문(동위원소 및 다원소) 활용


증거물은 특성상 개별특성(individual character)과 군집특성(class character)으로 나눌 수 있다. 지문, 총기 발사흔, 공구흔, 족적, 파단면 등의 경우, 일치시에는 확률을 언급 할 필요 없이 누구든‘출처(오리진 origin, 근원지)가 같다(동일하다, 일치한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들로‘개별 특성이 있다’라고 한다. 군집특성이란, 증거물이‘동일 물질로부터 유래 되었다(출처가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떤 집단(class, 종류)에서 나왔는지는 알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본드, 페인트, 섬유, 테이프 등 대개의 증거물들이 군집 특성을 갖는다. 예를 들어 본드를 생각해보자 성분이 같은 본드는 같은 종류의 본드이지 바로 그것 이라고 할 수는 없다. 색상이 유사한 단일 층으로 구성된 페인트 조각이 현장에서 발견되어 그와 같은 구성층을 갖는 자동차가 있다면, 과연 그 차가 현장 페인트 조각이 유래된, 범행에 사용된 차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당연히 단정 짓기란 너무 위험 부담이 있다. 그러나, 4개 층의 페인트로 구성된 페인트 조각이 현장에서 발견 되었고 4개 층의 색상, 두께, 각각의 성분이 모두 일치하는 차가 있다면 그 차는 법행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곱셈법칙). 증거물 하나 하나는 군집 증거물이지만 군집 증거물을 여러 개, 여러 면에서 비교 하므로서 개별화(individualization)하여 증거물의 가치(증거력)를 높이게 된다. 군집 증거물들의 취약점은 대량 생산 등에 의해‘동일 할 수 있는 확률’을 수학적으로 표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군집 증거물들의 증거력이 없거나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강의실 안 학생들의 옷 중에서 빨간색의 섬유를 하나 뽑았다고 하자, 이와 같은 색을 가진 섬유가 강의실 안에 또 있는지 둘러 봤을 때 그와 똑같은 색을 찾기란 쉽지 않으며 자동차 페인트도 같은 색상의 자동차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다. 검은 색 차량의 검은색도 제조사마다 아주 다양하며 펄이 있고 없고 등 자세히 눈으로만 봐도 다양함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법화학연구소의 경우, 색상 분석도 다양한 정밀 장비를 이용하고 여러 가지 비교 방법들(원데이터 비교, 미분값 비교, 로그값 비교 등 다양)을 이용하므로, 같은 그룹의 색상에 속한다고 판단을 하는 경우라도 이것에 대한 증거력은 매우 높으며, 색상 외에 외관검사, 성분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감정 결과는 수사시 수사기관의 주관적인 판단이 올바른지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며, 용의자나 사건 관련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는데 사용되는 등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소소한 군집증거물 이라도 법과학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다. 두 가지 이상의 군집증거를 비교하여 동일한 결과(분석 결과가 같다, 일치 한다)가 나오는 경우, 한 물체로부터 나왔다는 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과 범죄행위의 연관성을 판단하는데에 증거물의 종류가 늘어날수록 범죄와 사람 간의 연관성이 높아지게 된다. 다양한 군집증거가 일치할 수 있도록 채취가 잘 되어야한다. 이와 같은 증거물들은 모두 물질, 화학물질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증거물들을 분석하는데는 습식 분석을 기본으로 유기물 분석과 무기물 분석의 지식이 요구된다. 증거물 분석에 사용되는 장비로는 IR, Raman, UV-Vis, XRF, XRD, SEM-EDS, GCMS, LCMS, ICPMS, ICMS, MCICPMS, IRMS, GC, LC, IC 및 다양한 microscope 등이 있으며 다른 유사기관과 다른 점은 거의 모든 분광학 장비에 현미경이 부착되어 있어 작은 시료들을 관찰하면서 원하는 미세 부위를 분석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분석 전, 사진으로 증거물의 상태를 자세히 기록 하고 다양한 현미경을 사용하여 증거물들을 관찰한다는 것 이며 시료를 가급적 보존 하기 위해 노력하고 비파괴(non destructive method), 덜파괴(less destructive method), 파괴의 분석 순서로 실험을 실시한다.

법화학 분석의 주요 목적은 범죄 현장의 증거물에서 특정 사람 또는 지역(위치)과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한 것으로 증거물이 무엇인지 분석(characterization)하는 것과 현장 시료와 용의자 또는 피해자로부터의 시료가 같은지 비교 분석(comparison)하는 것이다. 자동화 기기를 널리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발전된 분광 및 질량 분석 기반의 분석 기술은 현재 대부분의 법화학 실험실에서 이러한 분석 목적을 달성하는데 사용되는 가장 가치 있는 도구가 되었다. 두 화합물의 크로마토그래피 및 분광학적 데이터가 일치하면‘화학적으로 구별할 수 없다(chemically indistinguishable)’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구별할 수 없는 시료는 화학적으로 동일(chemically identical)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동일(the same)하다고 할 수 는 없다. 법 화학에서 A와 B가‘동일하다(being the same)’는 것은 A 와 B가 같은 이력(history)을 공유한다거나 출처(산지)가 같은 것으로 해석 될 수 있다. 즉 같은 것으로 부터 유래된 것인지, 비교 대상 증거물들의 근원이 같은 것인지이다. ‘현장에서 수거된 테이프가 용의자가 소유하고 있는 테이프와 같은지?’는 화학적으로 성분이 동일하다는 것 이상의 의미로서‘현장 테이프가 용의자가 소유한 바로 그 테이프에서 유래된 것인지?’란 의미로 재판 과정에서 논쟁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다소간이나마 해결 하기 위하여 안정동위원소(stable isotopes)와 미량다원소 (trace multi-elements)를 이용한 화학적 지문(chemical fingerprints)이 사용되고 있다. 화학적 지문은 추가적인 독립 변수 세트를 제공하여 구별력(discriminatory power)을 증가시킴으로써 이러한 주장을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큰 분석기법이다. IRMS와 (LA)ICPMS 를 주로 사용하여 화학적 지문을 얻게 되는데 구별력의 향상 뿐만 아니라 동위원소(비)와 미량원소의 함량이 원료와 제조 환경에 따라 독특하게 다른 화학적 지문의 형태를 보이므로 기존의 분석에서 알 수 없었던 숨은 정보를 제공하므로서 범죄수사 및 원산지 규명에 이용하게 된다. 일반 공산품, 환경오염물질, 폭발물, 마약, 식품 등 모든 물질에 적용되며 유리, 테이프, 페인트, 플라스틱, 비닐, 종이, 잉크, 금속, 나무조각 등의 법과학적 증거물의 동일성 확인, 생체시료(뼈, 치아, 모발 등)의 지리적 기원, 투기된 환경오염물질 및 유해물질의 배출원 규명, 농축수산물, 불법 마약류 및 폭발물류의 지리적 제조원 추정 등에 매우 유용하다.[참고문헌 1-5]



2. 미지시료 및 유해화학물질(가스, 산알칼리, 인화성 및 폭발 물질 등) 분석



법화학 실험실에는 생활 속 다양한 미지 시료들이 의뢰 되고 있다.‘집 앞에 누가 유해 물질을 뿌렸다.’,‘아파트 번호키판에 이물질이 묻어 있다.’,‘누군가가 집에 들어 와서 미상의 물질을 뿌리고 갔다.’,‘된장에 이물질이 생겼는데 누군가가 넣은 거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코에서 냄새가 난다.’,‘누군가 자는데 유해 물질을 본인에게 가하는 거 같다.’‘, 차에 누군가가 이물질을 뿌렸다.’‘, 백색가루가 뿌려져 있다.’등 다양한 의뢰 내용과 함께 다양한 시료가 들어 오고 부검 시에도 변시체에 묻어 있는 이물질, 위내용물에 소화안된 이물질, 체내에서 식별되는 이물질 등과 사망의 원인을 알고자하는 위내용물이나 혈액 등의 생체 시료에서의 유해 물질, 사건 현장에서의 이물질 등 다양한 미지의 시료가 의뢰된다. 대부분의 경우 의심되는 물질의 성분이 무엇인지와 용의자가 가지고 있는 미지의 물질과 사건 현장 에서 나온 물질과 같은 것인지를 물어 보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시간소모적인(time-consuming) 일이 될 수 있다. 노력과 결과물 사이 균형이 필요하다. 법과학에서는 언제 까지 분석(감정)을 마치고 결과를 보고 해야하는 기간이 존재한다. 매 사건이 모두 빠른 감정 결과를 요구하므로 기간 내에 어떤 분석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증거물을 받았을 때 해야할 일은 다음과 같다. 우선 의뢰서를 꼼꼼히 읽어 사건 담당자가 요구하는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증거물과 의뢰서 내용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기록하고 사진으로 남기도록하며 현미경을 사용해서 좀 더 자세히 외관을 관찰한다. 분석 전의 상태에 대해 자세한 기록과 사진을 남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다음에는 어떤 분석을 해야하는지 계획한 후, 실험을 진행하는데 최소량, 일부를 가지고 우선 실험을 해야 한다. 그러나 매우 적은 양의 증거물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으며 이런 경우는 외관 및 비파괴 검사 후 추정되는 물질을 확인 할 수 있는 우선 순위에 따라 시험을 진행한다. 실험은 교차 검증을 통해 정확도를 올려야 한다. 모든 시험이 안전성을 고려하여야겠지만 특히나 미지 시료의 경우, 어떤 유해물질인지 알 수 없으므로 그 물질이 무엇인지 밝혀지기 전까지는 매우 위험한 물질로 취급해야 한다. 특히나 장갑, 고글 등의 개인보호장구를 반드시 착용하여 개인을 보호하고 시료 또한 오염으로부터 보호한다. 특이한 냄새가 나는 경우, 추정되는 물질의 범위를 줄여주기도 한다.

미지(chemical unknown)시료의 경우, pH의 확인, microchemical test. test strip 등 다양한 예비 실험과 외관 검사 등으로 부터 추정 물질의 범위를 좁히고 기기분석의 우선순위를 정하도록한다. 혈액, 정액, 침, 소변 등을 판단 하기 위한 예비시험으로는 상용되고 있는 키트[그림 1]를 이용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water-test, Halogen- test, sulphate test, silphite test, NO3 test, ammonia test 등을 이용할 수 있지만, 위양성과 위음성에 대해 주의 해야한다. 미지시료에 대한 일반적인 실험 과정(general procedure)[그림 2] 참고해서 추정되는 물질에 관한 정보를 얻고 어떻게 분석해야할지 계획을 세우는데 이때, 선택한 method가 적합한지 알 수 있도록 back data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테이프인 경우, 테이프가 이 방법에 대해 구별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논문을 통한 자료 또는 back data의 확인(본인이 선택 방법이 타당한지 확인한 자료)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 분석 기법은 학부 또는 대학원에서 배운 지식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된다. 유해화학물질로서 유해 가스류, 산알칼리류, 중금속류 분석 업무가 있다. 유해 가스가 잔류할 수 있는 맨홀, 하수 처리장 등의 공간에서 중독 및 질식 사고와 관련하여 사건장소의 기체 조성 분석, 유독성 가스 분석을 진행한다. 가스에 의한 사망사고가 꽤 있다. 가스 사고의 경우, 채취도 어렵고 사람들을 구하다가 사건장소 훼손이 많이 되기 때문에 사건 발생 당시의 가스상 증거물 채취가 어려워 사고 당시 가스 조성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 할 때도 있으나 사건이 발생하면 사건 현장에 가서 현장에서 간단히 측정도 하고 가스 증거물을 채취해와서 실험실에서 정밀 분석을 실시한다. 폐수, 폐기물 등의 무단 방류 및 폐기, 수산물 폐사 등과 관련된 환경 사고 분석도 하고 있으며 산알칼리 등 화공약품, 중금속류 분석 업무도 수행한다. 이 분야에서는 IC(MS), GC(MS), LC(MS) 등을 주로 사용하며 경우에 따라 화학적 지문을 이용하기도 한다.

인화성 물질 분석은 방화 사건인지, 자연 발화인지 확인하는 일과 관련 된다. 화재가 발생하면 경찰과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증거물을 채취해온다. 화재 현장에서 온 각종 증거물로부터 인화성 물질 분석을 통해 방화 인지, 또는 자연 발화 가능성이 있는지 분석을 하게 된다. 화재 잔류물을 분석하고 방화범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의류, 손 등에서 인화성 물질이 잔류되어 있는지, 또는 용융흔, 그 을음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화재 현장에서 사체가 발견된 경우에는 생체시료에서도 이와 같은 것들을 확인하고 일산화탄소 헤모글로빈(CO-Hb) 등 다양한 분석도 함께 이루어진다. 사인을 밝히기 위함이다.

폭발사건 특히나 화학물질사고 관련해서는 현장에 나가, 현장도 확인하고 증거물도 채취하여 분석을 하게 되는데 폭발 및 화학물질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에는 많은 화학적 지식과 시간이 요구된다.




















이번 소개는 다음의 간단한 사례를 보며 마치기로 하겠다.
































































참고문헌

  1. Stable isotope forensics, W Meier-Augenstein, 2017

  2. Forensic Chemistry, Bell, Suzanna, 2022

  3. Forensic Analysis on the Cutting Edge, Edited by Robert D. Blackledge 2007

  4. Forensic chemistry handbook Edited by Lawrence Kobilinsky 2012

  5. The application of isotope ratio mass spectrometry for discrimination and comparison of adhesive tapes Rapid Commun. Mass Spectrom. 2008; 22: 1763-1766




민지숙 Min, Ji Sook


• 이화여자대학교 화학과, 학사(1981-1985)

•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화학과, 석사(1987-1989)

•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화학과, 박사(1991-1996)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화학과(1985-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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