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학연구원 DEL기술연구단(단장: 허정녕 책임연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유전자 암호화 라이브러리(DNA-encoded library, DEL) 코어뱅크(플랫폼, 인프라) 구축 및 운영·지원 과제를 기반으로 2023년 창단되었다. 본 연구단은 국가적인 코어 뱅크를 기반으로 DEL 기술의 효율적인 구축과 서비스를 위하여 3개의 연구팀과 3개의 위탁과제로 구성하였다[그림 1]. 제1연구팀(팀장: 김현진 박사)은 코어뱅크의 기초가 되는 DEL 구축을 담당하며, 제2연구팀(팀장:김기영 박사)은 스크리닝/분석 시스템을 구축 하여 유효물질 발굴 연구를 진행한다. 제3연구팀(팀장:이윤호 박사)은 코어뱅크를 구축하여 운영·지원 및 대외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 더불어 위탁연구과제는 DEL의 합성과 관련하여 카멜바이오사이언스(책임자: 임현석 대표이사)와 성균관대학교(책임자: 김인수 교수)가 참여하며, 유전체 데이터 분석 시스템 개발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책임자: 이병욱 박사)이 참여하였다. 세계 최초의 정부 주도 DEL 코어뱅크를 통하여 국내 제약기업 및 연구자에게 혁신적인 신약 개발 지원을 제공하고자 한다.
1. DEL기술의 중요성 및 원리
차세대 디지털 바이오 기술 발전과 함께 떠오르고 있는 신약 개발 사업은 신약 개발의 효율성 증대 및 가속화를 위해 혁신적인 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신약 개발 과정에서 유효물질 도출을 시작으로 최종 개발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 및 국내 제약사에서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과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증대할 수 있는 기술을 확립하고 있다. 특히 혁신적인 신약 개발 기술의 확립은 다양한 질환에 대한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충족시키고, 의약품 개발 단계의 가속화에 기여하는 출발 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저분자 화합물 기반의 유효물질 탐색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DEL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조합의 저분자 화합물의 구조적 정보를 포함하는 유전 물질을 활용한 기술로서 라이브러리의 확장을 통해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증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DEL은 DNA와 저분자 화합물이 연결된 물질로 구성된 혼합물 형태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저분자 화합물 부분은 표적 단백질과 상호작용을 하는 역할을 하며, 이는 기존 전통적인 화합물 라이브러리의 구성 요소와 동일하다. DNA 부분은 혼합물 형태의 DEL에서 화합물 구조를 식별하기 위한 바코드의 역할을 한다[그림 2]. 사용자 임의로 다양한 조합의 DNA 태그 구성이 가능하기에 혼재된 화합물마다 독자적인 DNA 서열을 부여함으로써, 표적 단백질과 결합하는 저분자 화합물의 구조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DEL은 수천-수억 개의 혼합물을 결합력 기반 스크리닝(affinity-based screening)을 이용하여 단일 시험관 내에서 약효 검색을 진행하기 때문에 다양한 화합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신약 유효 물질을 발굴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단은 국내 신약 개발 연구자들에게 기존 스크리닝 방식보다 효율이 높은 유효물질 탐색을 제공하고자 DEL 합성, 스크리닝 및 분석 기술 플랫폼 개발과 DEL 코어뱅크 설립을 통한 전주기 원스톱 공공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DEL 기반 기술 및 체계 마련을 다음과 같이 추진하고 있다.
2. 연구1팀 (팀장 김현진 박사): DEL 구축 및 합성 기술 개발
DEL 구축을 위한 합성법은 전통적인 조합화학에서 사용되는 분할 및 혼합(split-and-pool) 방식을 차용한다. [그림 3]과 같이 아민 작용기를 가지고 있는 DNA 핵심 본체(headpiece)를 시작으로 화합물 합성을 시작하며, 단계마다 화합물에 해당하는 특정 DNA 태그를 부착하여 암호화를 진행한다. 이론적으로 100개의 단위체(building blocks)를 가지고 3단계의 분할 및 혼합 방식으로 반응하여 얻어진 DEL은 1003(= 1,000,000)개의 혼합물 형태로 얻어진다. 따라서 단위체의 숫자를 조절하면 수 천만-억 개의 라이브러리를 손쉽게 빠른 시간 내에 구축할 수 있다. 다만 암호화된 DNA가 손상되지 않는 환경에서 유기 반응을 진행해야 하므로 적합한 pH 조건 및 용매로 물을 사용해야 하는 등의 제약조건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최근 유기 반응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유기 금속 촉매반응 및 라디칼 반응 등이 DEL 합성에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의약화학에서 필요한 새로운 화학공간(chemical space)를 아우르며 약물성을 갖는 라이브러리는 꾸준히 요구되고 있다.
제1연구팀은 위와 같은 특성을 가진 DEL의 독창적이고 안정적인 대규모 라이브러리 구축 및 합성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한다. 연구팀은 한국화학연구원의 김현진 박사가 주축이 되어 수행하며, 카멜바이오사이언스(임현석 대표이사)와 성균관대학교(김인수 교수)가 협력하여 참여하고 있다. 최근 본 연구팀은 N-설포닐키틴이민(sulfonylketenimine)을 이용한 새로운 반응 조건을 개발하여, DNA가 결합된 N-아실설폰아마이드(acyl- sulfonamide)의 합성 방법을 개발하여 보고하였다(Org. Lett. 2022, 24, 4881).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작용기 변화를 통한 라이브러리의 합성, 그리고 다양한 헤테로 골격을 포함하는 핵심 구조를 갖는 신규한 화학공간 을 창출하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카멜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에서 독보적으로 나노 DEL 기술을 활 용한 라이브러리 합성 및 유효물질 탐색 연구를 수행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성균관대학교 연구팀은 다양 한 독창적인 헤테로고리 코어구조 및 단위체의 합성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3. 연구2팀 (팀장 김기영 박사): DEL 스크리닝 및 분석 기술 플랫폼 개발
대규모 라이브러리에서 특정 표적 단백질에 대해 결합하는 화합물을 신속하게 식별할 수 있는 DEL 스 크리닝 주요 기술로는 표적 단백질 고정화, 친화성 선택,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 증폭, 차세대 시퀀싱(Next-Generation Sequencing, NGS)분석, 유효물질 검증 등이 있다. 효율적인 유효물질 탐색을 위한 DEL 스크리닝 및 분석 기술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한국화학연구원의 김기영 박사를 중심으로 제2연구팀을 구성하고 있으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병욱 박사)이 위탁과제로 참여하고 있다.
[그림 4]와 같이 표적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화합물을 DEL로부터 스크리닝 하기 위해서는 정제된 단백질과 단백질의 위치 선택적인 고정화 과정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이렇게 고정화된 표적 단백질과 DEL을 먼저 반응시켜서 친화성이 높은 화합물들과 결합하지 않는 화합물을 분리한다. 얻어진 친화성이 높은 화합물들은 PCR 절차를 통해 바코드 역할을 하는 DNA 태그가 증폭되고, 차세대 시퀀싱을 통하여 DNA 염기서열 정보를 판독할 수 있다. 이때 얻어지는 염기서열 정보로부터 친화성이 높은 화합물들의 구조를 알 수 있으며, 이렇게 도출된 화합물들은 DNA 태그가 제거된 순수한 저분자 화합물을 합성하고, 마지막으로 표적 단백질과의 결합 능력을 검증한다. 이후 추가적인 활성 평가 시스템으로 약효를 평가하여 최종적으로 유효물질을 도출하게 된다.
본 연구팀에서는 생물학적 유용성이 높은 다양한 치료 표적 단백질에 대한 저분자 유효물질을 도출하기 위해서 단백질 효소(카이나제, 포스파타제, 프로테아제 등), 대사 효소,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G 단백질 연결 수용체(G protein-coupled receptor, GPCR), 그리고 핵산 및 크로마틴 관련된 다양한 표적의 스크리닝 방법을 확립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이병욱 박사 연구팀은 다양한 NGS 유전자 분석 기술 및 유전체 정보분석을 위한 전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어 우수한 유효물질 탐색 역량을 가지고 있다.
4. 연구3팀 (팀장 이윤호 박사): DEL 코어뱅크 구축 및 운영·지원
제3연구팀은 본 사업을 통하여 구축된 DEL과 스크리닝/분석 시스템을 활용한 코어뱅크의 구축 및 운영을 총괄하며, 원천기술 개발사업의 지원을 목표로 한국화학연구원 한국화합물은행의 이윤호 박사를 중심으로 수행 중이다.
한국화학연구원에는 2000년에 설립된 한국화합물은행이 75만 종의 저분자 화합물을 보유하고 있다. 매 년 400건 이상의 화합물 분양 서비스를 제공하여 다양한 표적에 대한 유효물질 탐색이 가능하도록 지원함으로써 화합물의 가치 재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통합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였고, 화합물 및 관련 데이터를 산·학·연에 제공하는 시스템 및 인프라를 마련하였다. 한국화합물은행의 풍부한 노하우를 활용 하여 DEL 코어뱅크를 구축하고, 2026년부터 DEL 활용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그림 5]와 같이 제3연구팀은 DEL의 기탁, 분양, 스크리닝/분석, 데이터 활용, 종합정보시스템 등의 인프라를 조성하며, 국내 외 의 DEL 관련 연구자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뉴스레터 및 워크숍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원천기술개발사업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하여 기술 지원 및 협력을 진행하며, 표준작업지침서(Standard Operating Procedure, SOP)를 검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5. 맺음말
한 국가의 신약 개발 경쟁력은 얼마나 튼튼한 연구 인프라 및 플랫폼을 정교하게 구축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물론 다국적 제약기업은 그동안의 수익 창출을 통한 막대한 R&D 투자의 선순환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기술을 구축하거나 도입하지만, 우리나라의 규모가 작은 제약기업은 기술적 한계에 많이 부딪히고 있다.
최근의 국가 생명과학에 대한 많은 기초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수한 연구자가 신규 기술을 개발하거나 도입하여 국가 신약 개발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다. 특히 저분자 화합물 분야에서 지난 20년 동안 한국화합물 은행의 공공서비스는 국내 신약 개발 발전에 크나큰 기여를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출범한 ‘DEL기술연구단’이 연구개발을 통하여 조만간 DEL 구축 및 스크리닝/분석 기술을 확립하고 공공서비스를 제공하여 혁신 신약 개발의 새로운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현재 DEL기술연구단은 연구책임자 허정녕 단장을 포함하여 책임연구원 6명, 선임 연구원 11명을 비롯한 연구원 31명 등 총 4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라이브러리 구축 및 스크리닝·분석 기술 개발, 코어뱅크 구축을 통한 운영·관리 시스템 마 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DEL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신약 개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국내의 산업체 및 연구자들에게 DEL 기반 연구 환 경을 제공할 것이다.
DEL기술연구단의 단장인 허정녕 박사는 고려대학교 화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친
후 한화그룹 종합연구소에서 주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미국에서 오하이오주의 캐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시간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2003년부터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재직하고 있다. 또한 2010년에 신설된 충남 대학교 신약전문대학원의 학연교수로 겸직하며 석/박사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로 유기화학 방법론 및 천연물 전합성 등의 연구와 함께 의약화학에 기반한 항암제 및 골다공증 후보물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 연구 성과로 4건의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연구 단계의 진입 및 기술이전을 완료하였으며, 더불어 국무총리 표창 및 장관 표창과 유기화학분과회 학술상 등 다수의 수상 실적을 가지고 있다. 대한화학회 이사/감사, 유기화학분과회 간사/부회장, 의약화학분 과회 간사/부회장/회장, 그 리고 한국의약화학회 부회장 등으로 관련 학회에서 봉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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