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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기반 탐구(Argument Based Inquiry: ABI) 과학수업

박지훈 | 부산과학고등학교 화학교사, parkji6980@nate.com 서 론


과거 산업 사회에서 학생들에게 요구되었던 능력은 체계 화된 학문을 습득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었던 반면, 현대 사회에서는 범람하는 정보와 지식 사이에서 필요한 것을 선별하여 사용할 줄 알며,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과학교육의 목표 역시 과학 지식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것에서부터 과학적 탐구를 통하여 과학적 소양을 함양하는 것으로 옮겨져 갔다. 이와 함께 과학적 탐구가 개인이 지식을 획득하거나 발견하는 것이 아닌 공동체가 지식을 협력하여 구축하는 과정으로 여겨지면서, 이러한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논의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과학 탐구를 통해 도출한 결론이 과학 이론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과학 공동체의 검증이 필수적이므로 과학교육에서도 탐구 학습으로써 실험뿐만 아니라 실험 과정을 통해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한 학생들 간의 논의 활동 역시 함께 강조되어야 한다.

과학교육에서 논의의 효과는 학자마다 다양하게 제시되지만, 일반적으로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먼저 논의 활동은 학생들이 과학개념을 이해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 과학개념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증거를 바탕으로 자기의 주장을 분명하게 표현할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논의이다. 두 번째는 학생들이 실험과 이론을 의미 있도록 연결하고 결과에 대한 반성적 사고를 하며 같은 자료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고려하게 함으로써 탐구 능력 계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세 번째는 논의를 통해 과학 지식이 어떻게 구성되며, 왜 중요하고,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하여 학습할 수 있다.

논의의 중요성과 교육적 효과는 분명하지만 현재 학교에서는 논의가 주로 국어나 사회 등의 인문 교과에 적용된다는 인식이 강하며 과학 교과에서는 ‘학생 중심 수업’이나 ‘탐구 수업’과 ‘실험’수업이 동일하게 여겨져 논의를 통한 수업 방법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 글에서는 논의를 기반으로 과학 탐구 학습을 수행하는 교수 학습 모형인 ‘논의기반 탐구(Argument Based Inquiry: ABI)’ 과학수업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본 론

 

1. 논의기반 탐구(Argument Based Inquiry) 과학수업

 

논의기반 탐구(ABI) 과학수업은 탐구과정에서 학생들이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등의 언어적인 상호작용을 매개로 하여 탐구의 전 과정에 논의와 글쓰기를 실시하는 탐 적 과학 글쓰기 활동(Science Writing Heuristic)을 국내 실정에 맞게 수정한 프로그램이다. 논의기반 탐구 과학수 업은 탐구와 지식의 형성에 있어서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를강조하는 프로그램으로 교사가 문제 상황을 제시하면 이에 대해 학생들이 (1)의문을 만들고, (2)실험을 설계 및 수행하며, (3)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4)협상을 통해 주장과 증거를 형성하고, (5)읽기를 통해 과학적 지식과 자신의 지식을 비교하여, (6)반성에이르는 6단계의 과정을 학습 자들 스스로 수행하는 학습자 중심의 프로그램이다. 논의 기반 탐구 과학수업은 실험 목적, 실험 방법, 관찰, 결과, 결론의 5단계로 진행되는 교사 중심의 전통적인 실험수업 달리 학생 중심의 수업 형태로, 의문 만들기, 실험 설계 및 수행, 관찰, 주장과 증거, 읽기, 반성의 6단계로 구성되어 자기 주도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그림 1]은 논의기반 탐 구 과학수업의 단계를 [표 1]은 각 단계에서의 수업 전략을 나타낸다.




논의기반 탐구 과학수업에서 학생들은 교사가 제시한 문 제 상황을 보고 나의 의문을 만들고, 모둠 논의를 통한 조 의 의문을 만든다. 이를 통해 학급 논의를 통한 학습의 목 표인 학급의 의문을 만든다. 학급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각 모둠에서 실험을 설계하고 실행한 후, 관찰 결과를 작성 한다. 이를 근거로 하여 학급 의문에 대한 자신의 주장과 증거, 조의 증장과 증거를 작성하게 된다. 그 후 전문서적, 교과서, 인터넷 등의 다양한 종류의 객관적인 자료를 찾아 읽어봄으로써 자신의 주장과 증거에 대한 타당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여러 과정을 거치고 마지막으로 학 습의 모든 과정을 정리하여, 자신의 사고 변화를 되돌아보 는 반성을 하게 된다. 구체적인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의문 만들기


학생들은 주어진 여러 문제 상황에서 공통 요소를 찾아 자신이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에 대해서 나의 의문을 만든 다. 개인의 의문은 조별 논의를 통해 조의 의문으로 발전하고 조의 의문에 대한 학급 전체논의를 통해 하나의 학급 의문으로 통합한다.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탐구 설계 및 수행을 하고 의문 에 대한 답으로써 주장과 증거를 세우기 때문에 의문 만들기 활동을 통해 학생 스스로 학습목표를 찾는 기회를 제공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학생들이 만드는 의문은 자 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 알고 싶어 하는 것에 기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교사는 의문 만들기를 통해 학생들의 지식 구조와 이해 수준을 알 수 있고, 학생들은 의문을 만들면서 생각하고, 의미를 찾으며, 새로운 생각을 친숙한 개념에 연관 지을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이 작성한 의문은 학생들의 흥미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학습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므로 의문 만들기는 학습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한 방법이며, 수업 진행에서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실험 설계 및 수행


 번째 단계는 학급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조별 논의를 통해 실험을 설계하고, 실험을 실행하는 단계이다. 탐구적 과학 글쓰기 활동에서 실험은 전통적인 실험수업과 달리 학생이 직접 실험을 설계하도록 함으로써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과 과학적 태도를 증진시킬 수 있다. 이때 개방된 실험 상황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실험 준비물을 제시하여 학생들의 실험 설계를 돕는다. 조별로 다양한 실험 방법이 설계될 수 있으며, 이는 학급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3)  관찰



관찰 단계는 실험을 통해 수집한 자료와 데이터를 해석 하고 종합하는 단계이다. 이때 학생들은 다양한 실험 결과 를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상대방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래 프나 도표, 그림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내고자 노력한다. 학생들은 변환된 자료를 해석하여 도출된 결론이 의문을 해결하는데 타당한지 평가하여 자신의 주장과 증거를 이끌어 내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료를 변환하고 해석 하는 능력을 기르며, 실험 결과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4)  주장과 증거


주장과 증거 단계는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학급 의문에 대한 주장과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작성하는 단계이다. 먼저 개별로 주장과 증거를 만든 후 조별 논의를 통해 조의 주장과 증거를 작성하고, 합의된 조의 주장과 증거는 칠판 에 게시하여 조별 발표, 패널 토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 체 논의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 의 생각을 다른 사람의 생각과 비교하면서 끊임없는 협상 을 하게 되고,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면서 과학적 지식이 형성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주장-증거 단계를 효과적  학습의 전략으로 발전시키고 수준 높은 주장-증거를 유 도하기 위해서는 주장-증거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 의문에 대한 자신의 주장과 증거를 제시하고 그것을 상대방에게 설득시키는 과정은 과학자들이 자신의 지식 주장을 대중에게 또는 다른 과학자들에게 설득하는 과정과 유사하며, 과학지식이 세워지는 과정이다. 특히 조별 논의뿐만 아니라 학급 논의는 학생들이 과학 지식을 구성하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5)  읽기


읽기 단계는 자신의 생각을 객관적인 자료와 비교하면서 의미를 형성하는 개인적인 협상 단계이다. 읽기는 단순히 정보나 지식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개념과 경험을 기초로 하여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는 과정이다. 읽기를 통해 내용을 이해하고, 그 내용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자신의 기존 장기기억 체계에 통합시키는 중요한 사고 과정을 경험한다. 학생들은 교과서, 참고서, 과학 서적, 인터넷 등에서 의문에 대한 공식적인 답을 찾고,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을 더 견고하게 해줄 이론적 해설을 찾을 수 있다. 반대로 이 단계를 통해 자신의 주장과 증거의 오류를 찾아 내고 수정할 수도 있다.



6)  반성


반성 단계는 학습의 전 과정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자 신의 사고 변화 과정을 되짚어보는 단계이다. 또한 실험 단 계에서 발생했던 오차를 분석하고, 새로운 의문을 확인하 며, 이미 배운 과학개념이나 실생활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생각해보는 단계이다. 활동 과정에서 경험한 다양한 인지 적이고 정의적인 사건들을 기록하는 과정은 개념의 내면화 와 사고 발달을 유도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사고 변화 과정 지속적으로 되돌아봄으로써 과학학습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도 학습을 전이시킬 수 있다.






결 론


EBS에서 제작한 영상을 매우 인상 깊게 본 기억이 있다. 영상의 내용은 2010년 G20에서 미국의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행사를 개최한 한국에 감사의 뜻을 표하며 한국 기자 들에게 질문권을 주었으나, 단 한 명의 한국 기자도 질문을 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학교에서 근무하는 나에게 이러한 사건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교사들은 매일 겪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질문하지 않 는다. “궁금한 것 있는 사람?”이라는 질문은 학생도 교사도 어색한 침묵 속에 서로를 불편하게 하며, 그런 상황에서 일부 교사들은 “우리 학생들 너무 질문하지 않는다.”라고 푸념 섞인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학생들 탓일까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남는다. 얼마 전 자녀의 초등학교 공개 수업을 참관 하였는데, 대단한 질문이 아니었음에도 초등학생들은 서로 발표하겠다고 손을 들면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봤다. 그 순간 이런 학생들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서 질문을 하지 않게 된 것은 ‘내가 학생 들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식 수업 속에서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교사의 말을 열심히 듣는 것밖에 없으며, 탐구 절차만 따라서 하는 실험은 학생들의 수공적 실험 능력만을 키워 줄 뿐이다. 학생들 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수업 방식을 바 꾸는 수밖에 없다. 논의기반 탐구 과학수업은 처음 하는 교사에게 큰 도전이 될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도전이 수업을 바꾸게 되고 학생들을 변화시킬 것 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1. 성화목. “읽기전략으로 사용된 읽기틀이 중학생들의 반성 글쓰기에 미치는 영향”.국내박사학위논문 부산대학교 대학원, 2013. 부산

2. 박지연. "논의기반 탐구(ABI) 과학수업에서 나타나는 중학생들의 인식론적 사고 분석". 국내박사학위논문 부산대학교, 2018. 부산

3. 이지화. "비대면 및 대면 상황의 논의기반 탐구(ABI) 과학수업에서 나타나는 중학생들의 인식론적 사고 비교 분석". 국내박사학위논문 부산대학교 대학원, 2021. 부산





박 지 훈 Park Jihun


• 부산대학교 교육대학원 화학교육전공, 석사(2012.3-2015.2, 지도교수 : 남정희)

• 부산대학교 대학원 과학교육학과 화학교육학전공, 박사(2015.3-2018.8, 지도교수 : 남정희)

• 부산광역시 교육청 교사(2011.3-현재)

• 현재 부산과학고등학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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