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호 <화학세계가 만난 화학자>는 현재 퓨쳐켐의 대표이사이신 지대윤 대표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지 대표님께서는 1999년 인하대 화학과 재직 당시 퓨쳐켐을 설립하시고, 현재까지 26년간 회사를 이끌고 계십니다. 2020년 서강대 화
학과에서 정년 퇴임을 하시고, 현재는 서강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로 계십니다. 정년 퇴임 후에도 퓨쳐켐에서 활발하게
연구 활동을 하고 계시는 지대윤 대표님을 만나서 50년이 넘는 화학자로 사는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모더레이터: 이현수 교수(서강대학교 화학과)]
1. 퓨쳐켐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퓨쳐켐이 어떤 회사인지 소개해 주십시오.
퓨쳐켐은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1999년 회사를 설립하였고,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26년 동안 방사성의약품에 집중해서 연구 개발을 하는 회사입니다. 2016년 12월에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 되었고, 현재는 140여 명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상장 후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하여 현재는 시총 5,000억 원이 넘는 회사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매출도 최근 5년간 지속해서 두 자릿수의 성장을 이뤄서 올해에는 200 억 원이상의 매출이 기대됩니다. 국내 방사성의약품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대표님께서는 직접 퓨쳐켐이라는 회사를 만드시고, 지금까지 이끌고 계십니다. 요즈음은 주변에 교수 창업을 하시는 분이 많이 계시지만, 퓨쳐켐을 창업할 당시에는 상황이 많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대학에 계시다가 퓨쳐켐을 창립하시게 된 계기와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1990년 후반, 제가 인하대학교 화학과에 재직하던 당시에도 방사성의약품 개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 던 중에 1997년 제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유사한 형태의 기술에 기반한 회사가 독일에서 설립이 되는 것을 보고, 늦기 전에 창업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설립하고, 주식회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같은 학과 교수님들을 비롯한 주변의 지인들에게 투자받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하다 보니, 이분들의 투자를 투자금 으로 생각하여 빨리 회사의 성장을 위해 사용했어야 하는데 망하면 돌려주어야겠다는 부담감 때문에 회사 운영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2000년 중반에 의약품에 플루오린-18 (F-18)을 도입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개발했는데, 자금이 부족해서 이 기술로 후속 연구를 하지 못하고, 독일의 바이엘사에 기술이전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후회되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회사 재정의 어려움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많은 벤처회사가 그렇듯이 회사를 운영해 오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 문제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3. 퓨쳐켐은 방사성의약품 개발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일반적으로 흔하지 않은 제품들을 개발 하는 회사로 보입니다. 언제부터 방사성의약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셨는지,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고, 방사성의약품 연구 및 개발은 일반적인 의약품과는 다른 도전적인 문제가 많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화합물이나 의약품과 비교해서 어떤 어려움이 있습니까?
저는 박사과정 때부터 방사성의약품 합성 기술 개발을 했었고, 지금까지 관련 분야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당시에는 방사성의약품 합성이라는 분야는 생소한 분야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연구를 시작한 후 한동안은 저를 소개할 때 유기화학을 전공했다고만 이야기할 정도로 방사성의약품 합성은 변방의 연구 분야였습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F-18을 포함한 방사성의약품은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 에 활용됩니다. 1994년에 국내에 처음으로 F-18을 생산할 수 있는 사이클로트론 시설을 구축하였으며, 당연히 인체를 촬영할 수 있는 PET 장비도 도입되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주도해서 관련 장비를 국내 병원에 구 축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것을 시작으로해서 지금은 40개 이상의 사이클로트론 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40억 원하는 PET-CT 장비가 국내에 250개가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방사성의약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4. 퓨쳐켐이 개발한 대표적인 의약품이나 기술 중 특히 자랑하고 싶으신 성과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우선 피디뷰라는 제품은 파킨슨병 진단용 의약품이고 2008년에 국내에서 승인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다음 알자뷰라는 제품은 알츠하이머병 (치매) 진단용 의약품이고, 2018년에 승인되었습니다. 이 제품은 치매 치료제가 나오면 그 활용도가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임상 중인 FC303과 FC705는 각각 전립선암 진단과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이고, 두 가지 의약품 모두 “Best in Class”를 목표로 현재 FC303 은 임상 3상이 종료되었으며, FC705는 임상 2상을 종료하고 3상 신청을 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신약파이프 라인을 가지고 있어 아마 10년 뒤엔 한국에서 가장 많은 신약을 보유한 회사로 성장할 것입니다.

5. 지대윤 대표님께서는 대학에 계시면서 얼마 되지 않아서 창업하시고, 오랫동안 교수로서의 삶과 기업인으로 사는 삶을 함께 살아오셨는데요. 두 가지 일을 하시면서 어려운 점이나 경험들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우선, 제가 대학에 있으면서, 창업하고 경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재직했던 학교의 배려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저의 에너지의 일부분을 회사에 사용하면서 나머지 에너지를 교수 생활에 사용했다고 볼 수 있지요. 이런 부분에서 학교에는 죄송한 마음도 있습니다. 자연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좀 더 학문적인 연구를 통해서 좋은 논문을 써서 학교에 더 이바지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기도 합니다. 제가 퓨쳐켐을 통해서 좀 더 많은 성과를 이뤄서 학교와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그동안의 배려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통한 기술이전 등으로 시너지 효과가 많아 학교와 회사 모두 윈-윈이었다 고 생각합니다
6. 대표님께서는 학계와 산업계를 아우르며 훌륭한 업적을 많이 쌓아오셨는데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 화학자들에게 조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창업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들에게도 조언해 주십시오.
화학에는 상당히 넓은 연구 분야가 있습니다. 정말 학문적인 분야도 있는 반면에 저처럼 학문적인 연구와 실용적인 연구를 둘다 할 수도 있지요. 어떤 분야의 연구를 하던지 화학이라는 단어에서도 설렘을 느낄 만큼 애정을 가지고 연구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용적인 응용과는 거리가 먼 기초연구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훌륭한 화학을 하면 그것을 통해서 학계에 기여할 수 있고, 실용적인 분야는 말 그대로 국가 발전과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지요. 창업을 생각하시는 연구자는 좋은 기술이 있다면 용기 있게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7. 50년이 넘게 화학에 몸담고 계신 화학자로서, 또 기업인으로서 대한민국의 화학 분야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재정은 정말 중요합니다. 특히 이공계 분야에서 연구를 위한 재정은 생명줄과 같습니다. 제작년에 있었던 연구비의 삭감은 대학원생들에게 장래에 대한 직업의 불안감을 심어주어 이공계 지원자가 현실적으로 확 줄었고, 또한 인구 감소와 함께 앞으로 연구를 할 재원들이 점점 줄어갈 것이기에 국가 미래에 위험을 초래하는 아주 잘못된 정책으로 생각합니다. 연구는 연구비를 기반으로 연구인력, 연구 인프라, 창의적 아이디어가 톱니바퀴와 같이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이 기반이 한번 무너지면 재건하는데 너무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지속적인 재정적 지원이 화학을 비롯한 기초연구 분야에서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8. 대표님의 부친께서도 화학을 전공하시고, 자제분도 화학을 전공하고 계십니다. 즉 3대가 화학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데, 부친으로부터는 어떤 영향을 받으셨는지, 자제분께는 어떤 영향을 주셨는 지도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 아버님도 화학을 전공한 교수로서 대한화학회 간사장과 부회장을 역임하였습니다. 제 아들도 현재 화학과 교수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각 세대에서 가장이 화학 분야에서 연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들 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희 아버지도 그러셨지만 저도 아들에게 화학을 전공하라고 권유한 기억은 없습니다. 제 아들이 화학을 한다고 했을 때 제가 무척이나 기뻤습니다. 아마 제가 화학을 한다고 했을 때 아버님도 많이 기뻐하셨을 것입니다. 제게 중학생 손자가 있는데, 주기율표의 118개 원소를 다 잘 외웁니다. 머지않아 4대째 화학을 전공하는 집안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9. 대표님은 대학교수로서는 은퇴를 하셨지만, 계속해서 퓨쳐켐을 이끄시면서 여전히 좋은 업적을 내 고 계시는데요. 앞으로 언제까지 연구를 지속해 나가실 계획이신지, 그리고 남은 연구 기간 동안 꼭 이루시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지요?
현재 퓨쳐켐에는 방사성의약품 후보 물질이 여러 개가 있습니다. 현재 회사의 재정과 인력의 부족으로 그 후보 물질들에 대한 후속 연구가 다소 지체되고 있지만, 제가 실험실과 연구 인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새로운 의약품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회사를 더 발전시켜서 그 열매를 사회의 약자들을 위해 환원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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