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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속에 포함된 DNA의 역습

박철준, 전용웅* |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조교수, ywjun@kaist.ac.kr



서 론


고온에서 조리된 붉은 육류나 튀김류 위주의 식습관이 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FDA에서는 해당 음식들의 섭취를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육가공품 섭취가 하루에 100 g씩 늘어날 때마다 약 12-17%의 대장암 발병률 증가가 관측되며, 반대로 육류 섭취를 피한 채식 위주의 식이요법은 암과 당뇨의 발병률을 상당히 감소시키는 경향성을 나타낸다.[참고문헌 1]

통계에서 나타나는 해당 식습관과 질병들 사이의 발병 경로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고자 1960년대부터 음식의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사물질의 종류 및 관련 화학반응들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참고문헌 2] 대표적인 대사물질로는 탄 음식에 들어있는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Benzo[a]pyrene)을 포 함한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PAHs) 가 이 에 속하고, 그 외에도 Heterocyclic amines(HCAs), N-ni- troso compounds(NOCs) 등이 포함된다[그림 1]. 해당 대사물질들은 고온의 조리 과정 중 구성 물질들의 화학반 응에 의해 합성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대사물질들은 그 자체로 반응성이 높지는 않으나 체내 흡수 시 ‘체내 활성화 과정(Bioactivation)’을 거쳐 반응성이 좋은 친전자체로 활성화되며, 이는 체내의 유전자나 단백질과 반응 하여 손상을 발생시킨다고 알려져 왔다.[참고문헌 3]

하지만 해당 대사물질들이 유전자 및 단백질을 손상시킨다는 연구 결과와 더불어 해당 물질들을 섭취한 동물 모델에서 실제로 종양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수많은 보고에도 불구하고, 고온에서 조리된 육류의 섭취와 질병 사이의 상관관계에서 해당 대사물질들이 유효한 역할을 하는 지에 대한 의견은 아직도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국제 암 기구(National Cancer Institute)에서도 공식 적으로는“해당 물질들의 섭취와 질병의 발병 사이의 상관관계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의견 대립은 조리 과정 중에 발생하는 해당 대사 물질들의 ‘양’에서 비롯된다. 400 ℃ 이하의 조리 환경에 서는 (대부분의 조리 기법은 250 ℃ 미만의 온도를 사용한다) 해당 대사물질들이 매우 미량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HCAs의 경우 1 kg의 붉은 육류당 1 μg 이하로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PAHs와 NOCs의 경우 일반인의 일일 섭취량이 각각 1 mg/year 과 0.3–1.0 μg/day 로 동물 실험에서 종양을 발생시킨 양의 0.1% 이하인 것 으로 보고되고 있다.[참고문헌 2] 우리가 평상시에 섭취하고 있는 미 량의 대사물질들이 특정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는 아직까지 없으며, 일생 동안의 섭취가 누적되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근거도 아직 제시된 바 없다.

이처럼 고온에서 조리한 음식의 섭취가 질병을 유발하는 경로를 규명하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총설에서는 ‘음식 속에 포함된 DNA가 주범은 아닐까?’라는 새로운 가설을 소개하고자 한다. 본론을 이어 나가기에 앞서 본 가설은 상기 제시된 대사물질들의 위험성 여부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대사물질들과 더불어 DNA 도 위험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상호 배타적’이지 않은 가설로써 제시함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본 론


우리는 음식을 섭취할 때 “얼마나 건강한 음식인가?”를 따져 물으며 흔히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나트륨, 합성 조미료 등의 함유율을 확인하곤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음식에 포함된 DNA의 품질을 논하는 사람은 본 경험이 없을 것이다. 이 총설에서는 음식 속에 포함된 DNA가 붉은 육류 위주의 식습관과 질병 사이의 상관관계를 설명할 수 도 있다는 ‘가설’을 소개하며 앞으로는 음식 속에 포함된 DNA의 품질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제안하고자 한다. 해당 가설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음식(특히 붉은 육류들) 속에 포함된 DNA는 고온의 조리 과정 중에 상당량의 손상을 입으며, 이는 섭취 시에 손상된 Nucleoside의 형태로 소화되어 소장에서 흡수된 뒤, 인산화 과정을 통해 세포 내 유전자 합성 과정 에 참여함으로써 손상된 유전자를 합성하는 방식으로 체내 유전자 손상을 누적시킬 수 있다’[그림 2]. 해당 가설을 실험 결과와 함께 살펴보자.



1. 음식 속 DNA는 고온의 조리 과정 중에서 손상을 입는다.


흔히, 우리는 DNA의 안정성을 과대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2015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Tomas Lindahl 교수님의 1970년대 논문들을 살펴보면 DNA의 열 안정성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예를 들어, 추출된 DNA를 95 ℃ 정도의 온도에서 가열하면 Cytosine이 탈아민화반응 (Deamination)에 의해 Deoxyuridine의 형태로 손상을 입거나, Guanine이 산화 손상을 입어 8-Oxoguanine 의 형태로 손상을 입는다고 보고된 바 있다[그림 2].[참고문헌 4] 해당 사실은 우리에게 보통 100–250 ℃의 열을 사용하게 되는 조리 과정 중에 음식 내부에 존재하는 DNA가 비슷한 종류의 손상을 입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흔한 음식 재료인 소고기, 돼지고기, 감자를 20분간 100 ℃의 물에서 끓이거나 220 ℃의 오븐에서 15분간 조리한 뒤 DNA를 추출해 손상 정도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평가에 포함된 10종류의 유전자 손상이 모두 상당량 증가 함을 볼 수 있다[그림 3].[참고문헌 5] 해당 결과는 실제로 고온의 조리 과정 중에 음식 내 DNA에 탈아민화 반응 및 산화 손 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나타내며,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유전자 손상 종류는 dU와 8-oxo-dG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흥미롭게도 거의 모든 경우에 더 높은 조리 온도가 (조리 시간이 5분 짧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손상을 발생시키는 뚜렷한 경향성을 보였다.



2. 우리는 음식 속 DNA를 재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음식 속 DNA가 체내에서 재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때가 많다. 체내에서는 유전자 합성을 위해 아미노산과 이산화탄소 기반의 de novo 합성도 사용되지만 해당 과정에서 요구되는 에너지 소모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음식 속에 포함된 DNA를 “재활용(Salvage)”하는 효율적인 합성법을 상보적으로 함께 사용하고 있다.[참고문헌 6] 음식 속에 포함된 DNA는 소화기관을 거치며 우리 몸에서 흡수 가능한 형태인 Nucleoside로 분해되어 체내로 흡수된다. 그리고 이렇게 흡수된 Nucleoside는 DNA 합성 단 량체인 Triphosphate 형태로 변형되어 유전자 합성에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꼭 언급돼야 할 중요한 사실은 유전자 합성을 담당하는 단백질들(Polymerases, Kinases 등)의 선택성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제로 Br이 치환된 유리딘(5-Bromo-deoxyuridine)은 단백질들의 낮은 선택성에 의해 정상적인 Nucleoside처럼 세포 내에서 Triphosphate 형태로 활성화되어 유전자 합성에 사용된다고 보고된 바 있다.[참고문헌 7] 해당 현상은 세포 내 유전자에 Br이나 Ethynyl 작용기를 도입하는 생화학적 기술로써 1980년대부터 널리 사용되어 왔다.[참고문헌 8] 이처럼 유전자 합성 과정의 선택성이 높지 않다는 점은 ‘과연 손상된 DNA를 섭취하는 행위가 체내에서 안전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3. 손상된 DNA도 소화기관에서 흡수 가능한 형태인 Nucle- oside로 소화된다.


DNA 자체는 다량의 음전하를 띄고 있기 때문에 표면에 음전하를 띄고 있는 세포벽을 통과할 수 없어 체내로 흡수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 몸은 DNA를 흡수해서 재활용하기 위해 먼저 DNase I 효소를 이용해 DNA를 절단하여 Nucleoside-monophosphate 단위로 소화시킨 뒤, Phosphatase를 이용해 음전하를 띄고 있는 인산기(Phosphate)를 제거해 중성을 띄는 Nucleoside 단위로 소화시킨다[그림 2].[참고문헌 5] 이렇게 소화된 Nucleoside는 체내로 흡수되어 Kinase에 의해 다시 인산화되고 유전자 합성 과정에 사용된다. 이처럼 체내 흡수에 필수적인 소화 과정들이 효소에 의해 일어나는 만큼 기질에 대한 선택성이 존재한다. 본 가설 평가단계에서는 손상된 DNA가 소화 효소의 기질로 작용하여 손상된 Nucleoside단위로 소화되어 체내로 흡수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논점이다.

앞선 결과에서 조리 과정 중에 음식 속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DNA 손상은 dU인 것을 보였다[그림 3]. 해당 손상을 포함하고 있는 합성된 DNA에 쥐의 위와 소장에서 추출한 소화액을 처리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dU를 포함하는 손상된 DNA가 소화액에 포함된 소화효소(DNase and phosphatase)에 의해 Nucleoside 단위로 소화가 일어나는 것이 확인된다[그림 4].[참고문헌 5] 한 가지 특이점은 정상적인 염기(dC)의 경우에는 위에 존재하는 소화 효소에 의해 완벽히 분해되는 반면, 손상된 염기(dU)의 경우에는 위와 소장에 존재하는 소화 효소가 공존할 때 소화되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손상된 DNA가 소화 기관인 위를 통과해 소장을 지날 때 섭취 가능한 형태인 Nucleoside로 소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참고문헌 5]


4. 손상된 Nucleoside는 체내로 흡수되어 유전자 합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체내로 흡수된 Nucleoside는 여러 종류의 Kinase에 의해 인산화되어 Triphosphate 형태로 먼저 변환되고 Polymerase에 의해 유전자 합성 과정에 참여한다(Nu- cleotide salvage pathway). 손상된 Nucleoside가 동일한 경로를 통해 유전자 합성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해당 과정을 담당하는 단백질들의 기질로 작용하여 재활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해당과정을 평가하기 위해서 하루 2 mg의 손상된 Nucleoside를 200μL의 물에 녹여 일주일 동안 쥐에게 섭취시켰다. 그 후에 보통의 Nucleoside 가 흡수된다고 알려져 있는 소장을 추출해 소장 조직의 유전자 손상 정도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섭취한 Nucleoside와 동일한 종류의 유전자 손상(dU)이 소장 내에서 상당량 누적되는 것이 확인되었다[그림 5]. 이는 체내로 흡수된 dU가 실제로 해당 과정 에 참여하여 dUTP의 형태로 활성화되고 유전자 합성에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추가적으로 이렇게 누적된 유전자 손상은 Double-strand breaks(DSBs) 형태의 2차 유전자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해당 실험에서도 손상된 Nucleoside를 섭취한 경우에 이를 흡수하는 소장의 융털 부위에서 DSB가 상당량 발생하는 것이 함께 관측되었다. 이는 손상된 DNA가 체내로 흡수되어 유전자 합성에 이용되고, 나아가 유전자 손상을 누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 론


고온에서 조리된 붉은 육류나 튀김류 위주의 식습관이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보고는 오랫동안 이어져오고 있는 반면에, 아직 해당 발병 경로는 불분명하다. 조리 과정 중에 생성되는 다양한 대사물질들이 주로 연구되어 오고 있지만, 조리 과정 중에 매우 소량만 발생하는 탓에 ‘과연 미량의 대사물질들의 꾸준한 섭취가 누적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질병을 야기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본 연구진은 음식 속의 DNA 가 직접적으로 우리 몸의 유전자에 누적되어 질병을 유발 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안한다. 기본적으로 500 g 정도의 육류를 섭취할 때 우리는 1 g 이상의 많은 양의 DNA를 섭취하고 있으며, 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십 mg 단위의 ‘손상된’DNA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조리 시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기존 대사 물질들의 1000–10000 배에 해당하는 양이므로 그 위험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본 연구 결과는 손상된 DNA의 섭취가 직접적으로 우리 몸에 유전자 손상을 누적시킬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함과 동시에 추가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이렇게 발생하는 유전자 손상은 효율적인 수리 활성도를 유지하고 있는“젊은 정상인”층에는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경미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노화나 질병에 의해 유전자 수리 활성도가 낮아져 있는 개개인의 경우에는 식이요법에서 가장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할 요소일 수 도 있다. 이처럼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로써 그동안 제시되지 않았던 ‘음식 내 DNA의 손상 정도’를 새롭게 제시하면서 어쩌면 앞으로 식료품 코너에서 ‘유기농 재료’옆으로‘유전자 손상 제로’ 코너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을 함께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



참고문헌

  1. (a) Sandhu, M. S. et. al.“Systematic Review of the Prospective Cohort Studies on Meat Consumption and Colorectal Cancer Risk: a Meta-Analytical Approach.” Cancer Epidemoil. Biomarkers Prev2001, 10, 439–446. (b) Watling, C. Z. et. al., “Risk of Cancer in Regular and Low Meat-Eaters, Fish-Eaters, and Vegetarians: a Prospective Analysis of UK Biobank Participants.” BMC medicine 2022, 20, 1–13.

  2. Monographs on the Evaluation of Carcinogenic Risk of Chemicals to Hu- mans, Certain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and Heterocyclic Compounds, vol. 3,  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Lyon, France 1973.

  3. Jaegerstad, M. et. al. “Genotoxicity of Heat-Processed Foods.” Mutat. Res. 2005, 574, 156–172.

  4. Lindahl, T. et. al. “Heat-Induced Deamination of Cytosine Residues in De- oxyribonucleic Acid.” Biochemistry 1974, 13, 3405–3410.

  5. Jun, Y. W. et. al.“Possible genetic risks from heat-damaged DNA in food.” ACS Cent. Sci20239, 1170–1179.

  6. Nyhan, W. L. “Nucleotide Synthesis via Salvage Pathway.” eLS 2014, DOI: 10.1002/9780470015902.a001399

  7. Gratzner, H. G.“Monoclonal Antibody to 5-Bromo-and 5-Iododeoxyuridine: A New Reagent for Detection of DNA Replication.” Science 1982218, 474– 475.

  8. Salic, A. et. al. “A Chemical Method for Fast and Sensitive Detection of DNA Synthesis in vivo.” Proc. Natl. Acad. Sci2008105, 2415–2420.






박 철 준 Cheoljun Park


  • 광주과학기술원(GIST) 화학과, 학사(2018.3–2023. 2)

  •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통합과정(2024. 2–현재, 지도교수 : 전용웅)








전 용 웅 Yong Woong Jun


  •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화학과, 학사(2007.3–2013.2, 지도교수 : 반창일)

  •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화학과, 박사(2013.3–2018. 2, 지도교수 : 안교한)

  •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화학과, 박사 후 연구원(2018.3–2019.3, 지도교수 : 안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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