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지난 30여 년 동안, 치료용 항체는 특이성(specificity)과 민감성(sensitivity)을 기반으로 다양한 질환 치료에 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1986년 최초로 Muromonab- CD3이라는 단일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가 승 인된 이후, 항체 기반 약물은 빠르게 발전하여 주요 치료 제로 자리 잡았다. 특히 Rituximab과 Trastuzumab과 같은 단일클론항체는 B세포 악성 종양과 유방암 치료에 서 탁월한 효과를 입증하며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도출했 다.[참고문헌 1] 그러나 암과 같은 복합 질환에서는 다양한 인자와 다 수의 신호 전달 경로가 관여하고 있어, 단일클론항체만으로는 내성 문제를 극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중특이항체(bispe- cific antibodies)가 개발되었다. 이중특이항체는 두 가지 서로 다른 항원을 동시에 표적화하여 우수한 치료 효과를 제공하는 바이오 의약품이다. 단일클론항체가 하나의 특정 항원에만 결합하는 것과 달리, 이중특이항체는 두 개의 항원에 동시 결합하여 치료 효율을 극대화한다 [그림 1]. 이러한 특성은 종양 미세환경 내 다양한 항원을 표적화하여 암세포 제거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암세포 의 내성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에도 기여한다. 또한, 이중특이항체는 면역 세포와 종양 세포를 결합시켜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함으로써 종양 제거 효과를 크게 향상시킨다. 최근 단백질 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중 특이항체의 생산성과 안정성이 크게 개선되었으며, 이에 따라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참고문헌 2]
이중특이항체의 개발은 초기에는 제한적이었으나, 최 근 플랫폼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2009년 최초의 이중항체인 Catumaxomab의 출시 이후, 현재까지 FDA의 승인을 받은 이중특이항체는 총 11개에 이르며, 약 180개 이상의 후보물질이 임상 연구 단계에 있다.[참고문헌 3] 특히, 이 11개의 승인된 이중특이항체 중 7개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승인 및 출시되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이중특이항체 개발이 급격히 가속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표 1]. 이러한 성과는 Knobs-into-Holes, DuoBody 등 혁신적인 플랫폼 기 술의 발전에 따른 결과이다.
이중특이항체 플랫폼은 현재까지 약 50가지 이상이 보고되었으며, 이 중 FDA 승인을 받은 이중특이항체에는 총 5가지 주요 플랫폼 기술이 도입되었다.[참고문헌 4] 이 기술들은 이중특이항체 개발을 가속화하고 치료 적용 범위를 확장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플랫폼 기술의 발전은 이중특이항체가 암 치료뿐만 아니라 자가면역질환, 감 염병,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서 혁신적인 치료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본 총설에서는 현재까지의 이중특이항체 플랫폼 기술의 발전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FDA 승인을 받은 플랫폼 기술의 연구 동향을 체계적으로 요약하고자 한다.
본 론
1. 이중특이항체 분자 플랫폼 개요
이중특이항체는 두 가지 서로 다른 항원을 동시에 인식 하고 결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혁신적인 치료제이다. 이러한 특성은 종양 형성, 감염, 자가면역 질환과 같은 복 잡한 병리학적 과정에서 단일 항체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치료 효과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중특이항체의 개발 과정에서 중쇄(heavy chain)와 경쇄(light chain)의 결합이 정확하지 않을 경우, 비특이적 결합, 효능 저하, 항체 안 정성 저하, 면역원성 증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 이 높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플랫폼 기술이 개발되었으며, 이 기술들은 이중특이항체의 구조적 안정성을 강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플랫폼 기술은 개발된 이중특이항체의 형태에 따라 IgG 유사(IgG-like) 유형과 비-IgG 유사(non-IgG-like) 유형 두 가지로 분류된다. IgG 유사 유형의 이중특이항체는 Fc 영역을 포함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큰 분자량을 지니고 있다. 이로 인해 정제 과정에서 용해성과 안정성이 개선되며, 혈중 반감기가 연장되고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항체의 생물학적 활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반면, 비-IgG 유사 유형의 이중특이항체는 Fc 영역이 없기 때문에 항원과의 결합을 통해서만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 이 유형은 크기가 작아 조직 침투가 용이하고, 상대적으로 생산이 용이하며 면역원성이 낮다는 특징을 지닌다.[참고문헌 4]
이러한 구조적 차이에 따라 다양한 질병 치료에 최적화된 항체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각 플랫폼은 고유한 기술적 접근 방식을 통해 특정 질환에 적합한 치료제를 제공한다.
2. IgG 유사 이중특이항체 플랫폼 기술
2.1. Knobs-Into-Holes 플랫폼
Knobs-Into-Holes 플랫폼은 미국 Genentech사에서 개발한 기술로, 이중특이성을 가진 항체를 효율적으로 생 성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이다. 이 기술은 항체의 중쇄가 이종 이량체(heterodimer)를 형성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매우 성공적인 접근법 중 하나로 평가된다. Knobs-Into- Holes 플랫폼의 핵심은 항체의 CH3 도메인에 특정 아미노산 돌연변이를 도입하여“knobs”와 “holes”구조를 형 성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CH3 영역에 크고 소수성이 강한 T366W 돌연변이를 도입하여 돌출된 “knobs”구조를 형성하고, 반대 사슬에는 크기가 작은 T366S, L368A, Y407V 돌연 변이를 도입해 소수성 포켓을 형성하는“holes”구조를 만 든다.[참고문헌 5] 이러한 설계는 두 사슬 간의 강력한 소수성 상호작용을 통해 효율적인 이종 이량체 형성(90% 이상)을 유도하며, 비특이적 결합을 최소화하고 항체의 이중특이성을 극대화한다[그림 2].
그러나 경쇄 간의 결합 오류(mismatching)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CrossMab 기술과의 결합, 공통 경쇄 사용, 또는 추가적인 돌연변이 도입과 같은 다양한 전략이 제안되고 있다.
Knobs-Into-Holes 플랫폼을 통해 개발된 대표적인 이중특이항체로는 Mosunetuzumab이 있다. 이 항체는 2022년에 FDA 승인을 받았으며, CD20과 CD3를 동시에 표적으로 하여 여포성 림프종 치료에 사용된다. Mosune- tuzumab은 T 세포를 활성화하여 CD20을 발현하는 B 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면역 반응을 유도함으로써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2.2. DuoBody 플랫폼
DuoBody 플랫폼은 이중특이항체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덴마크 Genmab사에서 개발된 기술로, 서로 다른 두 개의 단일클론 항체를 결합하여 이중특이성을 가진 항체를 생성하는 방법이다. 이 플랫폼은 IgG4 항체의 자연적인 Fab-arm 교환(Fab-arm ex- change) 현상을 활용하여 이중특이항체를 효율적으로 생성한다.
IgG4 항체는 체내에서 “Fab arm”이 다른 항체와 쉽게 교환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이중특이성을 가진 다양한 항체를 형성할 수 있다. DuoBody 플랫폼은 이러한 특성을 IgG1 항체에 적용한 기술로, CH3 영역에 K409R과 F405L 돌연변이를 도입하여 Fab-arm 교환 을 촉진하고, 안정적인 이종 이량체 형성을 유도한다.[참고문헌 6] 이를 통해 IgG1 항체의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95% 이상의 효율로 이중특이항체를 생산할 수 있다[그림 3].
DuoBody 플랫폼 기반의 대표적인 이중특이항체로는 Amivantamab과 Teclistamab이 있다. Amivantamab 은 MET(mesenchymal-epithelial transition factor) 와 EGFR(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을 표적으로 하여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사용되며, EGFR과 MET 의 리간드 유도 인산화를 차단함으로써 암세포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Teclistamab은 BCMA(B-cell maturation antigen)와 CD3를 표적으로 하여 다발성 골수종 치료에 사용되며, T 세포가 골수종 세포를 효과적 으로 공격할 수 있도록 활성화한다. 추가적으로, Epcori- tamab과 Talquetamab 같은 DuoBody 기반 항체들은 각각 CD20과 CD3, GPRC5D(G Protein-Coupled Re- ceptor, Class C, Group 5, Member D)와 CD3를 표적으로 하여 림프종과 골수종 치료에 유효한 효과를 보인다.
2.3. CrossMab 플랫폼
CrossMab 플랫폼은 이중특이항체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쇄와 중쇄 간의 결합 오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위스 Roche사에서 개발된 혁신적인 기술이다. 이 플랫폼은 중쇄의 CH1 영역과 경쇄의 CL 영역을 교환하 여 항체가 정확하게 조립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과정은 비특이적 항체 생성 가능성을 줄이고, 기능적이고 안정적 인 이중특이항체의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참고문헌 7]
특히, CrossMab 플랫폼은 다른 이중특이항체 개발 기술들과 결합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Knobs-Into-Holes 플랫폼과 결합할 경우, Knobs- Into-Holes 기술이 중쇄의 올바른 결합을 유도하며, 경쇄와 중쇄 간의 정확한 결합을 확보한다[그림 4]. 이러한 기술적 조합을 통해 다양한 구조의 이중특이항체가 개발 될 수 있으며, 2가(bivalent)뿐만 아니라 3가(trivalent) 및 4가(tetravalent) 이중특이항체의 생산도 가능하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대표적인 이중특이항체로 는 Glofitamab이 있다. Glofitamab은 2023년에 FDA 승인을 받은 항체로, CD20과 CD3를 동시에 표적으로 하여 T 세포가 종양 세포를 직접 공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이 항체는 비호지킨 림프종 치료에서 종양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여 탁월한 항암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참고문헌 8]
2.4. IgG-scFv Tetrabody 플랫폼
IgG-scFv Tetrabody 플랫폼은 전통적인 IgG 항체에 단일 사슬 가변 영역 단편(single-chain variable frag- ment, scFv)를 결합하여 이중특이성을 가진 항체를 설계 하는 접근법이다. 이 플랫폼은 항체의 Fc 영역의 C-말단 에 단일 사슬 가변 영역 단편을 융합하여 네 개의 항원 결 합 부위를 형성해, 종양 세포와의 결합력을 크게 향상시킨다[그림 5]. 이러한 구조적 개선은 종양 표적화 능력을 강화하고, 면역 세포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성화하여 항암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IgG-scFv 플랫폼은 다가성 구조로 인해 비특 이적 결합이나 예상치 못한 면역 반응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복잡한 구조로 인해 대량 생산 과정에서 효율성과 일관성이 저하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Fc 도메인의 안정성을 강화하거나, 비특이적 결합을 줄이기 위한 돌연변이 도입 등 기술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 플랫폼에서 개발된 대표적인 이중특이항체로는 Cadonilimab이 있다. Cadonilimab은 PD-1(programmed cell death protein 1)과 CTLA-4(cytotoxic T-lympho- cyte associated protein 4)를 동시에 표적으로 하는 면역 관문 억제제로, 2020년 미국 FDA에서 신속심사 지정 (fast track designation)과 희귀의약품 지정을 획득하였고, 2022년에 중국 FDA 승인을 받았다. 이 항체는 자궁경부암 치료에서 우수한 치료 성과를 입증했으며, 두 가지 면역 관문을 동시에 차단함으로써 면역 반응을 활성화 하고, 이를 통해 강력한 항암 효과를 유도한다.
3. 비-IgG 유사 이중특이항체 플랫폼 기술
3.1. BiTE 플랫폼
BiTE (Bispecific T-cell Engager) 플랫폼은 미국 Amgen사에서 개발한 기술로, 이중특이항체 개발에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다. 이 플랫폼은 CD3 항체의 단일 사슬 가변 영역 단편과 종양 연관 항원(tumor-associated antigen, TAA)의 단일 사슬 가변 영역 단편을 연결하여 T 세포와 암 세포가 직접 결합하도록 유도한다[그림 6]. 이를 통해 환자의 T 세포를 활성화함으로써, 암 세포를 효 과적으로 표적화하고 제거할 수 있다. 또한, BiTE 플랫폼 은 소형화된 항체 구조를 통해 암 조직 내로의 침투가 용이하며, Fc 영역이 없어 면역원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참고문헌 9] BiTE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대표적인 이중특이 항체로는 Blinatumomab이 있다. Blinatumomab은 CD19과 CD3를 표적으로 하여 불응성 B세포 전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 치료에 사용되며, 임상 시험에서 생존율을 크게 향상시키는 효과를 입증했다.[참고문헌 10] 이로 인해 Blinatumomab은 이중특이항체 치료제의 잠재력을 확인한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BiTE 플랫폼은 작은 분자량(55-60kDa)으로 인해 혈중 반감기가 짧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mgen은 반감기 연장형 BiTE(HLE- BiTE) 플랫폼을 개발하였다[그림 6]. HLE-BiTE 플랫폼은 단일 사슬 가변 영역 단편에 Fc 영역을 융합함으로써 반감기를 최대 7일로 연장시켜, 치료 효율성과 환자의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HLE-BiTE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대표적인 이중 특이항체로는 Tarlatamab이 있다. Tarlatamab은 2024년에 FDA 승인을 받은 항체로, DLL3(delta-like protein 3)와 CD3를 표적으로 하여 소세포폐암에 사용된다. 이 항체는 T 세포를 활성화하여 DLL3을 발현하는 암 세포를 직접 공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강력한 항암 효과를 나타낸다.
결 론
이중특이항체의 개발은 혁신적인 플랫폼 기술의 도입을 통해 암, 자가면역질환, 감염병 등 다양한 질환의 치료 범위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본 총설에서는 이러한 플랫 폼 기술의 주요 사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중특이항 체 생성 과정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접근법을 다루었다. 향후 이중특이항체 플랫폼 기술의 발전은 독창적인 구조 설계를 통해 다양한 질환에 대한 맞춤형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더욱 확대할 것이다. 또한, 기존 치료에서의 내성 문제가 발생하거나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질환에 대해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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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 길 Sanggil Kim
• 건국대학교 화학과, 학사(2006.3 – 2014. 2, 지도교수: 전종호)
• 서강대학교 화학과, 석·박사(2014.3–2020.8, 지도교수: 이현수)
•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 선임연구원(2020.8–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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