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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버섯, 나쁜 버섯, 이상한 버섯

나는 존경한다. 복어를 식재료로 만들어 낸 사람을. 누군가는 (이빨은 날카롭지만) 귀여운 외모에 속아 먹었다,

상상하지 못했던 맹독에 처음 목숨을 잃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굶주림을 이겨내지 못한 선택에 테트로도

톡신(tetrodotoxin)의 희생양이 되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독이 있는 어종이라 알려지고 기피되던 중에도 도전

해 식용이 가능한 범위로 끌어올린 선구자가 있었으리라는 점이다. 여하튼 복어 식용화를 이끈 기수들과 함께 종

종 등장하는 것은 멍게나 아귀와 같은 쉽사리 예상되지 않는 외형을 갖는 생물들이다. 버섯 또한 비슷한 관점에서

이야기되곤 한다.


약용 버섯과 베타글루칸

과거 버섯을 연구 주제로 진행했던 경험이 있었다. 특별한 이유는 아니었다. 학교 근처 석계시장을 산책하던 중

시베리아산 차가버섯(Inonotus obliquus)을 판매하는 가판을 구경하던 중 정말 차가버섯에 항암 효과가 있을지

막연히 궁금하다는 것이 전부였다. 버섯을 사 들고 와서 간단히 증류수로 성분 추출해 얻어진 갈색의 용액을 이용

해 몇 종류의 금속 나노입자를 합성했다. 시험관 내 조건에서 암세포에 대한 효능을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 논문으

로 정리하던 중, materials 파트에 실험 재료 정보를 석계시장으로 기입할지 고민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개인적으로 버섯은 네 종류의 용도별 구분이 가능하다본다. 식용, 약용, 독버섯, 그리고 그 이외의 특별함. 어디

서나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식용 버섯은 차치하고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약용 버섯들이다. 차가버섯이나 상황버섯, 영지버섯, 최근 자주 광고되는 아가리쿠스 등이 대표적이다.

약용 버섯의 특징이라면 신선한 식용 버섯과는 달리 수분 하나 없이 딱딱하게 건조된 형태로 판매된다는 것이다. 생물 상태의 버섯이 약효가 더 좋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물론, 갓 채취된 형태로는 나름의 유용함이 있을지 모르나, 오히려 의도적으로 이루어지는 수분의 제거와 건조화가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버섯에 함유된 다양한 효소 활성으로 인해 채취 후 방치되면 빠르게 상하게 된다. 나무 밑 그늘에 자라난 버섯을 뽑아두면 깔끔하게 건조되는 대신 축 늘어진 모습으로 조직이 무너지는 모습을 기억할 수 있다. 생체 효소의 작용은 수분이 있는 환경에서 가능한 만큼, 올바른 방식으로 건조시킨 약용 버섯은 유효 성분을 안전하게 보유할 수 있다.

명확한 기작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건조 자체가 유효 성분을 증가시킨다는 해석도 있다. 섬유질이나 비타민, 무기질 등 이외에 약용 버섯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은 베타-D-글루칸 종류다. 버섯이나 이끼, 세균류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물질 중 하나이며, 특정한 결합 형태를 갖는 물질들을 통칭하는 만큼 성분은 다양하다. 베타-글루칸은 당 분자들의 배합체이며 건조 과정에서 추가적인 생성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베타-글루칸은 실제로 암세포의 분열과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로 밝혀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효과를 보기 위해

서는 꽤나 많은 양의 복용이 필요하며, 약용 버섯에 함유된 정도로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니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용도로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매직 머쉬룸과 실로시빈

앞서 구분한 버섯의 종류 중 예외적으로 독특한 부류에 속하는 것으로 매직 머쉬룸이라 불리기도 하는 실로사이

베쿠벤시스(Psilocybe cubensis)를 이야기할 수 있다. 케타민이나 엑스터시(MDMA), LSD 등과 함께 가장 대표

적인 향정신성 물질로 알려진 실로시빈(Psilocybin)은 이름 그대로 매직 머쉬룸의 핵심 분자다. 이미 구조적으로

세로토닌이나 멜라토닌과 유사한 형태인 만큼 우리의 뇌 어딘가에서 작용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겠다.

모든 화학 분자가 인체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제각기 알맞은 수용체에 결합해 신호와 조절을 유발해야 한다. 실로

시빈 또한 5-HT2A 수용체에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활성화될 경우 지각이나 인지, 기분을 조절하는 효과

를 갖는다. 우리가 떠올리는 매직 머쉬룸은 국내에서 금지된 향정신성 효과로 단순히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큰 쓰임새 없는 종인 듯 싶다. 하지만 언제나 말하게 되는 약과 독은 동일하다는 파라켈수스의 말마따나 약용 물질로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신경 세포 활성화와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을 증가시켜 마모된 신경 세포나 기능을 재활성화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우울증을 비롯한 감정 조절과 연관된 질환을 개선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것

과 같다. 앞서 소개한 다른 향정신성 분자들도 마찬가지일까? 물론이다. LSD나 케타민 모두가 우울증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대두되고 있어, 유흥이 아닌 치료 목적으로는 사용이 허가되기 시작했다.

매직 머쉬룸은 효용성과 더불어 일부 국가에서의 파티용 약물로의 허용으로 인해 꾸준한 관심을 받는 종류다.

화학 분야에서도 함유 성분과 특징에 대한 연구가 간혹 발표되곤 한다. 심지어 2020년에는 화학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학술지인 Angewandte Chemie 국제판에 매직 머쉬룸을 자르면 왜 파란색으로 변색되는가에 대한 분석이 보고되기도 했다. 이 역시 실로시빈의 산화에 의해 생성되는 라디칼의 중합 반응의 결과였다.

독이 약이라면 조금 더 극단적인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무분별한 버섯 오남용으로 발생하는 사망 사고의

95% 이상은 광대버섯(Amanita muscaria)속에 의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흔히 상상하는 하얀 반점이 박혀 있

는 새빨간 모습이 바로 광대버섯 중 하나다. 8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고리형 펩타이드 분자 아마니(amanitin)이 대표적이 독소이며, 분자의 이름에서 느껴지듯 광대버섯의 정체성이 된다. 하지만 광대버섯 역시 유효한 조절 작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물론 국내에서는 취급이 금지되어 있는 듯 싶지만, 해외 몇몇 국가에서는 진정 효과를 갖는 화학 물질로 이보텐산(ibotenic acid)과 무시몰(muscimol)을 사용하고 있다. 실로시빈이 5-HT2A 수용체에 작용하는 세로토닌 유사 구조였듯, 이보텐산과 무시몰은 진정작용과 관련된 GABA(γ-aminobutyric acid)수용체에 결합한다. 물론 우리에게는 더 효과적이고 안전한 진정 약물을 전문가의 진료와 처방을 통해 얻을 수 있으니, 섣불리 광대버섯을 찾아나서는 것은 자제해야 하겠다.

이 외에도 버섯마다의 독특한 화학 분자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배불뚝이 연기버섯(Ampulloclitocybe clavipes)이나 두엄먹물버섯(Coprinopsis atramentaria)은 낯선 이름이지만 의외로 먹을 수 있고 약재로도 사용 가능하다. 그럼에도 간과해선 안 될 가장 큰 주의 사항은 모든 약이 그러하듯 술과 함께 섭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체내에 유입된 술, 즉 에탄올은 알코올 산화효소와 알데하이드 산화효소의 순차적인 작용을 통해 체내에서 분해된다. 하지만 두 버섯에 함유된 코프린(coprine)이라는 아미노산 유사 분자의 대사 산물은 효소의 작용을 억제한다. 체내에서 에탄올이 분해되지 못하고 작게는 술이 깨지 않도록, 크게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아무 근거 없이 약 혹은 독으로 풍문처럼 이야기되는 물질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경험의 축적을 바탕으로 판별되었을 뿐 그 속에는 과학적 원리와 화학 분자들의 다양함이 숨어 있다. 당연하다 넘겨왔던 것에 관심갖는 것이 화학의 아름다움을 깊이 즐길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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