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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에 풍부한 전이금속을 활용한 분자 발광체: 최신 연구 동향

박윤수 | KAIST 화학과, yoonsu.park@kaist.ac.kr



서 론

화학 기반 공정 및 재료의 지속가능성은 미래 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대두되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합물, 재료 및 촉매 등이 경제적일 뿐 아니라 환경 친화적이고, 원료의 고갈 염려 없이 공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다. 오늘 소개할 발광체 및 광촉매 관련 산업도 마찬가지다. 분자 발광체는 디스플레이 산업을 비롯해 광촉매 반응의 핵심 물질로 상업적 및 학문적 관심을 받고있다. 특히, 전이금속 착화합물을 기반으로 한 발광체는 리간드의 특성에 따라 광물리적, 광화학적 특성을 제어할 수 있어 지난 수 십년간 광범위한 연구가 수행되었다.[참고문헌 1] 대표적인 전이금속 기반 분자 발광체는 백금(Platinum, Pt), 이리듐(Iridium, Ir), 루테늄(Ruthenium, Ru)등의 귀금속 기반 화합물을 중심으로 개발되었다. 고질량 원자(Heavy atom)에서 관찰되는 스핀-궤도 상호작용(Spin-orbit coupling)에 기반한 높은 계간 전이(Intersystem crossing, ISC) 효율로 다양한 색을 발광하는 화합물이 개발되어 왔다. 상온 혹은 그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긴 발광 상태 수명(Lifetime)을 보여, 최근에는 유기 광화학 분야에서 도전적인 결합 형성을 매개 하는 광감제(Photosensitizer), 광산화제(Photooxidant), 혹은 광환원제(Photoreductant) 로 활용되고 있다.[참고문헌 2]

광범위하게 수행된 연구와 실제 상업화된 예시에도 불구하고, 귀금속 원소를 기반으로 한 발광체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치명적인 한계점을 갖는다. CRC Handbook에서 발췌한 귀금속의 지각 매장량을 살펴보면, 백금, 이리듐, 루테늄은 ppb 수준의 극미량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었다[표1].[참고문헌 4] 따라서, 귀금속 기반의 발광 재료 물질 및 광촉매를 대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 1주기 전이금속은 귀금속에 비해 적게는 수 만배에서 천만배 이상 풍부하게 존재한다. [표 1]에 나타난 것처럼, 철(Iron, Fe)과 타이타늄(Titanium ,Ti)은 지각 내에 가장 풍부한 전이금속 원소이고, 망간(Manganese, Mn)과 지르코늄(Zirconium, Zr)이 그 뒤를 잇는다. 따라서, 지각에 풍부한 제 1주기 전이금속 복합체를 활용해 발광체를 디자인 한다면, 시판되고 있는 귀금속 기반 발광체를 대체하는 지속가능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참고문헌 3]












표 1. 지각에 존재하는 전이금속 원소의 매장량 추정치.[참고문헌 4]



본 총설에서는 지각에 풍부한 전이금속을 기반으로 한 발광체의 대표적인 예시를 소개한다. 특히, 철, 망간, 지르코늄을 활용한 발광체의 작동 원리를 알아보고, 말미에는 이러한 발광체를 새로운 유기 합성 반응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사례를 소개한다.


본 론


1. 철 및 망간 금속 기반 분자 발광체

철과 망간은 각각 원소 주기율표의 제 8족, 제 7족에 위치한 원소로 3d 오비탈에 전자가 부분적으로 점유되어 있다. 최외각 d 전자는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흡수하여 d-d 전자 전이를 하는데, 이를 통해 생성된 들뜬 상태를 금속 중심 전자 전이(MC, Metal-centered transition) 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제 1주기 전이금속 복합체는 약한 리간드장 갈라짐에 의해 금속 중심의 들뜬 상태는 바닥 상태로 빠르게 열적 이완(Thermal relaxation)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들뜬 MC 상태의 수명은 짧아지고 발광 현상 역시 쉽게 관찰되지 않는다. 따라서, 철 혹은 망간 기반의 배위 화합물이 발광을 띠게 하기 위해선 앞서 언급한 1주기 금속 원소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리간드 고안이 필수적이라고 여겨졌다.

초기의 사례들은 금속 중심과 리간드의 입체적 및 전자적 상호작용을 극대화하여 바닥 상태로의 이완 지연을 꾀했다. 최초의 철 기반 분자 발광체는 2017년 스웨덴에 위치한 Lund 대학교의 Wa¨rnmark 교수 연구팀에 의해 개발되었다[그림 1, Fe1].[참고문헌 5] 분자 설계를 통해 리간드의 오비탈과 철의 dz2 및 dx2-y2 오비탈 간의 겹침을 늘리고, 반결합성 eg 오비탈의 에너지를 증가시킴으로써 들뜬 MC 상태로의 이완을 방지하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σ-주게 및 π-받게로 역할하는 N-헤테로고리 카벤(N-Heterocyclic carbene, NHC) 기반의 btz 리간드(btz = 3,3′-dimethyl-1,1′-bis- (p-tolyl)-4,4′-bis(1,2,3-triazol-5-ylidene))를 활용한 산화수 +3 가의 양이온성 유기 금속 복합체 Fe1를 합성했다. 세 개의 양이온성 NHC 리간드가 배위하여 저스핀 Fe(III) d5 전자 구조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가시광선 흡수 하의 리간드-금속 전하 이동(Ligand-to-Metal Charge Transfer, LMCT) 를 통한 최초의 상온, 용액상 발광을 관찰했다. 계간 전이를 거치지 않고 생성된 LMCT 기반 들뜬 상태는 약 100 ps의 수명을 갖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상세한 광물리적 특성은 [표 2]에 나타내었다.




표 2. 철, 망간, 타이타늄, 지르코늄 기반 금속 복합체의 상온, 용약상 광물리적 성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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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타이타늄 및 지르코늄을 활용한 분자 복합체



2. 타이타늄 및 지르코늄 금속 기반 분자 발광체


제4족 원소인 타이타늄과 지르코늄은 대표적인 전전이금속(Early transition metal) 원소로, 고분자 및 유기 합성에 중요한 촉매로 사용되고 있다. 지각 매장량 또한 상당한데, 타이타늄은 철 금속의 뒤를 이어 지각에 두번째로 많이 매장되어 있는 전이금속이고, 지르코늄은 그 뒤를 잇는다 [표 1]. 따라서, 전전이금속 복합체를 활용한 유기 화학 반응이나, 대량 생산 공정은 기존의 귀금속 기반 산업을 대체 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타이타늄과 지르코늄은 앞서 논의한 후전이금속 화합물과 확연하게 다른 전자 구조를 가진다. 온화한 조건에서 타이타늄과 지르코늄의 가장 안정한 산화 상태는 +4로, d0 상태가 되어, 앞서 철과 망간의 예시에서 논의한 d-d 전자 전이가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전자가 풍부한 리간드가 빛 에너지를 흡수하여, d0 금속 중심의 d 오비탈로 LMCT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전자적 특성에 기반해, 다양한 타이 타늄(IV) 및 지르코늄(IV) 화합물은 자외선 및 가시광선 영역에서 LMCT 기반의 흡광 전이 모드를 갖는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발광 현상에 있어 타이타늄과 지르코늄 화합물은 정반대의 특성을 보인다. 지르코늄 화합물은 LMCT를 통해 생성된 들뜬 상태로부터 강한 발광이 일어나지만, 타이타늄을 중심 금속으로 활용한 화합물은 상온, 용액상의 발광이 관찰된 예가 거의 없다. 이와 같은 발광성 차이는 다양한 시스템에서 일관되게 관찰되었다. 2014년 프랑스 CNRS의 Dargorne 교수 연구팀은 NHC 및 산소 음이온 기반 삼배위 리간드를 활용해 최초로 지르코늄(IV) 기반 발광 현상을 보고했다[그림 2].[참고문헌 9] 강한 σ-주게 배위자를 포함한 복합체 Zr1을 합성해 자외선/가시광선 영역에서의 LMCT 전이를 촉진시킬 수 있었고, 310 nm 빛 조사 하에 485 nm 부근 발광이 관찰되었다(Φem=0.08, 표 2). 동일한 리간드를 활용한 타이타늄 시스템 Ti1 또한 합성에 성공했는데, 배위 구조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발광 현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후 2016년, 미국 West Virginia 대학교의 Milsmann 교수 연구팀은 2,6-bis(pyrrolyl)pyridine 기반의 리간드를 포함한 타이타늄 Ti2 및 지르코늄 Zr2 복합체를 발표했다.[참고문헌 10] 두 화합물 모두 가시광선 영역에서의 강한 흡광이 관찰되었고, TD-DFT(Time-dependent Density Func- tional Theory) 계산을 통해 해당 전이가 LMCT 특성을 나타낸다고 보고하였다. 흥미롭게도, 해당 리간드 시스템 역시 타이타늄 화합물에서는 발광 현상이 전혀 관찰되지 않았지만, 지르코늄 복합체 Zr2에서 강한 분홍색의 발광이 관찰되었다.[참고문헌 11] 2020년, Milsmann 교수 연구팀은 1세대 발광체 Zr2의 구조를 계량해 차세대 발광체 Zr3를 개발했다.[참고문헌 12] 기존 리간드에 위치했던 메틸기를 입체적 방해가 큰 Mesityl 작용기로 치환함으로써 다양한 분자 특성의 향상을 확인 했다. Zr2에 비해 비약적으로 향상된 열 안정성과 강산에 대한 저항성은 Mesityl 그룹이 제공하는 입체적 보호 때문으로 추측되었다. 특히, Zr3의 상온, 용액 상 발광 양자 효율은 0.45로 측정되어 Zr2 대비 약 6배 높은 광물리적 성질을 보였다. 저온(-120 ℃)에서 측정한 발광 특성을 통해 해당 복합체는 TADF(Thermally-activated Delayed Fluorescence) 현상을 보였다.


그림 3. 철, 망간, 지르코늄 기반 발광체를 활용한 유기 화학 반응


3. 지각에 풍부한 전이 금속 발광체를 활용한 유기 화학 반응의 개발

소개한 새로운 발광체들은 귀금속 기반의 발광체가 필요 했던 유기 합성 반응의 차세대 광촉매로써 응용 가능함이 확인되었다. 2022년 경희대학교 강은주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유영민 교수 연구팀은 LMCT 기반의 철 기반 분자 발광체 Fe1을 활용하여 초록 빛 조사 조건에서의 [4+2] 고리화 첨가 반응을 개발했다[그림 3a].[참고문헌 13] Fe1의 들뜬 상태가 강한 산화제로 작용할 수 있음에 기반하여, 전자가 풍부한 스타이렌(Styrene)과 다양한 다이엔(Diene) 사이의 라디칼 고리화 반응에 성공했다. 특히, 소량의 NaBArF (BArF4=tetrakis[3,5-bis(trifluoromethyl)phenyl] borate)를 첨가 했을때 반응성이 향상되었는데, 이는 양전하를 가진 철착 화합물을 안정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반응의 양자 수율은 0.49 로 측정되어, 높은 효율성을 보임이 확인되었다.

망간 발광체를 활용한 광유기화학은 상대적으로 신생분야이다. Wenger 연구팀에서는 기질이 없는 조건에서 푸른 LED를 조사할 때 Mn2가 Mn1보다 빠르게 광분해 됨을 관찰했다. 연구팀에서는 trans-stilbene의 반열역학적(Contra-thermodynamic) 이성질화 반응을 보고했다 [그림 3b].[참고문헌 8] Mn1의 광 안정성을 기반으로, 열역학적으로 안정한 trans 이성질체를 푸른 빛 조사 하에 불안정한 cis 형태로 전환할 수 있었다. 2020년, Milsmann 연구팀은 강한 발광을 가지면서, 안정성이 뛰어난 지르코늄 착화합물 Zr3를 탄소-탄소 결합 형성 반응의 광촉매로 활용했다.[참고문헌 12] 주목 할 만한 점은, Zr3의 열 및 강산에 대한 안정성을 토대로 삼아 1세대 발광체 Zr2로는 불가능했던 폭넓은 반응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들뜬 상태의 산화적 톌칭(Quenching)뿐 아니라, 환원적 톌칭까지 가능함을 확인해 차세대 산화 환원 광촉매(Photoredox catalysis)로써 잠재력을 확인했다.



결 론


지각에 풍부한 전이금속을 활용한 발광체는 비교적 최근 부터 활발한 연구가 시작된 신생 연구 분야로 다양한 확장 연구가 가능하다. 새로운 리간드의 도입을 통해 발광 효율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거나, 신규한 디자인 원리를 구축하여 중심 금속의 본질적 한계를 넘어선 발광체를 구현하는 등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 성공적인 개발을 통해 기존에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던 귀금속 기반 복합체를 대체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제 1주기 전이금속의 독특한 특성에 기반한 독보적인 디스플레이 발광 물질 혹은 전례 없는 광유기 합성 반응의 개발도 가능 할 것이다. 분자 제어에 기반한 기초 과학적 연구가 발광체 및 광촉매 산업의 패러다임을 재정립하기를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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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Y. Zhang, T. S. Lee, J. L. Petersen, C. Milsmann, J. Am. Chem. Soc. 2018, 140,5934.

12. Y. Zhang, T. S. Lee, J. M. Favale, D. C. Leary, J. L. Petersen, G. D. Scholes, F.N. Castellano, C. Milsmann, Nat. Chem. 2020, 12,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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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수 Yoonsu Park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학사(2010.2-2014.2)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박사(2014.3-2019.2, 지도교수 : 장석복)

•유타대학교 화학과, 방문연구원(2017.1-3, 지도교수 : Matthew S. Sigman)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위원(2019.3-9)

•프린스턴대학교 화학과, 박사 후 연구원(2019.10-2021.11, 지도교수 : Paul J. Chirik)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조교수(2022.1-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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