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설에 부쳐: 표적 분해 기술:단백질에서 RNA까지(2026년 4월호)
-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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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원 | 아주대학교 첨단바이오융합대학 부교수
지난 수십 년간 신약 개발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의 활성 부위에 결합하여 해당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점유 기반(occupancy-driven)’ 방식의 약물 발굴이 주를 이루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인 접근법은 활성 부위가 명확하지 않거나, 결합 부위가 얕은 단백질, 이른바 ‘약물화 불가능(undruggable)’ 표적을 공략하는 데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어, 질병 관련 단백질의 약 15%만이 신약 개발의 표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최근 체내의 단백질 분해 시스템(Ubiquitin–Proteasome System, UPS)이나 RNA 분해 기전을 활용하여 질병 원인 단백질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사건 기반(event-driven)’ 방식의 표적 분해 기술(targeted degradation)이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단순히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것을 넘어, 질병 유발 단백질 자체를 분해하거나 그 전구체인 RNA를 제거함으로써 기존 약물로는 접근이 불가능했던 표적들을 제어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현재 프로탁(Proteolysis-Targeting Chimera, PROTAC)과 분자 접착 분해제(Molecular Glue Degrader, MGD)를 필두로 한 표적 단백질 분해(Targeted Protein Degradation, TPD) 연구와 해당 모달리티(modality)가 적용된 신약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 대상을 RNA로 확장한 표적 RNA 분해(Targeted RNA Degradation, TRD) 기술까지 연구 영역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차세대 신약 개발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표적 분해 기술의 최신 연구 동향을 심도 있게 조망하고자 본 총설 시리즈를 기획하였습니다. 본 시리즈는 이번 달부터 연이어 발표될 예정이며, 표적 단백질 및 RNA 분해 기술 전반에 대한 개요를 다룰 예정입니다. 특히, 세분의 국내 연구자께서 표적 분해 기술 분야의 핵심 축인 프로탁, 분자 접착 분해제, 그리고 RNA 분해제(RNA degrader)의 핵심 원리와 최신 연구 동향을 소개해 주실 예정입니다.
이번 시리즈의 첫 번째 총설은 강원대학교 박종민 교수님께서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 중 프로탁에 대해 집필해 주실 예정입니다. 프로탁은 표적 단백질 리간드와 E3 리가아제 리간드를 링커로 연결한 이중기능성(heterobifunctional) 물질로, 기존 단백질 기능 억제 중심의 신약 개발 한계를 넘어 질병 유발 단백질 자체를 제거하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하였습니다.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을 이용한 촉매적 분해 기전을 바탕으로 한 프로탁 기술의 개념적 전환과 지난 20여 년간의 비약적 발전, 그리고 최근 임상 단계에서의 성과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프로탁이 단순한 실험적 기술을 넘어 실제 치료제로 자리 잡아가는 흐름과, 향후 정밀의학 기반 차세대 약물 모달리티로서의 연구 방향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두 번째 총설에서는 한국화학연구원의 이강주 박사님께서 또 다른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인 분자 접착 분해제에 대해 다뤄주실 예정입니다. 분자 접착 분해제는 E3 리가아제의 표면을 재구성하여 표적 단백질과의 새로운 상호작용을 유도하고,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을 통해 표적 단백질의 선택적 분해를 촉진하는 단일 저분자 화합물입니다. 이 박사님은 먼저 분자 접착 분해제의 개념과 대표적인 예시를 소개한 뒤, 우연한 발견에 의존하던 기존 접근을 넘어 합리적 설계와 신규 스크리닝 방법에 기반한 차세대 분자 접착 분해제 발굴 전략을 살펴보고, 해당 분야의 연구 동향과 전망을 중심으로 논의해 주실 것입니다.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 총설은 단백질을 넘어 RNA를 직접 표적하여 분해하는 RNA 분해제 기술에 대해 부산대학교 이영주 교수님께서 집필해 주실 예정입니다. 구조적 난해함으로 인해 기존 저분자 약물로는 표적화가 어려운 단백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전 정보 전달 과정의 중간 단계에 위치한 RNA를 직접 제거하여 질병 관련 단백질 발현을 조절하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교수님은 저분자 화합물을 이용해 리보뉴클레아제(ribonuclease)를 표적 RNA로 유도하여 RNA 분해를 촉진하거나, RNA 분해를 직접적으로 유도하는 저분자 화합물을 통해 표적 RNA를 제거하는 전략을 소개하고, 이러한 원리에 기반한 리보탁(Ribonuclease-Targeting Chimera, RIBOTAC)과 피나드(Proximity-Induced Nucleic Acid Degrader, PINAD) 등 대표적인 RNA 분해 플랫폼 기술의 현재와 미래 전망을 다뤄주실 예정입니다.
본 총설 시리즈를 통해 화학세계 구독자 여러분께서 기초 화학에서부터 임상 적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파급력을 지닌 표적 분해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기존의 ‘억제’ 패러다임을 넘어 ‘제거’라는 새로운 차원의 치료 전략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한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연구 아이디어를 얻으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최준원Junwon Choi
• 서울대학교 화학부 학사(2002.3-2008.2)
•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화학과, 박사(2008.9-2014.9, 지도교수: Gregory C. Fu)
• Stanford University, 화학과, 박사후 연구원(2015.1-2017.9, 지도교수: Carolyn R. Bertozzi)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2017.10-2020.2)
• 아주대학교 분자과학기술학과 조교수(2020.3-2023.2)
• 아주대학교 분자과학기술학과 부교수(2023.3-현재)
• 아주대학교 첨단바이오융합대학 부교수(2025.3-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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