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정민준, 홍순혁* | KAIST 화학과, soonhyeok.hong@kaist.ac.kr
서 론
플라스틱 공해는 전 지구적인 문제로, 이미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플라스틱 폐기물의 심각성을 접할 수 있다. 플라스틱은 전세계적으로 2019년 기준 연간 4.6억 톤 생산되고 있으며, 그 생산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연간 원유 생산의 대략 20% 정도가 플라스틱 생산에 활용됨이 추정되고 있으며, 글로벌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1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200배 이상 증가하였다. 플라스틱 생산-사용량은 이렇듯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강한 내구성을 지닌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전세계적으로 20% 정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낮은 분해성으로 생태계에 축적되어 지속적인 환경 및 보건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참고문헌 1,2]
플라스틱 분해 및 재활용의 중요성은 일상 영역에서 이미 중대한 문제로 대두되었고, 다양한 학문 분야 및 산업에서 플라스틱 분해 및 재활용 연구가 진행 중이다. 플라스틱 재활용 문제 해결을 위해 고전적으로는 기계적(mechanical) 재활용 방법이나 연소하여 연료로 사용하는 고열-소각 (incineration) 방법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원래 플라스틱에 비해 가치가 낮은 저질의 플라스틱으로 변형되고, 열 에너지 변환 효율 역시 낮은 편으로, 혁신적인 화학적 재활 용 방법이 시급히 요구된다.[참고문헌 3,4]
범용성 고분자 중 활용도가 50% 이상일 정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탄화수소 기반 폴리올레핀 계열 PE/PP 고분자들의 화학적 재활용은 그들의 높은 활용도로 인해 절실히 요구되지만, 일반적으로 안정한 C–C, C–H 결합으로 이루어져, 선택적 고부가가치 화합물로의 화학적 재활용 방법은 현재 매우 제한적이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열분해의 경우, 다양한 길이의 탄화수소 혼합물로 분해되어 재생연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화합물로 전환하는데 현재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다.
현재 선도 촉매 및 합성 연구 그룹들에서는 PE의 직접적 작용기 도입을 통한 폴리올레핀 성질 개선 및 PE의 선택적 분해 방법 등의 선도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기초적 학문적 접근과 동시에 실용성을 추구하며 진일보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본 총설에서는 화학적으로 정교한 시약 및 촉매 반응을 디자인 적용하여, 폴리올레핀의 물성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단일 화합물로 분해하는 선도적인 두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본 론
1. 폴리올레핀의 업사이클링: 다이아지린(diazirine) C–H 반응 활용
폴리올레핀의 업사이클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행해지고 있다. 그 중, C–H 활성화 반응을 활용한, 다이아지린을 작용기가 있는 가교 연결자로 활용한 업사이클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가교 연결자는 고분자 물질에 첨가되어 고분자 사슬 사이에 가교 결합을 형성한다. 따라서 열가소성 고분자에 가교 연결자를 첨가하면 열경화성 고분자로 바뀌고 열에 강하고 충격에 대한 저항성이 좋아지는 등 물성이 바뀌게 된다. 예를 들면, 가교 결합된 폴리에틸렌의 경우 의료 기기나 절연전선, 부식성 액체의 용기로 사용이 가능하다.
가교 결합을 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으로는 결합에 필요한 작용기가 포함된 단량체를 사용하여 공중합체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폴리올레핀의 경우 가교 결합에 활용할 수 있는 작용기가 없어 공중합체가 아닌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폴리에틸렌의 경우 높은 에너지를 주어 라디칼을 형성하는 방법으로 가교 결합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폴리프로필렌 같은 경우, 가교 결합을 할 때 C– H 사이의 결합(~400 kJ/mol)을 끊고 생성된 라디칼이 베타-절단으로 다시 C–C 결합(~350 kJ/mol)을 자르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고분자 분해 및 결합의 선택성을 조절하기 어렵다.
캐나다 Victoria 대학의 Jeremy Wulff 연구팀은 카벤과 C–H 결합이 직접 반응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3-삼플루오르화메틸-3-수소-다이아지린에 열이나 빛을 가해 카벤을 만들고 이를 가교 연결자로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였다.[참고문헌 5] 다이아지린을 이용한 가교 연결자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는 약한 C–H 결합을 갖는 고분자 또는 작용기가 많은 물질에 사용되었다. 하지만 폴리올레핀 같은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기에 연구팀에서는 이를 보완하면서 휘발성과 폭발의 위험성이 없는 2개의 다이아지린을 활용한 가교 연결자를 합성하였다[그림 1].[참고문헌 5] 이렇게 만들어진 비스-다이아지린 가교 연결자는 쉽게 활성화되며(100 ℃ 이상의 열 또는 약 350 nm 파장의 빛), 폴리올레핀 고분자의 안정한 C–H 결합과 반응해서 가교 결합을 형성할 수 있다.
최근에는 위의 가교 연결자를 응용하여 재 가교 결합이 가능한 열경화성 고분자를 합성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림 2].[참고문헌 6] 이전의 비스-다이아지린 가교 연결자의 사슬 중간에 절단이 가능한 작용기(카보네이트, 실릴 에터)를 도입 하면 똑같이 가교 결합을 통해 열경화성 고분자를 만들 수 있으며 NaOH 또는 HCl로 추가적인 절단 반응과정을 통해 다시 열가소성 고분자를 만들 수 있다. 이때, 말단의 하이드록시(-OH) 작용기에 다이아지린이 포함된 벤질 브로마이드를 추가하면 가교 연결자를 다시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열경화성 고분자가 재합성이 가능하다. 이러한 반응의 가역성은 고분자의 화학적 재활용의 기본 개념으로 활용된다.
그림 1. (a) 다이아지린의 카벤 형성 및 C-H 결합 삽입 메커니즘, (b) Wulff 연구팀에서 합성한 비스-다이아지린 가교 연결자와 가교 결합 메커니즘 [참고문헌 5]
그림 2. Wulff 연구팀의 카보네이트와 실릴 에터가 첨가된 다이아지린을 이용한 재 가교 결합 반응 메커니즘 [참고문헌 6]
앞에서 설명한 다이아지린 가교 연결자는 한가지의 고분자에 적용하여 업사이클링을 하였지만 실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고분자가 섞여 있다. 각각의 고분자는 종류에 따라 물성이 다르기 때문에 섞이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재활용된 플라스틱의 품질을 낮추게 된다. 2023년 4월, 미국 Colorado Fort Collins 주립 대학의 Eugene Chen 연구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가교 연결자를 절단이 아니라 동적 교환이 일어날 수 있게 하여 해결하였다[그림 3]. [참고문헌 7] 연구팀은 세 가지의 가교 연결자를 설계하였고, 각각 가역적으로 가교 연결자 사이에 [그림 3] 과 같은 가역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이 중 산무수물 교환을 사용한 가교 연결자가 가장 좋은 안정성을 보여주었다.
기존의 가교 연결자의 경우는 결합 시에 양끝이 고정되어 섞인 고분자가 잘 혼합되지 않지만, 새로 만들어진 가교 연결자는 동적이기 때문에 섞이지 않는 고분자 사이를 잘 혼합하여 재활용시 물성에 손상이 없게 만들 수 있다. 이는 다양하게 섞인 고분자와 실생활에 사용하는 플라스틱에서도 가교 연결자에 의한 혼합을 가능하게 하여 실제 플라스틱 업사이클링에 적용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림 3. Chen 연구팀의 동적으로 가교 결합이 가능한 가교 연결자와 메커니즘 [참고문헌 7]
2. 폴리올레핀의 선택적 분해 반응 전략 개발
현재 폴리올레핀의 화학적 재활용은 대부분 열분해를 통해 진행된다. 열분해는 400 ℃ 이상의 고온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정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단일 생성물이 아닌 여러 종류의 탄화수소 혼합물을 생성해 추가적인 분리 단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폴리올레핀을 더 온화한 조건에서 가치 있는 물질로 분해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 알려진 촉매 반응들을 활용하여 폴리올레핀을 가치 있는 원료 물질로 선택적으로 분해하여 재활용하고자 하는 최근 연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UC Santa Barbara 대학의 Susannah Scott 교수는 폴리에틸렌을 알킬 치환 방향족 화합물로 분해하기 위해 산화알루미늄에 도포된 백금 촉매를 이용하였다[그림 4].[참고문헌 8] 폴리에틸렌은 가수소 분해에 의해 짧은 길이의 사슬로 절단되고, 절단된 사슬은 방향족화를 통해 방향족 화합물을 형성된다. 기존의 방향족 화합물 합성은 높은 온도가 필요해 반응의 조절이 힘들고 다양한 부산물이 함께 형성되었다. 하지만 발열반응인 가수소분해와 흡열반응인 방향족화 반응을 함께 사용하였기에 기존보다 100 ℃ 이상 낮은 온도에서 반응이 진행된다. 또한, 가수소분해가 진행되어 사슬의 길이가 짧아질수록 탈수소방향족화의 반응속도가 빨라 알킬 사슬의 길이가 일정 범위 내로 유지된다. 이 반응은 폴리에틸렌의 밀도와 분자량에 관계없이 높은 수득률을 얻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폴리에틸렌을 동일한 조건에서 가치 있는 방향족 화합물로 변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4. (a) 폴리에틸렌 분해를 통한 알킬 치환 방향족 화합물 합성, (b) 폴리에틸렌에서 알킬 치환 방향족으로의 전환 메커니즘 [참고문헌 8]
그림 5. (a) 폴리에틸렌 분해를 통한 프로필렌 합성, (b) 포화 탄화수소 전환 메커니즘 [참고문헌 9,10]
폴리올레핀을 분해한 후 추가적인 분리 과정 없이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일 생성물이 형성되어야 한다. 폴리에틸렌은 동일한 탄소-탄소결합으로만 구성되어 선택적인 반응이 어렵기 때문에 단일 생성물을 형성하기 어려웠다. 미국 UC Berkeley 대학의 John Hartwig 교수 연구팀과 Susannah Scott & Damien Guironnet 연구팀은 독립적으로 폴리에틸렌을 단일 프로필렌으로 분해하기 위해 탈 수소화 반응과 이성질화-에테놀리시스 반응을 활용하였다 [그림 5].[참고문헌 9] 포화된 폴리에틸렌은 이리듐 촉매를 이용한 탈 수소 반응을 통해 일부가 불포화된 폴리에틸렌으로 전환된다. 불포화된 폴리에틸렌은 루테늄 촉매와 에틸렌에 의해 말단 알켄 두 개로 절단되고, 각 말단 알켄은 백금 촉매에 의해 이성질화가 일어난다. 이성질화를 통해 형성된 내부 알켄은 다시 루테늄 촉매와 에틸렌에 의한 에테놀리시스 반응을 통해 프로필렌과 말단 알켄을 각각 형성한다. 말단 알켄은 계속되는 순환 과정을 거쳐 모두 프로필렌으로 분해된다. 루테늄 촉매와 백금 촉매의 조합은 이성질화된 알켄에 대해 높은 선택성을 보이고, 만약 이성질화가 일어나지 않은 말단 알켄에서 에테놀리시스 반응이 일어나더라도 에틸렌과 함께 동일한 말단 알켄이 형성되기 때문에 반응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과정을 통해 높은 프로필렌 수득률을 얻었으며, 시판되는 고밀도/저밀도 폴리에틸렌에 실험하였을 때도 모두 일정 이상의 수득률을 보였다. 반응 후에는 에틸렌과 프로필렌이 남게 되는데, 이 두 물질은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분리할 수 있다. 또한, 이 연구에서 사용한 알켄 이중결합복분해와 이성질화 반응들은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기에, 실제 공정 규모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 론
본 총설에서는 폴리올레핀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선도적인 최근 연구의 큰 두 가지 방향을 소개하였다. 한 방향은 폴레올레핀 자체의 물성을 업그레이드하여 재활용하는 방법이고, 다른 방향은 폴리올레핀을 분해하여, 재활용이 가능한 단량체 원료 물질 혹은 부가가치 화합물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사회-경제적 이슈들이 얽혀져 있는 문제로, 폐플라스틱 수집 및 분류의 경제성 및 주체 등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함께 해결되어야 하며, 과학-기술적 측면에서도 개발된 화학적인 방법을 실생활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실용성 및 경제성 측면에서 보다 깊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현재 선택성 없이 에너지를 가하여 다양한 탄화수소 형태로 분해하는 방법이 위주인 범용성 플라스틱 분해 및 재활용의 난제를, 기초 화학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제어된 화학적 방법으로 도입하여, 플라스틱을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업사이클링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된다면, 지속가능한 미래사회 구현을 위한 혁신적인 원천기술을 제공할 것이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플라스틱 공해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화학적 방법들이 개발되길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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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hoi, K.; Hong, S. H. “Chemically recyclable oxygen-protective polymers developed by ring-opening metathesis homopolymerization of cyclohex- ene derivatives.” Chem 2023, DOI:10.1016/j.chempr.2023.05.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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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nk, R. J.; Hanna, S.; Shi, J. X.; Yang, J.; Ciccia, N. R.; Qi, L.; Bloomer, B. J.; Heuvel, S.; Wills, T.; Su, J.; Bell, A. T.; Hartwig, J. F. “Catalytic deconstruction of waste polyethylene with ethylene to form propylene.” Science 2022, 377, 1561.
10. Wang, N. M.; Strong, G.; DaSilva, V.; Gao, L.; Huacuja, R.; Konstantinov,I. A.; Rosen, M. S.; Nett, A. J.; Ewart, S.; Geyer, R.; Scott, S.L.; Guironnet,D. “Chemical recycling of polyethylene by tandem catalytic conversion to propylene.” J. Am. Chem. Soc. 2022, 144, 18526.
이정우 Jeongwoo Lee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화학과, 학사 (2017.3-2023.2, 이중전공)
•KAIST 화학과, 석·박통합과정 (2023.3-현재, 지도교수 : 홍순혁)
정민준 Minjun Chung
•GIST 화학과, 학사(2019.3-2023.2)
•KAIST 화학과, 석·박통합과정 (2023.3-현재, 지도교수 : 홍순혁)
홍순혁 Soon Hyeok Hong
•서울대학교 화학과, 학사 석사(1992.3-1999.2, 지도교수 : 정영근)
•CALTECH 화학과, 박사(2002.7-2007.6, 지도교수 : Robert H. Grubbs)
•공군사관학교 화학과, 교수요원(1999.7-2002.6)
•싱가포르 난양이공대학 화학과, 조교수(2009.9-2011.7)
•서울대학교 화학과, 조/부교수(2011.8-2019.1)
•KAIST 화학과, 부/정교수(2019.2-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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