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희윤(李熙允)KAIST 교수(1957~2023)
이희윤 교수는 1957년 11월 25일 서울에서 태어나 1980년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화학과에서 이은 교수의 지도 하에 1982년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 해 미국으로 건너가서 스탠퍼드(Stanford) 대학교 화학과에서 웬더(Paul Wender) 교수의 지도하에 포볼 에스터(Phorbol ester)와 그 유도체들의 전합성 및
이들의 종양 촉진 활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여 1988년에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1988년부터 1990년까지 컬럼비아(Columbia) 대학교의 스톡(Gilbert Stork)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서 천연물 디지톡시제닌(Digitoxigenin) 전합성 연구를 수행하였다. 1990년부터 다국적 제약회사인 머크(Merck)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후천성 면역 결핍증 치료제로서 HIV 분해효소(protease) 억제제 개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1994년 귀국 후 KAIST 화학과 교수로 부임하여 2023년 1월 지병으로 고인이 될 때까지 교육과 연구에 정진하였다.
이희윤 교수는 KAIST에 부임 이후 연속 고리화 반응 개발 및 이를 이용한 천연물의 전합성에 관한 연구를 주로 수행하였는데, 대표적으로 1) 라디칼 연속 고리화 반응을 통한 다양한 크기의 다중 고리 형성 반응 개발 및 이를 통한 다양한 해양 천연물 전합성 연구, 2) 다이아조화합물 중간체로부터 트리메틸렌 메탄(trimethylmethyl, TMM) 형태의 1,3-다이일(1,3-diyl) 생성 후 고리화 반응을 통한 다중 오각고리 합성법 개발 및 이를 이용한 트리퀴난(triquinane), 테트라퀴난(tetraquinane) 구조를 가지는 천연물의 전합성 연구, 3) 옥시도리피릴륨 이온 생성을 통한 [5+2] 고리화 반응 및 이를 이용한 천연물 전합성에 관한 연구였다.
서울대학교 석사과정 시절 이은 교수님 및 동료들과 함께 부임 초기 아지리디닐이민의 라디칼 연속 고리화 반응
을 통한 [3.3.3] 프로펠레인(propellane) 구조의 모드헤핀(modhephene) 전합성 연구 결과로 교신저자로서 첫 논
문을 출판하였다(Chem. Commun. 1996, 1539).
이때 당시 연구가 많이 되어있지 않았던 비닐 라디칼을 아지리디닐이민으로부터 생성하고 이로부터 두 번의 고리
화 반응을 통하여 프로펠레인 골격을 구축하였다. 이어서 유사한 라디칼 연속 고리화 반응을 통하여 알파-세드린
(α-cedrene) 합성 및 2가지 아세톡시모드헤핀(13-및 14-acetoxymodhephenes)의 비대칭 합성을 발표하였다.
또한 이러한 라디칼 연속 고리화 반응을 한 층 진화시켜 다양한 크기의 고리 생성을 가능하게 하는 라디칼 재
배열을 거친 연속 고리화 반응을 연구하였다. 전자적 영향 및 입체장애 영향으로 첫 번째 고리화 반응 후 생성된
라디칼이 재배열되어 새로운 라디칼 중간체가 생성되고 이로부터 또 다른 고리화 반응을 통하여 세스퀴터펜
(sesquiterpene)인 수베로세논(suberosenone)을 전합성하였다(Org. Lett. 2000, 2, 1951).
이희윤 교수는 하이드라존 출발물질로부터 다이아조 중간체를 생성하고 이로부터 첫 번째 고리화 반응으로 트
리메틸렌메탄(trimethylenemethane, TMM) 1,3-다이일(1,3-diyl) 중간체를 생성한 후 또 한 번의 고리화 반응이 진행되어 다중 오각 고리를 한 번에 생성할 수 있는 연속 고리화 반응을 개발하였다(J. Am. Chem. Soc. 2011,
133, 18050, Acc. Chem. Res. 2015, 48, 2308). 이 방법은 출발 물질에 따라 다양한 선형(linear) 및 각진(angular)트리퀴난(triquinane)과 테트라퀴난(tetraquinane)구조의 화합물 생성에 응용될 수 있는데, 그는 먼저 선형 트리퀴난 천연물인 허수텐(hirsutene) 전합성에 응용하였다(J. Am. Chem. Soc. 2003, 125, 10156).
그 후 이 반응 방법을 이용하여 또 다른 선형 트리퀴난 천연물인 세라토피카놀(ceratopicanol) 및 각진 트리퀴
난 천연물인 펜탈레넨(pentalenene)과 페나진센(penaginsene)을 전합성하였다(Org. Lett. 2014, 16, 2466).
또한 이 방법을 테트라퀴논 천연물 합성에 적용하여 (-)-크리니펠린 A(crinipellin A)의 비대칭 전합성(J. Am.
Chem. Soc. 2014, 136, 10274) 및 (±)-와이호엔센(waihoensene)의 전합성(Angew. Chem. Int. Ed. 2017, 56,
8254)을 발표하였다.
특히, 또 다른 테트라퀴논인 코니디오제논(conidiogenone)천연물들의 발산적 합성(divergent synthesis)
은 그의 유작으로서 출판되었으며(Chem. 2023, 9, 1270), 이 연구결과로 인하여 그의 마지막 제자인 김지헌 박사
가 제29회 삼성휴먼테크 논문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그가 고인이 된 날 발표되었다. 생전에
이 소식을 들었으면 그가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이희윤 교수는 7각 및 8각 고리를 생성하는데 유용한 고리화 반응 방법으로서 옥시도리피릴륨(oxidopyrylium)
이온 중간체 생성을 통한 [5+2] 고리화 반응을 연구하고 이를 핵심반응으로 하여 7각 및 8각 고리를 각각 포함하는 (+)-프론도신 A (frondosin A) 와 (±)-주주에인(jujuyane)을 전합성하였다(Org. Lett. 2021, 23, 4651). 이외에도 다양한 고리화 반응을 핵심반응으로 한 천연물들의 전합성을 수행하였다. 대표적인 예로는, 도미노 다이엔(diene) 또는 에나인(enyne) 상호교환반응(metathesis), 금 또는 백금 촉매 반응, 팔라듐 촉매 반응 및 포손-칸트(Pauson-Khand) 반응 등을 이용한 고리화 반응을 핵심 반응으로 하여 디시허베인(dysiherbaine) 및 네오디시허베인(neodysiherbaine), (+)-아테놀 B(attenol B), Wender 교수님과 함께 포바키탈 A(phorbaketal A), (-)-알로키탈 A(alotaketal A), (±)-세라토피카놀(Ceratopicanol), 세쿠아마민 A(Secu'amamine A), 플루비로사논 A, B(fluvirosaones A, B) 및 페시브린(pethybrene)과 같은 다양한 천연물을 전합성하였다(대표 논문: Org. Lett. 2017, 19, 3903; Org. Lett. 2020, 22, 4073; Angew. Chem. Int . Ed. 2020, 59, 6894; Org. Lett. 2022, 24, 2181).
이희윤 교수는 현실적으로 천연물 전합성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기 쉽지 않은 시기에도 포기하지 않고 전합성 연구에 매진하였으며 이러한 독창적이고 꾸준한 연구결과들이 대한민국 유기 합성 분야에 큰 기여를 하였다. 천연물 전합성과 더불어 이희윤 교수는 조합화학을 국내 최초 도입하고 표적항암제 및 우울증 치료제의 개발을 수행하는 등 화합물들의 생물학적 활성에 관한 연구를 통하여 국내 의약화학 분야에도 큰 기여를 하였다. 또한 라디칼 화학을 이용하여 단백질에 탄소-탄소 결합을 생성하는 신규 합성 방법을 개발함으로써 이를 통한 세포 내 신호전달 및 대사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단백질 인산화, 아세틸화 등의 변형 단백질을 쉽게 합성할 수 있게 하였다. 이 연구결과는 유기합성뿐만 아니라 의약화학, 생유기화학 및 화학생물학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으로 평가받았으며, 2016년 가장 중요한 논문 중의 하나로 Science지에 게재되었다(Science 2016, 354, 623).
이희윤 교수는 KAIST 화학과에서 28년여를 재직하면서 박사 41명과 석사 19명의 인재를 배출하였으며, 123여편의 논문 게재 및 국내외 특허 21건의 결과를 남기셨다.
또한 KAIST 연구처장, 연구 부총장, K-School 원장 등을 역임하여 KAIST의 연구 분야 및 산학 협력 분야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였고, 이어서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을 역임하며 대한민국 기초연구 지원체계 효율화에 기여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 및 봉사로 인한 기여로 한국유기합성학회 학술상,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표창, 근정포장 등을 수상하였다. 이희윤 교수는 학문 여정의 종착역인 정년퇴임을 한 달여 남겨 둔 2023년 1월 26일 새벽, 너무나 안타깝게도 암으로 우리 곁을 떠나갔다.
글 | 충남대학교 화학과 교수 손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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