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세계가 만난 화학자>는 대한민국 화학계에 공헌한 화학자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 제130회 대한화학회 총회 및 학술발표회에서‘화학경영자상’을 수상하신 박한오 회장님을 모셨습니다. 박한오 회장님께서는 30여 년 전 유전자 기술의 완전 국산화를 목표로 국내 1호 바이오벤처인 바이오니아를 설립하신 이래, 유전자 합성기술, 진단장비 개발 분야의 국내외 선두기업으로 회사를 이끄셨고, 이제는 그 동안의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유전자 기반 신약개발 분야에서도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고 계십니다. 회장님의 성공 스토리와 다양한 면모를 대한화학회 회원분들께 소개드립니다. [모더레이터:한순규 교수 (KAIST 화학과)]
회장님께서는 서울대 학사학위와 KAIST 박사학위를 모두 화학과에서 받으셨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화학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어려서부터 발명을 좋아했는데 고교 시절 노벨상 수상자 등이 쓴 에세이와 물리·화학·생물학 분야의 다양한 책을 재미있게 읽고나서 목표를 바꿨어요. 노벨상을 받을 만한, 인류에 도움이 되는 연구업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초과학자가 되겠다는 거였어요. 1980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에 입학한 건 물리학을 공부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당시 화학은 논리적으로 풀어가는 재미보다 외우는 것이 많아 선호하는 과목이 아니었지요.
대학 1학년때 과학사·과학철학을 깊이 있게 공부해보려고 과학사연구회에 가입했는데 나중에 보니 운동권 서클이었어요. 매주 2권씩 사회과학·인문철학 필독서를 읽고 토론하며 사회적모순 해결방안을 고민하다 공부에 소흘해져 물리학과에 지원할 성적을 받지 못했어요. 고민 끝에 ‘인간을 위한 가장 실용적인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화학과를 선택했습니다.
1985년 KAIST 석사과정 동기들과 함께 한 산행. 맨 왼쪽이 대학원생 박한오.
서울대가 아닌 KAIST 대학원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당시 학생운동권은 노동·농민운동에 참여해 정권을 쟁취하는 걸 바람직한 해결책으로 내세웠어요. 하지만 저는 ‘우리나라 노동자의 저임금은 만드는 제품의 부가 가치가 낮아서인 만큼 과학기술로 산업을 고도화·첨단화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산업화의 질적 향상 없이는 민주화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부가 가치를 높여줄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과학자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당시, 실용적 산학협력 연구에 더욱 특화된 KAIST 대학원 화학과를 선택했습니다.
석사과정 때 DNA 합성을 전공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처음 합성을 성공하셨을 때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KAIST 화학과 입학 후 고부가가치 산업을 만들 전공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중 심상철 지도교수님이 “DNA 합성 과제(유전공학진흥법 시행 후 정부가 연구비를 첫 지원한)를 수주한 생명공학과 이현재 교수님이 과제를 진행할 화학과 학생을 찾고 있다”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모든 생명체의 설계도가 담긴 DNA 합성법을 개발하면 수많은 사용 용도가 생기고, 부가가치 높은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생각에 전공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화학·생명공학의 핵심 과목들을 공부하고 두 교수님의 지도를 받아 매일 밤 늦게까지 DNA 합성 연구를 했는데 2학기가 끝나갈 무렵인 1984년 말 DNA 자동 합성기 발명을 가능케 한 고체상(solid phase) 펩티드 합성법을 1960년대에 개발한 미국의 생화학자 브루스 메리필드 박사가 노벨화학상을 받더군요.저도 DNA 고상합성법을 연구 중이었는데 뿌듯했죠. 이듬해 수동 DNA 합성장치를 만들었는데 12bp의 DNA를 처음 합성하는데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15시간 동안 쉬지 않고 장치를 조작해야 했어요. 자동 합성기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이현재 교수님이 안타깝게도 1985년 말 갑자기 돌아가셔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유전공학센터 분자생물학연구실장을 맡게 되신 이대실 박사님으로부터도 공동지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석사과정을 마친 뒤 유전공학센터 연구원으로 입사하였고, 이후 도입된 연구원 박사과정을 병행하였습니다. DNA 합성으로 돌아가서 바이오니아가 자동 합성기 자체 개발에 성공한 건 창업 8년 뒤인2000년, 창업후 외국산 장비로 DNA합성 서비스를 해 번돈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384종의DNA를 동시에 합성할 수 있는 ‘슈퍼합성기’를 11번 실패끝에 개발하고 하루 최대 3만 종의 DNA를 생산할 수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을 지었습니다. 대량 생산에 들어간 2003년 합성DNA공급가격을 1base당 44%낮추고,이듬해 합성 RNA 생산도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말 서울 홍릉연구단지에 있던 KAIST 부설 유전공학센터의 박한오 연구원. 대학원 박사과정을 병행했다.
연구와 회사 경영을 하시면서 화학과 나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신 것이 언제이셨나요?
지금 생각하면 화학과를 선택한 게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였어요. 어렸을 적부터꿈 꾸어 온 과학자, 사업가로서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해준 기초지식과 아이디어 중 가장 많은 부분이 화학 공부를 통해 얻은 것들입니다. 저는 KAIST 대학원에서 화학·생명공학을 공부하며 유전자 연구에 꼭 필요한 DNA 합성을 전공했고, 유전공학센터(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DNA를 합성하며 PCR과 염기서열 분석에도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셋 다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기술인데 제가 1992년 바이오니아 창업 이후 관련 시약·원료·장비를 국내 처음으로 상용화해 대학·연구소에 공급하며 노하우를 쌓았습니다.
화학은 분자 거동을 다루는 중요한 기초학문임에도 불구하고 최근들어 학생들의 화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화학은 분자과학의 동의어로 분자 수준에서여러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입니다. 우리 생명체도 마찬가지 입니다. 생명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다면 당연히 질병도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 회사가 기반을 두고있는 DNA 관련 기술 중, DNA 합성 기술, DNA 시퀀싱 기술, 그리고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술은 노벨 화학상을 받은 기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 증폭 기술은 바이오 기술인줄 아는데 사실 노벨 화학상이 주어진 화학적 발견입니다. 이렇듯 화학은 생명현상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요즘 인류의 화두는 지속 가능한 개발입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저는 합성생물학 분야에 크게 주목하고 있습니 다. 합성 생물학은 우리가 화합물을 생산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유전자를 합성하고 조절하고, 그렇게 발현되는 효소들을 통해서 세포를 이용해서 화학물질을 합성하겠다는 것이 합성생물학입니다. 현재 듀퐁이 연구비의 50% 이상을 합성생물학 R&D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합성생물학 연구를 위해서는 화학이 필수적입니다. 합성생물학 연구의 진행을 위해서는 화합물의 합성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화합물의 분석을 잘 해야 하는데 이는 화학의 영역입니다. 그런데 현재 합성생물학 분야의 주도권을 생물학, 대사공학분야에서 쥐고 있는데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화학자들도 합성생물학에 더욱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화학은 역사와 전통이 깊은 학문이다 보니 유기화학, 물리화학, 무기화학, 생화학, 고분자화학, 분석화학 등 으로 학문 분야가 구획되어 있는데, 융합적인 접근으로 중요한 문제를 풀어나가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화학은“네트 제로(온실가스와 같은 유해 물질의 배출량을 줄이고 불가피한 배출량은 흡수하도록 하여 실질적인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가리키는 말)”의 구현을 위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태양전지나 연료전지 개발의 핵심 키는 화학자들이 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전공학센터(현 한국생명공학연구원)를 나와 1992년 바이오니아를 창업하시는 과정에서 고민, 희망, 비전 등 여러가지 생각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80학번입니다. 대학 1학년 때 당시 우리나라의 인권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사회적 환경에서 대학 생활을 보내면서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의식이 강하게 싹텄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연구실에서의 연구만으로는 현실적인 문제를 풀 수 없겠다는 생각이들었습니다. 유전공학 연구에 필수적인 DNA합성기와 PCR 장비·시약 등 핵심 연구소재들을 국산화하지 않으면 똑같은 아이디어로 연구를 시작해도 특허와 사업화 경쟁에서 뒤처져 우리나라 생명공학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해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PCR에 필요한 합성 DNA나 시약을 미국 기업에 직접 주문하거나 국내 대리점에서 구입하면 1개월 이상 지나야 받아보거나 미국 연구진보다 2배가량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던 시절입니다. 21세기에 진행될 생명공학 경쟁에서 이기려면 기자재들을 발 빠르게 국산화해 선진국 수준의 연구개발 환경을 만들고, 바이오니아와 국내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높여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자고 생각했어요.
제가 연구원 시절 주로 다루었던 DNA 합성기는 미국에서 수입하여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첨단 장비였는데 고장 나면 수리할 사람이 없어 직접 분해하여 원리를 파악한 뒤 수리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과정에서 문제점을 극복한 더 나은 장비를 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창업 이후 30여 년간 DNA 합성·증폭·시퀀싱 자동화와 질병 단백질을 분해하는 짧은 이중가닥 RNA인 siRNA 신약 시대를 열어준 4개의 노벨 화학상·생리의학상 수상 기술을 상용화했어요. 이를 기반으로 생명공학·신약 연구개발과 분자진단에 필요한 300여 종의 효소·단백질·시약·장비 등을 합리적 가격에 공급해 우리나라의 연구 개발∙진단 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바이오니아가 1992년 창업 이래 지금의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제가 설립한 바이오니아가 지금까지 성장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기업의 존재 이유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첨단 기술을 적용해 기존에 못하던 걸 세계 최초로 해내는 기업이 되는것이 성장의 핵심이라 생각해왔습니다. 기업이 고객에게 유용한 것을 만들고 가치를 제공해 보상 받는 것이 매출과 이익입니다. 이를 통해 주주와 투자자도 보상받는 것이고요. HP, IBM도 처음엔 연구용 제품으로 출발했고, 일반인용 제품으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습 니다. 바이오니아도 연구용 제품으로 출발해 일반인이 쓰는 분자진단, 항비만 기능성 유산균 제품을 출시하면서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분자진단의 경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20~2021년 매출이 급성장했고 탈모완화 화장품 출시도 앞두고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바이오니아는 DNA 합성, 시퀀싱, PCR, RNAi 등 노벨상을 받은 4개 기술을 국내 처음으로 상용화해 관련 연구 기자재를 대학·연구소에서 공급하며 노하우를 축적했습니다. 앞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많이 사용될 기술을 찾아 빠르게 개발하고 상용화해 온 결과죠. 제품군도 연구자 만을 위한 것에서 분자진단, 체지방 감소 기능성 유산균, SAMiRNATM 치료제와 탈모 완화 화장품 등 일반인·환자들을 위한 것으로 확대되면서 회사의 매출과 가치도 레벌 업 중입니다. 적자를 감수하며 오랜기간 매출액의 30% 안팎을 연구개발에 투자한 것이 하나하나 결실을 맺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바이오 산업은 특허로 보호받는 제조업’이라는 모토 아래 국내외에 등록·출원한 특허도 630여 건에 이릅니다. 끊임없는 혁신으로 특허 제품들을 성장동력으로 키워 가는 것이 미래 주주가치를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한오(뒷줄 오른쪽 두번째) 대표가 바이오니아의 지원으로 유전체 기반의 약물 작용점 규명 등에 유용한 분열효모(S. pombe) 게놈적중 라이브러리 연구를 진행한 영국 왕립암 연구소의 폴 너스(앞줄 왼쪽 세번째) 박사 등과 2006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폴 너스 박사는 세포주기의 주요 조절인자를 발견한 공로로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회사를 경영하시는 입장에서 우수 인재를 뽑고 육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할텐데요. 회장님의 인재관,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그들이 회사 생활에 만족함을 느끼게 하는 노하우를 소개해주신다면?
바이오니아는 자본을 갖고 출발한 회사가 아닙니다. 저의 KAIST 출신 후배들도 많이 왔다가 저희 회사를 거쳐 대기업으로 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비단 저희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 같은 대기업도 1년 내에 박사급 신입 인력의 2/3가 나간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회사의 핵심인재는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회사에 잠깐 있다가 나가는 사람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똑똑해도 핵심 인재는 아닌 것이지요. 명문대를 나왔든 지방대를 나왔든 최종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회사 입장에서는 핵심인 재입니다. 제가 회사를 경영하면서 관찰해보니 결과물을 내는 인재들은 공통적으로 굉장히 강한 목표의식이 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큰 족적을 남겨보겠다라는 목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계획한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만족을 못하고 대기업에서도 적응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지요. 대기업에서 연봉은 많이 주겠지만 이미 기술 개발이 많이 되어 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할 일이 그리 많지 않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희 회사처럼 기초는 잘 닦여져 있고 계속적으로 빠른 성장을 하는 회사에서는 개인의 열정과 역량에 따라 가시적인 결과가 금방 나타납니다. 대기업에서는 쉽지 않은 큰 성과를 내는 사람이 될 수 있고 수백 억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그에 따른 보상도 즉각적으로 해줍니다. 그것이 저의 인재관이고 핵심인재에게 성장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그 외에도 2021년 말 개소한 글로벌센터의 경우 임직원들이 즐겁고 건강하게 일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펼칠수 있도록 컬러풀한 건물 외관, 유전자의 DNA와 세포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분수대 연못이 있는 정원, 다양한 체육시설(실내탁구장·당구장·헬스장·검도장과실외 인조잔디 족구장)과 기숙사, 교육장을 갖추는데 신경을 썼 습니다.
회장님께서는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회사를 일구고 성장시키셨습니다. 회장님께 대덕특구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그런데 한편으로 요즘 젊은 세대는 수도권에서 근무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이에 대한 회장님의 생각 및 대처방안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은 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 등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유전자 코드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한 분자진단과신약개발, 헬스케어 분야가 유망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야의 혁신적 기업은 생명공학연구원, 화학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기계연구원 등 다양한 연구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나올 수 있습니다. 대덕특구는 다양한 인재와 기술이 모여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혁신적 기업과 기술이 탄생할 가능성이 어느 지역보다 높습니다. 신약개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고성장한 진단 기업, 화학물질을 합성하지 않고 생물학적 공정으로 생산하려는 합성생물학 기업, 연구·진단장비 기업, 건강기능식품과 기능성화장품 기업, 바이오 소재·농업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바이오 기업들이 다양하게 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의 수도권 선호와 관련해서 이는 앞에서도 언급드린 지속가능성의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출생률이라면 우리 나라는 소멸하게 되겠지요.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 이유는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 때문입니다. 저도 사실 생명공학연구원이 대전으로 내려오기 전까지는 서울에서 살긴 했습니 다만, 대전은 좋은 게 1-2억이면 집을 살 수 있습니다. 즉, 몇 년 동안 열심히 돈을 모으면 내가 살 집을 장만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보통의 월급으로는 내 집을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택 구매가 힘드니 결혼도 포기하고, 그러면서 출산율은 낮아지고요.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서울로 계속 모여 집값은 계속 올라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독일의 경우 우주선 로켓 추진체를 만드는 기업이 인구가 3천 명 밖에 안 되는 중소도시에서 창업을 하더라구요.거기에 엘리트 대학 나온 인재들이 활약을 하고 있고요. 당연한 말이지만로켓 개발 등을 위해서는넓은 대지가 필요할건데 그러한 요건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은 시골 마을이었던 것이지요. 땅값도 싸고, 실험과 연구 환경 조성에도 좋겠지요.
그러한 문화를 우리나라도 본받고 정착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정부에서 각 지방대학의 지원체계를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지방의 인재들이 창업을 했을 때 지방자치단체에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하는 풍토가 생기면 젊은 인재가 서울로 집중되는문제는 점차 해결될 것입니다. 지방에서 서울 보다 재정적으로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테니깐요. 또한 우리 나라는 반 나절이면 전국 어디서든 서울을 갈 수 있는 교통망이 갖춰있고, 교통 인프라 건설이 확대되어 생활권의 광역화가 점점 현실화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성공 공식의 기본 전제이자 핵심은 과학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바이오니아를 통해 지방에서도 과학기술 기반으로 세계 최고 1등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대전의 넓은 지대에 세운 바이오니아 글로벌센터에서 지방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극대화시켜 나가면서 지속가능한 성공기업의 모델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대전에 위치한 바이오니아 글로벌센터 전경
회장님께서 현재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문제가 무엇인가요? 회장님의 인생의 최종 목표가 무 엇인가요?
저의 목표는 간단합니다. 대전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바이오니아를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 기업, 수십조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바이오니아는 “질병 예방·진단·치료 혁신기술을 창조하고 전 세계로 보급하는 미래 헬스케어 최고 기업”이 되자는 비전과 경영철학 실천을 위해 매진 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련 mRNA를 선택적으로 분해시켜 각종 난치병을 별다른 부작용 없이 치료할 수 있는‘초분자 siRNA 나노 구조체(SAMiRNATM)’신약의 경우 선도 프로젝트로 폐·신장 등을 망가뜨리는 섬유화증을 치료하는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 올해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분자진단 시장에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하고 DNA·RNA·유전자·유전체(genome) 합성, 나노 신소재와 자회사들이 영위하는 체지방 감소 BNR17 유산균 등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siRNA 치료제,mRNA 치료제·백신 부문을 아울러 연결기준 연 매출 10조 원 규모의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우뚝 서고자 합니다. 증상기반 현장 분자진단장비 IRON-qPCR과 전자동 대량 분자진단장비 ExiStation FA 96/384를 시작으로 차세대 분자진단장비의 글로벌 중심이 되기 위해 1,000억원을 투자한‘글로벌센터’, 내년 부지 공사가 끝나는 남공주산업단지에 단계적으로 건설할 세계최대 siRNA생산공장과 미래기후변화에 대응하기위한 나노신소재 공장은 그 핵심 인프라가 될 것입니다. 바이오니아의 첫 SAMiRNA 상용화 제품인 탈모 완화 화장품 코스메르나(CosmeRNATM)는 잠재시장이 의약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세계 탈모 인구가 20억 명에 이르고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대폭 낮추면 1~2억 명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엄청난 포텐셜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 siRNA 연간 생산 캐퍼가 6t 규모인데 1억 명의 탈모인이게 코스메르나를 공급하려면 연산 10t 규모의 세계 1위 siRNA 공장이 필요합니다.
대표님은 성공적인 과학자이자 기업가로서의 커리어를 이어오고 계십니다. 마지막으로 묵묵히 화학 자의 길을 걷고 있는 젊은 학생 및 연구자에게 한 말씀 해주실 수 있을까요? 또한 창업을 고려하고 있는 연구자 및 교수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저도 연구원 출신으로서 숱한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으면서 많은 고민을 한 것 같습니다. 기업의 기본적인 존재 이유인 고객 가치 창출을 위해 좀더 많이 고민했었더라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그래도 한눈팔지 않고 항상 연구개발에 매진해 왔기에 계획보다 시간이 좀 지연되는 것들도 많았 지만 하나 둘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정글에서 스타트업이 생존 발전해 나가려면 비즈니스 모델을 보호해줄 확실한 특허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특허도 없이 창업하면 언제든 제로(0) 또는 마이너스 마진과 불공평한 을(乙)의 신세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습니다. 혁신적 제품을 개발했더라도 바이오 분야는 신뢰를 쌓고 세계시장에 판매 하기까지 항상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자금계획을 여유있게 세워서 중간에 자금 고갈로 연구자들과 투자자들이 함께 만든 공든 탑이 완성되기 전에 무너지지 않게 해야 할 것입니다.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어려운 일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임직원들과의 팀워크가 중요합니다. 어려울 때 모두 아이디어를 내서 해결책을 찾고 돌파해 나가는 게 기업가의 중요한 자질입니다.
박한오(오른쪽) 바이오니아 대표는 벤처 창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21년 말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왼쪽은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훈장을 전달한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저는 유전공학센터(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으로 일하다 1992년 민간기업 근무 경험 없이 창업해 시행 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이미 판매 중인 외국산보다 싸고 좋게 만들어 팔면 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반면 미국 벤처들은 신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합니다. 사전에 잠재고객들을 만나 신기술을 필요로 하는지 시장성과 고객가치를 확인하고, 이들의 애로사항 해결을 도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야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고객이 선택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죠. 연구자 출신 창업 자가개발한 기술을 다른 기업에 파는 수준이 아니라 제조업으로 끌고 가려 한다면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에서 경험을 많이 쌓은 인재를 임원급으로 영입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성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창업을 고려중인 연구자 및 교수님들께 기업의 존재 이유는 고객가치 창출이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습니다. 미국은 창업 희망자가 창업 아이템 갖고 오면 얼마에 팔려 하느냐 물어보고 가상 고객 100명을 만나 살 의향이 있는지 조사해 오게 한다고 합니다. 2/3 이상이 사겠다고 하면 창업 지원을 하지만, 2/3 미달 땐 대개 스스로 포기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 실패한 창업을 최소화합니다. 내 서비스, 내 제품, 내 기술의 고객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학기술 기반 창업에서도 연구자나 교수님이 갖고 있는 과학기술은 고객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일 뿐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자본주의 시장원리를 관통하는 V,P,C부등식 이라는게 있습니다.V(value)>P(price)>C(cost)!당연히 가격이 비용보다 높아야 이윤이 남게 될 것 입니다. 과학기술을 통해서 비용을 낮추는것이 이상적이고요. 인건비를 낮춰서 비용을 낮추면 악덕기업이니깐요.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가치가 가격보다 월등히 높아야 합니다. 물건 혹은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인식이 중요한 겁니다. 즉 매우 가치 있는 물건, 서비스를 낮은 가격에 샀다는 인식을 고객이 해야 성공적인 기업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가성비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측면에서 기업의 목표는 이윤 추구가 아닌 “고객가치 창출”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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