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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빛낸 화학자 51(2026년 4월호)

  • 3월 30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4월 1일

故 박수문(朴壽文) POSTECH/UNIST 교수(1941~2013)


교수님께서 연구하셨던 전기화학실험실의 문 앞에는 나폴레옹 모자를 눌러쓴 원숭이가 근엄한 표정으로 서 있는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이런 문장이 붙어 있었다.

“You don’t have to be crazy to work here, but it helps” 처음 보는 사람은 피식 웃고, 두 번째 보는 사람은 고개를 끄 덕이고, 오래 지낸 사람은 그 문장을 결국 ‘교수님의 말투’로 읽게 된다. 과학을 밝혀 나아가는 난제 앞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집중의 자세를 말씀하신 것 같다. 연구는 늘 어렵고, 데이터는 자주 말을 듣지 않지만, 그럴수록 얼굴을 굳히기보다 한 번 웃고 다시 들어가는 법을, 교수님께서는 그 특유의 위트로 가르치신 것이다.

산업 현장에서 출발해, 전기화학의 세계 한복판으로


박수문 교수님은 1941년 충북 충주에서 출생하시고 충주고를 졸업하신 후에 1964년 서울대학교에서 화학 전공으로 학사학위를 받으셨다. 곧바로 산업 현장으로 들어가 충주비료(1964–1967)에서 분석 화학 업무를 맡으셨고, 이어 영남화학(1967–1970)에서 근무하셨다. 연구자라는 이름보다 먼저 현장에서 일하는 화학자로 경력을 시작하신 셈이다. 제자들은 그 시절을 직접 겪지는 못했지만, 교수님께서는 종종 당시를 회상하며 “그 때 비료는 나라 살림과 직결된 정말 중요한 산업이었다”고 말씀 하시곤 했다. 오늘날 반도체가 국가 산업을 떠받치듯, 그 시절에는 비료가 먹고사는 문제와 맞닿아 있었다는 것이며, 그만큼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다.

유학의 길도 쉽지 않은 시대였다. 교수님은 당시 박정희 대통 령에게 직접 편지를 쓰셔서 국가의 지원금(아마도 $200)을 받아 미국으로 건너가셨다고 한다. Texas Tech University에서 유기화학 석사(1972)를, 이어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에서 전기화학의 거장 Allen J. Bard 교수 지도 아래 전기화학 박사(1975)를 마치셨다.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는 Bard 교수님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애정을 놓지 않았던 전기화학 발광(elec-trogenerated chemiluminescence, ECL)이었고, 두 교수님 은 이 분야의 기초를 다지는 데 중요한 발자취를 남기셨다. 이 후 University of New Mexico(UNM)에서 20여 년간 교수 로 재직하며(1975–1997) 국제적 연구 성과를 쌓으셨고, 1995년 포스텍(POSTECH)으로 귀국하시어 한국 연구·교육 현장으로 돌아오셨다. 포스텍에서는 연구와 교육은 물론, B KCS 편집 (부편집장 1996–1999, 편집장 2000–2003)과 한국전기화학회 회장(2004–2005) 등 학문 공동체의 기반을 다지는 역할도 함께 수행하셨다. 이후 2009년에는 UNIST로 자리를 옮겨 In-terdisciplinary School of Green Energy의 석좌교수로, 또 WCU(World Class University) 사업을 이끄는 책임자로서 마지막까지 연구와 후학 양성에 열정을 쏟으셨다. 그리고 2013년 아직 더 하실 일들을 남기신 채, 눈 내리던 날에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곳으로 떠나셨다.


박수문식 전기화학: 빛을 만들고, 재료를 만들고, 신호를 만 들고, 해석을 남기다

전기화학은 단순히 “전기를 흘려서 반응을 시킨다”는 기술이 아니다. 전극에서 일어나는 산화·환원 반응을 통해 분자의 상태 를 바꾸고, 그 변화를 전류·전압 같은 전기 신호로 읽어내며, 나아가 계면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현상을 ‘설명 가능한 언어’로 정리하는 학문이다. 박수문 교수님의 연구는 이 전기화학의 본 질을 가장 넓게, 그리고 가장 깊게 보여준다. 교수님의 연구를 네 갈래로 정리하면 ECL, 전도성 고분자, 측정장치 개발 및 센 서, EIS(임피던스)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주제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일관된 질문이 흐른다.

“어떻게 하면 전기화학을 더 잘 보이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전기화학으로 더 좋은 재료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화학 정보를 믿을 만한 신호로 바꿀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복잡한 현상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을까?”

박수문 교수님의 업적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기초와 응용을 오가며 차근차근 쌓아 올린 한 편의 긴 이야기처럼 보인다.


1) ECL: 전기화학이 ‘빛’으로 말하는 순간

대부분의 전기화학 실험은 전류–전압 곡선으로 시작한다. 전압을 올리면 산화가 일어나고, 내리면 환원이 일어난다. 그런 데 어떤계에서는 이 전자이동 반응이 단지 전류로만 남지 않는다. 빛이 난다. 이것이 전기화학 발광(ECL)이다. ECL의 핵심은 “반응이 빛을 낸다”는 놀라움 그 자체보다, “빛이 나오기까지의 경로를 전기화학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전극에서 전자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라디칼 이온이 만들어지고, 이들이 만나며 들뜬 상태가 생기고, 그 들뜬 상태가 다시 안정 상태로 내려오면서 빛을 방출한다. 전기화학은 이 과정을 조절할 수 있다. 전압을 얼마로 걸고, 어떤 조건에서, 어떤 분자를 쓰면 어떤 경로로 들뜬 상태가 생기는지를 실험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님의 박사과정 주제(Exciplexes in Electrogen-erated Chemiluminescence) 및 UNM에서의 초기 연구는 바로 이 지점-ECL을 흥미로운 현상이 아니라 “정교하게 이해 가능한 반응 메커니즘”으로 세우는 데 기여하셨다[J.Am.Chem. Soc., 97, 200 (1975); J. Am. Chem. Soc., 99,5393 (1977)]. 현재까지 ECL이 분석화학·진단 분야에서 중 요한 기술로 연구되는 것도, 이런 기초적인 문법이 단단히 마련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박수문 교수님의 ECL 연구는 유행을 따 라간 응용이 아니라, 오래 쓰이는 기술이 될 수밖에 없는 기초 를 다진 작업으로 읽힌다.


2) 전도성 고분자: 전기화학으로 ‘재료의 상태’를 조절하다

 고분자는 보통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고분자는 전기가 흐른다. 전도성 고분자(conducting polymer)다. 전도성 고분자는 플라스틱처럼 가볍고 가공이 쉬우면서도 전기적 기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연구가 까다롭다. 조금만 조건이 달라도 성질이 바뀌고, 도핑(부분적 전하의 과부족)에 따라 구조와 전도성이 크게 달라진다. 즉, 재료가 ‘살아 움직인다’. 바로 이 움직임을 다루는 데 전기화학이 강하다. 전도성 고분자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전극에서 산화·환원을 통해 도핑과 탈도핑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압을 조절하면 고분자 사슬에 전하가 들어갔다 나오고, 그에 따 라 전도도· 색 ·구조·기계적 성질이 변한다. 전기화학은 재료를 만드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재료의 상태를 조절하는 손잡이 역할을 한다. 교수님의 전도성 고분자 연구는 “새 고분자를 만들었다”에 그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전도성 고분자의 성장(전기중합), 도핑 과정, 열화와 안정성 문제를 연속적인 연구 흐름으로 체계화했다는 점이다. 재료가 변하는 과정을 끝까지 추적하고, 조건과 결과를 꼼꼼하게 대응시키며, ‘왜 이렇게 되는지’ 를 설명하는 틀을 세워 간다. 폴리아닐린의 전기화학적 성장에 관한 연구[J. Electrochem. Soc., 135, 2254 (1988)]를 시작으로 다양한 전도성 고분자 박막에 관한 연구를 “Electrochem-istry of Conductive Polymers” 시리즈로 48번까지 발표하시어 교수님의 대표 연구 분야가 되었다. 이 축은 이후 에너지 저 장 재료, 부식·방식, 유기 전기화학 등 여러 분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전도성 고분자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교수님에게는 전기화학이 재료와 계면을 이해하는 하나의 언어가 되는 무대이기도 했다.


3) 측정 장치 및 센서: 화학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신호’로 바꾸는 기술

교수님께서는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전기화학 측정에 있어서 장치를 직접 개발하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시고 여러 장치들을 개발하시거나 활용하시는 데 적극적이셨다. 전기화학 실험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전극이 빛을 반사하는 금속 이므로, 전극 표면에서 전기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중에 반사형으로 분광학적 정보를 얻는 자동화 장치를 소형전산기(micro-computer)를 사용하여 개발하시어 보고하시고[아래 왼쪽 그림, Anal. Chem., 58, 251 (1986)], 전도성 고분자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셨다. 지금이야 누구나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와 AI를 활용하는 시대이지만, 당시로서는 개인용 컴퓨터가 막 보급되기 시작하는 초창기로 이러한 시대를 앞서가는 경험을 고국의 후학들에게 전수하시기 위해서 공개강좌도 여시고 (아래 그림 오른쪽) 자료로 정리하시기도 하셨으니 교수님의 선구자적 혜안과 후학들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교수님의 측정 장치에 대한 관심은 1995년 포스텍으로 귀국이후에도 계속되어, 분광학과 미세질량저울(Quartz Crystal Microbalance, QCM) 장치와의 결합[Anal. Chem., 74, 3540 (2002)], 전류-감지 원자힘 현미경(Current-Sensing Atomic Force Microscopy, CS-AFM)의 전도성 고분자 및 나노 구조 체에의 적용[J. Phys. Chem. B, 114, 2660 (2010); NanoLett. 8, 2315 (2008)], 실시간 임피던스 측정장치의 개발[Anal.Chem. 75, 455A (2003)]로 이어졌다.




센서는 언뜻 엔지니어링처럼보인다. 하지만 센서를 제대로 만들려면, 오히려 기초가 더 필요하다. 어떤 분자를 잡아낼지(인식), 그 변화가 어떤 신호로 나타날지(변환), 그 신호가 얼마 나 흔들리지 않는지(안정성), 다른 물질과 어떻게 구분할지(선 택성)까지 모두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화학 센서는 특히 변환과 읽기에 강하다. 화학적 변화가 전류·전압·저항·정전용량 등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분자가 전극 표면에 흡착되거나, 표면에서 반응하거나, 막의 성질을 바꾸면 신호가 변한다. 전기화학은 그 변화를 숫자로 만들어 준다. 무엇보다도 교수님 연구의특징은 센서를 단지 “잘 된다/안 된다”의 수준에서 끝내지 않고, 왜 그런 신호가 나오는지, 어떤 요소가 성능을 좌우하 는지를전기화학의 언어로 설명하려 했다는 데 있다. 센서가 응 용, 엔지니어링으로 보이더라도, 그 밑에는 언제나 계면 반응과 물질 이동이라는 전기화학의 핵심이 있다. 교수님께서는 자기 조립 단분자층(Self-Assembled Monolayer, SAM)으로 전극을 개질하고 다양한 (생체)분자 인식을 전기화학 신호로 읽어들이는 연구로[Anal. Chem., 80, 8035 (2008); Sensors, 9,9513 (2009); Anal. Chem., 82, 8342 (2010)] 그 핵심을 놓치지 않았다.

EIS(임피던스): 복잡한 현상을 ‘분해해 읽는’ 해석의 언어 전기화학이 어려운 이유는, 전극 표면에서 여러 일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전자이동이 일어나고, 이온이 이동하고, 확산이 벌어지고, 막이 생기고, 표면이 재배열된다. 이 복합 과정을 한 번의 cyclic voltammetry (CV)로 완벽히 구분해 내기는 쉽지 않다. 여기서 등장하는 강력한 도구가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Electrochemical Impedance Spectroscopy, EIS)이다.

EIS는 시스템에 아주 작은 교류 신호를 넣고, 그에 대한 응답을 주파수별로 측정해 반응을 분해해서 읽는다. 비유하자면, 한 번 세게 두드려 울림만 듣는 대신, 여러 주파수로 조심스럽게 흔들어 보며 어디가 느린지, 어디가 빠른지, 어디가 막혔는지를 나눠 보는 방식이다. 전하 이동 저항, 이중층 정전용량, 확산과 관련된 요소들이 서로 다른 주파수 영역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적절한 모델을 세우면 각각의 기여를 분리할 수 있다. 하지만 EIS 는 단순히 측정만 잘한다고 끝나지 않는다. 해석이 핵심이다. 어떤 모델을 쓰느냐에 따라 같은 데이터가 전혀 다른 결론으로 이 어질 수 있고, 모델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숫자는 그럴듯해 보여도 의미가 사라진다.




교수님의 이 분야에 있어서 중요한 공헌은, 기존 EIS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시간 해상도를 크게 높인 FTEIS(Fourier Transform Electrochemical Impedance Spectroscopy)를 체계화한 데 있다. 핵심 원리는 작은 전위 계단(step)을 가해 얻은 과도 전류(chronoamperometric current)를 시간영역에서 기록한 뒤, 전위·전류 신호의 미분값을 푸리에 변환하여 주파수 영역 임피던스로 바꾸는 것이다. 이때 계단 신호는 넓은 주파수 성분을 동시에 포함하므로, 한 번의 계단 응답으로도 넓은 주파 수 범위의 임피던스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를 staircase voltammetry와 결합하면, 전위를 스캔하는 동안 각 계단마다 임피던스 스냅샷을 얻어 Rs, Rp, Cd, Warburg 성분과 함께 k0, 전달계수, 확산계수, E1/2 등의 매개변수를 한 번의 실험에서 측 정할 수 있다. 이 방법의 학술적 가치는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 었다. 2000년 최초의 논문 이후 [Anal. Chem., 72, 2035 (2000)] 이어지는 연구에서는 다른 전극의 조건에서도 CV로는 거의 구분되지 않는 p-benzoquinone 환원의 차이를 FTEIS 기반 전자이동 속도 해석으로 분리해, 일반적인 전기화학적 측 정법으로 구분되지 않는 뒤에 숨어 있는 계면 동역학을 보여 주 었다[J. Phys. Chem. B., 110, 19836 (2006)]. 또한 Pb의 Au 표면 미달전위석출(underpotential deposition, UPD)을 실 시간 SCV-FTEIS로 분석하여, 할라이드 흡착층이 단순 방해인 자를 넘어서 pseudocapacitor로 작용하며 UPD 거동을 결정함을 밝혔다[J. Phys. Chem. C., 112, 16902 (2008)]. 이를더 발전시켜 임피던스 측정법을 마치 스냅샷을 찍는 것처럼 반응의 순간들을 임피던스로 측정하여 반응 경로를 추적할 수 있음을 발표하셨다. 이후에 다양한 전기화학적 분석 연구뿐만 아니라, 전위 대신 전류를 이용한 FTEIS로 확장한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전류 구동 조건의 배터리·연료전지 충방전 과정이나 비 가역계에서도 실시간 임피던스 모니터링 가능성을 열었다.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야의 권위자인 교수님은 다양한 임피던스 연구 성과를 종합하여 총설 논문을 발표하셨으며[Annu. Rev. Anal. Chem., 3, 207 (2010)], 이 논문은 현재 1,500회 이상 인용되며 관련분야 연구의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


‘인정’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발자국

박수문 교수님의 발자취는 국내외 총 70여 명의 박사와 석사 배출, 300여편의 논문 목록을 넘어 국내외에서 여러 형태의 “공식적 인정”으로도 기록되어 있다. 대한화학회에서는 2000년 이태규 학술상, 이듬해 대한화학회 전기화학분과는 최규원 학술상 으로 교수님의 공로가 기려졌다. 특히 2008년은 교수님의 연구 성과가 국제적으로도 크게 조명된 해였다. 교수님은 2008년 “푸리에 변환 전기화학적 임피던스 분광 및 이의 측정결과를 이용한 새로운 전기화학 계면이론”을 정립한 연구 성과로 Khwarizmi International Award를 수상하셨다. 같은 해 4월 21일에는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과학기술 연구개발 기여를 인정받아 과학기술훈장(도약장)을 받았으며, 이후에도 2010년 수당상 수상으로 학문적 성취가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수상 외의 국제적인 평가 로 보면, 교수님은 ISI(Thomson Scientific)에서 Materials Science 분야 Highly Cited Researcher로 언급되었고, Journal of The Electrochemical Society에서는 최다 논문 기여 연구 자 25인 중 한 사람으로 소개되었다. 한 연구실의 성과를 넘어, 전기화학 공동체가 축적해 온 지식의 지층 속에 교수님의 이름 이 또렷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기화학 말고 뭐 할 게 있나?”

“왜 하필 전기화학을 하셨어요?”라는 학생의 질문에 교수님 이되물으셨다. 이 한마디는 농담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한 분야를 끝까지 사랑한 사람만이 내놓을 수 있는 대답이다. 그 말에는 전기화학이 그저 연구 주제 하나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내는 삶의 방식이었다는 고백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인지 우리는 자연스레 연구실 문 앞의 그 근엄한 원숭이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You don’t have to be crazy, but it helps.” 진지하게, 그러나 너무 심각할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 연구를 포함하는 자신의 일에는 엄격하고 성실하되, 막막한 순간이 오면 한 번 웃고 다시 실험대로 돌아갈 수 있는 여유를 가지라는 가르침이다. 박수문 교수님은 그렇게, 전기화학의 엄격함과 인간의 따뜻함을 한 문장과 한 번의 웃음으로 동시에 보여주셨다. 교수님이 홀연히 떠나신 지 벌써 13년이 되었지만, 그 당시 실험실에 내려오셔서 언제나 밝은 웃음으로 전기화학과 삶에 관해 이야기해 주셨던 교수님이 생생히 기억나고 그립다.

글 부경대학교 화학과 교수 장병용 

전북대학교 화학과 교수 이효중 

박수문 교수님 제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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