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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실험 상황에서 스마트폰은 우리의 눈이 될 수 있을까?: 드라이아이스 실험에서 마주한 알파 세대의 ‘관찰’(2026년 5월호)

  • 5월 1일
  • 6분 분량

이종혁 | 서울대학교 인포스피어 과학교육연구단 연수연구원, huak123@gmail.com 


1.  들어가며: 실험 수업 중 예상치 못한 장면

 

2024년 8월, 한 대학부설 과학영재교육원에서 초등학교 5~6학년 학생 15명을 대상으로 ‘드라이아이스의 과학’이라는 주제의 실험 수업을 할 때였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드라이아이스라는 화학적으로 흥미로운 물질을 직접 감각하고 조작하며,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을 체험하길 기대했습니다. 예를 들어, ‘드라이아이스 관찰’ 활동에서는 학생들이 시계 접시 위에서 드라이아이스가 점차 크기가 줄어들며 흰 연기를 내뿜는 모습을 눈으로 ‘세심하게 관찰’하고, 지퍼백에 넣었을 때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을 만져보기도 하며 승화 현상을 ‘느껴보길’ 바랐던 것이죠. 

이때 수업 설계 단계에서 디지털 도구(예: 스마트폰, 센서 등) 사용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화학 탐구의 본질적인 경험, 즉 물리적 세계와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보조할 수는 있어도 대체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학생들의 주의를 분산시켜 세심한 관찰을 방해할 것이라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업이 시작되고 학생들이 드라이아이스라는 신기한 물질에 호기심을 보이며 다양한 탐색을 시작했을 때, 몇몇 학생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신기한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려나 보다’ 싶었지만, 그들의 행동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난 소위 ‘알파 세대(Generation Alpha)’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은 지시하지 않아도 꺼내 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신체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현상에 몰입하는 학생들의 진지한 눈빛을 보며, 문득 한 가지 의문이 스쳤습니다. ‘이것은 디지털 도구의 활용인가, 아니면 마치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체험적 관찰 방식인가?’ 이 글은 당시의 짧은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에 앞서, 학생들이 실험 수업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2.  드라이아이스 실험 수업 속 장면들

 

‘드라이아이스 관찰’ 활동에서 시계 접시 위의 드라이아이스 덩어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작아지는 현상이나[그림 1], 지퍼백에 넣은 드라이아이스가 기체를 발생시켜 지퍼백이 부풀어 오르는 과정을 관찰할 때[그림 2], 몇몇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세워두고 카메라 앱의 ‘타임랩스(time-lapse)’ 기능을 사용하여 긴 시간 동안의 변화를 짧은 동영상으로 압축하여 관찰했습니다. ‘물에 넣은

찰’ 활동에서 드라이아이스가 물과 만나 격렬하게 흰 연기를 뿜어내는 순간, 한 학생은 스마트폰 카메라 앱의 ‘슬로우 모션(slow-motion)’ 기능을 활용하여 연기가 소용돌이치며 퍼져나가는 모습을 느린 화면으로 관찰하기도 했죠[그림 3].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가 수업을 설계할 때 의도했던 ‘세심한 관찰’을 위해 학생들은 스마트폰 카메라 앱의 ‘확대(zoom-in)’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드라이아이스를 넣으면 색깔이 변하는 용액’ 실험에서 지시약을 넣은 물에 드라이아이스를 넣었을 때 색이 극적으로 변하는 순간과 흰 연기의 움직임을 “아주아주 세밀하게 관찰”하기 위해 카메라 앱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화면을 확대(zoom-in)하고 축소(zoom-out)하기도 했습니다[그림 4]. 

또한, 쉬는 시간이 되자 몇몇 학생들은 자신이 촬영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서로 잘 몰랐던 다른 친구들에게도 보여주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이때 학생들은 미적으로 ‘멋진 영상’,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실험 재료를 다양하게 배치하고 조작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학생들의 활동은 제가 사전에 계획하거나 안내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학생들 사이에서 매우 자발적이고 자연스럽게 나타났습니다. 이후, 저는 서로 잘 모르는 학생들끼리도 각자의 “작품”을 공유할 수 있도록 SNS 단체채팅방을 개설했고, 실험 종료 후 스크린에 작품을 띄워 모두 함께 감상했으며, 어떤 점이 흥미로웠는지, 어떤 방법으로 촬영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세심한 관찰’을 위해 학생들은 스마트폰 카메라 앱의 ‘확 대(zoom-in)’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드라이아이스를 넣으면 색깔이 변하는 용액’ 실험에서 지 시약을 넣은 물에 드라이아이스를 넣었을 때 색이 극적으 로 변하는 순간과 흰 연기의 움직임을 “아주아주 세밀하게 관찰”하기 위해 카메라 앱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는 과정에 서 화면을 확대(zoom-in)하고 축소(zoom-out)하기도 했습니다[그림 4].

또한, 쉬는 시간이 되자 몇몇 학생들은 자신이 촬영한 동 영상이나 사진을 서로 잘 몰랐던 다른 친구들에게도 보여 주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이때 학생들은 미적으로 ‘멋 진 영상’,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실험 재료를 다양하게 배치하고 조작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습 니다. 이러한 학생들의 활동은 제가 사전에 계획하거나 안 내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학생들 사이에서 매우 자발적이 고 자연스럽게 나타났습니다. 이후, 저는 서로 잘 모르는 학생들끼리도 각자의 “작품”을 공유할 수 있도록 SNS 단 체채팅방을 개설했고, 실험 종료 후 스크린에 작품을 띄워 모두 함께 감상했으며, 어떤 점이 흥미로웠는지, 어떤 방 법으로 촬영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 졌습니다.


3.  ‘관찰’을 다시 생각하다

 

화학 탐구의 역사는 곧 ‘관찰 도구’ 진화의 역사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인류의 눈은 돋보기와 광학 현미경을 거쳐 전자 현미경이나 분광기까지 그 한계를 끊임없이 확장해 왔습니다. 도구가 발전할 때마다 우리가 실세계에서 ‘볼 수 있는 것’의 범위와 인식의 깊이도 달라졌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학생들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은 ‘도구’로서 교육적 활용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앞선 학생들의 행동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화학 현상의 시간과 공간을 능동적으로 조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타임랩스는 너무 느려서 맨눈으로는 미세한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승화 반응의 시간을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반대로 슬로우 모션은 너무 빨라서 찰나에 흩어지는 기체의 움직임을 여유 있게 사고하며 살펴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확대 기능은 육안으로 관찰하기에는 너무 흐릿한 산-염기 반응의 경계면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기술철학자 돈 아이디(Don Ihde)는 인간이 기술과 맺는 관계를 설명하며 ‘체현 관계(embodiment relations)’라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Ihde, 1990). 우리가 안경을 쓸 때 안경의 렌즈 자체를 의식하기보다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듯, 특정 기술이 인간의 지각 경험 속으로 녹아들어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기능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관점이 단지 철학적인 것만은 아닌 것이, 우리는 스마트폰 사용을 상상만 해도 팔 길이가 늘어난 것처럼 인지한다고 합니다(Lin, et al., 2023). 즉, 스마트폰은 신체 도식(body schema)을 변형할 정도로 우리의 지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터치스크린과 고해상도 카메라에 익숙한 알파 세대에게 스마트폰은 세상을 지각하는 진화된 눈이자, 물리적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가는 연장된 신체(extended body; Froese & Fuchs, 2012)로 기능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다시 말해,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드라이아이스의 화학 반응을 단순히 ‘기록’한 것이 아니라 연장된 신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척도를 스스로 조절해 가며 능동적으로 현상을 ‘관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 연장된 신체는 관찰을 사회적 행위로도 확장합니다. 맨눈으로 본 현상은 주로 관찰자 개인의 인식 속에 머무르지만, 스마트폰으로 포착되고 공유된 현상은 SNS와 스크린을 타고 다른 학생들에게 빠르게 번져나갑니다. 이 지점에서 그간 화학교육 연구들이 스마트폰의 역할을 어떻게 바라봐 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4.  화학교육 연구에서 나타나는 스마트폰의 역할

 

스마트폰을 화학교육 탐구 맥락에 활용한 최근의 선행연구를 간략히 살펴본 결과, 스마트폰의 역할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을 통해 학습을 돕는 다양한 교육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미시 세계의 3차원 분자 모형이나 결합 구조를 시각화하거나, 그래프를 그릴 때 필요한 수학 개념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는 등의 앱을 개발하는 연구가 대표적입니다(김진웅 외, 2022; Levy, et al., 2024 등). 

다른 하나는 스마트폰에 내장된 센서를 기반으로 한 정량 분석을 가능케 하는 측정 도구로서의 역할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진으로부터 RGB 값을 추출하고 비색법(colorimetry)을 이용하여 특정 물질의 농도나 pH를 측정하는 다양한 선행연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예: Li, et al., 2023; Zhang, et al., 2024 등). 

이처럼 스마트폰은 화학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는 유망한 도구로 다양하게 연구되어 왔습니다만, 스마트폰을 단순히 측정이나 기록을 위한 ‘도구’로서가 아닌, 우리의 과학적 인식 행위를 좌우하는 연장된 신체로서 바라본 사례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나마 스마트폰의 슬로우 모션 촬영 기능을 활용하여 연소나 폭발과 같이 빠르게 일어나는 화학 반응을 반복적으로 관찰하는 행위의 교육적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Sieve, 2021)가 있습니다만, 개념 이해나 정량적인 측정 이전에, 보다 신체적이고 감각적인 ‘관찰’의 차원에서 스마트폰의 교육적 가능성을 탐색한 연구는 왜 드물까요? 아직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성긴 생각이지만, 저를 포함한 우리 교육 연구자들이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 추측해 봅니다. 즉, 스마트폰을 삶의 중간에 외부 기계로 도입한 기성세대는 스마트폰을 의사소통, 기록 등을 위한 효율적인 ‘도구’로 인식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체화한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들에게는 ‘관찰’이라는 행위가 질적으로 다른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닐까요? 


5.  나오며: 다시 질문으로

 

본고를 작성하며 필자는 학생들이 실험 수업 당시 촬영한 동영상들을 다시 돌려보았습니다. 사실 지퍼백에 넣은 드라이아이스의 승화, 물에 넣은 드라이아이스가 만드는 흰 연기와 지시약의 색 변화 등은 화학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수없이 많이 봤을 장면들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꼼꼼히 돌려보는 행위, 맨눈이 아닌 화면을 통해 능동적으로 시간적, 공간적 조작을 해가며 사물을 바라보는 행위, 이런 행위들은 화학 탐구 상황에서 ‘관찰’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만약 관찰이라 면 그것은 맨눈으로 보는 관찰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요? 나아가, 화학 탐구 맥락에서 우리가 ‘좋은 관찰’이라고 부를 때 그것은 어떤 요소들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요? 

알파 세대 이후로도 스마트폰은 더욱 정교해질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놀라운 기술적 진보가 스마트폰을 사장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형태가 어떻든 간에, 미래에는 우리가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새로운 방식으로 학생들은 감각을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교육이 그 변화를 따라가려면 ‘관찰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부터 다시 꺼내 들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본 원고는 <이종혁. 과학교육에서 디지털 소양의 재개념화를 위한 탐색적 연구 - 인포스피어 관점을 중심으로, 초등과학교육, 2025, 44, 380.>의 일부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됨. 

 

 참고문헌


  1. 김진웅, 허지식, 하민우, 김수균.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화학 학습 어플리케이션 디자인. 한국컴퓨터정보학회 논문지 2022, 27, 139.

  2. Froese, T., & Fuchs, T. The extended body: a case study in the neurophenomenology of social interaction. Phenom. Cogn. Sci. 201211, 205.

  3. Ihde, D. (1990). Technology and the lifeworld: From garden to earth. In-diana University Press.

  4. Li, J., O’Neill, M. L., Pattison, C., Zhou, J. H., Ito, J. M., Wong, C. S., Yu, H.-Z., & Merbouh, N. Mobile app to quantify pH strips and monitor titra-tions: Smartphone-aided chemical education and classroom demonstra-tions. J. Chem. Educ. 2023, 100, 3634.

  5. Lin, Y., Liu, Q., Qi, D., Zhang, J., & Ding, Z. Smartphone embodiment: The effect of smartphone use on body representation. Curr. Psychol. 2023, 42, 26356.

  6. Levy, J., Chagunda, I. C., Iosub, V., Leitch, D. C., & McIndoe, J. S. Mo-leculAR: An augmented reality application for understanding 3D geom-etry. J. Chem. Educ. 2024,101, 2533.

  7. 7. Sieve, B. F. Tracking down chemical phenomena with the usage of mo-bile phone slow-motion videos. Chem. Teach. Int. 20213, 221.

  8. Zhang, H., Li, R., Ling, Y., Zhang, R., Zhu, G., Fu, G., & Tang, Y. Efficient colorimetry: Developing an application to support student digital col-orimetry experiments. J. Chem. Educ. 2024,101, 5507.




이종혁 Jong-Hyeok Lee

 

•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학사(2006.3–2010.8)

•  서울대학교 대학원 과학교육과(화학전공), 석사(2012.3–2014.8, 지도교수: 홍훈기)

•  서울대학교 대학원 과학교육과(화학전공), 박사(2014.9–2020.8, 지도교수: 홍훈기)

•  단국대학교  미래교육혁신원  연구교수(2020.10–2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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