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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제57회 국제화학올림피아드 참관기 -멘토편

  • 작성자 사진: 성완 박
    성완 박
  • 7일 전
  • 6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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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토) - 출국 및 두바이 도착 


프롤로그 

여러 해 동안 화학올림피아드 위원으로 활동했지만, 국제화학올림피아드(IChO) 현장을 직접 밟는 건 처음이다. 지난해 모니터 너머로 참가했을 때와는 다르다.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알 수 없는 긴장과 설렘이 묻어난다. 머릿속으로 아랍에미리트의 풍경과 앞으로 열흘간 이어질 여정을 그린다. 


“출전을 앞둔 한국대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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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대표단과 마주하는 순간, 국제대회가 비로소 현실이 된다. 단정히 단복을 차려입은 네 명의 학생들의 표정 속에는 자신감과 걱정, 그리고 장난기가 교차한다. 주말교육과 집중훈련의 시간이 스쳐 지나간다. 기념촬영을 위해 나란히 선 익숙한 얼굴들을 바라보니, 감회가 새롭다. 

두바이까지 약 10시간의 비행. 기내 뒷편에서 학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긴 시간을 보낸다. 특별한 기대는 내려놓았다. 그저 주어진 열흘을 함께 완주하고, 돌아올 때 웃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첫IChO참가 #10시간비행 #아랍에미리트 #열흘의여정 #함께완주하자 




대표학생 사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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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hO 참가 전 대표학생들은 체계적인 주말교육과 집중교육을 받는다. 교육은 대회 멘토 교수가 소속된 대학에서 진행되며, 올해에는 건국대,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연세대 등 5개 대학이 거점 역할을 담당했다. 이론과 실험을 균형 있게 다루며, 특히 대회 6개월 전 공개되는 예비 문제를 바탕으로 관련 이론을 학습하고 심화된 실험을 익힌다.


“5개 대학에서 진행된 체계적인 사전 교육” 











대회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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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hO 대회 등록은 사전에 완료되며, 현장에서는 참가자 신원과 사전 등록 여부만 확인한다. 각국 멘토와 학생들은 지정된 시간에 등록 데스크를 방문해 여권과 사전등록 확인서를 제출하고, 명찰, 대회 가이드북, 기념품 등이 담긴 환영 패키지를 받는다. 학생들은 시험이 끝날 때까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전자기기를 소지할 수 없으며, 멘토와는 다른 호텔에 배정되어 격리 원칙을 따른다.


“ 북새통을 이룬 호텔 로비, 그러나 여유로운 중동의 시간” 

두바이는 뜨거운 찜통 더위로 우리를 맞았다. 주최국의 안내를 받아 대회장인 두바이 페스티벌 시티의 한 호텔에 도착했다. 더위 때문인지, 아니면 중동 특유의 느긋함 때문인지 등록부터 체크인까지 모든 과정이 더뎠다. 호텔 로비가 참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준비위원회는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 ‘10분이면 된다’학생 대기 시간이 어느새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길어진 기다림 속에도 웃음이 오가니, 어쩌면 이 모든 게 교류와 연대를 위한 주최국의 작은 배려였을지도 모르지! #찜통더위두바위 #아랍에미리트타임 #핸드폰과강제이별 #10분이한시간 #친목배려이제그만 







7월 6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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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hO 개회식 

개회식은 대회의 공식적인 시작을 알리는 자리다. 주최국의 환영사와 함께 각국의 국기와 대표단이 소개되며, 때때로 문화공연이 곁들여진다.


"Republic of Korea!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 

‘Republic of Korea’가 호명되자, 태극기를 든 유찬이를 선두로 (활기찬) 예준이, (과묵한) 예준이, 효종이가 차례로 입장했다. 순간 가슴이 벅차올라 코끝이 시큰해진다. 옆자리의 권성중 교수님도 같은 표정이라, 괜히 안심이 됐다. 올해 개회식은 화려한 공연 없이 대표단 소개에만 집중해 짧게 진행됐다. 정작 그 속에서 화합과 우정의 메시지는 찾기 어려웠다. 문득, 이 대회가 진정으로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곱씹게 된다. #개회식 #RepublicOfKorea #대표학생입장 #이번대회추구미간단명료 #그와중에벅찬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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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사전 점검 

IChO는 각각 5시간에 걸친 실험 시험과 이론 시험으로 구성된다. 멘토들은 시험장 환경, 시약, 기구, 장비 상태를 사전에 점검한다. 올해 시험장은 두바이에서 차로 30분 거리의 샤르자의 엑스포 센터이다.


“운동장만 한 홀, 압도적인 스케일” 

운동장만 한 홀에 400여 개의 실험 벤치가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광경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었다. 한국팀 자리에 놓인 시약과 기구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카메라와 컴퓨터 작동 여부도 꼼꼼히 점검했다. 이상이 없음을 사인하자 곧 봉인된 실험 문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첫 페이지를 훑어본 뒤, 곧바로 역할을 나누어 문제 검토에 들어갔다. #샤르자시험장 #400개실험벤치 #압도적스케일 #꼼꼼한점검 #세팅이상무 








심사위원단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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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문제는 문제 수정과 채점 기준을 논의하는 '심사위원단 회의(jury meeting)'에서 최종 확정된다. 이 자리에서 멘토들은 사전에 마련된 문제 초안의 과학적 오류를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요청할 수 있다. 문제의 완성도를 위한 회의이지만, 자국 학생에게 불리한 요소를 줄이려는 요청이 잇따르면서 논의가 길어지고, 한 문항을 두고 몇 시간씩 토론하는 경우도 흔하다. 최종 결정은 각국 대표의 다수결 투표로 이뤄지며, 때로는 과학적 타당성보다 다수가 우선되어 의외의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5시간에 걸친 치열한 논의” 

사전 점검을 마친 뒤, 실험 시험을 위한 심사위원단 회의가 열렸다. 시작은 매우 순조로웠으나, 곧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논의가 길어졌다. 지시약 색 변화 문제는 색각 이상 학생들까지 고려하는 인도주의적 논의로 번졌다. 다소 과한 듯 보이기도 했지만, 각국 멘토들의 열정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팀 역시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며 문제 완성에 힘을 보탰다. 세 문제를 두고 이어진 논의는 5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실험 시험 문제 번역 

올림피파이(Olympify)는 올해 대회에 처음 도입된 온라인 시스템으로, 대회 문제 공개부터 수정 요청, 번역, 투표까지 대부분의 절차를 이 플랫폼에서 처리한다. 시스템에 내장된 자동 번역 기능을 이용하면 문제 번역 초안을 한결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오류가 적지 않고, 특히 과학적 용어 번역의 정확성이 완벽하지 않아 꼼꼼한 재번역이 필요하다. 또한 실시간으로 수정되는 문제를 추적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변경 사항을 반영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그럼에도 번역 초고를 이전보다 빠르게 마련할 수 있어, 멘토들은 보다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용어 선택과 표현 개선에 집중할 수 있다. 



7월 7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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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로비 한구석, 우리의 번역 아지트” 

대회 이틀째 날, 전날 밤 논의를 거쳐 완성된 최종 실험 시험 문제가 공개됐다. 이제 각 분야별 멘토들이 번역에 전력을 다할 차례다. 한국팀은 호텔 로비 한 구석을 작업 아지트로 삼았고, 서울에서는 최수혁 교수님이 이끄는 B팀이 실시간으로 지원했다. 번역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문제 수정이 잇따라, 수차례 문장을 다듬고 검토한 끝에 드디어 최종 번역본을 완성했다. #올림피파이첫도입 #여정오르막길 #사랑해요B팀 #문제수정이제그만 #번역완료 













7월 8일(화) – 9일(수)

이론 시험 심사위원단 회의 

화학 전 분야에서 출제되는 이론 시험은 총 8-9문항이다. 문제 수가 많아 심사위원단 회의는 분야별로 나뉘어 동시에 진행된다. 회의에 앞서 각국 멘토들은 문항별 의견을 온라인 시스템인 올림피파이에 미리 업로드한다. 덕분에 의견이 적은 문제부터 신속하게 논의할 수 있고, 불필요한 설명이나 반복 질문도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회의는 6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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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시험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새벽 4시까지...” 

실험 시험 회의는 그저 '예고편'에 불과했다. 이론 시험 회의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멘토들은 문제의 합리성보다 자국 학생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격론을 벌였다. 한국팀 역시 어느새 우리 대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먼저 따져 투표에 임하고 있었다. 자정이 지나자 집중력은 조금씩 흐트러졌다. 문항마다 출제자에 따라 현장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출제자의 의도와 설명이 또렷해 비교적 수월하게 끝난 문제도 있었지만, 어떤 문제는 새벽 4시까지 이어진 지루한 논의 끝에야 합의에 이르렀다. 


“전문 용어 하나하나 세밀하게 검토” 

최종 이론 시험 문제는 다음 날 점심 무렵 공개됐다. 초고 번역은 올림피파이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다음부터는 온전히 멘토들의 몫이었다. 전문 용어의 정확성과 과학적 타당성을 하나씩 확인하며 문장을 다듬고, 풀이와 채점 기준에 부합하는 해석인지 세밀히 살폈다. 전반적으로 문체를 통일하고 분야별로 교차 검토까지 마친 뒤에야 최종 번역본을 완성했다. #이론시험논의 #새벽4시까지 #격론 #여긴어디나는누구 #번역완성 #해방 



7월 10일(목) 


멘토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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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동안 멘토들을 위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올해에는 아부다비 시티 투어로 루브르 박물관, 에미리트 팰리스,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를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긴장 가득했던 며칠을 뒤로하고 드디어 휴식 시간” 

이론 시험 당일, 우리는 아부다비로 향했다. 긴장 가득했던 며칠을 뒤로하고 드디어 휴식 시간이다. 


“단장님 제안으로 MZ 따라하기! 로우 앵글 샷 도전" "무엇이든 압도적 규모! 복장 규정도 경험” 











멘토-학생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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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모두 끝난 후 멘토들과 학생들과 다시 만나는 시간(reunion)이다.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 소중한 순간이다.


“며칠 만의 재회, 저마다 다른 표정들”

며칠 만에 다시 만난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표정이었다. 홀가분해서 말이 많아진 예준이부터 아쉬움이 남아있는 효종이까지.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라고 해주려 했는데,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시험 어려웠니?"였다. 학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답했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심정은 다들 비슷해 보였다. 대회 시험이 모두 끝나고 아부다비까지 다녀오니 그제야 이번 여정의 고개를 하나 넘어선 기분이었다. #재회의순간 #시험어땠니 #홀가분 #다시찾은핸드폰 #진짜끝은아직 



7월 11일(금) - 12일(토)


결과 공개와 점수 조정 

시험 종료 후에는 온라인으로 학생들이 제출한 답안지가 공개된다. 대회 채점에서는 중복 감점을 금지하는 원칙이 적용된다. 위원회의 1차 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채점 기준이나 부분 점수 배점을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후 각 국가별로 이의 신청 기간이 주어지며, 멘토들은 온라인 시스템이나 직접 면담을 통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arbitration). 논쟁 없이 의견이 반영되어 점수 조정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수십 분씩 멘토와 출제자가 논의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학생의 문제 접근 방법이나 계산 과정에서 부분 점수를 두고 치열한 논의가 벌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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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공개된 답안지, 긴장의 순간” 

드디어 학생들의 답안지가 공개됐다. 1차 채점 결과를 기다리며 멘토들과 함께 가채점을 해보니, 예상보다 학생들에게는 훨씬 어려운 시험이었다. 특히 실험 시험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적지 않았다. 곧 이어 공식 채점 결과가 올림피파이에 공개됐고, 가채점과 대조해 꼼꼼히 검토하며 이의 신청을 준비했다. 분자 구조 하나, 계산 과정 한 줄까지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유찬이의 마지막 문제 TLC 결과는 아예 누락되어 있었고, 여러 문항에서 부분 점수에 대한 판단이 갈렸다. 어떤 문제는 예상보다 관대했지만, 다른 부분은 지나치게 엄격해 보였다. 











“1점이라도 더, 논리적 협상 과정” 

점수 조정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됐지만, 복잡한 사안은 국가별로 배정된 시간에 출제자와 직접 면담할 수 있었다. 정현 단장님과 성봉준 부단장님은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해 온라인 조정에 성공했고, 권성중 교수님은 직접 출제자들과 협상했다. 경험 많은 선배 멘토들의 체계적인 접근을 곁에서 지켜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답안지공개 #가채점당황 #유찬이TLC누락 #부분점수쟁탈전 #선배멘토노하우짱 



7월 13일(일) 


폐회식 

폐회식은 대회의 공식적인 마무리를 알리는 행사로, 가장 중요한 메달 시상식이 열리는 자리다. 금메달은 상위 10% 내외, 은메달은 20% 내외, 동메달은 30% 내외의 학생들에게 수여된다. 시상과 함께 차기 개최국 소개와 주최국의 감사 인사가 이어지며, 전 세계에서 모인 젊은 과학도들의 노력과 성취를 함께 축하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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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지만 의미 깊은 폐회식, 효종이 금메달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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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준이들과 유찬이, 빛나는 은메달” 

올해 폐회식은 간결했다. 수상자들은 한 명씩 무대에 올라 메달을 받았고, 장내는 따뜻한 박수로 가득했다. 효종이가 금메달을, 나머지 세 명이 은메달을 받았다. 은메달권 1·2위를 우리 학생들이 차지한 것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동시에 자랑스러웠다. 몇 점 차이로 금을 놓친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들이 보여준 과정과 성장이 더 소중했다. 






“빛나는 학생들, 앞으로의 여정을 응원하며” 

메달을 목에 건 네 명을 바라보니 문득 생각이 이어졌다. 이번 경험이 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각자의 길에서 빛나는 사람이 되기를, 그리고 그 길이 오래도록 화학과 이어져 있기를 바랬다. #폐회식간결 #빛나는4명 #자랑스러워 #눈물날뻔 #대표마침표 



7월 14일(월) 


마치며 


“부르즈 칼리파와 팜 주메이라가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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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우리는 아인 두바이에 올라 함께한 사막 도시를 내려다 봤다. 저 멀리 우뚝 솟은 부르즈 칼리파는 사막 위 신기루처럼 아스라했고, 반대편에는 야자수 모양의 팜 주메이라가 한눈에 들어왔다. 무채색의 각진 빌딩들이 겹겹이 서 있었지만, 열흘의 온기 때문일까, 멀리서 본 두바이는 차갑지 않았다. 한여름밤의 꿈 같은 열흘이 지났다. 이제 우리는 웃으며 돌아간다. 

열흘간의 여정을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무엇보다 함께 동고동락한 멘토 교수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처음 참가한 대회였던 만큼 매 순간이 새롭고 의미 있었다. 긴장과 설렘, 때로는 당황스러움까지 나눈 소중한 시간이었다. 


“웃으며 돌아가는 2025 Tea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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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말씀 


“든든한 지원군들과 함께, 한국화학올림피아드 화이팅” 

이 자리를 빌려, 서울에서 밤낮없이 실시간 지원을 해 주신 B팀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대한화학회 이필호 회장님, 곽현영 국장님, 김예림 선생님을 비롯해 준비 과정에서 아낌없는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특히, 학생 교육은 물론, 멀리서 응원 보내주신 화학올림피아드위원회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각자의 길에서 빛나는 사람이 되기를, 그리고 그 길이 오래도록 화학과 이어져 있기를..” 

2025 IChO Team Korea 




Special Thanks 


  • IChO 2025 Korea B팀 - 최수혁 교수님, 황성필 교수님, 오재민 교수님, 박기영 교수님 

  • 주말/집중 교육 조교들 - BEBIA GOGA, 조선영, 백세광, 임준오, 나재도, 진선준 조교















유은정 | 경희대학교 응용화학과, ejyoo@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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