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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보다 과정에서의배움과 즐거움을 가지고,각자의 방식으로 깊이 있게탐구해가기를 바랍니다(2025년 5월호)

  • 작성자 사진: 洪均 梁
    洪均 梁
  • 4월 30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6일 전


5월호 <화학세계가 만난 화학자>에서는 2025년 대한화학회 학술상을 수상하신 서울대학교 화학부 이철범 교수님을 모셨습니다. 이철범 교수님께서는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및 석사를 마치셨고, 1998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화 학 박사 학위를 받으셨습니다. 박사 학위 취득 후,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 터에서 미국 육군 암 연구 펠로우로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수행하셨으며, 2001년부터 2008년까지 프린스턴 대학 교 화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셨습니다. 이후 2008년 서울대학교 화학부에 임용되었으며, 현재까지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고 계십니다.



[모더레이터: 이현수 교수(서강대학교 화학과)] 



1. 교수님께서는 유기화학 분야 연구자로 오랜 기간 동안 관련 연구를 하고 계십니다. 교수님께서 중점적으로 수행하시는 연구 분야에 대해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연구실 설립 이래 지금까지 계속 수행해온 연구는 천연물 전합성과 전이금속 촉매반응 개발입니다. 유기합성화학 학문영역에서 가장 대표적인 연구 분야들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수행하는 전합성 연구는 자연에서 유래하는 다양한 천연물 중에서 지금껏 본 적이 없던 특이한 분자골격을 지닌 천연물을 연구대상으로 삼아 간단한 원료물질로부터 일련의 반응을 통해서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 합성 방법과 전략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특정 종류가 아니라 합성하기 까다로운 천연물만을 일부러 골라서 연구하는 셈이죠. 전합성 연구는 어떤 반응을 주어진 구조적 맥락에서 어떻게 적용할지에 관한 유기합성 본연의 문제는 물론 기묘하고 복잡한 유기분자가 자연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천연물이 지닌 생리활성 의 기원은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도 포함합니다. 전합성과 함께 수행하고 있는 연구는 전이금속 촉매반응 개발입니다. 특히 탄소-탄소 삼중결합을 펩타이드 결합과 같은 전혀 다른 화학구조로 변환시키는 알카인 기능화 촉매반응은 20년 넘게 연구한 주제입니다. 우리 연구실은 전이금속 비닐리덴 착화합물이 중간체로 관여하는 촉매시스템을 집중적으로 탐구하여 새로운 유기반응을 다수 개발하였고 합성에 응용하고 있 습니다.



2. 2025년 대한화학회 학술상을 수상하셨습니다. 학술상 수상에 있어서 어떤 연구 업적들이 중요하게 작용하였다고 생각하십니까? 관련 연구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과분한 상을 주셔서... 특정 연구 업적이 작용했다기 보다는 분발해서 더 도전하라는 격려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추천해주신 분께서 전합성과 촉매반응 외에도 우리 연구실에서 수행했던 유기 할로젠화물 가시광촉매반응 연구처럼 신규 반응을 고난도 합성문제에까지 실증하여 합성법으로 발전시켜려는 중개연구 노력이 돋보인다고 고마운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실제로 우리 연구실은 전합성의 전략적 단계나 핵심적 이슈를 자체 개발한 반응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3. 교수님께서는 서울대학교 화학과에서 이은 교수님연구실에서 석사 학위를, 스탠포드대학의 Trost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시고,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Danishefsky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를 수행하셨습니다. 현재 교수님께서 연구하시는 연구 분야를 형성하는데 어떤 연구가 가장 큰 영향을 주었습니까?


저는 운이 좋아서 훌륭한 선생님들에게 배웠습니다. 세 분은 모두 뛰어난 학자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성향이 확연히 다른 분들입니다. 그런데 서로 아끼고 존경하는 사이여서 제가 혜택을 많이 본 셈이죠. 은사님 이름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하는데... 부족하지요. 저는 학생시절 흥미를 가졌던 주제를 바탕으로 연구 프로그램을 구축하였습니다. 연구 분야를 형성하는데 내용 측면에서 선생님들에게서 영향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다른 교훈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이은 교수님은 연구의 즐거움과 소명의식을, Trost 교수님 은 과학적 문제의식을, Danishefsky 교수님은 탈무드 방식의 지혜를 강조하셨습니다. “무엇” 보다는 “어떻게”를 배운 셈입니다.


4. 교수님께서는 현재까지 4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화학 반응을 개발하고, 천연물을 합성하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개발하신 반응이나 합성하신 천연물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저는 시간과 노력을 들인 모든 연구에 애착을 갖습니다. 부모가 자식들에게 차이를 두기 어려운 것과 비슷합니다. 굳이 말하자면 힘든 과정을 거쳐 결실을 맺었던 연구 산물에 애착이 갑니다. 마치 아픈 손가락처럼... 저는 이동길 박사가 개발한 알카인의 아마이드화 촉매반응(Catalytic Amidation of Alkynes) 그리고 장동석 박사가 완결한 가르수벨린 에이 전합성(Total Synthesis of Garsubellin A)을 들겠습니다. 논문에 기술한 내용보다 쓰지 못한 이야기가 밤하늘의 별처럼 많았던 연구입니다.



5. 최근 천연물 전합성 분야의 연구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아마 노력에 비해서 얻 을 수 있는 성과가 많지 않고, 연구비 수주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연구 분위기를 감안하셔서 천연물 전합성 분야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과 관련 분야의 전망에 대해서 말 씀해 주십시오.


유기화학의 전합성 연구를 영문학에 비유하자면 세익스피어 연구와 같습니다. 한 때는 학문의 중심이 었지만 시쳇말로 한물간, 성과가 더디고 애쓴 만큼 잘 나오지도 않는, 한마디로 가성비가 낮은 학문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공부할게 많고 정교한 구조에 내재된 반응성을 탐구하는 일은 지적자극과 영감을 제공합니다. 실제로 개념적으로 새로운 유기반응이나 분자 반응성이 전합성 연구과정에서 도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유기합성 교육과 훈련에 천연물 전합성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닙니다. 숫자로 표시되는 성과가 금방 나오기 힘들어서 연구비 수주가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커뮤니티의 이해와 배려 덕분에 다행히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수행이 힘들고 논문도 잘 나오지 않고 경력개발 에 불리한 연구에 기꺼이 도전하는 제자들에게 미안함, 고마움 그리고 대견함을 느낍니다. 천연물 전합성 연구는 규모면에서 감소하는 추세가 맞지만 글로벌 관점에서 여전히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의약개발 연구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며 꾸준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계에는 비록 숫자가 적어도 탁월한 연구를 수행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궁리하고 모색하면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올 수도 있으리라 희망을 가져봅니다.


6. 교수님께서는 현재 서울대학교 화학부에서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고 계십니다. 연구자로서의 역할과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균형 있게 수행하고 계신가요?


균형을 따질 처지가 아니라는 심정입니다. 항상 강의 준비는 불충분한 것 같고... 수업 때문에 연구 시간은 늘 부족한 느낌이고... 이것도 균형인가요? 둘 다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 때가 많 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연구나 교육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들을 제가 통제하지 못해서 핑계를 대 는 것이죠. 두 가지 역할을 균형 있게 잘 하려면 경영자적 마인드와 품성도 갖춰야 하는데... 부족합니다. 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Teaching is the highest form of understanding”이라는 말에 공감하며 제 자신의 배움을 위해서도 학생을 잘 가르쳐야 한다고 믿습니다. 실제로 가르치면서 연구의 영감과 단서를 얻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교육과 연구는 배움의 두 양상이고 본질적으로는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잘 배운 학생들이 우수한 연구자가 되어 훌륭한 일을 합니다. 그 사이에서 저의 자리를 찾아 역할을 다 하려고 노력합니다.

7. 프린스턴 대학에서부터 현재까지 25년 가까이 대학에서 유기화학 연구실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효율적인 실험실 운영과 대학원생들의 교육에 있어서 교수님께서 가지고 계시는 철학이나 연구실 운영 방식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특별한 연구실 철학은 없고...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자 정도입니다. 저는 연구자의 자발성과 자율성을 믿습니다. 제 역할은 치어리더입니다. 그래서 학부생 대학원생 포스트닥 모두가 독립적으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수행하자는 것이 원래 운영 방식었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연구진전 관점에서도 비효율적인 것 같아서 고집하지 않습니다. 실패를 개의치 않고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자는 모토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널 게재논문에 점수를 매겨 졸업 여부를 결정하는 학과 규정 앞에서 공허했습니다. 원칙과 철학을 내세우다 학생들의 진로가 꼬이는 일이 다반사여서 유연하게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연구자가 연구하는 것이니까요.



8. 오랜 기간의 연구와 대학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 화학분야의 젊은 연구자들께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인가요?


이런 질문을 요새 자주 받습니다. 제가 나이가 들었다는 말이겠지요. 질문 받을 때마다 제가 누구에게 조언을 해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조금 불편하고 민망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조언을 구하는 후배들에게 선배의 말은 그냥 참고 사항 정도라고 말해왔습니다. 경험이란 시대의 산물이고 모두 독특합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유교적 학문 숭상의 문화가 과학기술 숭상으로 나타나던 산업화시대에 교육을 받았습니다. 젊은 연구자들은 IMF 신자유주의시대에 태어나서 글로벌 금융위기시대에 자라고 지식의 틀과 내용이 울타리가 사라지며 변모하는 인공지능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대로 글을 깨치기도 전에 스마트폰부터 접한 세대가 대학원생이 되고 있습니다. 조언이라기보다... 각자 맞닥뜨리는 시간과 공간에서 각자만의 고유한 방식을 찾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공부와 연구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제자를 만나면 축복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신영복 교수의 말처럼 우리는 저마다 누군가의 제자인 동시에 누군가의 스승이니까요.



9. 교수님께서는 앞으로 대학교수로서, 또 유기화학자로서 가르치고, 연구하실 수 있는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이루시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노골적으로 통렬한 질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자주 생각해보는 화두입니다. 지금처럼 일할 수 있는 기간은 5년 남짓인데...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입니다. 벌여놓은 과제를 마무리하기에도 벅찰 수 있지만 새로운 주제에 도전해볼 수도 있습니다. 알카인 기능화 촉매반응은 제가 대학원생 시절 관심을 가진 이래 지금까지 연구해온 주제입니다. 잘 정리하는 것이 순리이겠지요. 조금 욕심을 낸다면 이 반응의 비대칭 촉 매시스템을 개발해보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상용 반응으로 발전된다면 보람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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