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준 교수님 추모사] 하현준 교수님을 기리며 (2025년도 5월호)
- 성완 박
- 4일 전
- 4분 분량

삼가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
하현준 교수님은 1959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마산고와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를 졸업하셨습니다. 이후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으셨고, 스탠포드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활동하셨습니다.
1988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셨으며, 1991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화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셨습니다. 교수님은 교수로 재직 중에 200여 편의 SCI급 논문을 게재하였으며, 60여 명의 석박사 제자들을 양성하셨습니다.
교수님은 대한화학회 회장, 한국외대 교무처장 및 자연과학대학장 등 다양한 직책을 맡아 학문 발전에 기여하셨으며, Asian Journal of Organic Chemistry 부편집장을 포함하여 여러 저명 국제학술지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학문적 교류를 촉진하셨습니다. 또한, 여러 연구소와 기업을 설립하여 학문과 산업의 연결고리를 강화하셨습니다.
하현준 교수님의 학문적 업적과 헌신은 화학계 모두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교수님의 가르침과 연구는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기억될 것입니다.
<주요이력>
1959년 경남 진주 태생
1982년 서울대학교 학사학위 취득
1987년 미국 브라운대학교 박사학위 취득
1987년-1988년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박사후연구원
1988년-1991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
1991년-2025년 한국외국어대학교 화학과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1993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방문 연구 교수
2000년 ㈜켐바이오넥스 공동 설립
2003년 ㈜이매진[(주)켐바이오넥스와 합병]의 최고과학책임자(Chief Scientific Officer, CSO)
2007년-2015년 바이오산업용 단백질 연구센터(PRCB) 센터장 [경기도 지역협력연구센터(GRRC) 사업]
2012년- Asian Journal of Organic Chemistry 부편집장
2013년-2015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자연과학대학장
2018년-2025년 ㈜듀켐바이오 중앙연구소장
2018년-2019년 대한화학회 회장 (제51대)
<수상>
2011 Asian Core Program (ACP) Lectureship Award @ ICCEOCA-6
2012 Sigma-Aldrich Chemist Award, KCS
2015 Award of Organic Chemistry, Division of Organic Chemistry, KCS
1. 연구 분야
교수님께서 수행하신 대표 업적으로는 아지리딘 고리열림 반응에 관한 연구가 있으며, 이는 유기화학 분야에서 중요한 기여를 하였습니다. 이외에 방사성의약품 신약 개발, 조영제 연구, 단백질(리파아제)의 거울상이성질체 선택성(enantioselectivity)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활발한 연구를 수행하셨으며 많은 업적을 이룩하였습니다.
(1) 아지리딘 고리열림 반응 연구
아지리딘(aziridine)
아지리딘은 질소가 포함된 3각 고리 화합물로, 에폭사이드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지리딘은 질소 원자의 비공유 전자쌍에 친전자체를 결합시켜 고리를 활성화하고, 친핵체와 선택적으로 반응하여 결합을 확장할 수 있는 독특한 반응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카이랄 아지리딘 전구체를 사용하면 입체선택적인 고리열림 반응이 가능하며, 조건에 따라 위치선택적 고리열림 반응도 가능하여 질소를 포함하는 신규 물질을 합성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하 교수님은 아지리딘의 독특한 반응성을 이용하여 다양한 친핵체와의 고리열림 반응을 연구하셨습니다. 아지리딘 고리열림 반응은 유기합성에서 중요한 중간체를 제공하며, 다양한 의약품 화학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하 교수님은 1차적으로 이러한 연구를 확장하기에 용이한 물질인 거울상 이성질체적으로 순수한 아지리딘-2-카복실레이트 전구체 합성에 성공하였으며, 2003년에 Aldrichimica Acta 저널에 이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참고문헌 1] 상업적으로도 용이한 이 아지리딘 전구체로부터 시작된 연구는 아지리딘 반응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새로운 합성 방법을 개발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다양한 신약 후보 물질 및 그 유도체의 합성, 고리 확장 및 아지리디늄 이온 연구 등에서 중요한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하 교수님은 아지리딘의 고리열림 반응에서 중간체 아지리디늄 염을 통한 위치선택성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2012년에 화학 분야 최고 저널인 Chemical Society Reviews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하였습니다. 해당 논문은 상위 1% 피인용 논문(Highly Cited Papers, HCP)에 지정되었으며, 2025년 3월 기준으로 누적 피인용 횟수는 총 474회에 달합니다.[참고문헌 2]
하 교수님은 집단과제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사업단장: 서울대 김병문 교수), 차세대유기합성연구센터 (SRC사업단장: 한양대 조천규 교수)]에 참여하시어 연구개발팀원 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여러 중요한 연구 성과를 이루어내셨습니다. 대표적으로, 아지리딘 유도체의 탈수산화 다이알릴화반응 (공동연구자: KAIST 김현우 교수),[참고문헌 3] 2-아실아지리딘으로부터 1,3-이치환 피라졸의 효율적 합성 (공동연구자: 서강대 이원구 교수)[참고문헌 4]과 N-알킬 피롤리딘의 선택적 고리열림반응 (공동연구자: 중앙대 조은진 교수)[참고문헌 5] 등의 연구가 포함되어 있고, 이러한 연구들은 학문 간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며, 학문적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2) 방사성의약품 및 조영제 개발 연구
교수님은 유기화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질병 진단을 위한 방사성의약품 신약의 원료 물질 개발을 주도하셨습니다. 특히, 파킨슨병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인 18F-FP-CIT의 원료 물질 개발을 선도하여, 특허 등록까지 이끄는 성과를 이루어내셨습니다. 이를 통해 방사성의약품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증진시키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셨습니다. 2018년부터 ㈜듀켐바이오 중앙연구소장으로 재임하시면서, 다양한 방사성의약품 원료 물질의 국산화 및 합성기술개발을 선도하였으며, 미래의 핵심 산업 영역을 제시하기 위한 기초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방사성의약품 개발 및 응용을 위한 기술적 혁신을 이루어 국내 방사성의약품 산업의 활성화에 중요한 기여를 하셨습니다.

(3) 리파아제의 거울상선택성 관련 연구

하 교수님은 리파아제의 거울상선택성(enantioselectivity)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셨습니다. 특히, 리파아제를 아지리딘, 락톤과 같은 헤테로고리 화합물의 가수분해 반응에 활용하여 거울상선택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셨습니다. 거울상선택성의 향상과 리파아제의 응용 가능성 확장을 목표로, 작은 분자들이 리파아제 가수분해 반응에서 거울상이성질체를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대해 분자 수준에서 접근하였으며, 이를 위해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 (molecular dynamics simulation) 등 분자모델링 기법을 활용하여 그 메커니즘을 규명하였습니다.[참고문헌 6, 7 ]
2. 교수님을 기리며…

저희가 기억하는 교수님은 진정한 교육자이자, 제자들을 위한 일이 아무리 어렵고 힘든 것이라도 기꺼이 먼저 나서서 들어주시고 도움을 주셨습니다. 교수님 덕분에 화학이라는 학문을 경험할 기회를 얻고, 다양한 연구를 수행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으셨음에도 불구하고, 학문에 대한 깊은 열정과 새로운 분야에 관한 연구 제안을 담아 주셨던 교수님의 메일을 다시 살펴보며, 그 당시 전해 주시던 주옥같은 말씀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특히 실험이 잘 안되어 답답할 때면 다가오셔서 먼저 “재밌냐? 그거면 됐다”라고 하시며 위로와 힘을 주셨고, 마침내 실험이 완료되었을 때는 누구보다 기뻐하며 웃으시던 그 모습이 여전히 선명합니다. 교수님과 함께 교정의 명수당 메타세쿼이아 길을 거닐며, 정답보다 가능성을, 두려움보다 호기심을, 실패를 “재밌었으면 되었다!”라며 환하게 웃어주시던 그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교수님의 부재로 인해 그 말씀의 의미가 진정으로 가슴 깊이 와닿습니다. 언젠가 다시 뵐 그날까지, 교수님께서 밝혀주신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그 길이 험난하고 고된 여정일지라도, 교수님의 가르침과 믿음이 저희를 옳은 길로 이끌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교수님의 가르침은 영원히 저희 삶에 살아 숨 쉬며, 모든 길에 함께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교수님!
한국외국어대학교 화학과 생유기연구실 졸업생 일동 올림
참고문헌
1. Aldrichim. Acta 2003, 36, 57-63
2. Chem. Soc. Rev. 2012, 41, 643-665 (Back Cover)
3. Asian J. Org. Chem. 2022, 11. e202200186
4. Asian J. Org. Chem. 2019, 8, 1680-1686
5. J. Org. Chem. 2017, 82, 6615-6620
6. ChemBioChem 2009, 10, 2213-2222 (Inside Front Cover)
7. Adv. Synth. Catal. 2014, 356, 3585-35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