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LiFe이다. (2026년 9월호)
여인형 | 동국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 ihyeo@dgu.ac.kr

필자는 재미 삼아서 원소 기호를 조합하고, 그것에 들어맞는 영어단어에 대한 해석을 붙이기를 즐겨 한다. 예를 들어서 리튬(Li)과 철(Fe)을 이용하면 영어 철자법에 어긋나지만 삶을 LiFe라고 적기도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알고 있거나 인정하는 것처럼 삶(life)은 화학 혹은 화학물질과 소통하지 않고는 단 하루도 살 수가 없다. 간단히 예를 들어 산소, 물, 음식이 없다면 생명체로서 인간은 유지되지 못한다. 당연히 그 몸에 담겨 있던 정신도 사라진다.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예외 없이 화학물질이다. 영국 화학회에서 2010년에 화학물질 없는 제품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경품으로 100만 파운드의 상금을 주겠다고 공언한 적이 있다. 현재까지 그 돈을 타간 사람도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다.
만약에 몸에 리튬(Li)과 철(Fe)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비록 몸에 있는 리튬과 철의 양은 산소나 탄소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적은 양이지만 그것이 올바른 모습으로 있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몸에 있는 리튬의 양은 성인 기준으로 최대 약 7mg 정도밖에 안된다. 마른 쌀 한 톨의 무게가 약 20mg 정도이므로 리튬의 양이 얼마나 적은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것도 리튬 이온(Li+)으로 형태를 갖추어야 제 역할이 가능하다.
리튬 이온은 뇌하수체 및 갑상선, 콩팥 등에 분포되어 있으며,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여 뇌의 과잉 반응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즉 도파민을 줄이고,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가바(GABA)를 늘려서 과열된 뇌를 식히는 역할을 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이 리튬 이온이라는 것이다. 또한 리튬 이온은 신경세포의 염증과 손상을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고 하니 비록 양은 얼마 안 되지만 사람으로서 역할을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물질인 것이다.
조울증(bipolar disorder) 환자의 감정 안정을 위해 복용하는 약 중에는 탄산리튬(Li2CO3)도 있다. 그것은 일반적인 우울증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우울증 환자에게 처방되는 약품의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탄산리튬은 고체이며, 물에 많이 녹지는 않는다. 더구나 탄산리튬은 물의 온도가 높을수록 덜 녹는 특성이 있다. 혈액에 너무 높은 농도의 리튬이 있다면 구토, 설사는 물론 말이 어눌해지고 근육이 약화 되는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바늘로 소를 잡는다”는 우리 말 격언에 비유하자면 리튬 이온은 사람 잡는 바늘이 아닐까 싶다.

사실 리튬 이온은 소듐 이온과 매우 유사한 화학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몸에 물이 부족하거나 혹은 소듐 이온이 부족할 때 리튬 이온이 축적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리튬 독성으로 오히려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리튬이 포함된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통해서 혈액에서 리튬 농도가 적절한 지를 체크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많아도 문제가 되고, 적어도 문제가 되는 화학물질의 본질은 리튬 이온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렇다면 철(Fe)은 어떠한가? 철의 약 70%는 헤모글로빈의 중심 금속 역할을 한다. 그것은 폐로 흡입된 산소와 결합하여 세포로 산소를 운반해 준다. 산소는 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들 때 꼭 필요한 재료이다. 숨이 몇 분만 멈추어도 죽는 이유는 산소를 공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소의 셔틀버스, 헤모글로빈이 있어도 운반할 산소가 없으니 죽게 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연료 탱크에 휘발유가 있어도 그것을 태울 산소가 없어서 정지한 자동차 꼴이 되는 것이다.
성인 몸에는 약 3~4g의 철(Fe)이 있다. 그 정도의 양이라면 겨우 작은 못 1개 정도 만들 수 있다. 몸에 있는 철 역시 철 이온 형태로 산소 운반에 관여한다. 산소의 운반 셔틀로 사용되는 헤모글로빈의 중심에는 철 이온이 있고 그것은 2가 철 이온(Fe2+)이다. 몸에 철이 부족해서 복용하는 약은 모두 2가 철 이온을 포함하고 있는 화학물질이다.

만약 철이 3가 철 이온(Fe3+)이 되면 산소를 붙잡을 수가 없어서 겉은 멀쩡한 헤모글로빈일지라도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할 수가 없다. 더구나 헤모글로빈에 있는 철 이온은 산소보다 일산화탄소(CO) 혹은 시안이온(cyanide, CN-)과 더 강하게 결합하는 특성이 있다. 만약에 헤모글로빈이 이런 종류의 화학물질과 결합을 하면 산소를 운반할 수가 없으므로 숨이 끊어진다. 헤모글로빈 분자 1개에는 4개의 산소분자가 결합할 수 있으며, 적혈구 1개는 약 8천만개의 헤모글로빈 분자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적혈구 1개로 운반할 수 있는 산소분자는 10억 개가 넘는다.
몸에는 철을 단백질(ferritin)에 저장해 놓고 철이 필요할 때마다 활용한다. 그런데 선천성 빈혈을 앓고 있는 사람은 헤모글로빈이 적절한 양만큼 만들어지지 않아서 수시로 수혈을 해야 된다. 그 결과 많은 철이 몸에 쌓이게 된다. 수혈만 하고 남은 철을 제거하지 않으면 결국 철 독성으로 사망한다. 지중해 빈혈증 환자들의 수명이 20년을 넘기기 힘드는 이유이다. 그런 환자들에게는 철 이온과 결합하여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는 화학물질이 약으로 사용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삶은 화학물질과의 소통이다”라는 문장으로 화학의 중요성을 강조해 오고 있다. 미래에 효과적이고 획기적인 암 치료제를 찾아내는 것도, 바닷물에서 리튬 이온만 선택적으로 쏙쏙 뽑아 올리는 분자를 합성하는 것도 모두 미래 화학자들의 몫이다. 결국 인류를 구원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미래의 화학자들에게 화학에 모든 해결책(solution, SOLuTiON(황, 산소, 루테티움, 티타늄, 산소, 질소의 원소 기호의 조합))이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본 글은 여인형 교수 블로그 「삶은 화학물질과의 소통이다」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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