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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물질, 새로운 방법을동반한 연구설계로연구분야를 주도하길 바랍니다


11월호 <화학세계가 만난 화학자>에서는 화학계에서 우수한 학문적 업적을 올린 연구자에게 수여되는 이태규 학술 상의 2024년도 수상자이신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과 박남규 교수님을 모셨습니다. 박 교수님께서는 2005년 한국 과학기술연구원에 입사, 2009년 성균관대학교로 이직하신 후 현재까지 동 대학에서 석좌교수로 근무하고 계십니다. 차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한 업적을 인정받아 2018년 호암상, 2022년 Rank상, 2024년 한국공학한림원 대상,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이태리 에니상(Eni Award) 등 국내외 저명한 상들을 다수 수상하셨으며, 2017년 이후 ‘Highly Cited Researchers’에 연속 선정되고 계십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포토볼태익스’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시고 한국 화학계의 위상을 드높이고 계시는 박남규 교수님과의 인터 뷰를 시작합니다. [모더레이터: 문회리 교수(이화여자대학교 화학나노과학과)]



1. 먼저, 이태규 학술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국내외 저명한 상들을 많이 수상하셨는데요, 이번 수상은 교수님께 어떤 의미가 있을지요?


이태규 학술상은 대한화학회가 화학계에서 우수한 학문적 업적을 이룬 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문분야 측면에서 보면 화학자로서 매우 의미 있고 값진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상자로 선정하여 주신 대한화학회와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2년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을 발견하고 이후 관련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습니다. 태양전지 기술은 물리와 재료화학이 모두 관 여하는 분야입니다. 페로브스카이트라는 물질은 고체화합물에 해당하고, 작동 메커니즘도 물리학으로 설명하는 기존 태양전지와 다르게 화학으로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태규 학술상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라는 고체화학 분야의 기술 진보에 기여한 공로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 교수님께서 지금까지 지나오신 과정을 보면, 학부는 화학교육과, 박사학위는 화학과, 그리고 현재는 화학공학과에서 근무하고 계십니다. 조금씩 바뀌어 온 분야를 결정함에 있어 어떤 요소들이 결정적이었는지,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현재의 교수님의 연구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화학교육과와 화학과는 커리큘럼이 거의 같습니다. 화학교육과는 화학관련 교육학 부분이 보강된 거라 생각합니다. 화학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사의 길을 선택했어야 하였는데, 연구를 하고 싶은 마음에 기업 연구소에 취직하였습니다. 기업 연구소에서 연구를 수행하면서 연구를 좀 더 체계적이고 제대로 하고 싶어서 화학과 대학원을 진학하였습니다. 석박사 지도교수님은 화학과 최진호 교수님이셨는데, 대학원 입학 당시인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는 산화물에서 고온 초전도 현상을 발견하여 1987년 노벨물리 학상 이후 초전도 연구가 붐을 이룰 때였습니다. 우연히 일간신문의 광고에서 초전도체를 접하게 되고 여 기에 관심이 생겨서 당시 화학과에서 초전도 연구를 하고 계셨던 최진호 교수님 연구실에 들어가게 되었 습니다. 석사 때는 산화물 페로브스카이트 연구를, 박사과정 때는 층상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갖는 초전 도체의 층간삽입 화학연구를 하였습니다. 학위를 받고, 박사 후 과정으로 초전도와 전혀 상관이 없는 전기 변색 연구를 프랑스 ICMCB-CNRS 연구소에서 1년 조금 넘게 수행하였습니다. 텅스텐 산화물을 저온에서 대면적으로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는데, 용액공정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화학이 기초가 되어야 가능 합니다. 1997년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국립재생에너지 연구소(NREL)에서 염료감응 태양전지 연구를 3년 가까이하였습니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광전기화학 태양전지로 명명할 정도로 화학을 기본으로 하는 기술분야입니다. 이처럼, 박사 후 연구에서는 주로 기능성 소재를 이용한 소자(전기변색소자 및 태양전지) 연구를 진행하면서 소재 합성에서부터 소자 제작까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박사 후 과정을 마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염료감응 태양전지 연구가 계속하게 되었으며, 2005년부터는 한국과 학기술연구원에서 태양전지 연구를 계속 수행하였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재직 당시 염료감응 태양전지 기술을 기업에 기술이전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기술이전 규모가 컸기 때문에 대학에서 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의 태양전지 연구 분야가 순수 화학보다는 공정과 응용에 더 가까웠기 때문에 2009년에 성균관대로 옮기면서 화학공학부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 생활 초기 우수한 대학원생들을 받을 수 있었고, 그때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을 주도적으로 수행한 김희선 학생(현재 인하대학교 화학과 교수)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저에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3. 교수님께서 새롭게 열어 주신 ‘페로브스카이트 포토볼태익스’ 분야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ABX3 화학식을 갖는 고체 물질입니다. X 음이온은 주로 산소가 많이 사용되지만,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광흡수체인 페로브스카이트는 할로겐 음이온을 사용합니다. 특히 요오드 음이온이 주로 사용됩니다. B 양이온은 납, 주석과 같은 원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산화상 태는 +2입니다. A 양이온은 전체 산화수를 만족하기 위하여 +1가이며 주로 유기 암모늄 이온입니다. 배위수 관점에서 보면 A는 X와 12배위를 하며, B 는 X와 6배위를 합니다. 무기화학에서  12배위를  하는 무기재료는 드문데 페로브스카이트 경우 구조상 A 양이온은 12배위가 가능합니다. 태양전지의 광흡 수 물질은 가시광선을 흡수하여 전자를 여기시켜 광전자를 생성하여야 하는데 특히 흡광 계수가 클수록 광전자 생성 작용이 원활하게 일어납니다. 요오드와 납으로 구성된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은 밴드갭이 1.5 eV 정도여서 가시광선 전부를 흡수할 수 있고, 흡광 계수가 매우 크기 때문에 광흡수 물질로는 매우 우수한 성능을 가집니다. 또한 유기 납 요오드 페로브스카이트는 가전자대가 반결합(antibonding)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함 생성이 잘 되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결함제어를 아주 잘하지  않아도 꽤 높은 효율이 가능합니다. 2012년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최초 개발 당시 효율은 9.7% 수준이었습니다. 2024년 현재 공인 인증된 최고 효율은 26.7%로  실리콘 태양전지(단결정,  비집  광) 효율 26.1% 보다 높습니다. 그리고 기술개발 연사를 보면 기존 태양전지 소재들은 높은 효율을 달성하기까지 수십년이 걸렸지만,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10년 이내 괄목할 만한 효율 성과를 얻었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 소재가 가지고 있는 우수한 공전자 특성 때문 입니다.

 


4. 교수님께서는 지금까지 400편에 가까운 논문을 발표하셨습니다. 돌이켜 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논문 한 편은 어떤 논문인가요? 그에 얽힌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함께 부탁드립니다!


2012년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최초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관련 논문입니다(Sci.  Rep., 2012, 2, 591)*. 2011년에 액체 전해질을 갖는 염료감응 태양전지 구조에 유기염료 대신 페로브 스카이트 양자점으로 6.5% 효율의 태양전지를 발표하였지만,  심각한 안정성 문제로 관련 연구를 발전시킬 수 없었습니다. 액체전해질에  페로브스카이트가  쉽게 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고체 홀전도체를 도입하여 9.7% 수준의 (당시 양자점 태양전지 관련 분야에서는 가장 높은 효율)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에 성공하여 Nature지에 투고하려고 하였지만, 공동연구자인 스위스 EPFL의 마이클 그랏첼 교수님의 권유로 신속하게 연구 내용을 발표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Nature Communications에 투고하였습니다. 투고 당시 에디터에게 연구 내용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편지로 작성하여 보냈습니다. 투고 하루 후 Nature Communications 에디터는 빠른 리뷰 프로세스가  가능하지  못하니 네이처 출판사에서 새로 만든 Scientific Reports로  저널 트렌스퍼를 하라고  권고하였습니다.  매우 중요 한 결과로 판단되어서 임팩트 팩트가 높은 저널에 출판되기를  희망하였지만,  저널의 종류 보다는 신속 한 결과 보고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Scientific Reports로 트렌스퍼를 하여 한달만에 연구결과가 출판될 수 있었습니다.


* 위 언급된 Scientific Reports 논문은 2024년 10월 21일 현재 Google Scholar 기준 8977회 인용되었음)





5. 기후 위기 등과 맞물려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요구와 기대가 갈수록 더 커지고 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 중 매우 중요한 태양광 활용을 위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에서 교수님께서 직접 반드시 해결하고자 하는 부분은 무엇일지요?


2012년 9.7% 효율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발표한 후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2024년 현재 효율은 26.7%로 매우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효율만 보면 당장 상업화를 해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만, 태양전지는 장기간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장기안정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지난 10여 년간 효율 상승뿐만 아니라 장기안정성 확보를 위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장기안정성 문제는 많은 부분 해결이 되었지만, 아직 광 및 열 안정성 확보 기술은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따라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장기안전성 확보에 전념하고자 합니다.



6. 교수님의 훌륭한 연구 결과가 있기까지 교수님께서 배출해내신 많은 훌륭한 제자분들의 역할이 컸으리라 생각됩니다. 교수님께서 대학원생을 지도하심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원칙이나 방식이 있으신지요?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뿐만 아니라 관련 연구 성과에서 학생들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대학원은 사실 무엇을 개발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라는 연구의 방법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미 알려진 물질이나 방법보다는 새로운 물질, 새로운 방법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합니다. 새로운 물질이나 새로운 방법은 관련 분야 연구를 주도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가지 않은 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연구의 발견은 새로운 길을 만드는 연구의 여정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7. 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학과를 선택할 때, 화학과, 화학공학과 등 범 화학관련 학과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성공적인 연구자로서 살아오신 교수님께서 전공 선택에 대해서 조언을 주신다면 미래 연구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미래의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관련 학문에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최근의 기술은 딥러닝과 같은 인공지능 등에 집중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 보니 인공지능과 직접 관련 있는 학과도 필요하고 인기도 있겠지만, 인공지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에너지 관련 학과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기에너지 생성 관련하여 이전에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였지만 이산화탄소 과도 배출로 인하여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최근의 추세는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태양전지와 같은 신재생 에너지기술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는 인류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쩌면 태양전지 기술은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인류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궁극적인 연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학문 분야도 필요하지만, 화학, 물리와 같은 기초 학문은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8. 교수님께서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동하시고 많은 해외 연구자들과도 적극적인 교류를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 정부가 R&D에서의 글로벌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구요. 교수님께서는 연구 활동에서 국제화가 차지하는 의미를 어떻게 보시나요?


국제공동연구를 통한 교류는 매우 중요합니다. 단지 기술의 진보 외에도 관련 연구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됩니다. 국제공동연구를 할 때는 가급적 상대 연구자의 연구실을 직접 방문하거나 초청하여 진행하면 효과가 배가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연구에서도 국제공동연구는 연구의 질적 향상에 매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국제공동 연구자와 연구분야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9. 마지막으로 교수님이 연구를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최종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로부터 얻은 기초 지식을 이용하여 페로브스카이트 광전 특성을 뛰어 넘는 새로운 물질을 만들고 싶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는 발광소자(디스플레이)에 사용하여도 매우 우수한 발광 특성을 보입니다. 엑스레이에 사용하면 엑스레이 검출 특성이 기존 물질보다 더 좋습니다. 이러한 멀티 응용성을 갖는 이유는 물질이 가지고 있는 화학적 결합 특성과 결정구조와 관련 있다고 봅니다. 만약 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의 비밀을 푼다면 페로브스카이트 성능을 뛰어 넘는 플랫폼 소재(멀티 응용성 갖는 소재)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며, 궁극적으로 이러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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