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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서 배우고,실험실에서 구현하고,사회에 기여한다(2025년 10월호)

  • 작성자 사진: 洪均 梁
    洪均 梁
  • 10월 1일
  • 4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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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호 『화학세계가 만난 화학자』에서는 KAIST 화학과의 이해신 교수님을 모셨습니다. 이 교수님은 홍합 의 접착 메커니즘에서 영감을 얻은 생체모방 고분자 연구를 통해, 무출혈 주사바늘부터 탈모 억제 기능성 샴푸까지, 학계와 산업계를 넘나드는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이뤄왔습니다. 단백질-고분자 공학의 융합, 폴리페놀의 기능성 응용, 그리고 바이오소재의 상용화까지, 이해신 교수님의 연구는 실험실 안에 머무르지 않고 시장과 사회의 문제 해결로 확장되어 왔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이해신 교수님의 연구자로서의 연구 철학과, 화학의 실용적 응용, 창업 및 상용화 경험, 그리고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모더레이터: 이현수 교수(서강대학교 화학과)]



1. 교수님의 연구분야는 ‘홍합’의 접착 메커니즘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와 초기 연구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홍합을 주목하게 된 이유는, 바닷속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작은 동물이 거대한 파도에도 떨어지지 않고 바위에 단단히 붙어 있다는 사실이 매우 인상 깊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홍합이 분비하는 접착 단백질 속에 존재하는 DOPA와 lysine이라는 두 아미노산의 역할에 주목했습니다. 우선 저의 홍합 접착 메커니즘의 최초연구는 DOPA가 TiO2등과 같은 metal oxide표면에서 단일분자가 붙는 힘을 측정하는 데서 비롯하였습니다 (PNAS 2006). 아미노산의 단일분자가 표면에 붙는 힘을 측정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까다롭고 논문 심사 중에도 리뷰어를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에 DOPA의 잔 기이면서 동시에 폴리페놀(polyphenol)에서 발견되는 카테콜(catechol)과 양이온성 아미노산인 라이신의 아민기를 합친 카테콜아민(catecholamine)이 홍합과 같이 지구상의 거의 모든 표면을 코팅할 수 있는 능 력을 보인다는 연구를 발표하였습니다(Science 2007). 현재 표면개질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폴리도파민 이 본 연구를 통해 나온 물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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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홍합에 사용되는 DOPA라고 하는 아미노산의 특징을 활용한 다양한 응용 연구를 하고 계시는데요, 개발하고 계신 기술들에 적용된 기본적인 화학적 원리와 그것이 실제 고분자 설계에 어떻게 반영 되고 있는지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카테콜아민은 산화금속표면(구리, 철, 티타늄, 아연, 반도체 표면 등)에 배위결합으로 붙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플라스틱과는 π-π 결합과 플라스틱 표면의 음전하와 카테콜아민의 양전하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합하게 됩니다. 최근 cation-π 상호작용연구에 의하면 카테콜아민의 양전하 부분이 표면에서 cation-π 상호작용을 하는 메카니즘도 보고되었습니다.

생체내 분자인 단백질과 DNA에서는 카테콜이 일부 산화되어 카테콜-퀴논 구조가 되며 이는 단백질의 amide  backbone과 즉각적으로 수소결합을 하여 조직 표면에 코팅이 됨이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혈액 내의 단백질과 결합하여 인공적 혈액응고(artificial coagulation)를 일으키는 현상도 보고되었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러한 성질을 최적화하여 폴리페놀성 고분자를 설계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3. 의료용 무출혈 주사바늘, 탈모 억제 샴푸 등 다양한 실용적 기술을 개발해 오셨습니다.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으시는지, 그리고 실용화를 위해 어떤 점에 중점을 두시고 개발을 진행하 시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소개해 주십시오.


폴리페놀 연구를 2003년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하고 있으니 23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다양한 폴리페놀성 고분자 물질을 만들어 주위의 다양한 물질에 붙여 본 경험에 의하면, 가장 궁합이 잘 맞는 분자가 단백질과 DNA와 같은 생체분자들입니다. 이러한 연구 경험에서 쌓인 노하우가 지혈기능을 보이는 무출혈 주사바늘을 만들게 된 동력이 되었습니다. 또한 헤어 표면은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폴리페놀이 잘 접착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다양한 헤어제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실용화를 위해서는 최종소비자의 피드백을 진심으로 귀기울여 듣고, 제품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연구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연구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시하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하는 분위기가 좋은 성과를 낳을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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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폴리페놀팩토리’ 설립과 브랜드 ‘그래비티’ 출시까지 의 과정을 통해 연구자가 창업에 뛰어들며 겪었던 도전과 그 과정에서 얻으신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창업을 하면 exit을 할 때까지는 발을 뺄 수 없는 긴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라, 창업 자체가 ‘도전’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를 믿고 같이 시작한 동료들, 매일 정시에 나와 맡은 바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직원 여러분들을 보면 매시간이 도전과 배움입니다. 제품을 수도 없이 수정하며, 샴푸에 들어가는 특수 폴리페놀을 대량생산 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 등 매순간 순간이 저에게 도전입니다. 곧 일본 라쿠텐에 수출을 하기 시작하는 또다른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설레임 속에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5. 교수님께서는 연구성과를 단순히 ‘제품화’가 아니라, ‘사회적 기여’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고 연구를 수행해 오셨습니다. 그 배경에는 어떤 철학이나 가치관이 있으신가요?


연구를 통한 사회적 기여라는 철학은 저의 Post-Doc 스승님이신 MIT Robert Langer 교수님께 배운 것입니다.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그 제품을 통하여 어떻게 사회적 기여를 하며 그 제품이 꼭 필요한 사람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이 말씀하셨습니다. 그 분이 창업하신 Moderna도 RNA 치료제를 개발하고 임상하는 도중에 COVID19로 인해 방향을 바꾼 것일 뿐입니다. Langer 교수님으로부터 배운 철학이 큰 영향을 주었고, KAIST에서 독립적인 연구를 시작하면서 가지게 된 나름대로의 가치관이 더 해지면서 지금의 연구에 대한 저의 가치관이 형성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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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교수님의 연구는 화학, 재료, 생명, 나노 등 다양한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연구의 전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연구 분야 간 소통이나 협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인지요?


연구 분야 간의 공통의 언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로 다른 과학적 배경을 가진 학자들과 그 길을 수학하는 학생들과 이야기할 때 새로운 개념을 짧은 시간에 쉽게 설명해 주고, 그 개념을 정의하는 단어와 언어를 가지고 소통합니다. 최근 제가 연구하는 헤어 분야도 폴리페놀 화학을 적용하고 있지만 그 안에 고분자화학이 있고, 헤어 표면화학 및 생물학이 있습니다. 이 접점에서 서로를 잘 이해하고 소통하는 언어를 만들어 내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재미를 유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의 협업에서는 이러한 소통이 좋은 성과를 내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7. 후학들에게 융합형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자세나 태도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단순히 지식을 넓히는 것이 융합이 아니라 서로의 분야를 존중하는 태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내가 겸손해야 상대방도 마음을 열고 나에게 가르쳐 주려고 합니다. 책으로 구글로 유튜브로 배우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자신의 전공에 뿌리를 두되, 열린 마음을 가지고 다른 학문을 배우고 협력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8. KAIST에서 학생들을 지도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교육 철학이나 원칙이 있으신가요?


이창호와 알파고의 대국을 보면서 앞으로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의성 위주의 교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험실 박사과정 학생들을 지도할 때에도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합니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면 AI도움을 받아 같이 빠른 속도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전반적으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의 능력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9. 길을 고민하고 있는 청년 화학자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창업을 고려하고 있는 젊은 과학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연구의 길을 접어드는 청년들은 많은 경우에 단기간에 실적을 내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성급하게 하지 말고 차근차근 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차근차근 자기의 연구를 지도교수님과 열심히 하면 자기 만의 연구 방향이 잡히게 되고, 그 방향이 잡히면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 교수님께서 향후 연구 기간 동안 이루고자 하는 목표나 꼭 도전하고 싶은 과학적 질문이 있으시다면 무엇인지요?


저를 통해서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불어넣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이공계의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의 연구 성과를 통해서 이공계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을 막고,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다면, 연구자로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향후에 제 연구를 통해서 이러한 모범사례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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