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빛낸 화학자 42(화학세계 9월호)
- 성완 박
-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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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성(高鐘聲) GENOSCO 대표이사 (1957~)

고종성 대표는 1957년 강원도 횡성군에서 태어나 횡성, 원주에서 유년기를 보냈으며 원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1979)를 졸업하였다. KAIST에 진학하여 KAIST 총장을 역임하신 심상철 교수(대한민국 과학기술유공자, 작고)의 지도하에, 피부암에 관여하는 Psoraren의 광화학 반응 연구로 1981년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KAIST를 졸업한 후 신약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여 현재의 LG 화학연구소의 전신인 럭키 중앙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연구 생활을 시작하였다. 고종성 대표는 럭키 중앙연구소 근무시 그의 인생 멘토이신 최남석 원장(대한민국과학기술유공자, 작고)과 일하면서 인생의 비전을 신약 개발로 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럭키 연구소를 근무하면서 고종성 대표는 화학만을 알아서는 신약 개발을 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느껴 화학과 생물학을 접목할 수 있는 유기 생물학을 공부하기 위해 그 당시 이 분야를 개척한 Caltech 화학과의 Peter B Dervan(US National Medal of Science 수상자) 실험실에서 연구하기 위해 도미하여 “Design of novel bases for recognition of GC base pairs by oligonucleotide-directed triple helix formation”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박사학위 과정을 하는 동안 그는 현재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적을 많이 내고 있는 훌륭한 과학자들과 교류하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유기화학과 생물학을 접목하여 연구함으로써 신약 개발에 필요한 능력을 키웠다. Caltech 졸업 후 면역학과 항체 연구를 위하여 오늘의 TSRI (The Scripps Research Institute)를 세계적 연구소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신 총장이시며 훌륭한 과학자이신 Richard Lerner(Wolf Prize 수상자) 연구실에서 항체 라이브러리 및 Catalytic Antibody에 관해 연구하였다. 이 경험이 고종성 대표가 신약 개발에서 생물학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1991년 LG 화학연구소에 돌아와 기존의 항생제 위주의 신약 개발에서 탈피하여 효소억제제 중심의 Peptidomimetic연구, 조합 화학 연구, 고속약효 평가, 화합물 은행 등 LG화학에 새로운 신약 연구 Platform을 만드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 1996년에는 UC Berkeley John Ellman Lab에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조합 화학을 연구하며 화합물 은행과 고속약효 평가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갖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고종성 대표는 조합 화학과 고속약효 평가 기술 구축 사업으로 1999년 제1기 국가지정연구실(NRL: National Research Laboratory) 책임자로 선정되어 한국에서 처음으로 화합물 은행과 고속약효 평가의 Platform을 구축하였다. 이러한 사업의 성과는 2000년 한국화학연구원에서 김성수 박사(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주도로 화합물 은행이 탄생하는데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현재 한국화학연구원의 화합물 은행 Platform은 한국 신약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고종성 대표는 SBDD(Structure Based Drug Design)을 이용한 신약 개발연구에도 큰 노력을 기울였다. 이 기술을 이용하여 LG화학 재직 중에는 여러 가지 개발 후보들을 많이 발굴하였으며 대표적인 성과는 LB42908(항암제)와 LC15-0444(Zemiglo: 당뇨치료제)이다.
LB42908은 Farnesyl Transferase Inhibitor로서 암세포가 성장하기 위한 Ras 신호전달에 매우 중요한 효소인 Farnesyl Transferase를 억제하는 물질이다. Farnesyl transferase는 1990년대 항암제 개발을 위한 주목을 받았던 표적이었다. 고 대표는 이 물질을 발명하여 미국 NCI와 CRADA (Cooperative Research and Development Agreement)라는 공동연구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미국 NCI로부터 임상을 위한 독성 연구, 제형 연구 등 IND를 위한 전임상 연구 및 인력 지원을 전액 지원받았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인 Novartis와 기술수출 협상이 잘 진행되었으나 성사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중도에서 멈추게 되어 마음고생을 많이 하였다고 한다. 그 당시 LG화학은 기대했던 항생제 Factive가 미국 FDA 신약 허가를 받지 못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다국적 기업 Novartis가 매우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계약이었기에 전사적으로도 더 실망이 컸다고 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 경험은 신약 개발에 필요한 많은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첫 번째는 글로벌 경쟁력있는 신약 연구 필요성, 두 번째 성공적인 공동연구를 위해 고려할 점 습득, 세 번째 기술수출에 중요한 Due Diligence의 중요성 및 다국적 기업과 Deal 전략 등을 몸소 체험하였다.

커다란 실망 속에서도 고종성 대표님은 2003년 LB42908의 큰 경험을 바탕으로 당뇨치료제의 신약 연구를 착수하게 되었다. 그 당시 한국은 당뇨환자의 폭증으로 새로운 당뇨치료제가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그 당시 전 세계적으로도 뜨거운 신약 개발 분야가 당뇨치료제였으며 가장 뜨거운 표적은 DPP IV라는 효소였다. DPP IV는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비만/당뇨치료제 GLP-1이라는 펩타이드를 분해하는 효소이다. DPP IV 저해제로 GLP-1의 분해를 억제하면 혈중에 충분한 GLP-1이 유지되어 당뇨 수치를 낮추는 아이디어였다. 고 대표가 당뇨 프로젝트를 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한국인을 위한 당뇨치료제를 조속히 성공시켜, 다국적 제약회사인 Merck의 DPP IV억제 당뇨치료제 Januvia에만 한국 당뇨환자가 의존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즉 Januvia보다 좋은 당뇨 치료제를 만들어 한국 당뇨환자를 치료하여 당뇨 치료 주권을 확보하고, 환자 치료로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여 과학자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었다. 고종성 대표의 바람과 그의 열정에 답하듯 SBDD를 잘 적용한 덕택으로 프로젝트의 빠른 진전이 이루어져 임상을 통하여 Zemiglo가 되는 LC15-0444를 발명하였다. 특히 이물질의 초기 아이디어는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당뇨학회 참가 후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아이디어가 났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그는 신약 개발 관련 국제 학회에 신약개발 연구자들이 많이 참석하기를 추천한다고 한다. 학회에서 새로운 흐름을 조기에 파악하고 문제점을 논의하여 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신약을 개발하면 글로벌 수준의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LC15-0444는 산업자원부의 바이오 스타 프로그램의 적극적 임상 개발 지원과 LG생명과학(현재 LG화학)의 적극적 임상개발로 발명된 지 8년 만에 Zemiglo(Gemigliptin)가 되어 한국 최초의 당뇨신약으로 탄생하였다. 2024년 제미글로 제품군(제미글로, 제미메트, 제미다파, 제미로우)의 2012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판매액이 1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국내 개발 신약으로는 처음 있는 성과이다. 고종성 대표의 아이디어와 그의 연구팀의 열정적인 노력이 대한민국의 당뇨 치료 주권을 세웠다고 생각된다.
고종성 대표는 2007년 LG화학을 떠나 국가 글로벌 항암 사업단장으로 초빙되어 한국화학연구원(KRICT)-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으로 구성된 3개 출연(연) 사업단장 겸 화학연구원 항암연구센터장을 역임하면서 화학연구원에 Kinase 기반 항암제 개발의 Platform을 확립하여 화학연구원의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Kinase 분야에 신약연구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2008년 고종성 대표는 그의 글로벌 신약에 대한 비전 실천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안정한 직장 한국화학연구원을 떠나 세계 신약 개발 메카인 미국 보스턴에 진출을 결정하고, 제노스코 신약 개발연구소를 설립하는 대담한 결정을 하게 된다. 2008년은 미국의 경제 위기가 몰아닥쳐 미국 경제가 침몰하는 해였다. 당시 다국적 제약사가 대량 해고로 많은 과학자들이 직장을 잃고, 한국인 과학자들은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고종성 대표는 역으로 신약 개발을 위해 미국 진출을 택한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로 보스턴에 연구하는 결정으로 내렸다고 한다. 첫째는 정밀 의약 실현을 위한 표적치료제 개발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었다. 두 번째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는 보스턴과 같은 훌륭한 인재와 생태계가 필요했다. 세 번째는 적은 인원으로도 스마트하게 신약 연구 개발하면 글로벌 신약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의 믿음과 용기 있는 결정은 대한민국 신약 개발의 새로운 역사를 쓴 미국 FDA/유럽/일본/중국/한국에서 허가받은 표적 항암치료제
Lazcluze(Lazertinib, GNS-1480)을 탄생을 이끌어냈다.

고종성 대표가 Lazcluze 프로젝트를 하게 된 동기 중의 하나는 좋은 폐암치료제를 만들어 한국의 많은 폐암 환자를 치료하여 대한민국 폐암치료 주권을 확보하자는 데 있었다. 과학적 배경은 다음과 같다. 폐암은 한국인 사망원인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폐암 발생 원인이 EGFR(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상피세포 성장 수용체)라는 유전자의 변이로 생기는데 한국인의 폐암의 40~50%가 이 유전자의 변이에 의해 생긴다. 따라서 EGFR 변이를 선택적이고 비가역적으로 억제하면 좋은 표적 폐암 치료제가 되겠다는 확신을 갖고, 고종성 대표는 LG화학에서 같이 근무했던 이재규 박사를 포함한 연구원들과 함께 EGFR 돌연변이 표적 비가역 억제제 Lazcluze 발명에 성공한 것이다. 2014년 발명된 GNS-1480이 10여 년간 전임상/임상시험을 거쳐 2024년 8월 미국 FDA 허가를 받아 명실상부한 글로벌 폐암 신약으로 Lazcluze(Lazertinib)로 탄생한 것이다. Lazcluze 의 성공은 제미글로 성공과 더불어 한국 신약 개발 역사에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으며 한국의 신약 연구자들에겐 용기와 희망을 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대한민국의 당뇨 치료 주권과 폐암 치료 주권을 확보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하였다. 고종성 대표 개인으로서는 평생에 한 번의 좋은 치료제를 개발하기도 어려운데 2개의 신약을 개발하는 엄청난 업적을 내서 과학자로서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고종성 대표는 신약 개발 이외에 학술 활동, 신약 개발교육, 후학양성, 신약 개발자들의 네트워크 활성화에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신약 개발을 하면서 40편 이상의 논문 발표와 다양한 학회에서 기조 강연을 하였다. 특히 대한화학회 135회 학술대회에서 그의 기조 강연은 많은 화학자 및 신약 개발에 종사하는 연구원들에게 신약 개발에 대한 꿈을 갖게 하고, 꿈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자세 및 영감을 불어 주었던 학회로 기억되었다. 후학양성을 위해서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면서 학생들에게 현장경험을 살려 열정적 강의를 통하여 신약 개발의 Know-How를 전수하기 위한 교육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보스턴에서 KABIC(재미 바이오인협회)을 세워 대학원 및 포스닥들의 신약 개발 교육에 큰 노력을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강원도 지역사회 연구소나 대학 발전에 기여하고자 바쁜 한국 출장 중에도 춘천에 들러 강원대학교 화학과,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SKAI(Scripps Korea Antibody Institute)에서 세미나를 비롯하여 연구자들에게 많은 현장 조언을 주셨다. 또한 보스턴에 방문하는 강원대학교 화학과 이필호 교수 연구실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글로벌 원정대(Global Finder)의 하버드, MIT를 비롯한 연구 기관과 기업을 탐방하는 기회를 마련하여 주셔 학생들이 국제 감각을 갖고 연구에 임하는 자세를 갖게 하셨다.
고종성 대표의 2번의 신약 개발을 통해 환자 치료, 대한민국의 당뇨와 폐암 치료 주권을 확보한 기여, 한국의 신약 개발 글로벌화에 기여를 인정하여 대한민국 정부는 고종성 대표에게 국민훈장 목련장을, 라이너 생명재단은 생명 존중 대상을, 매일경제는 올해의 과학 기업가상을, 원주고등학교는 13회 자랑스러운 원고인 상을 수여하였다. 고종성 대표는 현재 보스턴 소재 GENOSCO에서 왕성한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3번째, 4번째 신약 개발을 꼭 성공시켜 사회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한다. 오랫동안 교류해 온 저로서는 고 대표의 과학자로서 열정과 노력이 그가 추구하는 3번째와 4번째 신약 개발도 성공할 것이라는 믿으며, 고 대표의 신약 개발 성공을 통해서 고통받는 많은 환자가 치료되어 희망과 삶의 질이 개선되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
글 강원대학교 화학과 교수 이필호
(대한화학회 제54대 회장, 2024-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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