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빛낸 화학자 49(2026년 2월호)
- 1월 31일
- 6분 분량
김홍석(金洪碩) 경북대학교 교수(1953~)

김홍석 교수님은 한국사회에서 이공계 분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을 융합하여 화학 발전을 위한 토양을 조성하는데 학자, 교육자, 그리고 행정가로서 많은 기여를 하셨다. 1953년 경상남도 하동군에서 태어나, 서울 대방초등학교, 양정중학교, 양정고등학교를 거쳐 1976년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에서 이학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한국과학원(KAIST) 화학과에서 심상철 교수의 지도하에 이학석사(1978년)를 취득하였다. 석사 학위 취득 후 김홍석 교수님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응용화학부 의약화학연구실 연구원(1978~1981)으로 활동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UC San Diego 화학과 E. Wenkert 교수 지도하에 로듐(Rh) 촉매 하에 디아조 화합물과 알켄 화합물들 간의 반응으로 얻은 시클로프로판 유도체를 이용하여 7각 고리화합물을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한 천연물(Nezukone, Colchicine 등)의 효과적인 합성법 개발 연구로 박사 학위(1985년)를 취득하였고, 이후 박사후 연구원으로 미국 Rice 대학 생화학과 J. Schroepfer 교수의 연구실에서 Research Associate(1986~1988)로서 콜레스테롤의 생합성에 관여하는 HMG CoA 환원효소 저해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생리활성물질의 합성과 그의 대사과정에 대한 연구 경험을 쌓았다.
1988년 경북대학교 공업화학과(현 응용화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학위 과정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스테로이드 골격을 갖는 화합물을 중심으로 한 생리활성 물질분야와 디아조 화합물을 이용하는 헤테로고리 화합물의 합성 및 이를 이용하는 선택적 분자인지 분야에 응용하는 화학센서 연구로 더욱 확장하면서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을 연계하는 다양한 결과들을 논문과 특허로 발표하였으며 그 주요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5-케토스테롤 유도체인 화합물 I(Fig. 1)은 세포 내에서 HMG-CoA 환원효소의 활성을 저해하여 콜레스테롤의 생합성을 억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김홍석 교수님은 화합물 I의 주요 대사체인 화합물 II를 최초로 합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화합물 II와 그 유도체들에 대한 전합성 연구를 수행하여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디오스게닌(Diosgenin)을 출발물질로 하여 화합물 II를 포함한 5종의 15-케토스테롤 유도체들을 합성하는 유용한 방법(Bioorg. Med. Chem. Lett. 1993, 3, 1339; Steroids 1999, 64, 844)을 보고하였다.

합성된 화합물들의 구조는 핵자기 공명 분광법(1H NMR, 13C NMR), 질량분석법, 그리고 적외선 분광법 등 다양한 분광학적 기법을 사용하여 규명하였고, 특히 14번 탄소의 입체화학은 이차원 핵자기 공명 분광법(NOESY NMR 및 COSY NMR)을 통해 명확히 규명하였다.
나아가 15-케토스테롤 화합물 I 이 HMG-CoA 환원효소의 활성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동맥경화성 심혈관 질환의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콜레스테릴 에스테르 전이 단백질(Cholesteryl Estser Transfer Protein, CETP)을 억제하는 효과를 in-vitro assay를 통해 확인함으로써 고지혈증 치료제 개발에 이중 작용제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Bioorg. Med. Chem. 1995, 3, 367).
교수님은 15-케토스테롤 유도체들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스테로이드 골격을 가진 화합물에 대한 전합성 연구를 확장하여 또 다른 HMG-CoA 환원효소 억제제로 알려진 해양 천연물인 파보니닌-1과 2의 아글리콘(화합물 1, 2, Fig 3)을 효율적으로 합성하는 방법을 최초로 개발하였다 (Tetrahedron 1997, 53, 8129).

스테로이드와 폴리아민이 결합된 Squalamine은 3β-아미노 스테로이드 화합물로서 상어의 위 점막에서 발견된 항생물질이다. 교수님은 스테로이드 골격의 3위치에 아미노 스퍼미딘기와 7α-위치에 히드록실기가 도입된 화합물들과 7α-위치에 하이드록시, 플루오린, 그리고, 아미노기가 도입된 화합물들(1, 2, 3)을 합성(Fig 4)하고 이들의 항세균성 및 항바이러스성질을 조사하였다(Bioorg. Med. Chem. Lett. 2001, 11, 3065; Tetrahedron Lett. 2005, 46, 7675; Tetrahedron Lett. 2007, 48, 5189; Bioorg. Med. Chem. Lett. 2007, 17, 5139; Bioorg. Med. Chem. Lett. 2008, 18, 2558).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김홍석 교수님은 연구실 명칭을 천연물 연구실에서 기능성 유기재료연구실로 변경하고 이온선택성 물질과 화학센서분야의 연구로 연구 분야를 확대하면서 학문의 발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였다.
금속 양이온과 할로겐 음이온 등을 정밀하게 검지하는 이온선택성 센서의 개발은 생명 공학 분야와 환경보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철(Fe2+ / Fe3+), 구리(Cu2+), 아연(Zn2+)과 같은 전이 금속은 생체내에서 효소활성, 산소 운반 및 신경 전달에 관여하지만 생체 내에서 과도하거나 부족할 경우, 다양한 질병의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생체내에서 이러한 이온들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고감도, 고선택성 센서의 개발은 질병의 조기 진단 및 기전 규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수은(Hg2+), 알루미늄(Al3+)과 같은 중금속과 불소(F-), 요오드(I-)와 같은 음이온의 축적은 생태계 파괴와 인간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형광 센서는 높은 감도, 우수한 선택성으로 복잡한 생물학적 기질 내에서도 특정 이온만을 선택적으로 인지하여 광학적 신호를 변화시킴으로써 환경 모니터링 및 임상 진단 도구로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교수님은 다이아조 화합물과 티오아미드를 이용하여 다양한 구조의 티아졸 고리화합물을 합성하고 암모늄 이온, 금속 양이온 및 특정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감응하는 이온선택성 전극물질을 개발하였다. 티아졸 고리를 포함하는 벤조크라운 에터 유도체(TDBC)가 알칼리금속(Supramol. Chem. 2007, 19, 277) 및 암모늄 이온을 선택적으로 감응하는 결과를 형광스펙트럼과 이온선택적 전극실험을 통하여 확인하였으며(Anal. Chem. 2000, 72, 4683), 이의 작용 메커니즘을 저온 X-ray 구조 연구를 통하여 확인하였다(Crystal Growth Design, 2002, 2, 309). 암모늄 이온 센싱을 응용하여 티아졸 벤조 크라운 에터와 티옥트산(Thioctic acid)을 에틸아민으로 결합시킨 화합물(TDCEA)을 금 표면에 자기조립 단분자층으로 고정시킨 뒤 암모늄 이온과(Sen. Act. B 2015, 207, 1026), 알부민 단백질(Biosens Bioelectron. 2008, 23, 1904) 바이오센서로 개발하였다(Fig 5).

ω-아미노산인 γ-aminobutyric acid(GABA)를 선택적으로 인지하는 TDBC 기반의 수용체를 합성하여 1H NMR titration과 ICT 실험으로 그 선택특성을 규명하였다(Supramol. Chem. 2013, 25, 16). 또한 벤젠고리에 3개의 티아졸 고리가 치환된 TMB를 합성하여 양이온 및 암모늄 이온에 대한 선택성도 조사하였다(Talanta 2007, 71, 1986). 티아졸 골격의 치환체를 정교하게 설계하여 금속 양이온과 음이온을 선택적으로 감지하는 형광 센서 연구 분야에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각 화합물들의 구조를 조절하여 여기상태 양성자전이(Excited-State Intramolecular Proton Transfer, ESIPT) 메커니즘과 착화합물 형광증감(Chelation Enhanced Fluorescence, CHEF) 작용을 이용하여 다양한 금속 양이온(Zn2+, Cu2+, Ga3+, Al3+)과 음이온(F-, I-, CH3COO-, CN-) 들을 선택적으로 감지하는 형광 센서들을 시리즈로 개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Fig 6).

중성 분자의 인식을 위한 수용체로 페로센 유도체(Chem. Commun. 2014, 50, 7670), 피렌 유도체(New J. Chem. 2014, 38, 1711), 콜레스테롤의 3α, 7α에 3-이미다졸 아미노기가 도입된 유도체들(Tetrahedron Lett. 2014, 52, 6743)을 개발하였다. 페놀, 살리실 산, 피크릭 산을 각각 선택적으로 인지하는 수용체로 응용하였다(Tetrahedron Lett. 2015, 56, 7094; Dye Pig. 2015, 122, 351; RSC Adv. 2015, 5, 81808; RSC Adv. 2015, 5, 23613).
피렌 술폰아미드(PSA) 기반 Fe3O4 NPs(무기/유기 하이브리드 나노입자, Fe@SiO-PSA)를 합성하여 Ga3+에 선택적으로 형광 감응하고 I- 음이온에 선택적으로 소광되는 “OFF-ON-OFF” 유기/무기 형광센서를 또한 개발하였다(Sen. Actuators, B 2017, 239, 85).
교수님의 연구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하나의 센서로 금속이온을 감지한 후, 그 복합제를 이용하여 다시 음이온을 감지하는 순차적 인지(Sequential Sensing) 방식이다. 대표적인 예로, 술폰아미드기가 치환된 티아졸 화합물이 구리 이온을 감지(turn off)한 뒤, 요오드 이온을 추가하여 형광을 다시 회복(turn-on)시키는 연구이다(Fig. 7. Bull. Korean Chem. Soc. 2019, 40, 163).

경북대학교 공과대학 부학장으로 산학연 컨소시엄사업을 통해 기초학문 분야 외에 응용학문분야에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지방업체들에 대한 자문과 산학협력을 이어간 김홍석 교수님의 헌신적인 기여 또한 화학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공헌이다. ㈜이엔에스와 산학연컨소시엄사업을 통해 전자회로 기판용 환원제 개발에 참여하여 한국특허를 등록하였고, ㈜화진산업과는 기업부설연구소 사업을 통해 자동차 부품용 부직표 가공 생산 공정을 개발하였고 ㈜용진포춘과는 탄소배출용 휴대폰 소재 약품개발에 참여하였으며, ㈜프로그린텍과는 환경친화적 인쇄 용제 개발에 참여하는 등 지역 소재의 중소기업들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4건의 특허를 획득하고 지역산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지역 업체들의 애로기술자문 요청에 적극적인 기술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국제 협력 사업으로는 ㈜Solvey의 태양광 소재 개발에도 참여하였으며, 산학연구와 기초학문 분야에서 2편의 국제 특허와 15편의 한국특허를 등록하였다.
또한, 교수님은 학내의 산학관련 주요 보직을 역임하며 교육 및 산학협력 그리고 연구 행정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특히, 공과대 학생들에게 경제, 경영, 인문학을 접목시켜 21세기 첨단사업기술을 위한 정책전문가를 양성하는 기술정책 전공을 1997년 경북대학교 산업대학원에 도입한 1세대로 기술정책 교육을 통해 서울이나 해외지역 학생들에 비해 현장경험과 연구수행능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지방대 학생들에게 인문학과 과학기술 및 산업정책분야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국제수준의 다양한 강의를 제공하고 고급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11년간 전공주임으로 봉사하며, 과학기술정책과 고급공학기술 교육에 힘써 100여 명의 석사과정 학생을 지도하였고, 80여 편의 석사논문 작성에 참여하였다.

밀레니엄 첫해인 2000년에 김홍석 교수님은 유기화학분과의 발전을 위하여 이은 분과회장님, 백경수, 남계춘 간사와 협력하여 유기화학 하계 워크숍을 기획하고 문경에 있는 이화여자대학교 고사리 수련관에서 45여 명의 교수님 및 연구책임자와 100여 명의 대학원생이 참여한 제1회 유기분과회 하계 워크숍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이러한 첫발은 계속 이어져 2025년 여름 25회 하계 워크숍으로 성황리에 발전하여 이어져 오고 있다.
2004년에는 독일 킬에서 개최된 제36회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 한국 대표단 단장으로 대회에 참가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종합 2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었고, 2010년부터는 2년에 걸쳐 한국화학센서 연구회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직을 수행해 바이오, 화학센서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였다.

2012년에는 대한화학회 유기화학분과회 회장직을 맡아 제31회 유기화학심포지엄 및 정기총회를 대전 한국화학연구원에서 개최하였고, 젊은 대학원생들과 연구자들이 참가하는 제12회 유기화학 하계 워크숍을 안동 한국국학진흥원에서 개최하여 최신 연구 결과들과 연구자들의 교류를 통해 유기화학분야 연구자들을 지원하였다.
2015년에는 대한화학회 회장 및 기초과학협의체 회장으로서 학회 발전과 과학교육 증진에 헌신하였으며, 같은 해 부산에서 세계화학자대회(IUPAC-2015)의 대회장으로 세계 70여 개국에서 참석한 연구자들과 젊은 차세대 화학자를 위한 노벨 수상자들의 기조강연을 3회 개최하는 등 성공적으로 운영하여 한국 화학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교수님은 32년간 경북대학교에 재임하시면서 교육자로 우수한 연구인력을 양성하여 47명의 석·박사를 배출하였고 그 과정에서 121편의 SCI 급 논문을 발표하였다. 학위를 마친 제자들은 현재 국내외에서 대학 및 정밀화학, 전자재료, 제약,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산업체들의 연구소에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는 1988년 김홍석 교수님이 경북대학교 공업화학과에 부임하실 당시에 학부 2학년생으로 교수님의 첫 유기화학 강의를 수강하면서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였다. 당시 학업이나 미래에 대한 설계 같은 것들에 고민 없이 대학 생활을 즐기던 필자에게 미국에서 학위 과정을 마치고 첫 부임하신 젊고 열정적인 교수님과의 만남은 일생일대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부드럽고 온화한 성품에 유기반응의 상세한 메커니즘을 칠판을 가득 채워가며 강의하실 때에는 마치 내가 직접 그 물질을 합성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을 만큼 생생하게 다가왔고 이런 것을 내가 직접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후 석사 과정을 마칠 때까지 4년 반 동안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유기합성반응의 설계와 실험, 연구노트 작성법, 목적 화합물과 불순물을 분리하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방법들을 체계적이고 세세하게 교수님의 지도를 받는 행운을 얻었고 그 때의 경험들은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취업한 제약회사에서 지난 33년간 의약품의 주성분을 대량 합성할 수 있는 유기합성방법을 개발하는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던 한 우물을 파는 원동력이 되었다. 교수님은 실패한 실험이라도 그냥 버리는 경우가 없었고 소량 생성되는 불순물들도 일일이 분리해서 반응에 관련된 정보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것을 말이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그런 분이셨다. 세상의 큰일은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부터 하나씩 쌓아 가야 한다는 교수님의 연구철학과 자세는 화학뿐 만 아니라 모든 학문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교수님은 2019년 2월 정년퇴임 후 경북대학교 응용화학공학부 명예교수로 재직하며, 30여 년간 대학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 학회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화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셨고, 현재도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제2의 인생을 활발하게 펼쳐 가고 계신다. 앞으로도 후배 연구자들에게 많은 조언과 우리나라 화학 발전에 기여하실 수 있도록 건강과 축복을 기원드린다.
글글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의약공정부문장 오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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