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빛낸 화학자36(2025년 6월호)
- 성완 박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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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영규(都暎圭) KAIST 교수(1950~ )

도영규 교수님은 1950년 서울에서 태어나셔서 서울대 문리대 화학과를 졸업하시고(1969-1973) 2년간 KAIST 화학과에서 (故)전무식 교수님의 지도 하에 석사학위 과정을 밟으셨습니다. 이후 Harvard 대학교에서 Holm 교수님 지도하에(1979-1984) 생무기화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1985-1987년 동안 UCLA대학의 Hawthorne 교수님 연구실에서 붕소 뭉치화합물인 카보레인(carborane) 화학 분야에서 Post-Doc 과정을 수행하시고 1987년 KAIST 화학과에 부임하셨습니다. 2015년 은퇴하실 때까지 자연대학장(2006-2010), 한전석좌교수(2011-2014)를 역임하셨습니다. 2013년 탄소문화상 학술상을 수상하셨으며 2015년 정년퇴임 이후 현재까지 KAIST 화학과 명예교수님으로서 학교와 학과 발전에 기여하고 계십니다.
도영규 교수님은 국내/외 화학계 학회 활동 및 학술교류에 큰 기여를 하셨습니다. Journal of Organometallic Chemistry, Inorganic Chemistry 등 무기화학 분야 저널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시는 한편 Chemistry – An Asian Journal 발간을 주도하셨습니다. Eurasia Chemistry Conference 조직위원, Pacifichem 무기분과 조직책임자로 봉사하셨고, 보론화학 학회인 IMEBORON의 주요 멤버로 활동하셨습니다. 특히 국내 무기화학계 국제 교류를 위해 한일/한중/한미 무기화학 정례 심포지엄을 기획, 추진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셨습니다. 2004년 대한화학회 부회장, 2005년 무기분과회장, BKCS 편집위원, 대전충남지부장 및 국제협력 임원, 올림피아드 위원 및 여름학교 교장 등 대한화학회 임원진으로 봉사하시면서도 연구재단 이사 및 운영/심사위원 활동 등 화학계를 대변하는 일에도 성실히 활동하셨습니다. 또한, KAIST에서도 대학 발전을 위해서 많은 공헌을 하셨습니다. 자연과학대학 학장 재임 시 기초과학동 건립을 주도하셨으며 명문대 벤치마킹 등을 통해 KAIST의 국제화에 앞장서셨고, 수학과와 응용수학과의 학과 통합을 위해서 큰 노력을 기울이셨습니다.

도영규 교수님은 KAIST 화학과 재직 기간동안 분자소재연구실을 운영하시면서 전이금속 원소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유기금속 분자개발 및 소재응용 연구분야에서 뛰어난 연구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첫 번째 연구분야로 메탈로센(metallocene) 구조로 대표되는 전이금속 화합물을 합성하고 이를 분자촉매로 사용하여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스티렌 등의 고분자 물질을 합성하는 분야에서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국내 균일계 올레핀 중합촉매 개발 연구의 초창기부터 연구를 주도하셨으며, 1999년에는 4족 금속 티타늄(Ti)을 함유하고 반쪽 메탈로센(half-metallocene) 형태인 titanatrane 화합물을 처음으로 보고하셨습니다(Organometallics 1999, 18, 36). 뛰어난 안정성과 높은 활성으로 교대배열 폴리스티렌(sPS)을 제조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계를 제시하셨습니다. 또한, 유기금속 분자의 리간드 구조 조절을 통해 고분자 중합 촉매의 성질을 조절하는 다양한 연구방법을 제시하셨습니다. 일례로 메탈로센 구조에서 양쪽 샌드위치 리간드를 Si 기반 다리 리간드로 연결하면 4족 금속(Ti, Zr) 활성종 주변의 공간적 환경이 분자 수준에서 조절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촉매의 올레핀 중합 성능 및 제조되는 고분자의 입체적 성질을 조절할 수 있음을 보고하셨습니다(Organometallics 2003, 22, 2790). 특히, 아민 기가 도입된 비다리결합된 리간드를 가지는 지르코노센 화합물을 최초로 개발하여, 아민 기와 MAO(methylalumoxane) 조촉매의 알루미늄 중심과의 루이스 산-염기 상호작용을 통해 촉매 중합반응 동안에 대칭성이 조절된 촉매 활성종을 생성할 수 있음을 보고하였습니다(Angew. Chem. Int. Ed. 2006, 45, 6163). 이 촉매는 대칭성이 결여되었음에도 동일배열 폴리프로필렌(iPP)을 생성하였으며, 이를 통해 촉매 활성종의 구조와 조촉매 간의 상호작용 및 고분자생성 반응기작에 대한 이해를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다음으로, 도영규 교수님은 카보레인을 함유하는 다양한 금속 카보레인계 클러스터 화합물을 합성하고, 이들의 구조적인 특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심도있게 수행하셨습니다. 한 예로, 6족 금속 몰리브데넘(Mo) 및 텅스텐(W) 기반의 이핵 금속 카보레인 화합물을 합성하여 분자 내 산화-환원 반응이 가역적인 3성분 산화-환원 사이클을 형성하여 케이지 변형 과정이 일어난다는 것을 전기화학적으로 규명하셨습니다(J. Am. Chem. Soc. 2001, 123, 9054). 그리고 4족 금속인 하프늄(Hf) 기반의 카보레인 화합물을 합성하여 최초로 카보레인계 화합물이 발광 특성을 나타낸다는 것을 확인하셨으며, 카보레인 분자가 발광 전자소재로 응용이 가능한 것을 보고하셨습니다(Adv. Mater. 2001, 13, 1094). 이 연구 결과를 계기로 지속적으로 다양한 카보레인계 발광소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셨습니다. 이와 더불어 OLED 소재의 개발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지셔서 알루미늄과 이리듐 기반의 다양한 OLED 소재의 개발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셨습니다.
도영규 교수님은 국내 분자자성체 연구분야 정립에도 큰 공헌을 하셨습니다. 당시 세계적으로 무기화학 분야에서 분자자성에 대한 연구가 관심을 받고 있었지만 국내 연구가 전무한 상황이었습니다. 1993년부터 연구를 시작하여 최초의 연구결과로 1996년에 oxo-bridged diiron 화합물을 합성하여 보고하셨으며(Inorg. Chem. 1996, 35, 5110), 분자수준의 “ferric train”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하셨습니다. 또한, 테레프탈레이트 기반의 3차원 자성체를 처음으로 제안하시는 등(Inorg. Chem. 1997, 36, 5684) 다양한 연구성과들을 보고하셨습니다. 특히, 강한 자기적 상호작용을 매개하기 위해 짧은 다리리간드 아자이드를 사용하여 Ni-azide 일차원 배위고분자를 보고하셨는데(Angew. Chem. Int. Ed. 1999, 38, 193), 스핀 기울어짐 현상과 아자이드로 연결된 물질에서 관찰된 적이 없는 강자기적 상호작용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으셨습니다. 이 연구를 발전시켜 Ni, Co azide 시스템을 합성하셨고(Chem. Eur. J. 2001, 7, 4243), 일차원 사슬 간 존재하는 용매 분자를 제거할 때 장거리 상호작용이 발생한다는 흥미로운 발견을 보고하셨습니다.

도영규 교수님은 KAIST 분자소재연구실을 이끌며 석사 및 박사 과정에서 총 54명의 학위자를 배출하셨습니다. 교수님의 지도를 받은 제자들은 유기금속소재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거두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학계, 연구소, 그리고 다양한 산업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정옥상(부산대), 김관묵(이화여대), 김진권(공주대), 홍창섭(고려대), 이석우(공주대), 김영조(충북대), 유정수(경북대), 이민형(울산대), 박성진(인하대), 김성균(DGIST), 이준승(전남대), 박명환(충북대), 이강문(강원대) 교수가 연구 및 교육 분야에서 활동 중이며, 산업계에서도 주요 연구자로서 활약하는 제자들이 다수 있습니다. 특히, 김명운 대표는 디엔에프솔루션(DNF Solution)을, 김진동 대표는 레이크 머티리얼즈(Lake Materials)를 창업하여 유기금속촉매 및 반도체 공정용 화학소재 개발을 선도하며 첨단 화학 산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도영규 교수님은 제자들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중시하며, 연구실 출신 인재들이 학문적·산업적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해왔습니다. 연구실 졸업생들과의 유대 강화를 위해 정기적인 홈커밍데이와 연말 모임을 개최하여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는 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속적인 교류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셨습니다. 이러한 모임을 통해 연구 및 산업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공유하며, 선·후배 간 학문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또한, 멘토링을 활성화하고 네트워크를 공고히 다짐으로써 연구실이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협력 기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써 오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영규 교수님은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몸소 실천하고 계십니다. 특히, 지속적인 기부 활동을 이어오셨으며, 충남과학고등학교에서는 교수님의 장학금 지원을 기념하기 위해 2017년부터 ‘도영규 장학생의 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디엔에프솔루션(DNF Solution) 주식 기부를 통해 KAIST의 'STARTUP VILLAGE' 건립에도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도영규 교수님이 그동안 보여주셨던 교육, 연구, 학술활동 그리고 사회공헌 분야에서의 모습들은 비단 제자들뿐만 아니라 국내 화학계 후학들에게도 큰 귀감이 될 것임을 확신하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글 고려대학교 화학과 교수 홍창섭
울산대학교 화학과 교수 이민형
인하대학교 화학과 교수 박성진
DGIST 화학물리학과 부교수 김성균
전남대학교 화학과 교수 이준승
충북대학교 화학교육과 교수 박명환
강원대학교 화학과 교수 이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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