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우주 탐사의 명암


인간은 미지를 갈망한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망망한 대해를 향해 떠나는 용기도 막연한 기대와 상상에 의존한 끝에 세상의 끝을 확장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깊은 땅속 지구의 내부나 강철도 압착 되는 깊은 심해에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묻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구라는 행성에 태어나 계속해서 살아가는 한 언젠가는 모든 비밀이 드러날 것이라 희망적인 바램을 품어 본다. 하지만 아무리 먼 인간의 미래에도 절대 정복되지 않을 가장 깊고 먼 미지가 있으니 광활한 우주일 것이다. 우주가 확장을 멈추지 않는 한, 그리고 인간이 빛의 속도에 다다르지 못하는 한 우주의 끝은 닿을 수 없는 살아있는 경계 선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느 순간보다도 적극적으로 우주를 향해 느리지만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우주 탐사 시대

 

느리지만 한 걸음씩 내딛는다 말한 것이 무색하게 우주 탐사를 위한 비행체 발사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과 같은 민간 우주탐사 기업들을 통해 매년 수백개 이상의 우주 발사체가 지구를 떠난다. 우주 탐사는 철저한 계산과 제어로 지구 중력을 벗어나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와야 하는 만큼 가장 복합 적인 첨단 과학기술 분야다. 그만큼 성공적인 시작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인간이 우주를 향해 출발한 것은 1957년 10월 4일 구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의 발사로 여겨진다. 경쟁적인 과학기술 발전이 화두가 되었던 냉 전시대 우주를 무대로 한 무한 경쟁이 시작된 순간이 었다. 이후 라이카(Laika)라는 별명으로 불리는(실제로 는 품종을 의미한다) 최초의 우주 탐사 생명체 쿠드랴프카(Кудрявка)의 모험을 시작으로 유리 가가린(Юрий Алексе́евич Гага́рин), 닐 암스트롱(Neil Alden Arm- strong), 버즈 올드린(Buzz Aldrin)을 필두한 인간의 탐사 가 시작된다.

우주선은 점점 거대해지고 지구를 벗어나고 돌아오는 데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해졌다. 우주 탐사에서 화학의 역할은 명확하다. 최고의 금속과 연료로 수학과 물리에서 설계한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다.


메테인의 푸른 불꽃

 

학교에서는 불꽃의 색상에 대해 가장 과학적인 관점에서 공부한다. 예컨대 빈의 변위법칙과 같은 식으로 온도와 빛의 파장간의 관계로 설명하는 방식이며, 단파장의 푸른색 불꽃이 붉은 색보다 더 뜨겁다는 흐름으로 자연스레 고민없이 받아들이곤 한다. 하지만 실제 연료가 연소되는 상황에서는 이처럼 단순히 에너지와 파장의 관계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

촛불을 보더라도 심지에 가까운 곳의 푸른색 불꽃은 800 ℃ 내외지만 오히려 가장 바깥쪽의 불꽃은 1200 ℃ 이상에 이른다. 산소와 접촉이 용이할수록 강렬하게 타오르며 완전 연소에 가깝다지만 오히려 뜨거운 노란색 불꽃 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간과한 것은 연료가 무 엇으로 이루어졌는가라는 화학적 측면이다.

초를 구성하는 파라핀이나 목재의 셀룰로스와 리그닌, 다양한 화석 연료 등 지구상에서 인간이 사용하는 연료의 대부분은 탄소 화합물이다. 원소마다의 불꽃 반응색을 관 찰하기 위한 분젠 버너로 만들어지는 깨끗한 불꽃 역시 탄소 연료인 뷰테인의 완전 연소로 이루어진다. 고온에서 타오르는 탄소는 어떤 색일지를 고민할 수 있다. 불꽃의 색은 탄소 등 구성 물질이 높은 온도에서 라디칼을 형성함에 따라 그 에너지 준위들로부터 표출된다. 1856년 처음 으로 라디칼이원자 탄소(C2)의 스펙트럼을 분석했던 윌리엄 스완(William Swan)의 밴드는 특유의 색상을 설명하는데 성공했으며, 이는 탄소의 연소가 이루어지는 별이나 혜성의 스펙트럼에서의 특징과 같다.

더 많은 탄소가 연결될수록 연소를 통해 많은 열량을 만들어 낼 수 있다. 7~8개의 탄소로 이루어진 휘발유보다 12~20개 탄소의 경유가 더 큰 기기를 움직이는 데 사용 되며, 그보다도 크고 끈적이는 등유나 중유는 배를 비롯한 거대 장비에 사용된다. 그렇다면 우주 탐사 로켓에는 더 강력한 탄소 연료를 사용해야만 할까? 오히려 반대다. 지구 중력을 벗어나기 위해 경량화가 필요하며 섬세한 엔진 내부의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가볍고 깨끗한 저탄소 연료가 적합하다. 현재 스페이스X의 랩터 엔진은 가장 간단한 유기화합물인 메테인(CH4)을 대상으로 최적화되어 있다. 또 다른 로켓 연료인 액화 수소와 비교한다면 메테인은 상대적으로 높은 끓는점으로 저장과 취급이 편리하고 누출 위험이 낮다. 무엇보다 메테인은 지구가 아닌 화성 등의 행성에서도 이산화탄소와 수소 간의 사바티에 반응 (Sabatier reaction)으로 생산할 수 있는 우주 탐험 최적 화 연료다.

메테인이 사용되기에 볼 수 있는 장면은 스타쉽 등의 거대 우주선이 하늘로 날아오를 때 푸른 빛의 불꽃이 뒤따르는 장면이다. 메테인은 단 하나의 탄소만을 가져 완전 연소가 쉬워 푸른색으로 타오르며, 고온에서 형성되는 플라스마로 인해 푸르고 붉은 화려한 불꽃을 볼 수 있다. 지상의 우리에겐 냄새나는 온실 기체일 뿐이지만 우주를 향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연료인 셈이다.


내화합금과 금속 구름

 

추력을 제공하는 연료와 엔진이 있다 해도 문제는 남아 있다. 충분히 가벼우며 튼튼해야 하고, 대기를 통과할 때 의 고열을 버티며 우주 공간의 극저온도 견뎌내야 하는 금속이다. 단순한 철강은 육중한 무게로 인해 사용이 어려우니 비철 합금이 주목받기 시작한다. 특히 원소 자체의 녹는점이 높고 반응성이 낮아 내화성이 뛰어난 나이오븀 (Nb)을 주로 삼은 초합금이 중요해진다. 하지만 세상에, 그리고 과학에 절대란 없다. 제아무리 뛰어난 내화성을 가 져도 고온에서 조금씩 원자가 기화되어 대기 속으로 금속 이 퍼져 나간다.

심지어 제어가 불가능해져 지구 저궤도를 끝없이 떠도 는 과거의 비행체, 현재의 우주 쓰레기가 늘어나고 있으 며 구동중인 위성도 계속해서 그 수를 늘리고 있다. 크게 관심 갖지 않는 한 로켓 발사 소식을 찾기 어려운 만큼 아 폴로 우주선 시대처럼 수년의 준비로 만들어지는 단 한번 의 기회가 여전한 듯 싶지만, 우주선 발사는 별다를 것 없 는 이벤트가 되었다. 예를 들어 운전 중 사용하는 네비게 이션(Navigation)의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GPS만 해도 한두 대가 아닐 것이다. 미공군이 관리하는 GPS만 해도 지상 2만km의 중궤도에서 31기 내외가 운영되며 언제나 24기 이상이 유지된다. 유럽의 갈릴레오(Galileo)나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 중국의 베이더우(BeiDou)와 같은 위성항법시스템까지 포함한다면 지구 주위에는 작은 점들이 하나씩 늘어난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5G 통신과 같은 글로벌 위성 인 터넷의 제공은 또다른 비행체가 담당한다. 원웹(OneWeb) 과 같은 회사가 담당하고 있는데 현재 600기 이상의 위성 이 지구 저궤도를 채우고 있으며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스페이스X와 함께 들어봤을 스타링크(Starlink)는 더하 다. 필요시 하루에 50여기 이상을 동시에 발사하기도 하 는만큼 지금 이순간 최소 5000기의 위성이 지구를 덮고 있고, 계속해서 증가중이다. 신청된 위성 개수는 현재 100 만개이며, 이들이 모두 발사되지 않는다 해도 수년 내 최 소한 10만개의 위성이 지구를 감싸게 된다.

이들은 사용 기한이 지난다 해서 간단히 회수할 수도 없 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지구 궤도를 움직이는 위성과 우주 쓰레기들은 그 수가 늘어나며 연쇄적인 충돌로 파편화를 일으키는 케슬러 신드롬(Kessler syndrome)을 일으킬 수 있다. 지구 주위는 금속 구름으로 감싼 모습이 될 지 모른다.

실제로 고 고도 항공기를 이용한 대기권 내 미세 입자 성 분 분석 결과에서,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대기 속을 떠돌 수 없는 나이오븀과 하프늄(Hf), 몰리브데넘(Mo), 그리고 알루미늄(Al)이 대량 확인되고 있다. 모두 우주선을 만드 는 데 사용되는 금속의 성분이다.

우리는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다. 도저히 채울 수 없을 것 같던 거대한 바다를 끝없이 떠돌며 생태계를 파 괴하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같다. 지구 주위 우주 공 간이 제아무리 넓다 생각되더라도 대비책 없는 탐사를 이 어 나간다면 우리는 인류의 미래를 건 가장 큰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다. 성공적으로 우주를 탐사해 다른 행성에 터전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지구 대기를 가득 채운 우주 쓰레기의 구름 아래에서 멍하니 서서 멸망을 기다릴 것인 가 말이다.




장 홍 제 Hongje Jang


•  KAIST 화학과, 학사(2004. 3 - 2008. 2)

•  KAIST 화학과, 박사(2008. 3 - 2013. 8, 지도교수 : 한상우)

•  서울대학교 화학과 박사 후 연구원(2013. 9 - 2015. 1, 지도교수 : 민달희)

•  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Department of Chemistry and Biochemistry 박사후연구원 (2015. 1 - 2016. 1, 지도교수 : Mostafa A. El-Sayed)

•  광운대학교 화학과 부교수(2016. 3 - 현재)

Comment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