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화학 선택 과목의 추락과 기회(2025년 11월호)

  • 작성자 사진: 洪均 梁
    洪均 梁
  • 2일 전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6시간 전

손미현 | 경상국립대학교 화학교육과 부교수, 79algus@gnu.ac.kr 


1.  수능에서 과학탐구와 화학 지원자 수의 변화

 

2026학년도 수능이 다가오면서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수능 지원자는 55만 4천여 명으로, 지난해 보다 3만 명 증가했다. 원서 접수 전부터 우려되었던 ‘사탐런’ 현상은 실제 지원자 수를 확인한 결과 예상대로 나타났다. 사회탐구를 선택한 학생은 61.0%, 과학탐구는 22.7%, 사회·과학탐구를 각각 한 과목씩 선택한 학생은 16.3%였다. 전년도 수능에서 과학탐구만 선택한 학생이 37.9%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약 10%의 학생이 사회 탐구만을 택하면서 과학탐구 지원자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특히 탐구 영역 전체 지원자가 2025학년도 509,590명에서 2026학년도 536,875명으로 5.4% 늘어난 것을 고려 할 때, 과학탐구 지원자 감소는 더욱 아쉬운 결과다[표 1]. 아래의 두 기사는 우리나라 수능에서 과학탐구 응시인원을 다루고 있는 기사로, 상반된 결과를 보여준다. 이는 불과 2년 사이에 달라진 결과로, 2021년부터 2024년까지는 과학탐구 지원자가 꾸준히 증가하여 과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확대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대학에서 자연계열학과의 과학탐구 필수 요건이 폐지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후 과학탐구 지원자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는 단순히 선택 과목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대학 입시 구조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 응시 인원 감소는 등급제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와, 2등급 내 인원이 만 명 이상 줄어 드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마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으며, 이는 곧 자연계열 학과를 지망한 학생들의 불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e

과학탐구 선택자의 감소가 곧 이공계 진학자의 감소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여전히 대학 신입생 중 절반 이상은 이공계열로 진학하고 있으며, 정원 또한 매년 채워지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할 수 있다. 기초 과학 지식이 부족한 상태로 이공계에 진학한 학생들은 대학 전공 수업에서 흥미를 잃고 학업 성취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는 자신의 진로 선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대학원 진학과 같은 장기적 학문 활동에도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


ree

이공계 분야는 대학원에서의 지속적인 연구 경험을 통해 학문적 역량이 꽃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BRIC(2019)의 설문조사 결과, 이공계 대학원 진학 동기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선택한 이유는 ▲관심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

▲원하는 진로와 취업을 위한 준비, ▲학문 자체에 대한 열정이었다. 전수빈·배상훈(2024)의 최근 연구에서도 이같 은 경향은 동일하게 나타나,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학 동기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학부 과정에서 전공에 대한 흥미와 성취감, 자기 효능감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대학원까지 이어지는 학문적 성장은 쉽지 않다. 이러한 점에 서 고등학교 단계에서의 교과 선택 경험은 단순한 입시 전략을 넘어 학문적 성장의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곽영순 외, 2019).

그렇다면 감소한 과학탐구 선택 과목 중 화학은 어떠한 양상을 보일까? 평가원 자료를 재구성한 결과, 2023년부 터 2026년까지 수능에서 과학 교과 선택 인원과 비율을 살 펴보면 화학은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과학탐구 응 시자가 증가했던 2023년과 2024년 사이에도 화학의 선택 비율은 오히려 줄었고, 2025년 이후 사회탐구 선택이 급증하면서 화학 선택 인원은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줄어 들었다. 2026년에는 역대 최저 인원이 화학을 선택한 것 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화학 교육 전반에 대한 근본 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한다[그림 1, 표 2].

ree

2.  화학 선택 과목을 위한 제안

 

화학 교육의 변화는 제도적인 부분이나 많은 사람들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 번에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이에 본고에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첫째,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고민과 공유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교육과정에서 ‘무엇을 가르칠지’는 이미 정해져 있으므로,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한 연구와 교사 간 공유가 더욱 중요하다. 현재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나, 대부분 초·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1학년 수준의 수업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고등학교 2· 3학년 선택 과목에 대한 교수법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화학 교사들은 적은 학생 수로 인해 다양한 과목을 동시에 담당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교수·학습 방법을 충분히 고민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학생들 역시 입시 압박으로 인해 깊이 있는 사고보다는 단순 암기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도적 · 학문적 지원 없이 화학 교육이 발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교육부나 학회 차원에서 화학 교 사들이 교수법을 개발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상과 격려가 필요하다.

둘째, 평가 문항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신동선 (2024)의 연구에 따르면, 화학Ⅰ을 선택한 학생들이 가장 어려운 개념으로 꼽은 것은 ‘몰’이었다. 이는 이미 배중연 (2017)의 연구에서도 확인된 결과다. 즉, 학생들에게 ‘몰’ 은 여전히 형이상학적인 어려운 개념으로 남아 있으며, 계산 중심의 문항이 그 난관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수리적 계산에 강점을 가진 물리 선택 학생들이 화학 학업 성취도와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이다(신동선, 2024). 이는 화학의 본질적 이해보다는 계산 중심의 평가 문항이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장벽으로 작용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화학 교육자와 연구자, 교사들이 협력하여 개념의 본질을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난도의 문항을 개발 · 보급해야 한다.

셋째, 교육과정의 체계적 정비가 요구된다. 현재 대한화학회 화학교육분과는 대한화학회의 지원을 받아 수능과 중학교 교육과정의 화학 영역 개선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발적인 연구로 그쳐서는 안 되며, 초·중·고 전 과정을 연계하는 장기적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고등학교 1학년의 통합과학은 수능 과목과도 직결되는 데, 현행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보면 통합과 학Ⅰ과 Ⅱ에 각각 16개와 15개의 성취기준이 있으나, 이 중 화학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2개와 3개에 불과하다. 단순한 수적 비교일 수 있으나, 이는 고등학교 2학년 이후 화학 학습의 기초를 다지기에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중 학교·통합과학·고등학교 화학 교육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개선이 필요하다.

과학탐구, 특히 화학 선택자의 감소는 단순한 수치 문제 가 아니다. 이는 미래 이공계 인재 양성과 국가 과학 역량 강화와 직결된 문제다. 교사, 연구자, 기관이 협력하여 교수·학습 방법, 평가 문항, 교육과정을 종합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화학을 즐겁게 배우는 학생들로 가득 한 교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곽영순, 조향숙, 이일 & 손미현. (2019). 이공계열 전공 공부에 필요한 고등학교 과학과 선수과목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에 대한 질적 탐구. 현장과학교육, 13(4), 377.

  2. 전수빈 & 배상훈. (2024). 이공계열 대학원생의 진학 동기, 연구 참여 경험 및 진 로에 관한 질적 연구. 열린교육연구, 32(5), 143.

  3.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5년 11월 3일).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 원서 접수 결과 [보도자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4. BRIC SciON. (2019, June 12). 이공계 대학원 진학 관련 인식도 조사 결과. BRIC.

  5. URL: https://www.ibric.org/bric/community/popular-sori.do?mode= view&articleNo=9583347&title=이공계+대학원+진학+관련+인식도+조사결과 (열람일: 2025년 9월 15일)




ree


손미현 Mi Hyun Son


•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과 화학전공 학사 (1998.3-2002.2)

•  서울대학교 화학교육 석사. 박사(2015.3- 2020.2, 지도교수: 정대홍)

•  서울시교육청 중등 교사(2003.3-2022.2)

•  서울대학교 미래혁신연구원 연구교수(2022.2- 2025.8)

•  경상국립대학교 화학교육과 부교수(2025.9- 현재)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