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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항 분열: 삼중항 쌍 생성 동역학(2025년 9월호)

  • 작성자 사진: 洪均 梁
    洪均 梁
  • 2025년 9월 1일
  • 6분 분량

김우재 연세대학교 화학과 조교수, woojae@yonsei.ac.kr


서 론

 

유기 반도체 물질은 1910년대에 처음 그 광학 및 전기 적 특성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이래로 현재까지 약 100여 년 넘도록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다양한 반도체 시스템 중 탄소 기반의 유기 물질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주요한 이유는 분자 구조 설계의 용이성, 기계적 유연성, 용액 공정 과 같은 가공 용이성 등의 장점을 나타내기 때문이며, 이를 기반으로 장-효과 트랜지스터(field-effect transistors), 광-발광 다이오드(light-emitting diodes), 태양전지 (solar cells or photovoltaics), 센서 등과 같이 다양한 광전소자(optoelectronic devices) 응용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참고문헌 1]

유기 반도체 물질의 광물리적 특성은 빛에 의해 생성된 엑시톤(exciton, 전자-정공 쌍에 해당하는 준입자를 의미하며, 보통 들뜬 상태를 지칭한다.)의 성질 및 스핀 다중도(spin multiplicity)에 기인한다. 전자가 모두 차 있는 닫힌 껍질(closed-shell)의 유기 분자는 파울리의 배타 원리에 의해 단일항(singlet)의 스핀 다중도를 가지는 바닥 상태를 가진다. 따라서, 빛에 의해 가장 먼저 생성되는 엑시 톤 또한 일반적으로 단일항의 스핀 다중도를 나타낸다. 단일항 엑시톤은 방사(radiative) 과정에 해당하는 형광(flu-orescence)을 방출할 수 있으며, 비방사(non-radiative) 과정을 통해 다시 바닥 상태로 돌아가는 내부 전이(inter- nal conversion) 현상도 발생한다. 여기서, 진동 혹은 스 핀-궤도 상호작용(spin-orbit coupling)과 같은 요인으 로 인해 들뜬 전자의 스핀이 재위상화(spin-rephasing) 되거나 뒤집히는(spin-flip) 동역학을 통해 계간 전이(in- tersystem crossing) 과정이 유도되면, 삼중항(triplet)의 스핀 다중도를 가지는 엑시톤이 생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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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항 엑시톤 은 다시 바닥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서 스핀의 재위상화/뒤 집힘 과정이 발생해야하기 때문에 방사과정에 해당하는 인광(phosphorescence)과 비방사과정에 해당하는 계간 전이는 일반적으로 매우 느린 시간 영역대(마이크로초에 서 밀리초 단위)에서 일어난다. 전술한 과정들이 일반적인 유기 반도체 물질의 광물리적 이완 경로이다[그림 1a]. 삼중항 엑시톤은 전자 간 교환 상호작용(exchange interaction)으로 인해 같은 전자 배치(electron configuration) 구조를 가질 경우 일반적으로 단일항 엑시톤보다 낮은 에너지를 가진다. 즉, 이는 교환 상호작용의 크기를 바탕으로 단일항과 삼중항 엑시톤의 에너지 차이가 조절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단일항 엑시톤의 에너 지가 삼중항 엑시톤의 에너지의 두 배와 유사하거나 높은 분자체의 경우, 그리고 동시에 상호작용할 수 있는 또 다른 같은 종류의(다른 종류의 경우도 가능) 분자체가 근처에 있는 경우, 단일항 엑시톤 한 개가 두 개의 삼중항 엑시톤으로 변환되는 동역학이 발생하며 이를 단일항 분열(singlet fission) 현상이라 일컫는다[그림 1b].[참고문헌 2] 즉, 단일항 분열은 한 개의 광자(photon)로 두 개의 엑시톤을 만들 수 있어 전하 운반자 증폭(carrier multiplication)을 가능케 하므로 태양전지 및 광센서 등의 분야에서 이론적 효율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게 할 잠재력을 지닌 유기 반도체 물질만의 독특한 광물리적 현상이다.

단일항 엑시톤 하나가 삼중항 엑시톤 하나로 변환되는 계간 전이와 삼중항 엑시톤 둘로 변환되는 단일항 분열은 그 메커니즘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스핀의 재위상화/뒤집 힘이 요구되는 계간 전이와는 달리, 단일항 분열은 근접한 두 삼중항 엑시톤 간의 전자 및 스핀 상호작용으로 얽혀있 는 삼중항 쌍(triplet pair) 상태가 단일항의 스핀 다중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스핀의 변화 없이 단일항 엑시톤으로부터의 빠른 전이가 가능하다.[참고문헌 2-5] 그래서, 삼중항 쌍 생성 동역학을 스핀 다중도의 변화가 없는 상태 간의 동역학인 내부 전이의 일종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하며, 해당 동역학에서 전하 이동 상태의 매개 여부도 주요한 논쟁 중 하나이다. 본 총설에서는 빛에 의해 생성된 단일항 엑시톤 이 삼중항 쌍 엑시톤으로 변환되는 초기의 단일항 분열, 즉 삼중항 쌍 생성 동역학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한다. 해당 동역학은 시간 분해 분광법, 그 중에서 순간 흡수 분광법(transient absorption spectroscopy)을 바탕으로 대 부분의 연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해당 분광법에 대한 간 략한 소개와 함께, 주로 모델 시스템인 아센(acene) 계열의 분자체 기반의 분자 내(intramolecular) 그리고 분자 간(intermolecular) 단일항 분열 동역학에 대한 실험적 결과와 해석에 관한 관점들을 다루고자 한다. 삼중항 쌍 엑시톤의 스핀 진화(spin evolution) 및 자유 삼중항(free triplet)으로의 변화는 다음 달 호의 총설에서 자세히 다뤄 질 예정이다.

 

본 론

 

1.  순간 흡수 분광법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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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흡수 분광법은 펌프-프로브 분광법이라고도 불리며, 그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펌프 광원에 의해 순간적으로 여기(excitation)된 시스템의 흡수 스펙트럼을 프로브 광원으로 측정하는 방식의 분광법이다. 이 때 펌프와 프 로브의 시간 차를 물리적 혹은 전기적인 방식을 통해 두게 되면 여기된 시스템의 광물리/광화학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순간 흡수 스펙트럼을 통해 총 세 종류의 신호를 구분해 낼 수 있다: (1) 바닥상태 표백(ground-state bleach, GSB), (2) 유도 방출(stimu- lated emission, SE), (3) 광유도 흡수(photoinduced absorption, PIA)[그림 2]. 바닥 상태 표백은 펌프 광원 을 흡수하고 들뜬 상태로 올라간 개체의 양을, 유도 방출 은 프로브 광원에 의해 유도된 발광 방출 신호로써 발광을 하고 있는 들뜬 상태의 정보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광 유도 흡수 신호를 통해서는 펌프 광원에 의해 생성된 들뜬 상태(혹은 광화학 생성물)가 더 높은 들뜬 상태로 흡수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즉, 전술한 세 가지 신호들에 대한(펌프-프로브 사이의) 지연 시간에 따른 스펙트럼 변화 및 동역학 분석을 통해 시스템이 빛에 의해 들뜨게 된 이후의 현상들에 대한 메커니즘을 면밀히 분석할 수 있으 며, 이것이 순간 흡수 분광법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시간 분해 분광법 중 하나인 이유이다. 본 총설에서 다루는 단일항 분열 연구 분야에서도 순간 흡수 분광법이 메커니즘 규명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2.  분자 내 단일항 분열 과정에서의 삼중항 쌍 생성 동역학

 

단일항 분열 현상이 가장 처음 발견되고 연구된 것은 고체 상, 그 중에서도 단결정 상(1965년 안트라센 단결정) 이지만,[참고문헌 6] 단일항 분열의 여러 메커니즘들이 실험적으로 확인된 것은 단일항 분열 발색단이 직접 혹은 연결체를 통해 이어진 ‘이량체(dimer)’가 합성이 된 이후다. 고체 상은 내재된 구조적 이질성 및 전자 구조의 복잡성으로 인해 구조-성질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울뿐더러, 주 변 환경(예를 들어 극성과 같은)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동역학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기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라 보기에는 힘들다. 그에 반해, 이량체는 용액상 실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용매의 극성, 온도와 같은 주변 환경을 쉽게 바꿀 수 있고, 발색단 혹은 연결체의 종류를 체계적으로 바꾸어가며 실험하는 것이 가능하다.[참고문헌 7] 이러한 이량체 를 통해 분자 내에서 일어나는 단일항 분열이 순간 흡수 분광법으로 처음 연구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5년이다(참조: 테트라센 이량체가 시기적으로 더 먼저 합성되었지만, 당시에는 시간 분해 발광 분광법을 통해 주로 연구되었다.[참고문헌 8]). 이 때, 한 해에 세 연구 그룹에서 각기 다른 형태의 펜타센(pentacene) 이량체를 합성하 였고, 펨토초 순간 흡수 실험을 통해 가장 낮은 단일항 엑시톤(S1)이 삼중항 쌍(일반적으로 TT라 명명한다)으로 전 환되는 동역학을 독립적으로 보고하였다.[참고문헌 9-11] 이전 호의 총설에도 언급되었듯, 단일항 분열 발색단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 중 하나는 S1의 에너지 준위가 가장 낮은 삼중항 엑시톤(T1)의 에너지의 두 배와 유사하거나 더 높아야 한다는 것인데(에너지 보존 법칙 만족을 위해), 펜타센은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 가장 대표적인 단일항 분열 발색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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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보고된 펜타센 이량체는 펜타센의 6 그리고 6‘번 탄소(일반적으로 6,6’-라 칭한다.)가 오쏘-(ortho-)/ 메타-(meta-)/파라-(para-)페닐(phenyl) 연결체로 이어진 m -2, o -2, 그리고 p -2이다[그림 3a].[참고문헌 9] 대표적으로 m-2 의 벤조나이트릴 용매하에서의 펨토초 시간 분해 흡수 데이터를 살펴보자[그림 3b]. 수백 펨토초에서 수 나노초까지의 펌프-프로브 지연 시간 사이에 스펙트럼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론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빛에 의해서는 가장 먼저 S1 엑시톤이 생길 것이 자명 하므로, 초반 시간 영역(수백 펨토초)에서 관찰된 순간 흡수 스펙트럼은 S1에 의한 신호라 여길 수 있다. 그렇다면, 시간이 흐른 뒤, 약 200 피코초에서의 순간 흡수 스펙트럼의 기원은 어떻게 T1과 관련되어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펜타센은 단량체 자체에서 는 S1이 T1으로 변환되는 계간 전이 효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5% 미만), 해당 분자를 단순히 여기시키는 방법만으 로는 T1을 관찰하기 힘들다. T1을 효율적으로 잘 형성하는 감광제(sensitizer, 예를 들어, 안트라센 혹은 백금-포피린과 같은)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T1의 신호를 관찰하고자 하는 이량체로 전달할 수 있는 삼중항 감광 실험을 수행한 다면 그 목적을 쉽게 달성할 수 있다. 감광제로부터 삼중항 에너지를 전달받은 이량체의 T1에 대한 순간 흡수 스펙트럼을 이량체를 직접 여기시켜 관찰한 스펙트럼과 비교 하여 유사도를 파악한다. 만약 유사하다면, 전술한 200 피코초에서 이량체의 순간 흡수 스펙트럼은 T1 혹은 TT, 둘 중 하나로 할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여러 실험적 증거는 아래와 같다.

 

1)  T1-유사 스펙트럼의 생성 시간: 전술하였듯, S1 → T1 계간 전이는 금지되어있기 때문에 매우 느린 시간 영역(수 나노-수백 나노초 사이)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TT, 그 중 단일항의 TT (1(TT))상태는 허락된 전이이 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빠르면 수십-수백 펨토초, 느 리면 수백 피코초 의 시간 영역에서 발생한다. 즉, T1- 유사 스펙트럼의 생성 시간 속도가 매우 빠르다면, 해 당 전이는 1(TT) 상태의 형성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 성이 매우 높다.

 

2)  T1-유사 스펙트럼의 소멸 시간: 마찬가지로, T1 → S0(바닥 상태) 계간 전이도 일반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느린 시간 영역(마이크로-밀리초)에서 해당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이에 반해, 1(TT) 상태 에서 S0 상태로의 전이는 허락된 전이이며, 수십-수 백 피코초에서 수 나노초의 시간 영역에서 일반적으 로 관찰된다. T1-유사 스펙트럼의 소멸 시간 속도가 매우 빠르다면 해당 스펙트럼의 기원은 1(TT)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3)  T1과 1(TT) 흡수 스펙트럼의 차이: T1은 독립된 하나의 엑시톤, 1(TT)는 두 개의 삼중항 엑시톤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는 형태의 엑시톤이다. 그렇다면, 이 두 종류의 엑시톤의 흡수 스펙트럼은 같을까, 아니면 다를까? 답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이다. 1(TT)에서 두 개의 삼중항 엑시톤의 상호작용의 크기에 의존해서 스펙트럼이 같아질지 달라질지 결정된다. 즉, 상호작용의 크기가 커질수록, T1의 흡수 스펙트럼보다 1(TT)의 스펙트럼이 더 단파장 영역에서 관찰된다는 여러 보고가 있으며, 스펙트럼 간 에너지 차이를 이용하여 삼중항 엑시톤 간 상호작용의 세기를 정량화하기도 한다. 삼중항 엑시톤 간 상호작용이 매우 작다면, 두 종류의 엑시톤의 흡수 스펙트럼의 차이를 보기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

1(TT)의 생성 속도는 단일항 분열 발색단의 S1-T1 에너 지 준위, 분자 간 상호작용, 주변 환경(예를 들어, 용매의 극성과 같은), 온도와 같이 여러 인자가 복잡하게 관여하 여 결정되며, 이러한 인자들을 체계적으로 조절함으로써 1(TT)의 생성과정에 대한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참고문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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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단일항 분열 발색단의 S1-T1 에너지 준위는 1(TT) 생성 동역학에 대한 기본적인 열역학적 이해를 제공 한다. 전자의 교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되는 S1과 T1의 에너지 차이는 S1에서 1(TT)로의 전이가 발열, 흡열, 혹은 등에너지 조건에서 발생할지를 결정하며[그림 4], 깁스 자유 에너지의 관점에서 반응의 자발성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이량체의 경우에는 해당 동역학에서의 엔트로피 변화가 거의 없다고 가정할 수 있다). 전술한 펜타센 같은 경우에는 S1의 에너지가 1.9 eV, T1의 에너지가 0.8 eV로써, 1(TT)의 에너지를 T1의 에너지의 두 배로 근사하면(실제로는 같거나 낮다) 1(TT) 생성 동역학은 대략 0.3 eV의 에너지를 주변으로 내보내는 발열 반응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해당 반응은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으며, 실제로도 그렇다. 펜타센보다 벤젠 고리의 개수가 하나 적은 테트라센(tetracene)의 경우에는 S1과 T1의 에 너지가 각각 2.2 그리고 1.15 eV 정도로써 등에너지 조건에 해당하며, 따라서 들뜬 상태에서 S1과 1(TT) 상태가 평형을 이루는 흥미로운 동역학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S1 상태에서 나오는 형광 동역학이 이종 지수(biexponential)의 형태(즉각적 발광 vs. 지연 발광)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보다 벤젠 고리의 개수가 하나 더 적은 안트 라센(anthracene)은 매우 높은 흡열성을 보이기 때문에 1(TT)가 거의 생기지 않는 비자발적 동역학을 나타낸다. 분자 간 상호작용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결합을 통한(through-bond) 상호작용, 2) 공간을 통한(through-space) 상호작용. 일반적으로 이량체의 경우에는 직접 혹은 연결체를 통해 이어져있기 때문에 공간보다는 결합에 의한 상호작용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특정 연결 방식, 예컨대 전술한 o-2 분자처럼 오쏘-연결 방식 으로 인해 펜타센 간 파이-파이(π-π) 상호작용이 생길 경우에는 공간을 통한 상호작용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분자 간 상호작용은 이량체에서 1(TT)가 생성되는 기저 메커니즘을 결정하기도 한다. 결합을 통한 상호작용 과 관련하여는, 6,6‘으로 연결된 팁스-펜타센 이량체에서는 전하-이동 매개 메커니즘, 2,2’으로 연결된 이량체의 경우에는 직접 메커니즘으로 1(TT)가 생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용매의 극성을 체계적으로 변화시켜 실험한 결과를 통해 유추되었고, 전자의 경우에는 극성에 따라 1(TT) 생성의 속도 및 효율이 변화하며, 후자의 경우에는 극성을 변화시켜도 1(TT) 생성에 전혀 영향이 없다. 결합을 통한 상호작용은 바로 이전 호의 총설에서도 언급된 양자 간섭효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결체가 두 발색단 간의 상호작용의 보강 간섭을 일으킨다면 1(TT) 생성 속도는 빨라지며, 이와 반대로 상쇄 간섭을 일으키는 연결체는 1(TT) 생성 속도를 느리게 만든다.

최근에는 강한 전자-진동 상호작용(vibronic cou- pling)이 1(TT) 생성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보 고되었다.[참고문헌 12] 해당 상호작용은 S1과 1(TT) 사이의 원추형 교 차점(conical intersection)을 만들어내어 구조 변화를 통해 빠른 속도(수백 펨토초의 시간 상수)로 1(TT)를 생성해낼 수 있다. 최근에 제안된 1(TT) 생성에 대한 또 다른 흥미로운 관점은 S0에서의 직접적 여기이다.[참고문헌 13] 일반적으로 는 S0에서 1(TT) 상태로는 단일 광자 흡수가 발생할 수 없으며, 이는 해당 전이의 전이 쌍극자 모멘트 값이 0이며, 여러 개의 전자가 동시에 이동해야 하는 다전자 과정이므 로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하-공명 (charge resonance) 상태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S0에서 S1으로의 전이 쌍극자 모멘트를 일부 빌려와 S0에서 1(TT) 로의 전이가 아주 약하지만 가능할 수 있다.

 


3.  분자 간 단일항 분열 과정에서의 삼중항 쌍 생성 동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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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 간 단일항 분열은 일반적으로 발색단 단량체의 박막 혹은 단결정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고체 상에서는 공간을 통한 상호작용이 단일항 분열의 주요한 원동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발색단 간의 적층구조는 삼중항 쌍 생성의 속도 및 효율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참고문헌 14] 예를 들어, 테트라센의 유도체 중 하나인 루브렌 (rubrene)의 경우[그림 5], 발색단 간 상호작용의 크기가 작은 비정질 구조를 가진 박막에서와 같이 단일항 분열 현상을 완전히 억제할 수도 있고,[참고문헌 15] 상호작용의 크기가 큰 다결정상의 박막 혹은 단결정처럼 수십 펨토초의 시간 상수를 보이며 아주 빠른 시간 영역대에서 높은 효율로 1(TT) 를 생성해낼 수도 있다.[참고문헌 16] 이에 더하여, 이량체의 예시에서 언급한 진동-전자 상호작용 또한 공간을 통한 상호작용과 더불어 빠른 1(TT) 형성 동역학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제안되었다.

적층 구조의 측면에서 조금 더 깊이 살펴보자면, 발색단 간에 마주보고 적층되어있는 H-형(hypsochromic의 앞 글자를 딴)과 계단 형태로 적층되어있는 J-형(해당 응집 현상을 처음 발견한 Jelley의 앞글자를 딴) 구조 간의 1(TT) 생성 효율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H-형의 적층 구조는 1(TT)보다는 에너지적으로 안정한 엑시머(excimer) 상태로 전이되는 것이 선호되기 때문에 단일항 분열의 측면에서는 피해야 할 구조이다. J-형 적층 구조의 경우에는 대칭 및 분자 오비탈의 위상을 고려하였을 때 S11(TT) 사이의 상호작용이 증가될 수 있기 때문에 단일항 분열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최근 비-아센(non-acene) 단일항 분열 발색단 중 하나인 다이케토파이롤로파이롤(dike- topyrrolopyrrole) 유도체의 박막에서 J-형 응집체를 이 루고 있는 박막이 H-형 응집체의 박막보다 훨씬 더 빠르 고 효율적으로 1(TT)가 생성된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증명 되었다.[참고문헌 17]

 

결 론

 

본 총설에서는 유기 반도체 물질에서 발생하는 흥미로운 동역학인 단일항 분열의 일련의 과정 중 가장 첫 번째 단계 에 해당하는 삼중항 쌍 생성 동역학에 관한 내용을 시간 분해 분광 실험을 통해 진행된 연구들과 함께, 현재까지 제안된 여러 메커니즘에 대해 분자 내 그리고 분자 간 동역학의 측면에서 간략히 논하였다. 지난 10여 년 간의 수많은 연구들과 함께 많은 논쟁들이 있었고,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난제들도 분명 있지만, 삼중항 쌍, 1(TT)의 근본적인 생성 메커니즘의 측면에서 대한 이해의 성숙도는 상당히 높 아졌다고 판단된다. 이렇게 생성된 1(TT)는 다른 스핀 다중 도의 TT 상태로 스핀 진화 과정을 겪게 되고, 최종적으로 두 개의 독립적인 삼중항 엑시톤, T1 + T1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계간 전이와 같이 하나의 삼중항 엑시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다음 호에서의 총설에서는 이에 대한 메커니즘과 함께 삼중항 쌍의 스핀 동역학을 실험적으로 규명한 것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단일항 분열은 그 자체로도 매우 신비롭고 흥미로운 현상인 것은 분명하나, 물질 자체의 물리· 화학적 불안정성 혹은 여기된 상태에서의 다른 경쟁 이완 경로와 같은 요인들로 인해 지금까지 실제로 활용 및 응용된 사례는 많지 않다. 이는 기초과학의 측면에서 재료를 합성하고, 이론 및 실험적으로 최적의 단일항 분열 물질의 구조-특성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선순환적 공동 연구 체계가 반드시 수행되어야 함을 암시한다. 본 총설을 통해 단일항 분열 연구에 관심을 가지는 연구자가 많이 생겨 본 연구 분야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가 국내에서 나올 수 있기를 기원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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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 Woojae Kim


•  연세대학교 화학과, 학사(2009.3-2014.2)

•  연세대학교 화학과, 박사(2014.3-2020.2, 지도교수 : 김동호)

•  연세대학교 화학과, 박사후 연구원(2020.3-2020.9, 지도교수: 김동호)

•  코넬대학교 화학및화학생물학과, 박사후연구원(2020.10- 2022.6, 지도교수 : Andrew J. Musser)

•  연세대학교 화학과, 조교수(2022.9-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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