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수업, 아이들의 과학을 깨우는 순간- 초등교사의 시선으로 본 과학 실험 수업의 의미와 미래-(2026년 2월호)
- 洪均 梁

- 4일 전
- 2분 분량
김선경 | 고창초등학교 교사, rlatjsru0916@nate.com
서 론
“선생님, 오늘도 실험해요?”
이 말은 초등학교 과학 시간의 마법 주문이다. 그 한마디에 교실의 공기가 달라진다.
아이들의 눈빛은 반짝이고, 평범한 교실은 단숨에 연구소로 변한다. 비커 대신 종이컵, 알코올램프 대신 손난로 가 등장해도 상관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직접 해 본다’ 는 것이다.
초등학교의 실험 수업은 아이들에게 과학을 손으로 배우는 학문으로 각인시키는 첫 경험이다.
본 론
1. 초임 시절, 종이컵 위에서 끓어오른 과학의 마법

교사로 첫 발령을 받고 과학 수업을 맡았던 해, 나는 물이 100℃에서 끓고 그 이상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종이컵에 물을 넣고 직접 끓여 보는 실험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약간 떨렸다.
“이거… 종이컵에 불이 붙는 거 아니야?” 하며 불을 켰는데, 종이컵은 타지 않았다. 물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아이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선생님! 종이컵이 안 타요! 진짜 신기해요!”
그때 아이들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호기심, 그리고 순수한 과학의 감탄이 뒤섞여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과학은 아이들에게 ‘외워야 하 는 과목’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는 놀라운 세계’로 다가가 야 한다는 것을.
그날의 종이컵 실험은 내게도 잊을 수 없는 첫 번째 마 법 같은 수업이었다. 그 작은 불꽃이 내 교직의 방향을 정 해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화산보다 뜨거웠던 실험의 순간

예전엔 화산 폭발 실험을 하면 교실이 거의 영화 세트 장이었다. 중크롬산암모늄(Ammonium dichromate,(NH4)2Cr2O7)을 사용하면 불꽃이 일고, 주황빛 재가 솟구 치며 진짜 화산처럼 연기가 피어올랐다.
아이들은 숨을 죽이다가 이내 “와!”하고 외쳤다. 그 순간 교실은 화산보다 더 뜨거웠다. 아이들의 호기심이 폭발했고, 그 열기는 실험대 위가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났다. 지금은 그런 실험은 안전상의 이유로 더 이상 할 수 없다. 대신 발포비타민, 세제, 색소를 섞어 ‘안전한 화산 폭발’을 만든다. 색은 훨씬 예쁘지만, 예전처럼 불꽃이 치솟지는 않는다.
그래도 아이들은 여전히 실험을 좋아한다. 손으로 만지고, 냄새를 맡고, 친구들과 비교하며 웃고 떠드는 그 순간, 아이들의 뇌는 여전히 과학의 세계로 연결된다.
비록 불꽃은 사라졌지만, 그때의 열정은 여전히 살아 있다. 직접 해 본 감각적 경험이 주는 기억은 그 어떤 시뮬레이션보다 깊고 오래 남는다.
3. 에듀테크의 교실, 사라지는 손끝의 온도
요즘 교실은 ‘에듀테크’라는 이름의 신세계가 열렸다. VR로 화학 반응을 체험하고, 시뮬레이션으로 물질의 구조를 확대해 볼 수도 있다.
교사의 입장에서도 이런 기술은 참 고맙다. 폭발위험도 없고, 준비물도 줄고, 정리도 빠르다. 심지어 반응식은 한 글자도 틀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여전히 “직접 해 보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손에 가루가 묻고, 냄새가 나고, 물이 튀는 ‘진짜’ 실험을 훨씬 더 좋아한다.
왜일까?
아직 어린 초등학생에게 ‘화학’은 머리로 이해하는 학문 이 아니라 손끝으로 배우는 경험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피아제가 말한 대로 초등학생은 ‘구체적 조작기’의 아이들이다. 직접 만지고, 냄새를 맡고, 비교해 보는 과정에서 개념이 서서히 자리 잡는다. 시뮬레이션이 아무리 정교해도 그 화면 속 액체의 온도는 손끝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나는 기술의 발전을 부정하지 않는다. 시뮬레이션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실험을 가능하게 해준다. 염산과 나트륨의 격렬한 반응을 안전하게 보여줄 수도 있고, 물질 구조를 3D로 돌려보며 원자의 세상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교사가 목청을 높이지 않아도 아이들은 “오~” 하며 이 해한다. 문제는, 이런 편리함 속에서 직접 부딪치는 경험이 사라지는 것이다.
4. 시뮬레이션은 예고편, 실험은 본편

결국 나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시뮬레이션은 ‘예고 편’, 실험은 ‘본편’이다. 예고편이 아무리 화려해도 본편이 없으면 영화가 완성되지 않는다.
시뮬레이션으로 호기심을 일으키고 실제 실험으로 감각 을 깨우며, 마지막에는 디지털 기록이나 앱을 통해 성찰하게 하면 두 세계가 조화롭게 만날 수 있다.
에듀테크가 ‘편리함’을 선물했다면 실험 수업은 ‘설렘’ 을 선물한다. 편리함으로는 과학을 배우게 할 수 있지만 설렘은 과학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
손에 묻은 하얀 가루, 비커에서 피어오르는 증기, 실험 결과를 보면서 친구와 눈을 마주치며 나누는 환호까지. 그 것이야말로 초등 화학교육이 살아 있는 순간인 것이다.
5. 실험은 아이들의 과학을 깨우는 언어

실험은 단순히 과학 개념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다. 그 자체가 아이들의 언어다. 직접 조작하고 관찰하며 느끼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세상을 탐구하는 태도, 즉 ‘과학적 사고력’을 키운다.
한 번의 성공보다 실패 속에서 배운 원리 하나가 아이들의 기억 속에 더 오래 남는다. 그 경험은 문제 해결력과 호기심, 인내심을 함께 자라게 한다.
실험은 또한 협력의 장이 된다. 아이들은 서로의 결과를 비교하고, 원인을 추측하며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토론한 다. 이 과정은 ‘과학 수업’을 넘어 ‘사회적 학습’의 기회가 된다. 그래서 실험은 단순한 교과 활동이 아니라 아이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작은 훈련장이기도 하다.
결 론
언젠가 인공지능이 모든 실험을 완벽히 재현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래도 한 번은 직접 해 보자. 과학은 살아 있는 거니까.”
결국 화학의 본질은 ‘변화’지만 그 변화를 직접 느끼며 배우는 즐거움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
과학은 교과서 속 문장이 아니라 손끝의 열기와 눈빛 속 호기심으로 살아난다. 아이들이 실험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그 순간 나는 다시 초임 시절의 그 설렘으로 돌아간다. 비록 발포비타민과 세제가 예전의 화산을 대신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아이들이 깨닫는 과학의 놀라움은 여전히 ‘진짜’다.

김 선 경 Sunkyoung Kim
• 전주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학사 (2004.3–2008.2)
• 전주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초등교육학과 초등 과학교육전공, 석사(2008.3–2016.2)
• 전라북도교육청 초등교사(2008.3–현재)
• 고창초등학교 교사(2023.3-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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