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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과학이실험실에 머무르지 않고,사람에게 닿기를

  • 55분 전
  • 11분 분량

이번 호 『화학세계가 만난 화학자』에서는 올릭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자 성균관대학교 화학과 교수인 이 동기 대표님을 모셨습니다. 이 대표님은 KAIST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포항공과대학교 조교수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학교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2007년 개발한 ‘비대칭 RNA 간섭(asiRNA)’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2010년 올릭스를 창업했으며, 2018년 코스닥 상장을 이끌었습니다. 2025년 2월 미국 일라이 릴리와 약 9,100억 원 규모의 대사질환 치료제(OLX702A)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2026년에는 자체 플랫폼을 ‘OASIS’로 리브랜딩하며 간(肝)을 넘어 지방조직· 중추신경계·안과로 영역을 넓히는 ‘올릭스 2.0’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유기화학도를 꿈꾸던 한 화학과 학생이 어떻게 글로벌 핵산 치료제 기업의 리더가 되었는지, 그 여정과 비전을 들어봅니다.

[모더레이터: 김은하 교수(아주대학교 첨단바이오융합대학)]


Q1. 올릭스를 잘 모르는 화학세계 독자들을 위해, 올릭스가 어떤 회사이며 RNA 간섭(RNAi) 치료제가 기 존 의약품과 어떻게 다른지 쉽게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올릭스는 RNA 간섭즉 RNAi 기술을 기반으로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입니다. RNAi는 우리 몸 안에서 특정 유전자의 메신저 RNA(mRNA)를 선택적으로 분해해, 질병 관련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전 단계에서 그 생성을 억제하는 기술입니다.

기존 1세대 신약이 주로 저분자 화합물을 통해 질병 관련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하고, 2세대 신약인 항체 의약품이 세포 밖 또는 세포 표면의 단백질을 표적으로 작용했다면, RNAi 치료제는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전 단계인 mRNA를 직접 표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제3세대 신약’으로 불립니다. 즉, 기존 의약품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질병 유전자를 보다 근본적이고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올릭스는 독자적 RNAi 신약 개발 플랫폼인 OASIS(OliX Advanced Small Interfering RNA System)를 기 반으로 RNAi 기술의 높은 유전자 억제 효율과 조직 특이적 전달력을 강화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탈모, 황반변성, 비대흉터 등 국소투여 치료제뿐 아니라, MASH(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비만심혈관대사질환 등 간질환 및 대사질환 영역에서도 파이프라 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또한 중장기 성장 전략인 올릭스 2.0 로드맵에 따라 중추신경계와 지방조직 등으 로 RNAi 치료제의 적용 범위를 넓히며, 다양한 난치성 질환에서 차별화된 치료 옵션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Q2. KAIST에서 유기화학자를 꿈꾸셨다가 학부 4학년 때 핵산화학 수업을 듣고 진로를 전환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화학도에서 RNA 치료제 연구자이자 기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결정적 계기와, 그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이었는지요?


돌이켜보면 그 출발점은 매우 거창한 계획이나 정교한 논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KAIST 재 학 시절, 우연히 바나나 한 개로 끼니를 대신하는 일용직 노동자분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장면이 제게는 꽤 오래 남았습니다. 그때 아주 막연하게 세상과 소외된 이들의 더 나은 삶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에서부터 이 모든 것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당시 제 전공은 화학이었고, 제가 공부한 화학이라는 도구로 사람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 는 일이 결국 ‘약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전공과 진로를 정했고, 그때 이후로 큰 방향에서는 한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돌아보면 젊은 시절 제가 내렸던 선택에 아주 정교한 근거나 논리가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그 당시의 저에게는 그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분명한 논리였습니다.

그 마음은 이후에도 계속 제 안에 남아 있었습니다. 2010년 올릭스를 창업하면서 세운 기업 미션이 “첨 단기술로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이바지한다”는 것이었는데, 사실 이 문장은 제가 학생 시절 막연하게 품었 던 생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과학기술은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믿음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RNA 치료제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학부 4학년 때 들었던 핵산화학 수업이었습니 다. 약은 유기화합물로만 만들 수 있다는 저의 짧은 생각과 달리 DNA/RNA와 같은 핵산을 이용해 치료제 를 만들 수 있다는 개념이 당시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만약 우리가 핵산의 염기서열을 변경하는 간단 한 방식으로 다양한 질병에 대한 약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미래의 신약 개발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이를 계기로 유기화학에서 생화학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중요한 순간 중 하나는 2010년 창업을 결심했던 때입니다. 연구자로서 RNA 간섭 치료제를 연구 하면서, 이 기술이 논문이나 실험실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 환자와 인류에게 닿기를 바랐습니다. 신약 은 과학적 성취이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국내 제약사들이 저희 RNA 간섭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신약 개발로 이어가 주기를 기대했습 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아직 RNA 간섭 치료제가 승인을 받기 전이 라 많은 제약사들이 관심은 있었으나 실제로 투자까지는 이어지지 않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답답한 마음에 술을 많이 마신 뒤, “이럴 바에는 내가 직접 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실 제로 창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결정 역시 완벽한 계산 끝에 내린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RNA 간섭 치료제가 실 제 치료제로 개발되어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만큼은 분명했습니다. 그 마음이 저를 화학도에 서 RNA 치료제 연구자로, 또 기업인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Q3. 올릭스의 출발점이 된 ‘비대칭 siRNA(asiRNA)’ 기술은 기존 RNA 간섭 기술의 원천특허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부작용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 기술이 화학적·구조적으로 기존 siRNA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실시 자유도(FTO)’ 확보가 사업적으로 왜 그렇게 중요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사업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실시 자유도, 즉 FTO(Freedom to Operate)*의 확보입니다.신약 개발에서는 우수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만큼이나, 해당 기술을 제3자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 자유롭게 개발·상업화 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RNAi 분야는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원천기술과 전달기술에 대한 폭넓은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후발 기업이 독자적인 권리 기반 없이 치료제를 개발하기가 쉽지 않 습니다.

올릭스가 “자가전달 비대칭 siRNA”라는 독자적인 구조의 원천 플랫폼 기술(OASIS)을 확보했다는 것은, 글로벌 siRNA 기업들의 주요 특허 장벽을 회피하면서 자체적으로 파이프라인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 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연구개발의 자유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이전이나 공동개발 협상에서도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 됩니다. 파트너사 입장에서는 후보물질의 효능과 안전성뿐 아니라, 향후 임상 개발과 상업화 과정에서 특허 리스크가 낮은지 여부를 매우 중요하게 보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가전달 비대칭 siRNA” 기술은 올릭스가 RNAi 치료제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 정체성을 갖고 출발할 수 있게 한 핵심 기반입니다. 과학적으로는 RNAi 기술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개선한 플랫폼이고, 사 업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확장할 수 있는 권리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 FTO 확보는 먼저 상용화 대상 기술에 대해 특허 데이터베이스에서 유효한 등록특허의 청구항을 조사· 분석하여 침해 가능성을 판단하는 FTO 분석에서 출발합니다. 침해 우려가 있는 특허가 발견되면 회피설계, 라이선스 확보, 무효심판 청구, 또는 특허 매 입 등의 방법으로 장애를 제거합니다. 통상 변리사·특허법률 전문가의 법적 의견서(FTO opinion)를 받아 두는 것이 사업화나 기술이전 시 리스크 관리의 표준적인 절차입니다.



Q4. 2025년 초 일라이 릴리와 MASH·대사질환 치료제 OLX702A를 약 9,100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 하며 큰 주목을 받으셨습니다. GWAS(Genome-Wide Association Study)로 발굴한 표적과 GalNAc-asiRNA 플랫폼이 결합된 이 후보물질이 글로벌 빅파마의 선택을 받은 핵심 경쟁력은 무 엇이었다고 보십니까?


OLX702A가 주목받은 핵심 경쟁력은 유전학적으로 검증된 표적과 올릭스의 GalNAc-asiRNA 플랫폼 기술이 결합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OLX702A는 GWAS를 통해 발굴한 MASH 및 대사질환 관련 표적을 기반 으로 개발된 후보물질로, 질환과의 연관성이 유전학적으로 뒷받침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습니다.

여기에 간세포 표적 전달에 강점을 가진 GalNAc 기술과 올릭스의 독자적인 siRNA 설계 기술(OASIS)이 결합되면서, 표적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RNAi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었습니다. 전임상 단계에 서도 MASH, 간 섬유화 및 대사질환에서의 효능 가능성을 확인한 점이 글로벌 파트너의 관심을 이끈 주요 요 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번 계약은 OLX702A라는 개별 후보물질뿐 아니라, 올릭스의 표적 발굴 역량과 RNAi 플랫폼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Q5. 최근 ‘OASIS’ 플랫폼 리브랜딩과 함께 ‘OliX 2.0’ 로드맵을 통해 간(肝)을 넘어 지방조직·중추신경계 (CNS)로 표적 범위를 넓히고 계십니다. 특히 ALK7 표적 비만 치료제(OLX501A)의 영장류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하셨는데, siRNA를 간 이외 조직에 전달하는 일이 왜 어려운 도전이며 올릭스는 이 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siRNA 치료제는 표적 유전자의 발현을 정밀하게 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하는 조직까지 안 정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특히 간은 GalNAc 기반 전달 기술이 잘 확립된 조직인 반면, 지 방조직이나 중추신경계는 생물학적 장벽과 조직 특이적 전달의 어려움으로 인해 siRNA 전달이 훨씬 까다 로운 영역입니다.

올릭스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독자 RNAi 플랫폼인 “OASIS”를 확장·고도화하고, 간을 넘어 지방조직과 CNS를 표적으로 하는 신규 전달 기술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ALK7 표적 비만 치료제 OLX501A 는 이러한 “OliX 2.0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로, 영장류 전임상에서 의미 있는 체중 감소 효과와 대사 개선 가능성을 확인하며 간 외 조직 전달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올릭스가 풀어가고 있는 과제는 단순히 siRNA 후보물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조직에 정 확히 전달해 치료 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MASH, 비만, CNS 질환 등으로 RNAi 치료제의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자 합니다.


Q6. 올릭스는 앨라일람, 애로우헤드와 함께 ‘세계 3대 핵산 치료제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밝히 셨습니다. 글로벌 선두기업들과 자본·규모 면에서 격차가 있는 가운데, 올릭스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전략은 무엇인가요?


올릭스가 앨라일람, 애로우헤드와 함께 세계적인 핵산 치료제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말씀드린 것은 단순히 구호 차원의 목표가 아닙니다. 저희가 가야 할 방향을 스스로 분명히 정하고, 그에 맞는 전략과 실행을 축적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물론 글로벌 선두 기업들과 비교하면 올릭스는 아직 자본력이나 조직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최 근에는 중국 자본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어 경쟁 환경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 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릭스가 살아남고, 더 나아가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규모로 경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기술적 차별성을 만들고, 그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도록 해야 합니다. 그 핵심은 결국 RNA 플랫폼 혁신과 글로벌 협력입니다. 올릭스는 OASIS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가전달 비대칭 siRNA 기술을 고도화해 왔습니다. RNA 치료제가 더 다양한 조직과 질환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전달 기술, 효능, 안전성, 지속성 등 여러 측면에서 계속 혁신이 필요합니다. 올릭스는 이 지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저희가 보유한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적응증과 타깃에 도전하고, 세계가 인정하는 RNA 치료 분야의 선두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만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특히 올릭스와 같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좋은 기술을 보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기술이 글로벌 빅파마의 개발·상업화 역량과 결합되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 블록버스터 신약을 성공시키고, 그 성공 사 례를 기반으로 더 많은 기술이전과 공동개발 기회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것이 저희가 글로벌 협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올릭스가 글로벌 사업개발 행사에 총력을 다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주 요 글로벌 파트너링 행사에는 BD 총괄뿐 아니라 저와 연구소장까지 함께 철저히 준비해 참석합니다. 단순히 회사를 소개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올릭스의 기술과 데이터, 개발 전략을 글로벌 파트너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설득하는 자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가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직접 나서야 파트 너들도 그 가능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전략은 지속 가능한 연구 역량을 만드는 것입니다. 올릭스가 장기적으로 세계적인 기 업이 되기 위해서는 특정 파이프라인 하나의 성공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좋은 과학을 하고, 그 과학이 다시 플랫폼과 파이프라인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올릭스가 단순한 신약개발 회사를 넘어, 신약 기술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연구기관으로 성장해야 한 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올릭스의 차별화 전략은 명확합니다. 첫째, RNA 플랫폼 기술을 지속적으로 혁신하 는 것. 둘째,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의 가치를 세계 시장에서 입증하는 것. 셋째, 최고의 인재 와 과학이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연구개발 체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자본과 규모의 격차는 분명 존재 하지만, 기술의 깊이와 실행력, 그리고 글로벌 협력의 성과로 그 격차를 줄여 나가겠습니다.


Q7. 오랜 기간 성균관대 교수와 기업 대표라는 두 가지 역할을 병행해 오셨습니다. 두 세계를 오가며 느낀 어려움이나 시너지가 있었는지, 또 학교에 꾸준히 기부를 이어오고 계신 배경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올릭스가 신약 기술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연구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좋은 과학과 훌륭한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학교는 올릭스와도 매우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가 학교에 꾸준히 기부를 이어온 것도 거창한 이유라기보다는, 학교에서 교수활동을 하며 받는 월급만이라도 다 돌려드린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미래의 과학 인재를 길러내는 곳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교수와 기업 대표를 병행하는 일은 솔직히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물리적인 시간과 체력의 한계였습니다. 몸은 하나인데 학교에서는 수업과 학생 지도를 해야 하고, 회사에서는 사업개발을 직접 챙 기면서 연구소와 개발 현황까지 들여다봐야 했습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이 동시에 몰릴 때는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시너지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젊고 뛰어난 과학 인재들을 만 나고 양성하는 과정에 함께할 수 있었고, 회사에서는 그 과학이 실제 신약 개발과 산업으로 이어지는 과정 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올릭스에도 학교와 연구 현장에서 성장한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합류했 고, 그것이 회사의 중요한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저는 대학과 기업이 서로 분리된 세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학은 새로운 지식과 인재가 만들어지 는 곳이고, 기업은 그 지식과 기술을 실제 환자와 사회에 전달하는 곳입니다. 두 역할을 병행하면서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좋은 과학이 실험실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에게 닿기 위해서는 두 세계가 더 긴밀하게 연 결되어야 한다는 확신도 갖게 되었습니다.


Q8. 바이오 기업의 가치를 판단할 때 ‘핵심기술 보유, 현실적인 개발전략, 우수한 인력’ 세 가지를 강조 하신 바 있습니다. 신약 개발이라는 길고 불확실한 여정에서 조직을 이끄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 각하시는 리더십 원칙은 무엇인가요?


신약 개발은 본질적으로 길고 불확실한 여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을 이끌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 는 것은 구성원들이 우리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그 본질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바이오 기업은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주가가 흔들릴 때도 있고, 기대했던 사업적 성과가 지 연되거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저는 우리가 이곳에 모인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다시 확인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혁신신약을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고, 우리가 가진 기술과 과학 적 역량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회사의 본질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연구 데이터가 좋지 않거나 임상개발 결과에서 기술의 한계가 확인된다면 그것은 진지하게 받아들 여야 할 위기입니다. 그러나 외부 환경이나 일시적인 사업적 변수만으로 우리가 쌓아온 기술의 근간이 훼손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순간일수록 조직이 불안에 휩쓸리기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계속 해내는 것이 중 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결국 핵심기술도, 현실적인 개발전략도, 모두 사람이 만들 어가는 것입니다. 저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회사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구성원들의 목 소리를 듣고, 가능한 한 그 의견을 경영에 반영하려고 노력합니다. 한 사람이 입사하고 퇴사하는 일에도 마음 이 쓰이는 이유는, 회사가 결국 사람들의 시간과 열정 위에 세워지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구성원들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성장하려 면 구성원이 성장해야 하고, 구성원이 더 좋은 과학자이자 전문가로 성장할 때 회사의 기술과 전략도 함께 단 단해집니다. 결국 제가 생각하는 리더십의 원칙은 명확합니다. 위기 앞에서는 본질을 붙잡고, 조직 안에서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구성원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신약 개발 은 불확실하지만, 좋은 기술과 좋은 사람,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방향성이 있다면 그 긴 여정을 끝까지 이어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Q9. RNA 치료제 분야는 임상 초기 단계에서도 활발한 기술수출이 이루어질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 니다. 핵산 치료제 시장의 최근 흐름을 어떻게 분석하고 계시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올릭스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요?


최근 핵산 치료제 시장은 단순히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의약품 시장의 중요한 축으로 자 리 잡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RNAi 치료제는 표적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기존 저분자화합물이나 항체의약품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질환 영역에서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빅파마들도 임상 초기 단계의 후보물질이나 플랫폼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핵 산 치료제 분야의 성장 속도는 앞으로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올릭스는 독자 RNAi 플랫폼인 OASIS를 기반으로 파이프라인과 전달 기 술을 동시에 확장하고 있습니다. 간 질환 영역에서는 GalNAc 기반 플랫폼을 활용해 MASH, 비만, 심혈관· 대사질환 등으로 개발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나아가 지방조직과 중추신경계(CNS)를 표적으로 하는 신규 전달 기술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결국 핵산 치료제 시장에서 중요한 경쟁력은 우수한 표적을 발굴하는 능력, 이를 치료제로 구현할 수 있 는 플랫폼 기술, 그리고 글로벌 파트너가 신뢰할 수 있는 개발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릭스는 이러한 세 가지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RNAi 치료제 시장에서 차별화된 위치를 확보해 나가고자 합니다.


Q10. 화학을 전공한 연구자가 신약 개발과 같은 융합·실용 분야에 도전하거나 창업에 나설 때, 어떤 자세 와 시각을 갖추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창업을 고민하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화학을 전공한 연구자가 신약 개발이나 창업에 도전할 때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자신의 과학 이 실제 환자와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끝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신약 개발은 좋 은 논문이나 좋은 기술에서 출발하지만, 그것만으로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기술이 실제 치료제로 개발되기 위해서는 생물학, 의학, 임상, 규제, 사업개발, 자본시장까지 모두 연결되어야 합니다.

특히 창업을 고민하는 젊은 연구자들에게는 조금 현실적인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창업은 생각보다 훨 씬 어렵습니다. 특히 바이오 분야는 호흡이 매우 긴 산업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개발 과 정에서 필요한 자금이 막히면 그 기술을 끝까지 가져가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창업 전에 정말 깊이 고민하 셔야 합니다. 저도 창업하기 전에는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렇다고 도전을 말리고 싶은 것은 아 닙니다. 오히려 좋은 과학이 실험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 환자에게 닿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그 어려운 길 을 가야 합니다. 다만 창업은 과학적 확신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시작해야 합니다. 기 술의 본질적 가치, 현실적인 개발 전략, 함께할 동료, 그리고 자금 조달 가능성까지 냉정하게 보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술이 세상에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있다면, 창업은 연구자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도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 엄밀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기술을 현실 의 신약 개발 과정과 연결해 보는 시각입니다. 화학자로서 가진 분자 수준의 이해와 설계 역량은 신약 개발 에서 매우 큰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 강점을 바탕으로 더 넓은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한다면, 충분히 의 미 있는 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11. 화학을 전공하는 학생과 연구자들에게 화학이라는 학문이 지닌 가능성과 가치에 대해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화학이 세상을 매우 구체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화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분 자 수준의 세계를 이해하고, 그것을 인간에게 필요한 방향으로 설계하는 학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화학은 기 초과학이면서 동시에 응용 가능성이 매우 큰 학문입니다.

특히 신약 개발의 관점에서 보면 화학의 역할은 여전히 매우 중요합니다. 새로운 치료제를 설계하고, 약 물이 우리 몸 안에서 안정적으로 작용하도록 만들고, 더 나은 효능과 안전성을 갖도록 개선하는 과정에는 화 학적 사고가 깊이 들어가 있습니다. RNA 치료제 역시 생명과학의 영역으로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핵 산의 구조와 변형, 안정성, 전달 기술 등 화학적 이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화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화학을 너무 좁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점입니다. 오늘날의 과학은 점점 더 융합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화학은 생명과학, 의학, 재료과학, 인공지능, 에너지, 환경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될 수 있고, 그 연결 속에서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집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화학을 공부하 는 학생이었지만, 그 화학을 통해 신약 개발과 RNA 치료제라는 분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화학이라는 기반 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고, 치료제로 발전시킬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화학은 매우 강력한 도구입니다. 그 도구를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는 연구자 각자의 선택 입니다. 젊은 학생과 연구자들이 화학을 통해 좋은 과학을 하고, 더 나아가 사람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 을 찾아가기를 바랍니다. 화학은 충분히 그런 가능성을 가진 학문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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