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李檼) 서울대학교 교수(1946~)
이 은 교수
서울대학교 화학부
이은 교수는 1969년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1974년 예일(Yale)대학교 화학과에서 스캇(Scott) 교수 지도하에 트로폴론(tropolone)계 천연물인 스티피타토닉산(stipitatonic acid)과 비타민 B12(vitamin B-12)의 생합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 후에는 컬럼비아(Columbia)대학교 나카니시(Nakanishi) 교수 연구실에서 곤충 페로몬 알파-엑다이손(α-ecdysone)의 전합성을 연구하였고, 조에콘(Zoecon)사에서 유충 호르몬의 생합성 연구를 수행한 후 1977년 서울대학교 화학과 교수로 부임하였다.
이은 교수는 부임 이후로 꾸준히 천연물 전합성 연구를 수행하였다. 부임 초기에는 국내의 열악한 연구 환경으로 인해 간단한 화합물의 합성 연구를 수행하였으나, 전반적으로 전합성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상당 기간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상대적으로 작은 화합물의 전합성을 연구하는 과정에 “입체 선택적인 음이온 옥시코우프자리옮김 반응을 이용한 다이하이드로메이유론(dihydromayurone)의 전합성”을 주저자로서 『미국화학회지』에처음으로 출판하였고, 이어서 입체 선택적인 파보르스키(Favorskii) 자리옮김반응을 이용한 다양한 천연물의 전합성을 발표하였다.
한편으로 이은 교수는 1985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볼드윈(Baldwin) 교수 연구실에서 경험한 라디칼 반응을 복잡한 구조의 천연물을 합성하는데 응용하고자 노력하였다. 초기에는 분자내 라디칼 수용체로 프로피올레이트를 이용하여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고, 베타-알콕시아크릴레이트 수용체를 사용하면 시스-2,5-이치환 옥솔레인 및 시스-2,6-이치환 옥세인을 완벽하게 생성할 수 있음을 발견하고 (3Z) 및 (3E)-닥토멜라인(Dactomelyne, 1995년)의 전합성에 적용하였으며, 쿠모사인 및 쿠모살렌의 전합성에도 응용하였다. 베타-아미노아크릴레이트 수용체를 이용해서는 (-)-indolizidine 223AB와 같은 다양한 골격의 알칼로이드 화합물을 합성하였다.
이은 교수 실험실은 1999년 국가지정실험실(NRL)로 지정되면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때부터 이은 교수는 라디칼 고리화 반응을 이용하여 항생제 파마마이신 607(Pamamycin-607), 항진균제 암부르티신(Ambruticin), 항암제 라소놀라이드 A(Lasonolide A), 금속 이온 리간드 SCH 351448, 페이그리솔라이(Feigrisolide), IKD-8344, 항암제 암피디놀라이드 E/K/X(Amphidinolide E/K/X), 롤리니아스타틴 1(Rolliniastatin 1), 지메네진(jimenezin), 에피기로사놀라이드 E(epigyrosanolide E)의 전합성을 발표하였고, 라소놀라이드 A(Lasonolide A) 및 페이그리솔라이드(Feigrisolide)의 경우에는 기존 구조의 오류를 밝히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서 이은 교수는 천연물 전합성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최고 수준의 연구력을 인정받았다. 이외에도 프린스(Prins) 고리화 반응과 카보닐 일라이드의 고리 협동 반응을 이용해서도 매우 복잡한 천연물들을 전합성하였다.
이처럼 이은 교수는 유기합성화학 연구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서 세계적 수준의 천연물 전합성 및 유기반응 개발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학문의 초석을 다지고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였다. 이은 교수는 지금까지 133편의 논문과 2편의 특허를 발표하였고, 국내외에서 수십 차례 강연하였으며, 석사 140명과 박사 22명의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하였다. 대표 수상 실적으로는 대한화학회 학술상(1995년) 및 한국과학상(1997년)이 있고, 퇴임을 앞두고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2010년)에 선임되었다.
The 6th Japan-Korea Symposium on Organic chemistry, Nagoya, Japan, 1992
(왼쪽부터) 박창식(한국화학연구원), 김성각(KAIST), Ryoji Noyori(Nagoya 대학), 이은(서울대)
이은 교수는 유기화학분과회와 대한화학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기여를 하였다. 유기화학분과회 활동으로는 1977년 유기화학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데 참여하였고, 1982년 대한화학회 유기화학분과회를 신설함과 동시에 창립 간사(현 총무 부회장)로서 제1회 및 제2회 유기화학 심포지엄을 조직하였다. 2000년 유기분과회장 때에는 교수와 학생이 모두 참가하는 제1회 하계워크샵을 조직하는 등 현재 유기화학분과회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사업들을 시작하였다. 대한화학회 활동으로는 1996년에는 대한화학회 간사장(현 총무 부회장)으로서 대한화학회 창립 50주년 기념사업인 화합물명명법 개정작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하였고, 2006년 대한화학회장으로 재직할 때에는 대한화학회 창립 60주년 기념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화학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을 고양하고 국내 화학계의 저변 확대와 국제적 위상 제고에 공헌하였다.
이은 교수는 유기화학 분야의 국제화에도 많은 기여를 하였다. 당시 국내 학계의 국제적 인지도가 지극히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1980년 한국-일본 유기화학 공동심포지엄을 시작하였고, 1988년과 1995년에는 한-미 유기화학 공동심포지엄을 조직하여 국제교류의 장을 아시아에서 미주로 넓혔다. 2008년에는 국제화학연맹(IUPAC)이공식 주관하는 국제학술대회(ICOS 2008, International Conference on Organic Synthesis)를 유치하고, 공동 조직위원장으로서 활동하여 우리나라와 학계의 위상을 높였다. 또한 미국화학회 멤버 및 영국화학회 펠로우로 활동하였고, 유수한 국제학술저널『Organic Letters』,『Chemistry-an Asian Journal』, 『Tetrahedron』및『Tetrahedron Letters』의 편집자문위원으로도 많은 공헌을 하였다.
글 서강대학교화학과 교수 이덕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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