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빛낸 화학자47(2025년 12월호)
- 성완 박
- 12월 15일
- 5분 분량
송충의(宋忠儀) 성균관대학교 교수(1955~)

송충의 교수는 1980년에 중앙대학교 화학과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하신 후, 독일의 RWTH Aachen 대학교로 유학하여 Wolfgang Klaeui 교수님(2022년 作故)의 지도하에 1985년에 디플롬 학위를, 이어 1988년에 유기금속화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셨다. 귀국 후 1989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에서 선임연구원과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시며 비대칭 촉매반응 개발에 매진하셨다.
현재 비대칭 촉매반응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는 자연에서 유래된 카이랄 풀(chiral pool)인 신코나 알칼로이드를 고체 지지체에 결합하여 불균일계 촉매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케텐과 클로랄 간의 [2+2] 고리화 첨가반응을 통해 광학순도가 높은 베타-락톤을 합성할 수 있는 합성법 (Tetrahedron: Asymmetry, 1994, 5, 1215)을 개발하셨다. 이를 시작으로, 정통 무기화학에서부터 유기합성화학, 특히 비대칭 촉매반응으로 연구의 방향을 대전환하는 전기를 마련하였으며, 이후 정년 퇴임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연구와 탁월한 학문적 성취를 통해 해당 분야를 선도하였다. 벤자민 리스트(Benjamin List, Max-Planck-Institut für Kohlenforschung) 교수와 데이비드 맥밀런(David MacMillan, Princeton University) 교수가 카이랄성을 지닌 순수 유기 분자를 비대칭 촉매반응의 촉매로 활용될 수 있음을 2000년대에 발견하여 발전시킨 공로로 2021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는데, 송 교수는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신코나 알칼로이드를 유기촉매로 도입하여 다양한 비대칭 촉매반응을 선도적으로 개척하였으며, 이는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이고 시대를 앞선 연구 성과였다. 학계에서는 송 교수의 비대칭 촉매반응 분야에서 남다른 통찰력과 선구적 시각과 안목을 지닌 과학자로 평가하고 있다.
촉매반응 전반의 개발에 관련한 송 교수의 학문적 업적은 연구의 전개 양상과 시기적 흐름에 따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재직 시기와 성균관대학교 화학과 재직 시기로 구분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1989 ~ 2003 책임연구원)
1. 비대칭 촉매반응을 위한 불균일계 촉매 개발
대표적으로 오스뮴을 촉매로 한 불균일계 비대칭 촉매반응을 개발하였다. 비대칭 산화반응, 특히 이중결합의 비대칭 다이하이드록시화반응 (dihydroxylation) 및 아미노하이드록시화반응 (aminohydroxylation)에서 광학선택성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키는 동시에, 고가의 촉매 회수·재사용 및 금속 용출 최소화를 달성하기 위하여, 반응에 사용되는 신코나 알칼로이드 리간드를 고분자 또는 실리카겔과 같은 고체 지지체에 공유결합 방식으로 고정화하였다. 또한, 잔존하는 비닐기를 함유한 다공성 레진을 이용하여 고가의 오스뮴을 오스밀화반응(osmylation)을 통해 고정함으로써, 촉매의 회수 및 재사용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현하였다(Org. Lett. 2002, 4, 4685; Chem. Commun. 2003, 1312).
또한, 초기의 팔라듐을 촉매로 한 불균일계 비대칭 촉매반응 역시도 개발하였다. Trost 교수에 의해 확립된 카이랄 포스핀 계열 리간드와 팔라듐 금속의 조합을 이용한 비대칭 알릴 치환반응 (asymmetric allylic substitution)은 유기합성에서 폭넓은 응용 가능성을 지닌 정교한 반응으로 자리매김하였으나, 상대적으로 낮은 촉매 전환률과 고가라는 경제성의 한계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유기용매에서의 우수한 팽윤성으로 인해 불용성 고분자임에도 용액상과 유사한 거동을 보이는 JandaJEL에 리간드를 고정화함으로써, 고가의 포스핀 리간드–팔라듐 촉매를 회수 및 재사용할 수 있는 불균일계 비대칭 촉매 시스템을 처음으로 구현하였다. 이를 통해 높은 반응성과 우수한 입체선택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효율적인 비대칭 알릴 치환반응을 확립하였다(Angew. Chem. Int. Ed. 2002, 41, 3852). 불균일계 비대칭 촉매반응 분야에서의 연구 성과를 높이 평가받아, 미국화학회(ACS)로로부터 해당 분야의 중요성을 인정받았으며, Chemical Reviews 논문을 초청받아 발표하였다(Chem. Rev. 2002, 102, 3495).
2. 이온성 액체 기반 비대칭 촉매 시스템 개발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이온성 액체 (ionic liquid, IL)”가 새로운 반응 매개로 활용되어 다양한 산업분야로 확장될 수 있음이 증명되던 시기에, 송 교수는 비대칭 촉매반응의 효율 향상과 촉매 재사용성 확보를 목표로, IL을 단순한 용매가 아닌 반응 환경 조절 매체이자 촉매 안정화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독창적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 대표적 사례로, Jacobsen 교수에 의해 개발된 비대칭 에폭시화 반응에 유용한 카이랄 Mn-salen 촉매 시스템을 별도의 구조적 촉매 변형 없이 IL 상에서 구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균일계 촉매에 필적하는 입체선택성을 유지하면서도, 반응 후 촉매를 IL 상에 잔류시킨 채 원하는 생성물만을 분리·추출할 수 있는 촉매 재사용형 공정을 세계 최초로 구현하였다. 본 기술은 비대칭 촉매반응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획기적 성과로 평가되었으며, 그 영향력으로 인해 Chemical & Engineering News (C&EN)에 보도되었다 (Chem. Eng. News 2000, 78, 8).
이러한 공로로 2001년 국가지정연구실 (National Research Laboratory, NRL)로 선정되어, “이온성 액체 내에서의 비대칭 촉매반응 연구”를 주제로 연구책임자로서 해당 과제를 수행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이온성 액체를 활용한 비대칭 촉매 시스템의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해당 분야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과학기술부 주관 2002년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IL-친화적 리간드 및 촉매의 정교한 분자 설계를 통해 촉매의 회수와 재사용을 공정 수준에서 체계화하였으며, IL의 반응 기작적 역할을 규명함으로써 이를 단순한 촉매 담지 매체가 아닌, 반응 환경을 능동적으로 설계·제어할 수 있는 핵심 인자로 격상시키는 연구를 다수 수행하였다(Acc. Chem. Res. 2010, 43, 985).
■ 성균관대학교 화학과 (2004 ~ 2020 전임교수, 2021~현재 문행석좌교수 및 객원교수)
3. 신코나-알칼로이드-기반 Acid-Base 이작용성 유기촉매반응 개발
송 교수는 2004년 성균관대학교 화학과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였다. 2000년부터 비대칭 유기촉매반응이 새롭게 세계적인 관심을 얻으며 유망한 연구분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송 교수의 팀은 기존의 단순히 카이랄 풀로서 사용되던 신코나 알칼로이드를, 당시 유기촉매 반응의 메카니즘의 연구가 가속화된 시류에 맞게 작동원리에 기반하여 정교하게 설계한 유기촉매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신코나 알칼로이드는 그 자체로서 퀴누클리딘 3차 아민이 브뢴스테드 염기성을 지니고 있어서, 여기에 설폰아마이드 작용기를 도입함으로써 약한 브뢴스테드 산 (수소결합 주개)으로서의 성능을 부여함으로써, 반응성과 선택성이 탁월한 유기촉매로 작동가능함을 보였다. 설폰아마이드 유기촉매의 개발을 통해, 고리형 언하이드라이드의 비대칭 고리열림 촉매반응이 가능하였다(Angew. Chem. Int. Ed. 2008, 47, 7872).
당시 필자는 Benjamin List 교수 그룹과 국내에서는 최초로 공동연구를 시작하였고, 개량된 카이랄 이작용성 설폰아마이드 촉매를 발명하여, 유기촉매에 의한 생체모방형 비대칭 탈이산화탄소성 알돌 반응을 개발하였다 (Angew. Chem. Int. Ed. 2013, 52, 12143). 이어서 수소결합 주개를 두 개 가진 스퀘어아마이드 촉매를 이용하여, 엔올레이트 전구체로서의 반응성이 극대화 된 다이싸이오말로네이트를 이용한 반응 역시도 개발하였는데, imine 과의 반응을 통해 알킬 치환체의 비대칭 만니히 반응을 구현하였으며, 이는 당뇨치료제인 (R)-시타글립틴 합성을 위한 최초의 유기촉매반응으로 기록되었다 (Angew. Chem. Int. Ed. 2016, 55, 10825). 신코나 알칼로이드의 작용기 구조는 그대로 가지면서도, 간단한 소수성 치환기의 도입에 의해 물에서 가속화되는 만니히 반응도 개발하였다(Nat. Commun. 2019, 10, 851). 반응성이 낮은 나이트로알켄으로의 비대칭 마이클 반응을 통해 4치환된 카이랄 탄소중심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는 반응을 개발하였다(Angew. Chem. Int. Ed. 2017, 56, 1835).

4. 카이랄 양이온 바인딩 유기촉매반응 개발
동시에 송 교수의 팀은 새로운 촉매반응 메카니즘을 활용한 비대칭 반응을 개발하였다. 수소결합에 의해 음이온을 바인딩하면서 비대칭 합성을 가능케 하는 방법은 Jacobsen 교수 등에 의해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양이온을 잘 배위하는 카이랄성 촉매시스템은 보고된 바가 없었다. 이에 ‘카이랄 양이온 바인딩(chiral cation-binding)’이라는 독창적인 전략을 구축하였는데, 올리고에틸렌 글라이콜(oligoethylene glycol)과 카이랄 바이놀을 결합한 핵심구조를 활용하여 알칼리 금속 양이온을 효과적이며 가역적으로 배위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카이랄 촉매 시스템을 처음 제시하였다. 이 전략은 ‘카이랄 음이온 생성기(chiral anion generator)’라는 핵심 개념으로 고도화되어, KCN과 같은 단순 무기염을 카이랄 촉매와 결합시켜 ‘카이랄 사이아나이드 음이온’이 반응 기질을 비대칭적으로 공격하도록 유도하였다. 이를 통해 산업적으로도 활용 가치가 높은 비대칭 스트레커 아미노산 합성반응을 성공적으로 개발하였다 (Nat. Commun. 2012, 3, 1212).
양이온 바인딩에 의한 음이온의 활성화 전략은, 이어서 비대칭 디실릴화(desilylation) 시스템으로 확장되었다. 강력한 카이랄 음이온 생성기 개념을 불소 음이온을 생성할 수 있음을 적용하여 실릴화된 라세믹 알코올을 효과적으로 분리하는 ‘탈실릴화 속도론적 분할(desilylative kinetic resolution, KR)’ 반응을 개발하였다. 이 반응은 기존 유기촉매의 한계를 뛰어넘어 ppm(parts-per-million) 단위의 극소량 촉매만으로도 높은 효율과 선택성을 보이며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Nat. Commun. 2015, 6, 7512). 또한, 생체 내 글라이옥살레이스 I (glyoxalase I) 효소의 작동 원리를 모방한 촉매 시스템을 개발하여, 독성을 지닌 알파-옥소알데하이드(α-oxoaldehyde)를 유용한 카이랄 알파-하이드록시 싸이오에스터(α-hydroxy thioester)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반응을 보고하였다(Nat. Commun. 2017, 8, 14877).
이처럼 송 교수는 지난 30여 년 독창적이고 선도적인 연구를 통해 유기합성 및 비대칭 유기촉매 분야의 세계적인 수준의 혁신을 이끌어 왔다. 이러한 공로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출되었다(2018). 송 교수의 발자취는 단순히 탁월한 학문적 성과를 넘어, 끊임없는 화학에의 탐구정신과 독창적인 연구 접근법을 제시한 과학자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계를 위한 봉사에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대한화학회 부회장 역임, 2005).
현재도 연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헌신을 바탕으로 수많은 후학들을 지도하고 양성하고 있으며, 학자로서 나아가야 할 길을 선구적으로 보여주었다. 훌륭한 연구자이자 동시에 존경받는 스승으로서 송 교수께서 보여주신 학문에 대한 깊이와 제자들을 향한 따뜻한 가르침은, 우리 후학들에게 오랫동안 깊은 울림과 귀감이 될 것이다.
글 성균관대학교 에너지학과 교수 양정운
성균관대학교 화학과 교수 배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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