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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개정 교육과정 과학과 핵심역량 함양을 위한 교수·학습 개선 방안(2025년 9월호)

  • 작성자 사진: 洪均 梁
    洪均 梁
  • 9월 1일
  • 4분 분량

김근유 | 배재고등학교 화학교사, gunew.kim@snu.ac.kr


1.  보고서의 목적 및 배경: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목표와 현장 적용의 한계점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 대응하고, 자기 주도적이며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둔다. 특히 학습의 기반이 되는 언어, 수리, 디지털 소양을 기초 소양으로 강조하며, 학생 개개인의 인격적 성장 지원 및 공동체 의식 강화를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교육 이념을 달성하기 위해 핵심 역량 중심의 교육과정 개편, 고교학점제 도입, 융합 선택 과목 강화 등을 주요 개정 사항으로 포함하였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교육과정의 본래 취지, 특히 ‘과학의 본성(Nature of Science, NOS)’ 함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행 과학 교과서의 서술 방식은 교과 내용이 제한적이며 결과를 나열하는 연역적인 경향이 강하다. 이는 과학 발전 과정에 대한 설명 없이 결과와 그 이용만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역량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된다. 또한, 과학 수업의 시간적 한계와 수업 지원 환경의 제약, 그리고 대입 수능 중심의 평가 시스템은 이러한 문제점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  과학 교육에서 '과학의 본성' 함양의 중요성

 

과학의 본성 이해는 단순한 과학 지식의 전수를 넘어선 다. 이는 학생들이 급변하는 사회 및 기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비판적이고 독립적으로 사고하며, 증거에 기반하여 문제를 분별 있게 처리하는 ‘과학적 소양’을 갖 추도록 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과학의 본성은 과학 지식의 잠정성, 경험적 근거에 대한 의존성, 다양한 과학적 방법론, 과학자들의 창의성, 그리고 과학 활동이 사회 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포함한다. 이러한 이해를 통해 학생들은 과학 지식이 절대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인간 활동의 산물임을 깨닫게 된다.

현재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목표와 현장의 현실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 사회 역량 함양과 자기 주도 학습을 강조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교과서의 연역적 서술 방식, 수능 중심 교육, 그리고 제한 된 수업 시간 등으로 인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교과서가 ‘결과 나열식’으로 서술 되어 과학의 본성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교육과정 이 추구하는 ‘탐구 과정 학습 명료화’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는 교육과정 설계 시 현장 적용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부족했거나, 현장 제약 요인(수능, 시간)이 교육 과정의 본질적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강력한 외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학적 소양 함양은 단순히 지식 이해를 넘어선다. 이는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 대안적 설명 인지, 증거 기반 처리 능력 등 복합적인 역량을 요구한다. 이러한 역량은 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고 사회 문제에 참여하는 데 필수적이다. 따라서 과학의 본성 교육은 특정 교과 목표를 넘어, 전인적 성장을 위한 보편적 소양 교육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과학교육이 단지 이공계 진학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모든 시민이 갖춰야 할 중요한 역량을 키우는 필수 요소임을 강조한다.

 

3.  과학과 교육목표 및 성취 기준: 핵심역량과의 연계성 강조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은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며,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 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을 다룬다. 과학과는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를 고르게 평가함으로써 교육목표 도달 여부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도록 한다. 특히 학습 결과뿐만 아니라 학습 과정도 함께 평 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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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은 명확하게 핵심역량 함양, 탐구 과정 중시, 과학사와 과학자 이야기 활용, 다양한 평가 방법 도입을 강조한다. 이는 과학의 본성 교육의 핵심 요소들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지적되는 교과서의 ‘결과 나열식 연역적 서술’과 ‘과학 발전 과정 설명 부재’는 이러한 교육과정의 목표와 실제 교과서 내용 간의 심각한 불일치를 보여준다. 이는 교육과정 문서가 아무리 이상적인 목표를 제시하더라도, 그것이 실제 교과서 개발 및 현장 적용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경우, 교육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구조 적 문제를 시사한다. 교과서가 교육과정의 ‘실현 도구’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

[표 1]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6가지 핵심역량과 과학과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주요 목표 및 성취 기준이 어떻게 연계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표는 추상적인 핵심 역량들 이 과학과 교육에서 어떻게 구체적인 목표와 능력으로 발현되어야 하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며, 교사들이 자신의 수 업이 어떤 핵심역량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 명확히 인지하고, 교과서 서술 방식의 문제점이 이러한 목표 달성에 어떻게 방해가 되는지 시각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미적 감수성, 협력·소통 능 력 등은 과학·수학 교육에서도 중요한 덕목이다. 실제로 과학·공학사에는 이런 역량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 많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 예술과 과학을 넘나든 르네상스의 천재다. 해부학적 관찰과 기계 설계, 자연 현상의 시각적 유추(예: 물의 소용돌이와 생물 구조의 유사성 비교) 등은 다빈치의 창의적 사고와 심미적 감성을 보여준다. 19세기 심상적 사고 연구에서도 “다빈치의 물 흐름 소용돌이와 다른 구조 간의 비슷한 패턴”이 예로 언급된다.

•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 전자 기학을 이끈 물리학자이자 색채학자다. 맥스웰은 최초 의 컬러 사진을 촬영했고, 자연 현상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려는 시도를 통해 지식·정보처리 역량과 창의적 사고를 발휘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맥스웰을 비롯해 보어, 아인 슈타인, 하이젠베르크 등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에서 “시각적 양식을 매우 선호”했다. 즉 맥스웰의 경우처럼 시각적 유추를 통한 사고는 과학적 발견에 큰 도움을 주었다.

•  바우하우스(Bauhaus) – 1919년 독일에서 시작된 예 술·공예 학교로, 건축·디자인·미술·공업 기술을 통합했다. 바우하우스는 예술 감각과 기술적 기능을 결합하여 교육과 제작을 했는데, 이는 학생들의 심미적 감성 과 협력적 소통 및 공동체적 사고를 길러준다. 가령 여러 분야의 학생들이 한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제작하 면서 예술적 감각과 실용적 과학 기술을 결합하는 경 험을 한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들은 6대 역량의 중요성을 보여준 다. 다빈치와 바우하우스는 예술·미학을 과학 학습과 결합 시켜 심미적 감성과 창의적 사고를 높였고, 맥스웰 등은 시각적 실험과 모델을 통한 연구로 지식·정보처리와 창의성을 발휘했다.

 

4.  2022 개정 과학 교과서 서술 방식의 문제점 분석


1) 연역적 서술과 과학의 본성 전달의 한계


과학 발전 과정을 고찰하면, 귀납적 탐구와 연역적 탐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가설-연역법’이 과학적 발견에 가장 많이 이바지했음이 명확하다. 가설-연역법은 문제 인식, 가설 설정, 탐구 설계 및 수행, 자료 해석, 결론 도출의 단계를 포함하며, 이는 과학적 지식이 어떻게 구성되고 검증되는지 보여주는 핵심적인 방법론이다. 그러나 과학 교과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과학 탐구 실험’ 과목에서는 가설 설정을 포함한 과학사의 대표적인 탐구실험을 수행하고 연역적 탐구 방법의 특징을 예증하도록 성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교육과정 자체는 가설-연역적 탐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나, ‘통합과학’ 등 실제 학생들에게 보편적으로 노출되는 교과서 에서는 이러한 취지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교과서가 결과를 나열하는 연역적 서술에 치중하고 가설-연역적 탐구 과정을 생략하는 것은, 과학 지식의 ‘정당화 과정(justification process)’을 학생들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과학 지식은 단순히 발 견되거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설 설정, 실험, 데이터 분석, 논쟁, 반증 시도 등을 통해 구성되고 검증되며 사회 적으로 합의되는 잠정적인 체계이다. 이 과정이 생략되면 학생들은 과학을 ‘정답을 외우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어,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 능력, 창의성 등 2022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핵심역량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과학적 소양 함양의 실패로 이어진다.

 

2) 천재 중심 과학사 서술의 문제점


과학 발전이 몇몇 천재적 과학자의 창의성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과학이 개인의 천재성에 의해서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과학자의 노력, 실패, 그리고 공동체적 협력과 소통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과학의 본성을 간과하게 만든다. 과학자들은 동료들과 완전히 고립된 채 홀로 연구하지 않으며, 과학의 역사는 누적적이거나 발전적, 혁명적 특성을 나타내고, 과학은 사회적·문화적 전통의 일부이며, 과학적 아이디어는 사회적·역사적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다층적인 과학 발전의 모습이 교과서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보어 원자모형과 발머 공식 관련 과학사 서술의 부재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에서는 “통합과학 1”의 원소의 생성 부분에서 선 스펙트럼을 소개하고, 원소의 주기성 부분에서 전자껍질 모형을 설명한다. 그리고 “물리학”의 빛과 물질의 이중성에서 보어 원자모형을 설명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선 스펙트럼을 이해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과 실패, 그리 고 보어 원자모형 이론을 성립하는 데 결정적으로 이바지 한 발머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다.

실제로 요한 발머는 1885년 수소 원자의 가시 스펙트럼 선들을 설명하기 위해 발머 계열을 고안했으나, 30년 동안 아무도 그것이 작동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닐 스 보어는 1913년에 자신의 모형으로부터 발머 공식을 이론적으로 도출하여 전자의 이산적인 에너지 준위와 궤도 간의 전이를 통해 스펙트럼선이 발생하는 원리를 설명했다. 보어는 대학 시절 발머 공식을 배웠고, 이 공식을 본 후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고 언급할 정도로 발머의 경험적 발견이 보어 이론 성립에 결정적인 영감을 주었다. 이러한 과학사적 맥락(발머의 경험적 발견, 이론적 설명의 부재, 보어의 이론적 도출 과정, 그 과정에서의 영감과 노력)이 생략된 채 결과(선 스펙트럼, 전자껍질 모형, 보어 원자모 형)만 제시되는 것은 과학 발전의 실제 모습과 과학자들의 탐구 과정을 왜곡하여 전달한다.

 

3) 요한 야코프 발머의 사례


요한 야코프 발머의 수소 스펙트럼 공식 발견은 단순한 우연이나 대수적 계산의 결과가 아니라, 그의 독특한 인지 방식과 학제적 배경에 깊이 뿌리내린 ‘심상적 사고’ (an- schauliches Denken)의 산물로 재해석될 수 있다. 이는 과학적 발견이 순전히 논리-연역적인 노력이라는 관점에 도전하며, 비언어적 인지 접근 방식의 중요성을 부각한다.

•  가족 및 초기 생활의 영향 : 발머는 어린 시절부터 재 능 있는 어머니로부터 그림 수업을 받았고, 평생 열정적인 화가로 활동했다. 그의 가족 전반에 걸친 예술적 경향(형제 중 역사 화가, 제도사, 자녀 중 그림 교사, 손자 중 화가 및 음악가)은 그의 시각적 지각과 패턴 인식 능력이 높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예술과 그 기저 구조를 깊이 이해하는 “뛰어난 미술 감정가”로 인정받았다. 이는 겉으로 보기에 관련 없는 지적 및 창의적 활동이 개인의 인지 구조를 형성하고, 후일 특정 문제 해 결 방식에 대한 성향을 부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교육 및 직업 경력 : 건축, 수학, 미술의 역할: 발머는 1844년부터 카를스루에 공과대학과 베를린 바우 아카데미에서 건축과 수학을 공부했다. 그는 순수 이론 물리학이 아닌, 시각적이고 구조적인 요소를 가진 응용적이고 실용적인 분야를 집중하여 학습했다. 그의 강의 노트를 살펴보면 건축가의 경력 경로, 시민 건축, 기본적인 건축 요소의 정교한 스케치 등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물리학, 화학, 광물학 외에도 건축 구조 이론, 건축 도면, 기하학적 그림자 구성, 원근법, 풍경화, 장식화, 건축사 등 광범위하고 시각 중심적인 교육과정을 접했음을 알 수 있다. 교사로 재직한 바젤 여학교에서 글씨 쓰기, 원근법적 소묘, 기하학, 산술 을 가르치며 시각 및 기하학적 원리의 실제로 적용하는 경험을 지속했다. 건축 분야에서 연마된 이러한 “전문가적 시각”은 선 스펙트럼의 패턴을 접했을 때 시각적 영역에서 기하학적 관계를 인식하고 구성하는 데 익숙한 지각 능력 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  원근법적 소묘 교사로서의 전문성 : 발머는 1887년 원 근법적 소묘에 관한 책 『자유로운 원근법』을 출판했는데, 이는 그의 전문적인 교육 활동과 수소 스펙트럼에 적용하 게 될 시각적 유추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원근법적 소묘를 가르치는 행위는 복잡한 시각적 개념의 기본 원리를 심오한 수준으로 명확히 하고 내면화하도록 강요하며, 이는 그가 원근법적 단축과 기하학적 관계를 깊이 이해하고 이를 새로운 문제에 쉽게 적용할 수 있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

발머는 스펙트럼을 물리학자들이 선호했던 음향 유추에 기반한 “배음 계열”로 보지 않고, “기술 기하학자의 눈으로” 보았다. 그는 스펙트럼선 사이의 짧아지는 거리를 “관찰자로부터 거리가 증가함에 따라 계단과 같은 원근법적 단축”에 비유했으며, 이는 원근법적 소묘에 대한 그의 전문성과의 직접적인 연결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지적 전환, 즉 “형태 전환”은 기존 데이터를 더 유익한 인지적 렌즈를 통해 다르게 보는 것이다. 이는 혁신이 종종 문제를 재구성하거나 인지적 관점을 바꾸는 데서 비롯됨을 의미하며, 문화적으로 다른 기반을 갖추고 있는 발머가 이전에 다른 연구자들이 “볼 수 없었던” 패턴을 인식할 수 있게 했다. 발머가 원근법적으로 더 빠른 수렴을 발견한 것은 원기 둥의 눈에 보이는 굵기를 관찰할 때였다. 멀리 있는 원기 둥의 굵기는 일정한 듯 보이지만 매우 조금씩 가늘어진다. 일정한 간격의 원기둥을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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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가 과학 발전을 소수 천재의 결과물로만 제시하고 과학자들의 노력, 실패, 학제 간 협력, 그리고 선대 연구의 기여를 생략하는 것은 과학 지식 생성의 ‘인간적’이고 ‘사회문화적’ 측면을 간과하게 만든다. 과학은 시행착오, 논쟁, 동료 검토를 통해 발전하며, 이를 무시하면 학생들이 과학을 ‘어렵고 특별한 천재들만의 영역’으로 여기게 하여 과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저해할 수 있다. 발머의 경험적 공식이 보어의 이론적 돌파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례는, 과학이 어떻게 누적되어 발전하며, 서로 다른 시대와 분야의 지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를 보여 주는 중요한 예시이다. 이러한 맥락의 부재는 학생들이 과 학을 단절된 지식의 집합으로 인식하게 할 위험이 있다.

 

4)  다빈치, 맥스웰 등 다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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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머 사례 외에도 예술·미학과 결합된 융합적 사고의 예는 다양하다. 르네상스의 대표적 인물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예술이 곧 과학이고 과학이 곧 예술”이라고 여길 만큼 두 영역을 통합했고, 자신 작품에 원근법·황금비·기하학 등 수학적 원리를 적극 적용했다. 예를 들어 『최후의 만찬』 에는 선(線) 원근법이, 『모나리자』에는 대기 원근법과 얼 굴 비율에 황금비(1:1.618)가 반영되어 있다. 제임스 클러 크 맥스웰은 전자기학 창시자임과 동시에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과학자로, 기타 연주와 시 창작, 색채 실험(색팽이) 등을 즐겼으며 “과학의 본질은 아름다움”이라고 보았다. 현대에 와서는 바우하우스 운동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원칙으로 예술과 기술을 통합적 디자인으로 실천했고, 스티브 잡스도 미학적 단순함과 기능성의 조화를 통해 혁신적 제품을 개발했다.

이들 사례에서 공통적인 점은 시각·미학적 유추를 통해 새로운 과학적 통찰을 얻었다는 것이다. 즉, 발머의 원근법 계단이나 기둥 모형이 수소 스펙트럼을 설명했던 것처럼, 다빈치의 원근법과 황금비는 회화에서 3차원 공간 인식을 가능케 했으며, 맥스웰의 색채 실험은 빛과 색의 조 화를 이해하게 했다[표 2].

 


5) 통합과학의 과학 본성 전달 한계 및 과학 탐구실험의 시간 부족


“통합과학”의 서술은 과학의 본성을 알리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은 통합과학이 여러 과학 분야를 통합하여 기초 소양을 강화하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내용 구성과 서술 방식에서 과학의 본성 교육이라는 중요한 목표를 놓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통합과학 교과서는 핵심 아이디어를 표지에 담아 호기심을 유발하고, 다양한 탐구 활동을 제시하며, 과학 글쓰기 문제를 구성하는 등 긍정적인 시도도 있으나, 내용의 깊이와 과학사적 맥락이 부족하다. “과학 탐구실험”이 과학의 본성을 알리는 데 가장 중요 하지만, 현장의 교사는 수업 시간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한다. 과학 탐구실험은 학생들이 직접 실험 과 탐구를 수행하여 과학의 본성이나 가설-연역적 탐구 방법을 체험할 수 있는 중요한 과목으로 교육과정에서 강조 된다. 실험은 학생들이 이론을 체험적으로 이해하고,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하며, 협동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과학교육의 핵심 요소이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 탐구 수업의 시간 부족 문제는 학생들이 탐구 과정을 충분히 경험하고 깊이 있는 학습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고등학교 과학교육이 “대입 수능과 같은 시험 형식의 평가를 대비해야 하는” 현실은 과학의 본성 교육과 탐구 중심 수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수능은 주로 지식의 암기 와 연역적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는 교사들이 내신과 수능을 대비하기 위해 교과서 내용을 결과 위주로 가르치고, 탐구 활동이나 과학사적 맥락을 생략하게 만드는 구조적 압력으로 작용한다. 과학 탐구실험의 중요성을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더라도,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수능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탐구 활동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다. 이는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바와 실제 평가 시스템 간의 불일치가 교육의 질을 저해하고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5.  과학의 본성 함양을 위한 수업 개선 방안


1) 과학사 기반 특별 수업의 필요성 및 설계


과학사 활용 교육은 학생들의 과학의 본성(과학 지식의 잠정성, 과학적 방법의 다양성, 이론 의존성, 창의성, 사회 문화적 내재성 등)을 인식하는 역량을 키우는 데 매우 긍정 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추상적인 과학 개념을 과학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과학 지식이 어 떻게 발전해 왔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과학자 이야기, 과학사, 시사성 있는 과학 내용 등 을 도입하여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과학사 교육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과학의 본성(NOS)을 체득하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 이다. 과학자들의 시행착오, 논쟁, 협력, 그리고 사회문화 적 배경 속에서의 발견 과정은 과학 지식이 절대적 진리가 아닌 잠정적이고 구성적인 것임을 보여준다. 이는 학생들 이 과학을 ‘인간적인 활동’으로 인식하게 하여 흥미를 높 이고,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함양하게 한다. 특 히, 교과서에서 생략된 발머의 기여와 보어의 영감 같은 사례는 과학 발전이 단절된 천재의 번쩍임이 아니라, 선대 연구와 학제 간(interdisciplinary) 영향을 통해 이루어짐 을 보여주어, 과학의 연결성과 누적성을 이해하는 데 필수 적이다.


2) 탐구 중심 수업 설계 및 교과서 내용 선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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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표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이 현대 사회의 특정 과학적 문제(예: 신소재 개발, 에너지 문제, 환경 오염)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의 시대의 지식과 탐구 방식을 바탕으로 토론 하고 협력하는 역할극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과학 지식의 사회적 활용과 과학자들의 윤리적 책임, 공동체적 성격을 이해 한다.

현재 교과서의 연역적이고 결과 중심의 서술은 교사 주도의 ‘확인 실험’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러나 교육과정은 학생 중심의 ‘탐구 활동’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가설을 설정하며, 탐구 과정을 설계하고 수행하며, 자료를 해석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전 과정을 안내하고 촉진하는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교사 의 발문 방식(개방형 질문), 협력 학습 유도, 그리고 학생 들이 실패를 통해 배우는 과정을 지지하는 태도를 포함한다. 즉, 교사가 ‘지식의 전달자’에서 ‘탐구의 조력자’로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교과서 내용 중에 선별하여 탐구 중심 수업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는데, 이 수업의 내용은 교육과정의 학습 목표가 아닐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과서의 ‘결과’ 중심 내용을 ‘탐구 과정’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선 스펙트럼이나 전자껍질 모형을 설명할 때, 단순히 개념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이 개념들이 어 떤 과학적 문제 해결 과정에서 등장했는지, 어떤 시행착오 를 거쳤는지, 어떤 증거를 통해 정당화되었는지 등의 과학사적 맥락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학습량을 적정화하고, 학생들이 경험해야 할 사고, 탐구, 문제 해결 등의 과정을 학습 내용으로 명료화하여 교수·학 습 및 평가 방법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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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과학의 본성 함양을 위한 교육 현장의 노력과 정책적 지 원의 필요성

 

과학의 본성 함양이라는 중요한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육 현장의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1)  교육 현장의 노력

• 교사들은 교육과정의 목표와 과학의 본성 교육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고, 교과서 내용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재구성하여 탐구 중심, 과학사 기반 수업을 적극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

• 학생 중심의 개방형 질문, 협력 학습, 성찰 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이 과학 지식의 생성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 다양한 대안적 평가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학생 들의 탐구 과정과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학습 피드백 및 성장 지원에 활용해야 한다.

 

2)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

• 교과서 개발 지침 강화 :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 에 맞게 과학의 본성, 탐구 과정, 과학사적 맥락이 충분히 반영된 교과서 개발을 위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 단순히 ‘과학사 도입’을 명시하는 것을 넘어, 과학 발전의 시행착오, 논쟁, 협력 등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서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 교사 전문성 신장 지원 : 과학의 본성 교육 및 탐구 중심 수업, 대안적 평가 방법 운영을 위한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내실화해야 한다. 특히 비전공 교사들의 통합과학 지도 역량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 평가 시스템 개선 : 대입 수능 중심의 평가 시스템이 교 육 목표를 왜곡하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평가의 비중을 확대하고, 지필 시험 외의 다양한 평가 방식이 대입에 유의미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모 색해야 한다.

•  수업 시간 및 환경 개선 : 과학탐구실험 등 탐구 중심 수업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시수 배정의 유연성을 높이고, 지능형 과학실험실 구축 등 탐구 활동을 지원하는 물리적 환경 개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과학 교육은 학생들이 과학 지식을 암기하는 것을 넘어, 과학적 사고방식과 태도를 내면화하여 미래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능동적인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정, 교과서, 교수-학습, 평가가 유기적으 로 연계되어 과학의 본성 함양이라는 핵심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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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유 Geunyu Kim


•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 이학사 (1990.3- 1994.2.)

•  서울대학교 과학교육과 화학전공, 교육학석사 (1994.3- 1996.2, 지도교수 : 서정쌍)

•  서울대학교 화학과, 이학박사 (2002.3-2008.2, 지도교수 : 서정쌍)

•  서울과학고등학교 화학교사 (2010.3-2024.2)

•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 화학교사 (2024.3-2025.2)

•  배재고등학교  화학교사(2025.3-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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